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종교의 다양성 - 윌리엄 제임스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재고찰
찰스 테일러 지음, 송재룡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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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마케터 리뷰

 

 

"종교를 믿는 태도가 개인주의적인 태도와 유사하다면?"

 

가끔인지 자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살다보면 '내 가치관에 다른 사람이 간섭할 권리는 없어!'라는 말을 듣게 되거나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고 생각하신다면 이 책이 말하는 내용을 일단 흥미롭게 보실 수 있습니다.(그러나 출판사 직원으로서 참 말하기 싫지만 내용이 어려워 쉽게 읽을 수 없더군요. 순도 99.9% 학술서입니다.^^) 아무튼이런 개인주의적인 혹은 가치관을 다양하게 인정하자는 태도가 종교를 믿는 태도와 유사하거나 기원이 되는 태도라면 어떨까요? 심지어 종교 부흥에 기여했다면요? 조금 더 흥미가 생기실까요?

 

이 책은 윌리엄 제임스의 저서이자 종교학 분야의 고전인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을 다시 바라본 책입니다.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을 간단히 알고자 하신다면 제목 앞에 '개인의'만 붙여주시면 됩니다. 개인이 종교를 '강렬하게' 경험하는 방식은 다양하고 각각의 경험은 고유하다는 것이죠. 좀 과하게 표현하면 '해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마'나 CF의 유행어인 '니들이 게맛을 알아'와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상태지요.

 

그런데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철학자라고 말해지는 찰스 테일러가 나온지 100년도 넘은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적 경험의 다향성》을 왜 다시 보고 있는 걸까요? 사실 찰스 테일러의 개인적인 사정까진 모르겠지만 그저 책이 좋아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찰스 테일러는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을 통해 오늘날의 종교와 사회를 다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테일러는 제임스가 100년 전에 오늘날의 개인주의 사회를 본 사람이라고 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제임스는 사람들이 종교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교리나 사회 문화가 아니라 개인적인 '강렬한' 종교적 경험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예로 '36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를 했더니 시험에 합격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기도라는 '강렬한' 종교적 경험 때문에 앞으로도 종교 생활을 영위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 경험을 공유하려고 하겠죠.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한 사람이 성공했다고해서 다른 사람이 똑같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개인의 경험은 때때로 어떤 법칙으로 전해지기도 하지만 그 법칙이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으니까요. 누구누구의 1등 공부법이 모든 사람을 우등생으로 만들어주지 않는 것처럼요. 아무튼 이처럼 개인의 '강렬한' 경험은 개인 고유의 것이고, 누구나가 자신의 인생을 '거듭나게' 하기 위해선 '강렬한' 경험을 개인적으로 할 필요성이 있겠죠. 대충 이런 관점이 제임스의 종교관입니다.

 

사고가 빠르시거나 감정이 예민하신 분은 제임스의 논리에 조금은 불편함을 느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임스는 20세기 초에 사람들은 거듭나기 위해서 개인적이 될 것이다란 걸 예상한 학자였지만, 여러모로 불편한 느낌이 있습니다. 왜냐면 제임스의 말 대로 '개인'이 중심이 된다면 세상은 온통 조각나야하니까요. 사회를 이루거나 국가에 소속되거나 공동체를 이뤄야 하는 목적의식도 불분명해지겠지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마음을 기울이는 정도가 다 다를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런 현상을 '세속화' 되었다고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책 내용을 올바르게 이해했다고 말하긴 어려워서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현상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교의 교리를 실천하며 사는 개인이나 국가의 질서를 따르는 개인의 자리에 개인 행복을 추구하는 종교인이나 개인 영달을 추구하는 정치인이 들어서게 된다구요.

 

개인적으로 종교의 세속화를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은 프로테스탄트(개신교) 윤리와 자본주의의 관계가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이것도 간략히 설명하면 종교혁명 이전(개신교 이전)엔 성직자만 구원을 받거가 구원을 내려줄 수 있었지만 종교혁명 이후엔 모두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단, 이 윤리가 자본주의와 합쳐지면서 자기 직업에 충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란 논리가 만들어졌지만요. 참고로 이 논리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없는 노동자에겐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모로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잠시 다른 곳으로 이야기가 빠져나가긴 했지만, 아무튼 종교가 개인의 행복을 위해 사용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합니다. 그리고 이런 종교관으로 큰 부흥을 이루기도 했구요.

