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
연재 4.

고정관념 위협 체크하기
당신은 고정관념 위협을
얼마나 경험하는 여성입니까?







고정관념 위협

고정관념 위협은 지난 20년간 사회심리학에서 중요하고 많이 연구된 개념 중 하나인데, 그것이 무엇이고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놀라우리만치 많다.

고정관념 위협은 당신이 다른 사람이나 당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부정적 기대에 부응할까 봐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여자는 운전을 잘 하지 못한다.
마른 남자는 힘이 없다.
흑인은 백인보다 열등하다.

당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달갑지 않고 경멸적인 믿음이 무엇이건, 고정관념 위협은 당신이 그 고정관념이 사실이라는 걸 보여주는 행동을 하리라는 두려움이다.

그것은 당신이 자신의 행동 때문에 특정한 부류로 분류되고, 실망스러운 존재가 될까 봐 두려워하는 불안을 말한다. 예측된 부류로 분류되는 것은 당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는 당신이 속한 공동체에도 누를 끼쳤다는 의미다.

스탠퍼드대학의 실험은 좋은 예다
백인과 흑인을 모아두고 '당신의 지적 능력을 평가하려는 것이 아닙니다'란 말 이후 시험을 보게 했을 때, 흑인의 점수는 25% 정도 낮아졌다. 물론 '당신의 지적 능력을 평가한다'는 말로 시작한 시험의 경우 비슷한 정도의 점수가 나왔다.

즉 개인의 지적 능력이 아닌 '인종'을 평가한다는 말을 유추할 수 있었을 때 흑인 학생들은 흑인들을 향한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제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고정관념 위협 아래서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리고 고정관념 위협은 사회가 여성의 결단력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 즉 여성은 자신을 향한 고정관념에 신경을 쓰느라 우왕좌왕하고 스트레스받고 우유부단해지기 쉽다는 말이다.

예로 '여자가 얼마나 운전을 잘하는지 지켜보겠어'란 무시의 말을 들은 여성 운전자가 운전과 상대방의 말 두 가지에 집중하다 결국 주의가 산만해져 사고를 내는 것과 같다. 그리고 여성은 스스로 여자는 운전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고, 현실에서 여성들은 이런 최악의 마법에 실제로 걸려든다.

만약 당신이 이런 유형의 고정관념 위협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 평가하고 싶다면 아래 체크리스트를 확인해 보자. 

나는 여성을 위해,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살펴보기 위해 이 질문을 고안했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는 이가 남성이라면 여성이 작업 환경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궁금한 경우, 아무리 감정이입에 뛰어난 남성이라도 여성 친구에게 이 질문 목록을 건네주고 싶을 것이다. 각 질문에 ‘그렇다(○)’ 혹은 ‘아니다(×)’로 답하되, 대다수 경우에 적용되는 답을 고르면 된다.







고정관념 위협
체크리스트
(이것은 고정관념 위협을 측정하는 인증된 검사가 아니라 비공식 설문지다. 나는 연구자들이 고정관념 위협을 나타내는 지표로 파악한 환경적 단서를 토대로 이 질문을 고안했다.)

1. 내 남성 동료 중 일부는 여성이 남성만큼 커리어에 전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2. 나는 내 커리어의 발전에 대해 생각할 때 내가 다니는 직장의 남성 동료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3. 나는 때때로 남성 동료들이 내 행동을 보고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나에게도 적용된다고 생각할까 봐 불안하다.

4. 나는 여성적 자아와 직업적 자아 사이를 계속 오간다고 느낀다.

5. 직장에서 실수하는 경우, 나는 가끔 남성 동료가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 일의 적임자가 아니라고 생각할까 봐 불안하다.

6. 내 동료 중 일부는 이 직무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7. 나는 결단력과 공격성, 자신감, 독립성, 성취 지향성 등 고정화된 남성적 특성이 높이 평가되는 환경에서 일한다.







두 개
이상이라면...

