광복70주년과 문예출판사 창립 50년 기념출판물인 《현대한국출판사》 출간을 기념하며, 1945년 해방 이후 한국 출판 산업을 개척한 대표 출판인을 소개합니다.

1945년부터 6·25 전쟁이 발발하기까지 5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등장한 출판사들을 현대 출판을 개척한 창업 1세대라고 말합니다. 당시의 출판인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우리말로 된 도서와 잡지를 출판,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지식과 문화와 경제 등에 큰 이바지를 하였습니다. 그 분들의 노고를 기억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한국 출판의 개척자, 광복기(1945~1959)의 출판인들

 

1화

신생 대한민국의 출판 지도자 정음사 대표 최영해





정음사는 '정음正音'이란 회사명칭이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 것처럼 일제가 우리의 글과 말을 말살하려고 할 때, 연희전문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던 최현배(1894~1970, 호는 외솔)가 강의를 위해 《우리말본과 《소리갈》을 등사본으로 찍은 것이 계기가 되어 1928년 7월 7일에 창설한 출판사이다. 창립 당시의 소재지는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행촌동 최현배의 집이었다. 국문학과 관련한 우리 서적을 출판해오던 정음사는 일제의 탄압으로 간판을 내린 지 3년 만에 광복과 더불어 새 출발을 했다.




《우리말본의 초판본



외솔(최현배)이 군정에 참여하게 되자 그의 아들 최영해(1912~1981, 호는 행촌)가 정음사를 이어받아 서울 북창동에 사무실을 열고 출판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최영해는 연희전문(지금의 연세대) 문과를 졸업하고 《조선일보》, 《경성일보》 기자를 하면서 출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정음사는 해방 직후인 9월 중순경에 권덕규의 《조선사를 제일 먼저 복간했는데, 이 책을 해방 후에 나온 최초의 책으로 꼽는 이도 있다. 이후 광복기에 정음사에서 낸 책들을 보면 퍽 다채롭고 화려하다.

 

《우리말본》을 비롯한 국어학 서적 30여 종, 《조선고대소설사》 등 국문학 서적 30여종,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외 시집 20여 종, 《흔들리는 지축》 외 창작집 20여 종, 《어린이역사》 외 20여 종, 《정음문고》 35종, 사회과학 서적 10여 종, 기술과학 서적 20여 종, 학교 교과서 40여 종, 기타 단형본 30여 종을 6·25전쟁 이전에 간행했다. 또한 편집인 홍이섭을 중심으로 한 역사·언어·민족 연구지인 월간 《향토》를 1946년에 창간해 통권 12권까지 발행했다. 특히 《이조실록》 영인출판도 착수해 6·25 전쟁이 발발하기까지 16권을 발행한 것은 큰 업적으로 꼽아야 할 것이다.




왼쪽부터 월간 《향토》, 《조선고대소설사》, 정음문고의 《금강경



이처럼 폭넒은 분야에 걸쳐 격조 높은 책들을 출판해 을유문화사와 용호상박의 세를 형성하면서 신생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출판사로서 출판문화계를 이끌었다. 정음사가 광복 직후 혼란기의 우리나라 출판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말할 수 없이 크다. 최영해는 뒷날 광복기의 출판에 대한 소회와 바람을 이렇게 피력하고 있다.

 

 

"모두가 서투른 솜씨로 첫걸음을 나선 8·15! 출판계의 말단에서 있는 힘 없는 힘을 다하고 나서 돌아보니 이렇다 할 성과 없는 고무풍선 같은 오늘이 되고 말았다. 누구를 탓할 것 없는 우리들의 소치다. 오로지 만천하 독서자(책 읽는 사람) 제위(여러분)께 엎드려 빌어 마지않을 뿐이다. 제 자식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건 인정이라기, 정음사도 아래에대 변변찮은 목록을 나열해 선을 보이는 바다. 행(다행)히 여러분의 귀염을 받고 사랑을 받는다면 이 이상 무엇을 더 바라리오. 게다가 우리 문화를 한 걸음이나마 향상시키려는 미충이 어쩌다가 여러분의 눈에 띄기만 하면 우리들의 바람은 여기서 끝나고 말 것이 아닐까 한다. 봄이 오면 꽃이 피리니, 4월의 훈풍이 우리 출판계에도 틀림없이 불어주어 참된 독서자를 위한 출판인이 되도록 마련해주었으면, 출판인으로서 우리들의 기쁨도 여기에 그칠 것이다."

- 최영해, 《출판대감》(출판문화 제7호 특집), 서울 조선출판문화협회, 1949, p.104

 

휴전 후 1993년 문을 닫기까지 《세계문학전집》(전 100권)과 《중국고전문학》(전 18권)을 비롯해 《전작대표작가선시집》 6종, 《현대음악총서》 7종, 《국문학대계》 8종, 대학교재 28종, 기타 단행본 40종 외에 《박사학위논문집》, 《한국고전문학비평집》, 《정통문학》 등 2,000여 종의 우수도서를 펴냈다.

 

1990년 중반부터 사세가 기울면서 출판사의 경영권과 사옥이 비출판인에게 넘어갔다. 행촌(최영해)은 건강문제로 60년대 초반에 최철해(1927~1993)에게 정음사를 맡기고 경영일선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최철해의 경영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렸으나 그는 81년 11월에 이르러 행촌(최영해)의 아들 최동식(1943~)에게 경영권을 넘긴다. 3대에 걸쳐 65년간이나 대물림한 정음사는, 1946년 이래 수많은 우량도서의 산실이요. 우리 출판문화의 자존심의 상징 같은 구실을 해온 최현동 사옥을 버리고 1973년 서울 중구 충무로 5가로 옮겨 사업을 계속해오다가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해 1993년 8월 막을 내린다.

 

성장을 거듭하던 정음사가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은 선친의 뜻을 잇기 위해 4대 사장으로 취임한 최동식이 1980년에 개발한 2벌식 외솔 타자기가 컴퓨터에 밀렸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향촌(최영해)이 작고한 뒤 최철해와 동식 사이에 벌어진 숙질 간의 경영권 다툼으로 회사가 반분되는 내분을 겪으면서 사세는 더욱 빠르게 기울어져갔다. 무계획하고 방만한 출판경영도 도산의 이유로 작용했다.

 

정음사가 우리 출판발전에 끼친 업적과 영향력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출판인으로서 향촌 최영해는 정음사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출판발전을 위한 공적인 일에도 항상 헌신적으로 발 벗고 나서는 통 큰 지도자적 기질과 성품의 소유자였다.

 

그는 1974년, 조선출판문화협회(현 출협) 설립을 주도했다. 창립총회에서 부회장으로 선출된 이래 무려 7대(1947~1954)까지 연임하면서 김창집 회장과 초창기 출판업계의 기틀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출협 창립 직후에는 그의 사옥 2층을 사무실로 선뜻 내놓기도 했다.

 

이렇게 60여 년 동안 출판문화 향상에 큰 업적을 남긴 정음사는 대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수성(지킴)에 성공하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업계 발전을 위해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 출판계 지도자로서 행촌의 면모는 여전히 빛을 잃지 않고 있다.

 

연재 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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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한국 최초로 통시적인 우리 출판역사를 담은 책으로, 
방대한 자료와 냉철한 분석으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조망한다!