 

이런 세속화 문제 때문에 테일러는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을 다시 볼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처럼 개인과 국가(사회)의 관계가 불편한 세상도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이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적어도100년 전부터 개인의 자발적인 노력(거듭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의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서양의 종교개혁이 원인이 되었든, 종교개혁을 이룬 서양 문물의 수용이 원인이 되었든 간에 말이죠. 그리고 그 결과물로 나타나는 현상이 오늘날의 개인주의와 다원주의라고 찰스 테일러는 말합니다. 개인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가치관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존중도 받게 되었지만 사실 모든 가치를 존중하긴 어려운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나의 종교와 하나의 국가에서 모든 개인이 각자 거듭나며 평화롭게 살 수 있었다면 참 좋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종교 안에서도 개인주의가 성장하고 있고 종교 밖에서는 말할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마이클 샌델과 함께 공동체주의 이론을 연구하는 찰스 테일러는 이 책을 통해 이제는 세속화되고 개별화(원자화)된 종교관과 가치관이 공동체적 사고와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100년 전의 글에서 예측할 수 있는 불안한 미래가 현실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기 때문에 어느 것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다원주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지만 말이에요.

_문예출판사 문예남 올림.

* 위 내용은 《현대 종교의 다양성》 을 통독하고 쓴 내용입니다. 이해 부족으로 책에 대해 잘 못 표현한 부분이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래는 출판사 공식 소개 글입니다.

 

 


 

 

■ 책소개 

 

윌리엄 제임스와의 기발하고 재치 넘치는 상상의 대화

이 책은 자유주의적 공동체주의 철학자인 찰스 테일러가 영국 에든버러 대학에서 진행한 기퍼드 강연을 묶은 것이다. ‘윌리엄 제임스 재고찰 William James Revisited’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1세기 전 하버드대 교수였던 미국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같은 곳에서 강의한 내용을 묶은 기퍼드 강연집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The Varieties of Religious Experience》의 종교철학적 가정과 주요 개념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있는 책으로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 이론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인 찰스 테일러는 자아의 공공선의 개념과 이의 사회적·문화적·역사적 차원을 강조하고, 자아의 자율성과 자유, 권리 등의 개념을 탈(脫)맥락적으로 우선시하는 원자론적 자유주의 입장을 선명히 비판한다. 때문에 테일러는 명실상부하게 공동체주의자로 분류된다. 이러한 공동체주의와 문화적·언어적 전망에 기초하여 찰스 테일러는 일차적으로 제임스의 종교관에 대한 가능성과 한계를 검토하고, 근대가 시작된 후 종교에 대한 이해의 패턴이 어떻게 변모해왔는지 통찰한다. 나아가 종교의 세속화가 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대한 역사학적·종교사회학적 쟁점을 검토하고, 현대 세속사회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위치와 의미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촉발한다. 
현대사회의 종교적 삶은 제임스가 가정하는 개인주의적·감성주의적 종교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테일러는 역사적·종교사회학적 분석을 통해 이처럼 개인의 감성주의적 종교 경험의 중요성과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지평의 논리는 공리주의적·본성 표현주의적 근대 철학의 전망 체계에서 비롯되었음을 통찰한다. 그리고 제임스의 종교 이해로 대표되는 근대 세속주의 종교관, 즉 원자화되고 탈맥락화된 종교관이 사회 공동체적 맥락과 다시 접합되어야 할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 이론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는 책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해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마이클 월저와 함께 공동체주의 4대 이론가로 꼽히는 테일러는 이 책에서 빼어난 통찰력과 해박한 지식으로 현대 세속 사회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위치와 의미를 낱낱이 밝혀준다. 이를 위해 그는 개신교를 비롯해 가톨릭교, 이슬람교, 힌두교와 불교 등 다양한 종교를 탐색한다. 또한 헤겔, 베버, 존 로크, 비트겐슈타인, 카를 포퍼 같은 철학자들, 보들레르, 알브레히트 뒤러 같은 예술가들의 심오한 사상을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낸다. 북대서양과 남아메리카의 종교 전통, 신앙과 불가지론, 성사와 생활양식, 주술화된 세계에서 후기 뉴턴 과학과 일치한다고 간주되는 우주로의 전환 등 장소와 주제의 제약을 뛰어넘어 한 세기 전 위대한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보여준 통찰력의 생생한 느낌을 전달한다. 이 책은 이처럼 종교와 신념, 윤리의 문제에 대한 수준 높은 한 권의 에세이로서, 윌리엄 제임스의 사상을 좀 더 깊이 파악하고 싶은 독자뿐 아니라 종교의 다양성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들의 지적 욕구를 해소해줄 수준 높은 저작이다. 