이제 ‘그렇다(○)’고 답한 개수를 더하라. 점수가 높을수록 여성이 직장에서 고정관념 위협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성이 불안을 느끼는 정도는 몇 점일까? 여기에 답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개인차와 노련함 그리고 단서가 얼마나 노골적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 연령대 여성은 두 가지 단서로 고정관념 위협이 촉발되었다. 한 가지인 경우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연구에 대한 세부 예시는 본 게시글에서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고정관념 위협이 여성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여성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면 위협을 쉽게 이겨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인간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







여러운 생각이
더 어려워지고,
여성은
속함을 잃는다.

무언가를 결정하는 일은 작업 기억에 부담을 준다.
작업 기억이란 정해진 순간에 당신이 고려하는 모든 사실과 통찰, 반응 등을 유지 · 처리하는 정신적 공간을 말한다. 이것은 계산기와 화이트보드, 개인용 녹음기가 합쳐진 것과 같지만 무한하지 않다. 사람은 대부분 작업 기억에 일곱 가지 항목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고, 한도 이상 억지로 밀어 넣으려 하면 다른 무엇이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사실 인간은 대다수의 복잡한 결정에서 최대 3~4가지 항목을 처리한다.

그런데 이 7가지 항목 중 하나를 고정관념 위협에 제공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리고 그 위협을 억제하는데 또 하나를 제공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만약 여성이 남성에 비하여 더 많은 고정관념 위협을 느끼는 사회라면 여성은 남성에 비하여 최소한 2개의 작업 기업을 덜 사용하면서 사회생활을 해야만 한다. 이것의 결과에는 여성의 특권이라고 말해지는 것도 있다.







여성의
특권이라는


고정관념 위협으로 더 적은 기억 자원으로 남성과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여성은 남성에 비하여 복잡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워진다. 

여성의 눈에는 남자들이 힘들이지 않고 앞으로 미끄러지듯 나가는 것처럼 여겨지고, 사회생활에 대한 불안을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고,
남성의 눈에는 여성들이 중요한 결정은 하지 못하고 그 주변에 머물며 혜택을 누리는 '여성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건 남성이 여성에게 혜택을 내린 것이 아니라, 여성이 남성에 비하여 효과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정신적 자원을 가지지 못하는 것에 기인한다. 여성이 이런 혜택에 기대야 한다거나, 남성이 이런 혜택을 내린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면 여성은 실제로 좋은 선택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논리라면 여성은 끊임없이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자라는 뜻이 된다. 특히 젊은 여성이 직장 생활 초기에 호감을 얻고 싶어서든, 자신이 일을 하기에 충분히 똑똑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든 사람들을 기쁘게 하려고 애쓰는 것을 본다.

하지만 여성도 나이가 들면 인기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남자다워야 한다는 남성의 중압감이 직장 여성의 선택을 어떻게 더 어렵게 하는지를 살펴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인지심리학자가 쓴 페미니스트 책

《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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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
연재 3.

닻 내림 효과에 대하여
"남자에게 '여자의 직감'이라는
편견의 닻을 내리지 마세요."

(예고된 3화 연재는 '일은 여성이 공은 남자가' 가져가는 개썰매 문제에 관한 내용이었으나, 닻 내림 효과에 관한 내용으로 변경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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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직감(촉)이라는 말이 있다.
여성의 직감은 탁월하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고, 여성은 이성적이지 않은 것에 의존한다는 뜻으로 말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이건 남성이건 누가 자기 생각과 선택을 의심하는 것을 건너뛸 수 있을까?

누가 친구나 동료의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누가 자신의 직감만을 믿고 고민 없이 살 수 있을까?
그렇게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지심리학자 터리스 휴스턴이 저서 《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에 인용한 리즈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 중 40%는 남성보다 더 분석적인 걸 선호하였으며, 나머지 60%는 남성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즉 여성이 남성에 비하여 '직감'이라는 '표현'을 더 사용한다고 해서, 여성이 남성보다 감정적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여성의 '직감'이 감정적이라고 말해질 때가 있는 것일까?





직감의 특성과 닻 내림 효과를 이해한다면 그 이유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직감을 신뢰하려 하지만 자신의 직감이 왜곡되고 편향된 직감인지 정보에 근거한 정확한 직감인지를 구분하지 못한다. 