《현대한국출판사》의 저자 이두영은 대한출판문화협회 사무국장, 한국출판협동조합 전무이사 등을 역임했을 뿐 아니라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원광대학교 겸임교수로 25년간 후진을 양성해온 한국출판의 산증인이다. 그는 51년 동안 출판계에 봉직해온 자신의 경험과, 출협의 《25년사》를 비롯해 8개 단체의 역사 12종을 편찬하면서 상고(詳考)하고 집적한 방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이번에 문예출판사에서 현대 한국출판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정리한 《현대한국출판사》를 출간했다. 
이 책은 1945년 광복기의 출판 불모지에서 6·25전쟁이라는 전란을 겪고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출판대국으로 우뚝 서기까지 한국출판이 어떻게 이 모든 시련을 극복하고 고도성장을 이룩했으며, 그 성장동력이 무엇인지 짚어본다. 이처럼 《현대한국출판사》는 올바른 역사인식의 바탕 위에서 과거의 역사적 실체를 올바로 이해하고 그것이 오늘날 출판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또한 한국출판이 겪고 있는 장기적인 침체의 늪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려면 역사연구를 통해 지혜를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출판은 8·15광복 직후에는 조국건설의 방편이었고, 6·25전쟁 중에는 희망을 찾아주는 정신적 지주였으며, 60년대에는 인재양성의 도구였다. 70년대 들어서서는 사회과학 서적 출판으로 지식공급에 앞장섰고, 80년대에는 출판자유 확보 노력이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열었으며, 오늘날에는 IT 영역에서도 선진대열에 진입해 세계화 시대에 영향력을 주고 있다.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은 앞날을 도모하기 위함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훌륭한 우리 출판역사를 되돌아보게 해줄 뿐 아니라 현재의 출판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앞으로도 자랑스러운 출판역사를 만들어나가는 데 작은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정확하고 방대한 자료를 통해 한눈에 보는 한국 출판산업의 발전사, 출판역사를 개척해온 대표 출판인들에 관한 비화(秘話),  교과서 출판의 역사, 출판유통시스템과 도매상들에 관한 이야기, 잡지의 진화 과정,  상업출판과 베스트셀러, 출판의 디지털 혁명에 관한 전망 등을 총망라한, 진정한 역사서로서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도 많이 담은 책이다. 부록으로 1945년에서 2010년까지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모두 수록하고 있기도 하다. 
《현대한국출판사》는 일본어로 번역되어 2015년 7월, 일본  미디어펄 출판사에서 한국과 동시출간되었으며, 중국에서도 출판계약을 맺고 현재 번역 준비 중이다.  

이 책의 집필의도와 목표

① 종합적으로 출판역사를 다룬 최초의 역사서로 도서, 잡지와 교과서, 전자출판을 모두 아우르는 총체적 출판통사를 목표로 삼았다. 
② 출판활동의 산물인 책의 역사를 평가하고자 했다. 
③ 출판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우리 출판이 어떻게 산업화 과정을 밟아왔으며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완해나가야 할지 생각해보고자 했다. 
④ 사회·경제발전이 어떻게 출판활동을 변화시켰는가 하는 것과 출판이 우리 사회·경제 발전에 기여한 바를 규명해 출판의 기능과 역할, 책임을 사회·경제사적으로 살펴보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 
⑤ 출판의 기술 발달사를 고찰하고 전자책 시장의 성장 추이와 미래도 살피며 출판산업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고자 했다. 
⑥ 우리 출판사(史)를 장식한 걸출한 인물들의 창조적인 업적을 집중조명하고자 힘썼다.(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이미 작고했거나 완전히 은퇴한 출판인들 가운데서 1960년 이전에 출판에 손을 대기 시작한 인물만을 대상으로 한정했다.)
⑦ 우리 출판문화의 정체성을 규명하고자 했다.

 


■ 차례

 

책머리에

 

제1장  현대 한국출판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출판의 역사적 기저
연구방법론 

 

제2장  조국건설의 깃발을 든 출판인들
격동과 혼란의 해방공간
현대출판의 역사를 개척한 출판인들
연부역강한 신진 출판세력들
지방에서 몸을 일으킨 출판인들
열정의 시대, 광복기의 출판환경
해방기의 출판활동과 출판계
교과서 출판으로 시작한 현대출판
백가쟁명의 잡지계
일원공급 체제를 갖추어가는 출판유통시스템
출판시장의 기반을 넓혀가는 독자층 

 

제3장  전쟁의 참화를 딛고 새로운 출발
시련과 좌절로부터의 탈출을 위한 몸부림
파탄에 직면하는 출판계
전쟁의 폐허 속에 탄생한 출판인들
신화를 써가는 신예 잡지인들
출판유통시스템은 어떻게 붕괴되었는가
50년대 출판의 한계와 기대 

 

제4장  출판의 대중화 시대 개척
혁신과 도전, 돌파구를 열다
간섭과 자율의 틈바구니에서 성장하는 출판문화
진화하는 잡지출판 

 

제5장 출판산업화에의 열망
혁신전략으로 자력갱생을 도모
출판의 과학화와 장기발전 전략의 실현
문화공보부 신설과 출판정책 

 

제6장 상업출판 시대의 화려한 개막
‘이륙’하는 출판산업
세계 10대 출판대국 진입
민주화 시대의 잡지진화
출판산업의 전환기적 상황과 대응
정보 네트워크형 출판유통시스템의 시도와 실패
다매체 경쟁 속의 독서 실태 

 

제7장 한국출판 선진화의 길
세계화 시대의 미래전략
혁신의 당면과제와 방향

도표 차례
참고문헌
부록-베스트셀러 목록(1945~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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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엿보기


■ 우리나라 주요 산업이 정부 주도 공업화와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의해 발전해온 것에 비하면 우리 출판은 이렇다 할 정부 지원 없이 순전히 우리 출판인들만의 힘으로 자력갱생을 도모해 오늘의 놀라운 업적을 이룩했다는 점에서 더욱 이채롭다. 그렇다면 우리 출판산업이 이렇게 비약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과 요인은 무엇인가.  (…)  모험과 도전정신을 발휘해 빛나는 역사를 창조한 출판인들의 투철한 철학과 예지, 탁월한 지도력과 용기가 없었다면 이와 같이 빛나는 역사는 이루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출판된 책들의 다양성, 출판 형태의 창의성, 그리고 지성과 감성의 세계적 교류에 어느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큰 성취를 이루어냈다.  -<제1장 현대 한국출판을 어떻게 볼 것인가>, 25쪽

■ 서적소매상 업계를 보면 (…) 1948년 4월 현재 남한에만 525개 서점의 명단이 파악되고 있다. 신속하게 서점망이 확보된 셈이다. 당시 인구비례로 보면 서점 수는 약 3만8,000명당 하나 꼴이다. 당시의 소득수준이나 문자해득률, 독서인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2만6,500명당 서점 하나가 있는 오늘의 현실(2010년 현재)에 비해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  이만한 수의 서점이 짧은 기간에 생겼다는 것은 당시 출판업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발전해가고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징표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제2장 조국건설의 깃발을 든 출판인들>, 145쪽

■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시기에 피난지에서 잡지를 발행한다는 것은 기적을 낳는 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쇄시설은 고작 타블로이드판 4쪽짜리 신문도 제대로 발행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글을 쓸 수 있는 필자들도 산지사방으로 피난 중이라서 원고수집도 지극히 어려웠다. 그런데도 몇몇 잡지가 날개 돋친 듯이 팔리는 이변을 낳았다. 광복 이후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혼란스런 잡지계 분위기에 비해, 내용도 충실해지고 쪽수라든가 용지의 향상 등 체제도 갖추는 등 면모를 일신한 잡지출판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신태양》이나 《희망》은 종합지를 지향하면서도 오락이나 읽을거리를 많이 게재했다. 그러니까 이 두 잡지는 대중오락지라 할 수 있는데 창간되자마자 놀라운 판매성적을 보였다. 《학원》과 《사상계》도 독자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아 그 역사가 70년대까지 이어지면서 잡지의 위상을 뛰어넘어 한국 문화의 가장 창조적인 실체가 된다. -<제3장 전쟁의 참화를 딛고 새로운 출발>, 257쪽 
  