 


■ 차례

 

들어가는 말

1장 제임스 :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2장 ‘거듭나다’ 
3장 현대 종교
4장 제임스의 이론은 옳았을까?


■ 본문 엿보기


■ 건전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데 병든 영혼에게는 보이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 한마디로 그들은 우리 발밑에 있는 심연을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심연의 첫 번째 형태는 종교적 우울이라고도 불릴 만한 것이다. (…) 이것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의미의 상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심연의 두 번째 형태 역시 제임스가 ‘우울’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공포라는 감정으로 특징지어진다. 심연이 여기에서 직면하는 대상은 무의미한 세계가 아니라 악의 세계다. (…) 심연의 세 번째 형태는 개인의 죄에 대한 예민함이다. 여기에서 그가 말하는 것은, 예컨대 개신교의 모범적 부흥 설교에 반응해 자신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거의 마비 상태에 빠지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 느낌은 결국 구원받았다는 감정으로 편입될 것이다. -47~48쪽

 

■ 초기에는 모든 계획이 신의 섭리로 이해되고 질서 또한 신의 법칙과 동일한 자연법칙으로 간주되었으며, 사회를 만드는 일이 신의 설계를 실천하는 일로 여겨졌다. 그런 사회에 사는 것은 성스러운 것을 통해 주술화된 세계에 사는 방법과 전혀 다르지만, 신의 설계를 따른다는 점에서 신이 현존하는 사회에 사는 것을 의미한다. 신은 우리 삶의 설계자로 존재한다. 유명한 구절을 인용하자면, 우리는 “신의 보살핌 아래 있는 백성”으로 자신을 이해한다.
우리가 이 새로운 질서 개념의 모범적인 사례로 미합중국을 떠올리는 데서, 미국의 ‘시민 종교’라는 로버트 벨라의 개념이 아주 값지다고 생각한다. 벨라가 거론한 시민 종교의 조건 중 몇몇은 오늘날 도전받고, 그로 인해 이 개념이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은 당연하고 올바르다고 본다. 그러나 벨라가 건국 당시와 그 이후 2세기 동안 미국 사회에 관해 본질적인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87쪽


■ 이런 변화들은 모두 연결되어 움직인다. 새로운 번영은 더 나은 소통과 동반해 생겨났고, 그것을 통해 모두 개방된 지평을 누렸다. 그러나 새로운 행복의 추구가 사람들을 아주 강하게 끌어들였기 때문에 그들은 오래된 의례적 삶을 버리기 시작했다. 의례적 삶은 인간이 물리적·정신적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동체와 그 안에서 공동 노력을 통해 구축한 것이다. 그러자 의례적 삶 자체가 움츠러들었고, 부분적으로 소멸되기도 했다. 때문에 그 의례적 삶에 머무르길 희망하던 사람들에 대한 지지도 점차 줄었다. -125쪽

■ 지은이 소개

 

찰스 테일러Charles Taylor

공동체주의 정치철학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했으며, 오랫동안 캐나다 몬트리얼 맥길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는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헤겔의 관념론과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 하이데거 및 가다머의 해석학, 메를로퐁티의 지각현상학 등이 그의 전망체계가 형성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해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마이클 월저와 함께 공동체주의 4대 이론가로 꼽힌다. 주요 저서로 공동체주의적 및 해석학적 관점을 담고 있는 《헤겔과 근대사회Hegel and Modern Society》, 《인간과 언어Human Agency and Language》, 《철학과 인문과학 Philosophy and the Human Sciences》, 《자아의 근원 Sources of the Self》, 《진정성의 윤리e Ethics of Authenticity》 등이 있다. 최근의 저서로 《근대의 사회적 상상Modern Social Imaginaries》과 《세속 시대A Secular Age》가 있다. 
찰스 테일러의 인문사회과학적 연구 업적과 공헌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2007년 템플턴 상과 2008년 교토 상을 수상했다.


■ 옮긴이 소개

 

송재룡

영국 브리스틀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관심은 자유주의적 공동체주의 전망에서 종교, 지식, 문화, 윤리 등의 주제를 다루는 데 있다. 저서로 《포스트모던 시대와 공동체주의》, 함께 옮긴 책으로 《세속화냐? 탈세속화냐?》 등이 있다. 최근 연구 논문으로 <종교와 사회 발전 : 잉글하트의 수정 세속화론과 관련하여>, <영성 사회학 테제의 가능성>, <피터 윈치의 ‘룰 준수(rule-following)’ 이론과 그 사회학적 함의>, <‘차별적 과시’ 문화의 폭력성 : 피에르 부르디외에 기대어> 등이 있다.  E-mail : jrsong@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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