■ 정부수립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엔 ‘금서(禁書)’가 무더기로 생겼다. 사회주의 이론서나 그 비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납(월)북 학자와 문인들의 저작물까지 출판, 휴대, 보관조차 금지시켰다. ‘금서’ 딱지가 붙은 이런 유(類)의 책은 읽어서도 안 되고 심지어는 그 저자의 이름조차 함부로 거론해서는 안 되는 매우 위험스러운 대상이었다.  (…)  언론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던 80년대의, 출판을 통한 반(反)독재 민주화운동은 출판계의 새로운 인력으로 투입된 해직기자와 제적생 출신들로 형성된 이른바 ‘운동권’ 출신 젊은 출판인들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당연히 혹독한 희생이 뒤따랐다. 문민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끊임없이 야기된 압수와 구금, 출판사의 등록취소 조치에 대항하며 벌였던 출판자유의 쟁취와 출판영역을 확대시키기 위한 극열한 투쟁은 출판활동의 차원을 넘는 민주화운동, 바로 그것이었다. 이와 같은 ‘출판 민주화운동’의 흐름은 시간적 차이를 두고 단계적으로 변화, 발전되었다. -<제6장 상업출판 시대의 화려한 개막>, 377~378쪽

■ 선진국이란 출판산업의 경쟁우위를 장악하고 있는 나라를 가리킨다. 선진국이 되려면 강해야 한다. 강하다는 것은 출판활동의 양과 질적인 면에서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끌어갈 힘을 말한다. 그 힘은 곧 핵심경쟁력이요 성장동력이다. 어떻게 하면 세계 출판시장에서 명실공히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① 출판환경 변화의 의미를 올바로 파악해 패러다임을 바꾸고, ②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워, ③ 그 전략을 실현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전술을 운용할 수 있도록, ④ 우리 실정에 맞는 독창적인 발전 모델을 실천하는 것이다. -<제7장 한국출판 선진화의 길>, 459~460쪽

 

 

■ 지은이 소개

 

이두영李斗暎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출판학을 전공했다. 1964년 4월 출판계에 입문한 이래 만 51년간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 겸 사무국장, 한국출판협동조합 전무이사, (주)북센 전무이사, (주)메타북스 대표이사로 봉직했다. 그사이에 한국문헌번호(ISBN, ISSN) 운영위원, 한국도서보급(주) 감사, (재)출판도시문화재단 기획위원, 범우출판문화재단 상임이사, 유네스코아시아문화센터(도쿄) 도서개발전문위원, 국제출판협회 국제위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원광대학교 겸임교수로 25년간 후진을 양성하면서 경험을 이론화하고 이론을 실무에 접목하며 저술활동을 해왔다.

│저서│
《구미의 출판유통》(1982), 《출판상황론》(1990), 《세계의 출판》(1991, 공저), 《출판유통정보시스템 구축방안》(1992), 《출판유통론》(1993), 《정보화 시대의 출판마케팅 전략》(1999, 번역), 《우리출판 100년》(2001, 공저), 《독일의 통일과 출판시장 통합연구》(2006, 편저), 《러시아 출판산업 혁신의 성과와 전망》(2007, 편저), 《서점정보화 및 관리》(2007, 공저)와 여러 출판단체사 등 출판연구서 28권을 집필했다. 

■ 일본 출판미디어 펄 통신 NO. 56 (한국어 번역문)

 

《한국출판발전사》(1945~2010), 이두영 저, 다데노 아키라(舘野 晳) 역

이 책의 집필 동기는, 1945년의 광복이후 현재까지 출판의 역사를 ‘현대’로 보고, 지금까지 70년간의 한국출판이 어떻게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이룩했는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 성장동력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런 성장요인을 어떻게 현재에 되살릴 수 있는가에 대해서 역사인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


첫째, 도서, 잡지, 교과서, 전자출판과 유통과 독서추진운동을 두루 망라한 출판통사를 겨냥했다. 이와 같이 종합적으로 한국출판의 역사를 다룬 역사서는 이것이 처음일 것이다.


둘째, 출판활동의 산물인 서적의 역사를 평가하려고 힘썼다. 책은 언제나 특별한 존재였다. 책은 시대의 거울이며 그 시대 문화의 결정체이므로, 책에 의해 형성된 그 시대의 출판문화는 그 시대 정신을 나타내는 역사 자체인 것이다.


셋째, 출판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한국출판이 어떻게 산업화과정을 거쳤는가,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완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를 다각적으로 탐구했다. 시장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다이내믹한 움직였고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했다.


넷째, 사회·경제발전이 어떻게 출판발전을 변화시켰는가, 출판이 우리 사회·경제발전에 기여했는가를 규명하고, 출판의 기능과 역할, 책임을 사회·경제사적으로 살피는 기회로 삼았다.


다섯째, 출판기술발달사이다. 이 또한 중요한 역사적 테마이므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대상이기 때문에 활판인쇄로부터 디지털혁명에 이르는 과정에서 출판·편집·제작기술 발전과 유통혁신, 인터넷보급에 따른 문자정보의 유통체계 확산 및 그 시장의 성장과 미래전망도 주의 깊게 살폈다.


어떠한 경우에도 역사의 주인공은 인간이다. 빛나는 한국출판사를 장식한 걸출한 인물의 창조적 한국출판의 아이덴디티를 규명하려고 한 것도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였다.


이 책이 한국의 현대출판 역사를 이해하고 어려움에 직면한 출판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자그마한 실마리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 책이 저자의 친구인 다데노 아키라(舘野 晳)씨의 번역으로 일본의 출판관계자들에게 읽히고, 출판의 미래를 생각하는 다딤돌이 될 수 있다면 다행이다.

- 값 : 5,000円

■ 일본 출판미디어 펄 통신 NO. 56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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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꿈을 향한 정열, 명석한 두뇌, 억만 장자, 꽃 같은 외모, 지고지순한 사랑과 순수한 마음까지. 아... 뭐하나 빠져보이지 않는 위대한 개츠비에게도 부족한 것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고달픈 서민의 마음입니다. 서민의 삶은 언제나 단조롭고 지루합니다.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고,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고, 공부와 휴식을 반복합니다. 일상은 언제나 반복의 연속입니다. 그 반복 속에서 작은 기쁨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 서민의 마음이고 삶이 아닐까요? 하지만 개츠비는 다릅니다. 항상 앞으로만 나가야 합니다. 돈을 벌고, 지적이게 보이기 위해 옥스퍼드 대학을 다니고, 지구 끝까지 가서라도 사랑하는 여자를 잡아야 합니다. 개츠비에게는 그리워할 과거도 휴식도 없습니다. 전진 또 전진 뿐입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쓰고보니 기업가들의 흔한 성공 신화와 개츠비의 삶이 매우 유사해 보이네요. 앞만 보고 사는 개츠비의 뒤에는 슬그머니 고독이 찾아와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개츠비의 영혼에 술을 붓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고독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말이죠. 개츠비의 전진 뿐인 삶을 동경하신 적이 있나요? 만약 있다면 그리고 그렇게 살고자 하셨다면 고독이 마음을 망치기 전에 잠시 멈춰서 개츠비의 고독과 개츠비가 알고 있어야 했던 작은 일상의 소중함을 알아보세요.

지난 미리보기는 아래 링크를 이번 화는 스크롤을 아래로 내려주세요.

 

 

1화 나만의 인생 이야기를 쓰고 싶을 때 알아야 할 지식 - 신화(이야기)는 왜 힘을 가지는가
- 링크 : http://goo.gl/1zQExc


2화 악마 이야기와 위대한 창의력의 관계
- 링크 : http://goo.gl/UST0AD

3화 가족과 이야기의 중요함을 알린 센트럴파크 살인 사건
- 링크 : 
http://goo.gl/YSXqxy

부록. "삶을 치유하는 이야기(신화)의 힘을 말하다" - 마케터 리뷰

- 링크 : http://goo.gl/R0xA3j

그럼 즐거운 독서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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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신화'라는 단어는 '교훈이 되는 이야기'라는 단어로 바꿔서 읽어도 내용 이해에 무리는 없으며, 미리보기로 보여드리는 내용은 도서의 내용을 요약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본문 안 "재즈 시대"는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었던 시대로 미국식 이상 사회를 뜻합니다. 모두가 평등하고,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고, 정치적인 규제도 거의 없는 세상을 의미하지만, 물질만능주의를 대변하기도 합니다. 많은 외국인과 서민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었지만 특별히 세상이 더 좋아지진 않았다고 하네요. 이런 이유로 나오는 재즈 시대는 물질만능주의 시대로 읽으시면 됩니다. ​^^

 

_문예남 올림

 


 

 

 

위대한 개츠비의 고독

 

피츠제럴드는 재즈 시대에 사람들이 고독한 것은 진정한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국인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면, 자신이 기분대로 한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길 독립성과 자유를 빼앗겼다고 느낀다. 개츠비의 꿈은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한 사람들이라는 바위에 부딪혀서 침몰했다. 피츠제럴드는 특히 경솔한 톰(데이지의 남편)과 데이지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한 사람이 누구인지 보여준다.

 

"톰과 데이지는 경솔했다. 모든 물건과 살아 있는 것을 뒤죽박죽으로 만든 다음, 돈이나 어마어마한 경솔함 혹은 그것들을 한데 묶어주는 것 뒤에 숨고, 뒤처리는 모두 남에게 맡겼다."

 

피츠제럴드는 거의 모든 페이지에 '무관심한'이란 단어를 썼다. 이야기 끝 무렵 개츠비가 살해된 뒤에, 닉은 우리에게 그가 반복해서 꾼 몽환적인 꿈을 이야기한다.

 

그곳은 엘 그레코(왜곡되고 늘어진 형상, 매끄러운 표면, 인체를 길게 늘인 표현 등이 특징인 화가)가 그린 밤 풍경처럼 보인다. 음산한 하늘과 침침한 달, 평범하면서도 괴기스러운 집 100여 채, 예복을 입은 근엄한 남자 넷이 흰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술에 취한 여자를 들것에 싣고 인도를 따라 걸어간다. 들것 밖으로 드러난 여자의 손은 장신구로 차갑게 번쩍인다. 남자들은 엄숙하게 한 집 안으로 들어갔지만, 엉뚱한 집이었다. 모두 그 여자의 이름도 모르고, 무관심했다.

 

개츠비가 되풀이해서 꾼 꿈은 강박적이고, 불안하며, 술에 취해 소란을 떨던 피츠제럴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개츠비는 자기 집이 없었다. 그 꿈은 개츠비가 영원히 집 없이 외롭게 살리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한 사람들이 개츠비를 데리고 간다는 점이다. 우리도 속으로는 개츠비에게 무관심할 것이다. 이 책에서 죄와 타락의 관념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심'이란 단어는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관심'은 다른 사람을 동정하는 능력이며, 더 깊은 차원에서 의사소통하고,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다. '관심'은 프로이트의 에로스 신화와 상당한 관련이 있다. 톰과 데이지는 관심을 표현하고 인간의 잔인함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자비를 몰랐다.

하이더게는 관심이 존재의 기초라고 생각했다. 관심이 없다면 우리는 움츠러들고, 자기 자신도, 의지를 행사할 능력도 상실한다. 때때로 피츠제럴드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느끼지도, 소통하지도 못하는 원죄라고 암시한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면, 그 사람의 가장 깊은 감정과 욕구에 폭력을 행하는 것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피츠제럴드는 '말할 수 없는' '표현할 수 없는' '전달할 수 없는'이란 표현을 자주 쓴다. 그는 말하기 어려운 것을 말하려고 몸부림친다. 또 소용돌이치는 작은 지구에 사는 인간은 서로 사랑하기를 갈망하지만, 완벽하게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하려고 애쓴다. 개츠비는 자기 집 수영장에서 총에 맞기 한 시간 전, 마지막 날 이상한 아침 식사 자리에서 전날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개츠비는 "데이지가 톰과 결혼할 때 잠깐 톰을 사랑했고, 그 후에는 자신을 더 사랑했다"고 믿으려고 애썼다. 실제로 개츠비는 한쪽 귀를 전화기에 댄 채, 데이지가 전화를 하거나 애정의 징표를 보내지 않을까 기다렸다.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닉이 개츠비의 집을 떠났다. 하지만 돌아서서 잔디밭을 가로질러 개츠비에게 외쳤다. "다 썩었어... 그 망할 인간들을 다 합친 것보다 당신이 나아." 닉은 항상 말했다. "그렇게 말한 것이 기쁘다. 그것이 내가 개츠비에게 한 유일한 칭찬이니까." 닉은 말했다. "개츠비는 내가 대놓고 경멸하는 모든 것을 대표한다." 하지만 닉은 개츠비를 칭찬했다.

라오콘(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폴론 신전의 사제. 트로이전쟁에서 그리스 군이 남긴 목마가 간계라는 것을 알아내는 바람에 신의 노여움을 사서 두 아들과 함께 죽었다.)은 피츠제럴드의 양면이다.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에서 자신의 양면을 나란히 보여준다. 정직하고 감수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피츠제럴드는 재즈 시대 사회 풍조와 싸웠다. 피츠제럴드는 1920년대를 지배한 죄와 지옥이란 주제를 명확하게 보았지만, 동시에 자신이 미워하던 것들에 유혹되었다. 《위대한 개츠비》가 통렬한 것은 이 때문이다.

피츠제럴드 소설의 주제는 고독이다. 개츠비의 파트에서 사치스럽고 방탕한 음악과 춤과 술이 넘쳐나는 동안, 사람들은 전혀 소통하지 못했다. 그 파티들은 "서로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열광적인 모임"일 뿐이었다. 개츠비가 현관에서 떠나는 손님들에게 "한 손을 들고 의례적으로 작별 인사할" 때, "돌연히 알 수 없는 공허감이 창문과 커다란 문에서 흘러나와 집주인인 개츠비가 너무나 고독해 보였다."

​닉은 뉴욕을 배회하면서 그 외로운 분위기를 민감하게 느꼈다. "마법에 걸린 대도시의 황혼에서 나는 때때로 엄습하는 고독을 느꼈다. 그 고독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느껴졌다. 가엾은 젊은 사무원들은 쇼윈도 앞에서 빈둥거리다가 식당에서 고독한 저녁 시간을 맞이한다. 그러면서 밤과 삶의 가장 짜릿한 순간을 흘려보낸다." 플라자 호텔에서 결전이 벌어진 뒤, 닉은 갑자기 그날이 자신의 생일이었음을 기억한다."서른 살 - 그것은 독신 남자로서 알아야 할 일의 목록이 얇야지며, 열광이 든 가방의 부피가 줄어들고, 머리숱이 적어질 고독한 10년의 미래를 약속했다."

​하지만 《위대한 개츠비》에서 가장 고독한 사람은 좋아하지도 않는 환상적인 파티를 연 제이 개츠비다. 처음 보았을 때, 개츠비는 해 질무렵 자기 집 잔디밭에 홀로 서서 롱아일랜드 해협 건너편 데이지의 선착장에 반짝이는 초록 불빛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 자신의 장례식 때까지 개츠비는 고독의 표본이다. 개츠비는 자신이 고독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이 사실이 그가 고독했다는 것을 더 분명하게 말해준다. 개츠비에게 고독은 성격이요, 존재의 상태였다. 왔다가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었다. 세상에서 개츠비만큼 정력적인 사람은 없었다. 개츠비는 제 힘으로 성공한 사람이지만, 마음속으로는 모든 사람과 깊은 관계를 끊었다. 개츠비의 저택에 들어왔다 나간 사람들도 파티와 전혀 상관없는 목적을 이룬 셈이다. 파티는 데이지를 개츠비의 집에 데려오기 위해서 연 것이다.

개츠비의 저택에서 사람들이 개츠비의 시신을 관에 눕히자, 닉의 귀에는 애원하는 듯한 개츠비의 음성이 들렸다. "어이, 자네, 사람 좀 데려와... 나 혼자선 여길 못 지나가겠어." 닉은 죽은 개치비를 안심시켰다. "알았네, 내가 자네를 위해 사람을 데려올 테니 걱정 말게. 내가 사람을 데려올게."

​닉이 여기저기 전화를 걸고 장의차 세 대가 30분을 더 기다렸지만, 장례식에서 개츠비가 느꼈을 마지막 외로움은 한마다로 요약할 수 있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데이지는 조전(관에 넣는 가짜 돈), 꽃 한 송이 보내지 않았다. 이슬비까지 내려 무덤 주위는 더 쓸쓸하게 보였다. 단지 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미국의 꿈이 땅에 묻힌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신화(아메리칸 드림, 물질만능주의)가 무덤에 묻히는 순간이었다.

개츠비의 무덤 근처에 모인 작은 무리 중에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개츠비의 파티에서 취한 남자 가운데 한 명이 장례식에 나타난 것이다. 그 남자가 깜짝 놀라서 외쳤다. "이건 말도 안 돼! 파티에는 몇 백 명씩 모이더니만!" 지금 모든 독자가 하고 싶은 말을 덧붙였다. "불쌍한 놈!" 개츠비의 장례식은  《세일즈맨의 죽음》에 나오는 윌리 로먼의 장례식과 비슷했다. 실제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논의할 몇몇 사람조차 없었다는 점을 배면.

피츠제럴드 자신이 이 깊은 고독을 느꼈다. 개츠비가 전전긍긍하며 뛰어다니고, 강박적으로 술에 취한 것도 그 고독을 극복하려는 자기 파괴적 노력이었다. 사실 재즈 시대 전체에 걸쳐 그 뿌리 없음이 존재한다. 미국인은 1930년대 대공황을 경험하고야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고, 서로 소외되고 삶의 근원에서 고립된 채 사는 우리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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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단조로움" 개츠비가 알았어야 할 시시포스 신화

이 절망의 순간에 새롭지만 영원한 고전 신화가 필요하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이 상황에 들어맞는 유일한 신화다. 시시포스 신화는 미국의 꿈을 대놓고 반대한다. 또 진보를 부정하고, 제자리에 머물며,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날마다 모든 행동이 똑같고, 단조롭고 지루하며 힘들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시시포스 신화의 중요한 의미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시시포스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이 신화에서 시시포스는 자신과 제우스, 자신과 운명 사이의 모든 순간을 의식한다. 시시포스는 신들을 속인 죄로 제우스에게 처벌받는다. 호메로스는 그런 시시포스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수없이 지친 발걸음을 디디고, 수없이 신음하면서,

시시포스는 거대하고 둥근 바위를 산 위에 올렸다.

그 거대하고 둥근 바위는 요란하게 덜컹거리며

굴러 내려왔다.

그런 다음 호메로스는 "불쌍한 시시포스"가 "자신의 귀를 기쁘게 하는 즐거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때때로 사람들은 시시포스 시화를 매일 정점까지 떠올랐다가 지는 태양 이야기로 해석했다. 인간의 삶에 돌고 도는 태양의 운행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개츠비를 생각하면 모든 인간이 단조로움을 견뎌야 한다는 사실에 서글퍼진다. 재즈 시대 사람들은 이 우울한 생각을 부정하려고 술 취하고 춤추고 파티를 열면서도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몸부림쳤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이 단조롭다고 느낀다. 살아 있는 모든 순간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이것이 가장 단조로운 일이다. 하지만 불교 신자들과 요가 수행자들은 이렇게 숨을 쉬는 데서 종교적 명상과 무아지경에 이르는 길을 마련했다.

시시포스는 죽음을 지우려고 한 창조적인 사람이다. 시시포스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항상 더 나은 삶을 창조하는 데 헌신했다. 시시포스는 절망적인 상황에도 전진한 영웅의 본보기다. 인간에게 절망에 맞서는 능력이 없었다면, 베토벤이나 렘브란트, 미켈란젤로, 단테, 괴테 그리고 문화를 발전시킨 다른 위인들은 없었을 것이다.

​시시포스의 의식은 사람됨의 특징이다. 시시포스는 생각하는 갈대다. 목표를 세울 수 있고, 환희와 고통을 알며, 절망과 단조로움을 분간하고, 처벌받으면서도 바위를 굴리는 단조로운 일로 저항할 수 있다. 시시포스가 무엇을 상상하고 생각하며 바위를 굴렸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각각의 행위가 조화를 원하는 신들에게 반항한 것이었음을 한다. 그게 아니라면 참회의 행동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은 우리가 만들어낸 상상이자 의도며, 인간적인 믿음이다. 시시포스는 저 위대한 신을 위해 부적절한 신들에게 반항한 영웅 가운데 하나다. 프로메테우스와 아담, 미국인의 신화와 신들이 모두 그런 영웅이다. 시시포스가 그랬듯이 자기 임무를 깨닫는 영원한 능력에서 바위와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날 용기가 나온다.

게다가 시시포스는 바위를 굴리면서 여명을 알리는 분홍색 조각구름을 보았거나, 바위를 굴리고 언덕을 내려오면서 가슴을 스치는 바람에 즐거웠을 것이다. 아니면 묵상할 시구를 기억했을지도 모른다. 시시포스는 신화를 생각했음이 분명하다. 그 신화가 없었다면 시시포스는 무의미한 세계를 이해할 수 없었으리라, 시시포스에게는 이 모든 일이 가능하다. 시시포스가 개츠비였다면 과거는 지울 수 없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면서 뒤에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까지 깨달았을 것이다. 이런 상상력을 보면 인간이 받는 역설적인 유죄파녈이 정당하다는 것과 우리가 인간임을 깨닫는다.

시시포스 신화가 균형을 잡고 미국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논리적 대화를 제공하려면, 초록 불빛(개츠비는 데이지의 선착장에서 나오는 초록 불빛을 동경했다.)과 나란히 놓고 봐야 한다. - 동경하는 것과 현실을 나란히 봐야 한다는 뜻 - 시시포스 신화는 사람이 교만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이며, 허레이쇼 앨저 신화가 사람을 타락시킬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시시포스 신화는 약속의 땅을 그만 착취하고, 그들의 목적을 곰곰히 생각하고 목표를 분명하게 한다.

확실히 개츠​비에게는 시시포스 신화가 없었다. 시시포스 신화를 보면 개츠비의 꿈이 무너진 까닭을 이해할 수 있다. 도 미국인의 절망을 상쇄하고, 그 절망을 건설적으로 사용할 뉴에이지 사상을 받아들이며, 황홀경에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인간의 삶 자체가 개츠비의 꿈이나 미국의 꿈(아메리칸 드림)보다 훨씬 심오하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피로와 죽음의 과거 속으로 얼마나 물러났든지 우리는 무아경의 사상에 빠져서 이상하게 생각했고, 슬픔과 신랄함을 경험했다. 잠깐 죄책감 대신 슬픔을, 불안 대신 환희를 느낄 것이다. 신화에서 보듯이 영원이 시간 속으로 뚫고 들어올 때, 우리는 인간 의식의 의미를 깨닫는다.(삶의 진실이 우리 현실로 들어올 때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의미)

이렇게 시시포스 신화는 무의미했을 우리의 수고를 의미 있게 한다. 또 우리의 일상적인 노동에 빛을 비추고, 단조로운 삶에 활기를 제공한다. 우리가 앞을 막는 파도를 향해 노를 저어 가거나, 공장에서 로봇처럼 일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말로 표현하기 위해 날마다 분투하거나 시시포스 신화는 빛과 활기를 제공한다.

시시포스 신화는 미국의 꿈(아메리칸 드림, 물질만능 주의)에 대한 최고의 도전이다. 사람은 의식이 진보하건 그렇지 않건, 초록 불빛이 있건 없건, 데이지가 있건 없건, 세계가 분열하건 그렇지 않건 그것을 인식해야 한다. 아니 그렇게 할 운명이다. 우리의 작은 규칙이 쓸모없을 때, 의식은 우리가 파괴되지 않게 지켜준다.

이 때문에 알베르 카뮈는 시시포스에 대한 수필을 다음과 같이 끝맺었다.

"우리는 반드시 시시포스를 기쁘게 생각해야 한다."


 

 

미국에서 나는 가장 행복한 환경에서 가장 자유로운 최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보았다. 그런데도 그 사람들은 항상 우울한 표정이었고, 기쁜 일이 있어도 심각하고 슬퍼 보였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 알렉시 드 토크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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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이번 미리보기에서는 가족과 이야기의 중요함을 알려주는 하나의 사건을 소개합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큰 사고를 친다는 내용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쉽게 해소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신화, 즉 교훈이 되는 이야기를 전달해주지 않고 유대를 맺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어떤 사고라도 일으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라고 할지라도요. 지난 미리보기는 아래 링크를 이번 화는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세요.

1화 나만의 인생 이야기를 쓰고 싶을 때
- 링크 : http://goo.gl/1zQExc


2화 악마 이야기와 위대한 창의력의 관계
- 링크 : http://goo.gl/UST0AD

그럼 즐거운 독서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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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신화'라는 단어는 '교훈이 되는 이야기'라는 단어로 바꿔서 읽어도 내용 이해에 무리는 없으며, 미리보기로 보여드리는 내용은 도서의 내용을 요약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_문예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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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이야기의 중요함을 알린 ‘센트럴파크 살인 사건’

 

신화(교훈이 되는 이야기)는 주로 가족이 전수하고, 우리 사회의 신화를 처음 알려주는 것도 가족이기 때문에, 1986년 여름 열아홉 살 로버트가 센트럴파크에서 열여덟 살 제니퍼를 목 졸라 살해한 사건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윤리적 가치가 메마르고 있다면 신화가 메말랐기 때문임을 다시 생각했으면 한다.

 

두 젊은이(로버트, 제니퍼)는 부유한 가정 출신으로 우수한 예비학교에 다녔고, 방대한 뉴욕 문화를 접했다. 두 사람 모두 이혼으로 갈라진 가족 출신이고, 다 가겼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경험하지 못했다. 믿을 만한 가정 생활이다. 제니퍼도, 로버트도 부모와 끈끈하게 이어지지 못했다. 사회 적응을 돕는 종교의 영향이나 인간적 결심에 신비한 힘을 부여하는 윤리적 결속을 경험하지 못했다. 살인이 일어난 밤, 두 사람은 어느 술집에서 열린 모임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두 사람은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했지만, 싫증이 났다. 둘은 섹스하려고 센트럴파크로 걸어 들어갔다. 로버트는 제니퍼가 자신의 성기를 물어뜯으려고 해서 브래지어 끈으로 목 졸라 죽였다고 주장했다.

 

맨해튼 사립 탐정 조앤 패럴의 달은 로버트, 제니퍼와 같은 학교에 다녔다. 조앤은 이 범죄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애들이 그렇게 행동한 것은 술집 주인보다 부모가 혼나야 해요. 이런 애들은 흔히 귀한 줄도 모르고 받기만 하죠. 이 애들에게 20달러 지폐 한 장 주고 “주말 즐겁게 보내라”고 하기는 쉽죠. 그것이 내 달 세대의 가장 큰 몰락이라고 생각해요.

 

시카고 정신과 의사 로이 그린커는 이 사건에 대해 “돈이 모든 악의 뿌리는 아니지만, 부모가 돈이 없으면 자식을 몸으로나 마음으로 돕지 못합니다”라고 말했다. 맨해튼에 있는 뱅크스트리트학교의 심리학자 버니스 버그 박사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모가 자신이 쓸 수 있는 것보다 많은 돈을 벌려고 자기 시간의 90퍼센트를 보내고, 정작 가족을 위해서는 5퍼센트를 보낼 때, 이런 가치관은 자녀에게 전수된다. 즉 가족 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돈을 벌고 돈을 가지고 돈을 쓰는 일만 중요하다고 자녀를 가르치는 것이다.

 

로버트와 제니퍼의 단골 술집 주인은 살인 사건이 있던 밤, 두 젊은이와 친구들이 껴안고 애무하고 싶어 했으며, 자기들을 좋아하고 애정을 표현해줄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 하더라고 말했다.

 

신화적 의미에서 볼 때, 두 젊은이는 돌아갈 집이 없었다. 말리노프스키가 주장한 대로 “신화는 도덕성을 지키고 강화한다.” 신화가 엇다면 도덕성은 무너진다. 로버트와 제니퍼는 반항할 어떤 신화 양식이나 윤리도 없었다. 마음과 영혼이 거할 집! 로버트와 제니퍼에게는 그 집이 없었다. 눈에 보이고, 돈으로 사고팔 집은 있었지만, 신화 없는 진공상태에서 두 사람이 윤리적으로 불안정하게 성장했다는 말은 옳다. 로버트가 범죄 사건을 재현하며 "난 집에 가고 싶었어요"라고 되뇌는 모습에 깊은 연민을 느낀다. 하지만 신화적 의미에서 볼 때 로버트는 집이 없었다. 이 살인 사건에 대한 설명은 신화가 사라지고 영성이 메마른 우리 사회, 돌아갈 집이 없어진 우리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일 수 있다.

 

《사랑과 의지》에서 나는 의지 뒤에 소원이 있음을 지적했다. 한 사람이 원한다고 해서 다 목표가 되지 않지만, 더 깊은 인간 동기 단계에는 동경이나 갈망, 열망, 아니 그 밖에 무엇이라고 부르든지 반드시 소원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의지는 외부에서 주어질 뿐, 결코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확신이 있을 때 의지대로 한 행동이 효과가 있다. '소원'은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내적 감정과 관련 있는 희망, 동경, 상상, 믿음을 포함한 인간 의식 영역의 일부다. 예를 들어 '익명의 금주동맹(술중독자 모임)' 회원이 되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확신에도 소원이 있다. 중독자들은 온몸과 마음으로 중독 습관을 고치고 싶어야 한다.

 

소원, 동경, 갈망, 신화(교휸이 되는 이야기) 만들기... 이 모든 인간 의식 활동은 여전히 가장 중요하다. 그러므로 이런 활동이 없는 해결책이나 원칙을 가르치려 한다면 실패할 것이다. 소원과 희망은 꿈을 꾸고 신화를 만들 때 나온다. 델모어 슈워치가 일깨운 것처럼 "꿈을 꿀 때 책임감이 생긴다." 우리는 덜 시적일지라도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다. 신화에서 윤리와 열망이 생겨난다. 한 현자는 "내가 신화를 만들 수 있다면, 누가 한 사회의 법을 만들든지 상관없다"고 말했다.

 

 

신화는 신념을 표현하고 강화하며 정리해준다. 또 도덕성을 지키고 향상시킨다. 신화는 사람들이 관습적으로 하는 행동의 효능을 보증하고, 사람을 지도하기 위한 실제적인 규칙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신화는 인류 문명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신화는 무의미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류 문명에서 큰 역할을 담당한 능동적 힘이다.

 

브로니슬라프 말리노프스키, 《마법, 과학 그리고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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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종교의 다양성 - 윌리엄 제임스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재고찰
찰스 테일러 지음, 송재룡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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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마케터 리뷰

 

 

"종교를 믿는 태도가 개인주의적인 태도와 유사하다면?"

 

가끔인지 자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살다보면 '내 가치관에 다른 사람이 간섭할 권리는 없어!'라는 말을 듣게 되거나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고 생각하신다면 이 책이 말하는 내용을 일단 흥미롭게 보실 수 있습니다.(그러나 출판사 직원으로서 참 말하기 싫지만 내용이 어려워 쉽게 읽을 수 없더군요. 순도 99.9% 학술서입니다.^^) 아무튼이런 개인주의적인 혹은 가치관을 다양하게 인정하자는 태도가 종교를 믿는 태도와 유사하거나 기원이 되는 태도라면 어떨까요? 심지어 종교 부흥에 기여했다면요? 조금 더 흥미가 생기실까요?

 

이 책은 윌리엄 제임스의 저서이자 종교학 분야의 고전인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을 다시 바라본 책입니다.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을 간단히 알고자 하신다면 제목 앞에 '개인의'만 붙여주시면 됩니다. 개인이 종교를 '강렬하게' 경험하는 방식은 다양하고 각각의 경험은 고유하다는 것이죠. 좀 과하게 표현하면 '해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마'나 CF의 유행어인 '니들이 게맛을 알아'와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상태지요.

 

그런데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철학자라고 말해지는 찰스 테일러가 나온지 100년도 넘은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적 경험의 다향성》을 왜 다시 보고 있는 걸까요? 사실 찰스 테일러의 개인적인 사정까진 모르겠지만 그저 책이 좋아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찰스 테일러는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을 통해 오늘날의 종교와 사회를 다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테일러는 제임스가 100년 전에 오늘날의 개인주의 사회를 본 사람이라고 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제임스는 사람들이 종교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교리나 사회 문화가 아니라 개인적인 '강렬한' 종교적 경험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예로 '36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를 했더니 시험에 합격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기도라는 '강렬한' 종교적 경험 때문에 앞으로도 종교 생활을 영위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 경험을 공유하려고 하겠죠.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한 사람이 성공했다고해서 다른 사람이 똑같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개인의 경험은 때때로 어떤 법칙으로 전해지기도 하지만 그 법칙이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으니까요. 누구누구의 1등 공부법이 모든 사람을 우등생으로 만들어주지 않는 것처럼요. 아무튼 이처럼 개인의 '강렬한' 경험은 개인 고유의 것이고, 누구나가 자신의 인생을 '거듭나게' 하기 위해선 '강렬한' 경험을 개인적으로 할 필요성이 있겠죠. 대충 이런 관점이 제임스의 종교관입니다.

 

사고가 빠르시거나 감정이 예민하신 분은 제임스의 논리에 조금은 불편함을 느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임스는 20세기 초에 사람들은 거듭나기 위해서 개인적이 될 것이다란 걸 예상한 학자였지만, 여러모로 불편한 느낌이 있습니다. 왜냐면 제임스의 말 대로 '개인'이 중심이 된다면 세상은 온통 조각나야하니까요. 사회를 이루거나 국가에 소속되거나 공동체를 이뤄야 하는 목적의식도 불분명해지겠지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마음을 기울이는 정도가 다 다를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런 현상을 '세속화' 되었다고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책 내용을 올바르게 이해했다고 말하긴 어려워서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현상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교의 교리를 실천하며 사는 개인이나 국가의 질서를 따르는 개인의 자리에 개인 행복을 추구하는 종교인이나 개인 영달을 추구하는 정치인이 들어서게 된다구요.

 

개인적으로 종교의 세속화를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은 프로테스탄트(개신교) 윤리와 자본주의의 관계가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이것도 간략히 설명하면 종교혁명 이전(개신교 이전)엔 성직자만 구원을 받거가 구원을 내려줄 수 있었지만 종교혁명 이후엔 모두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단, 이 윤리가 자본주의와 합쳐지면서 자기 직업에 충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란 논리가 만들어졌지만요. 참고로 이 논리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없는 노동자에겐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모로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잠시 다른 곳으로 이야기가 빠져나가긴 했지만, 아무튼 종교가 개인의 행복을 위해 사용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합니다. 그리고 이런 종교관으로 큰 부흥을 이루기도 했구요.

 

이런 세속화 문제 때문에 테일러는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을 다시 볼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처럼 개인과 국가(사회)의 관계가 불편한 세상도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이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적어도100년 전부터 개인의 자발적인 노력(거듭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의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서양의 종교개혁이 원인이 되었든, 종교개혁을 이룬 서양 문물의 수용이 원인이 되었든 간에 말이죠. 그리고 그 결과물로 나타나는 현상이 오늘날의 개인주의와 다원주의라고 찰스 테일러는 말합니다. 개인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가치관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존중도 받게 되었지만 사실 모든 가치를 존중하긴 어려운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나의 종교와 하나의 국가에서 모든 개인이 각자 거듭나며 평화롭게 살 수 있었다면 참 좋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종교 안에서도 개인주의가 성장하고 있고 종교 밖에서는 말할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마이클 샌델과 함께 공동체주의 이론을 연구하는 찰스 테일러는 이 책을 통해 이제는 세속화되고 개별화(원자화)된 종교관과 가치관이 공동체적 사고와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100년 전의 글에서 예측할 수 있는 불안한 미래가 현실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기 때문에 어느 것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다원주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지만 말이에요.

_문예출판사 문예남 올림.

* 위 내용은 《현대 종교의 다양성》 을 통독하고 쓴 내용입니다. 이해 부족으로 책에 대해 잘 못 표현한 부분이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래는 출판사 공식 소개 글입니다.

 

 


 

 

■ 책소개 

 

윌리엄 제임스와의 기발하고 재치 넘치는 상상의 대화

이 책은 자유주의적 공동체주의 철학자인 찰스 테일러가 영국 에든버러 대학에서 진행한 기퍼드 강연을 묶은 것이다. ‘윌리엄 제임스 재고찰 William James Revisited’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1세기 전 하버드대 교수였던 미국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같은 곳에서 강의한 내용을 묶은 기퍼드 강연집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The Varieties of Religious Experience》의 종교철학적 가정과 주요 개념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있는 책으로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 이론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인 찰스 테일러는 자아의 공공선의 개념과 이의 사회적·문화적·역사적 차원을 강조하고, 자아의 자율성과 자유, 권리 등의 개념을 탈(脫)맥락적으로 우선시하는 원자론적 자유주의 입장을 선명히 비판한다. 때문에 테일러는 명실상부하게 공동체주의자로 분류된다. 이러한 공동체주의와 문화적·언어적 전망에 기초하여 찰스 테일러는 일차적으로 제임스의 종교관에 대한 가능성과 한계를 검토하고, 근대가 시작된 후 종교에 대한 이해의 패턴이 어떻게 변모해왔는지 통찰한다. 나아가 종교의 세속화가 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대한 역사학적·종교사회학적 쟁점을 검토하고, 현대 세속사회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위치와 의미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촉발한다. 
현대사회의 종교적 삶은 제임스가 가정하는 개인주의적·감성주의적 종교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테일러는 역사적·종교사회학적 분석을 통해 이처럼 개인의 감성주의적 종교 경험의 중요성과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지평의 논리는 공리주의적·본성 표현주의적 근대 철학의 전망 체계에서 비롯되었음을 통찰한다. 그리고 제임스의 종교 이해로 대표되는 근대 세속주의 종교관, 즉 원자화되고 탈맥락화된 종교관이 사회 공동체적 맥락과 다시 접합되어야 할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 이론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는 책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해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마이클 월저와 함께 공동체주의 4대 이론가로 꼽히는 테일러는 이 책에서 빼어난 통찰력과 해박한 지식으로 현대 세속 사회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위치와 의미를 낱낱이 밝혀준다. 이를 위해 그는 개신교를 비롯해 가톨릭교, 이슬람교, 힌두교와 불교 등 다양한 종교를 탐색한다. 또한 헤겔, 베버, 존 로크, 비트겐슈타인, 카를 포퍼 같은 철학자들, 보들레르, 알브레히트 뒤러 같은 예술가들의 심오한 사상을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낸다. 북대서양과 남아메리카의 종교 전통, 신앙과 불가지론, 성사와 생활양식, 주술화된 세계에서 후기 뉴턴 과학과 일치한다고 간주되는 우주로의 전환 등 장소와 주제의 제약을 뛰어넘어 한 세기 전 위대한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보여준 통찰력의 생생한 느낌을 전달한다. 이 책은 이처럼 종교와 신념, 윤리의 문제에 대한 수준 높은 한 권의 에세이로서, 윌리엄 제임스의 사상을 좀 더 깊이 파악하고 싶은 독자뿐 아니라 종교의 다양성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들의 지적 욕구를 해소해줄 수준 높은 저작이다. 

 


■ 차례

 

들어가는 말

1장 제임스 :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2장 ‘거듭나다’ 
3장 현대 종교
4장 제임스의 이론은 옳았을까?


■ 본문 엿보기


■ 건전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데 병든 영혼에게는 보이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 한마디로 그들은 우리 발밑에 있는 심연을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심연의 첫 번째 형태는 종교적 우울이라고도 불릴 만한 것이다. (…) 이것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의미의 상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심연의 두 번째 형태 역시 제임스가 ‘우울’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공포라는 감정으로 특징지어진다. 심연이 여기에서 직면하는 대상은 무의미한 세계가 아니라 악의 세계다. (…) 심연의 세 번째 형태는 개인의 죄에 대한 예민함이다. 여기에서 그가 말하는 것은, 예컨대 개신교의 모범적 부흥 설교에 반응해 자신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거의 마비 상태에 빠지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 느낌은 결국 구원받았다는 감정으로 편입될 것이다. -47~48쪽

 

■ 초기에는 모든 계획이 신의 섭리로 이해되고 질서 또한 신의 법칙과 동일한 자연법칙으로 간주되었으며, 사회를 만드는 일이 신의 설계를 실천하는 일로 여겨졌다. 그런 사회에 사는 것은 성스러운 것을 통해 주술화된 세계에 사는 방법과 전혀 다르지만, 신의 설계를 따른다는 점에서 신이 현존하는 사회에 사는 것을 의미한다. 신은 우리 삶의 설계자로 존재한다. 유명한 구절을 인용하자면, 우리는 “신의 보살핌 아래 있는 백성”으로 자신을 이해한다.
우리가 이 새로운 질서 개념의 모범적인 사례로 미합중국을 떠올리는 데서, 미국의 ‘시민 종교’라는 로버트 벨라의 개념이 아주 값지다고 생각한다. 벨라가 거론한 시민 종교의 조건 중 몇몇은 오늘날 도전받고, 그로 인해 이 개념이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은 당연하고 올바르다고 본다. 그러나 벨라가 건국 당시와 그 이후 2세기 동안 미국 사회에 관해 본질적인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87쪽


■ 이런 변화들은 모두 연결되어 움직인다. 새로운 번영은 더 나은 소통과 동반해 생겨났고, 그것을 통해 모두 개방된 지평을 누렸다. 그러나 새로운 행복의 추구가 사람들을 아주 강하게 끌어들였기 때문에 그들은 오래된 의례적 삶을 버리기 시작했다. 의례적 삶은 인간이 물리적·정신적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동체와 그 안에서 공동 노력을 통해 구축한 것이다. 그러자 의례적 삶 자체가 움츠러들었고, 부분적으로 소멸되기도 했다. 때문에 그 의례적 삶에 머무르길 희망하던 사람들에 대한 지지도 점차 줄었다. -125쪽

■ 지은이 소개

 

찰스 테일러Charles Taylor

공동체주의 정치철학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했으며, 오랫동안 캐나다 몬트리얼 맥길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는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헤겔의 관념론과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 하이데거 및 가다머의 해석학, 메를로퐁티의 지각현상학 등이 그의 전망체계가 형성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해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마이클 월저와 함께 공동체주의 4대 이론가로 꼽힌다. 주요 저서로 공동체주의적 및 해석학적 관점을 담고 있는 《헤겔과 근대사회Hegel and Modern Society》, 《인간과 언어Human Agency and Language》, 《철학과 인문과학 Philosophy and the Human Sciences》, 《자아의 근원 Sources of the Self》, 《진정성의 윤리e Ethics of Authenticity》 등이 있다. 최근의 저서로 《근대의 사회적 상상Modern Social Imaginaries》과 《세속 시대A Secular Age》가 있다. 
찰스 테일러의 인문사회과학적 연구 업적과 공헌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2007년 템플턴 상과 2008년 교토 상을 수상했다.


■ 옮긴이 소개

 

송재룡

영국 브리스틀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관심은 자유주의적 공동체주의 전망에서 종교, 지식, 문화, 윤리 등의 주제를 다루는 데 있다. 저서로 《포스트모던 시대와 공동체주의》, 함께 옮긴 책으로 《세속화냐? 탈세속화냐?》 등이 있다. 최근 연구 논문으로 <종교와 사회 발전 : 잉글하트의 수정 세속화론과 관련하여>, <영성 사회학 테제의 가능성>, <피터 윈치의 ‘룰 준수(rule-following)’ 이론과 그 사회학적 함의>, <‘차별적 과시’ 문화의 폭력성 : 피에르 부르디외에 기대어> 등이 있다.  E-mail : jrsong@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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