더불어 우리가 올바른 직감인지, 편향된 직감인지도 모른 상태에서 직감을 확신하려 할 때, '직감'은 단순한 편견이 아니라 '확신에 찬 편견'으로 우리를 인도하기도 한다. 사실 이것이 직감의 가장 큰 문제다.

직감은 매우 매력적인 단어지만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 사용하기는 매우 어려운 단어이다. 누구나 생각하며 살기 때문에 직감의 문제 또한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직감이 ‘닻 내림 효과’와 만날 때, 우리는 편견으로부터 더욱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책에서는 듀크대학의 심리학 교수 댄 애리얼리의 연구가 실린 《상식 밖의 경제학》에 실린 내용을 인용하였고, 본 게시물에서는 분량상 인용한 내용을 변형하여 올렸다.)







닻 내림 효과는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어떤 정보가 생각의 기준이 되고, 그에 이어지는 다른 생각이 그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람들에게 10만 원짜리 청바지를 보여준 후, 청바지와 전혀 상관없는 와인의 가격을 맞춰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10만 원에 가까운 가격을 와인의 정가라고 말하는 식이다. 즉 사람들은 합리적인 정가를 추리하려고 하지만 와인과는 전혀 상관없는 청바지의 정가란 닻을 기준 삼아 와인의 정가를 가늠한다는 것이다.

이런 닻 내림 효과가 인간관계에 적용되면 어떨까?
어떤 사람과 아무런 상관없는 정보를 가지고 타인을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성적인 것일까?

이런 닻에서 벗어나려면, 처음 보거나 들은 것을 다시 떠올린 다음 자문하는 등의 연습이 필요하다. 닻을 분석하지 않으면 그것은 당신의 사유를 몰고 가는 보이지 않는 운전자가 되기 때문이다.







'여자의 직감'이란 말은
여성을 괴롭히는
편견의 닻이 될 수 있다.


'직감'이란 단어는 결코 '객관'이나 '옳음' 이란 말과 동의어가 아니다.

여성의 의도가 무엇이든, '직감'이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과 분석이 있었든 '직감'이란 표현을 사용함과 동시에 발언의 객관성과 진정성은 떨어지게 된다. 즉 감정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쉽게 된다는 것이다.

여성 스스로 '직감'이라는 단어를 남성에게 사용하게 된다면, 남성은 '여성은 감정적이란 생각의 닻'에 빠져 여성이 하는 생각과 일이 대부분 감정적이라는 편견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 한 가지 이유로 '직감'이란 표현을 여성이 자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왜 여성이 '직감'이란 표현에 익숙해졌을까 또한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것은 여성 인권이 보장되지 않던 시절 남성이 여성에게 내린 닻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스스로 생각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사회 활동과 정치 참여가 인정되지 않았던 시절의 기억을 여성 스스로 버리지 못한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사회와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성 스스로가 여성 자신을 위해 버려야 할 것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성이 여성을 더 험난한 길로 이끄는 운전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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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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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
연재 2.

여자라서 더 비난 받은
야후의 여성 CEO
마리사 메이어





요즘 여성들은 전투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곳곳에서 듣는다.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라, 원하는 것을 요청하라,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라, 중요한 역할을 맡아라, 강하게 밀어붙여라, 자신감 결여를 극복하라······. 이런 조언들은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직위를 차지하도록 여성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원한다면 권력을 손에 넣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열심히 일하고 기대 수준을 높이면 최고의 성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다시 말해 중요한 결정을 더 많이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성이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일러준 사람은 지금껏 아무도 없었다. 위험부담이 크고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여성이 겪어야 하는 일은 남성이 겪는 일과 어떻게 다를까?
...
여성은 자신이 결정하는 방식은 물론, 의사 결정의 현실적 상황을 자신의 행동 방침에 어떻게 반영할지 알아야 한다.
...
남성의 결정보다 여성의 결정을 톺아본다(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하지 못한다. 성별을 제외한 모든 요인이 같은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인식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따금 아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여 편견이 뚜렷이 드러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13년 2월 마리사 메이어는 야후의 재택근무 정책을 변경한 일로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야후가 전일제 재택근무 정책을 폐지한다고 발표하자, 언론은 메이어를 격렬히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야후의 정책 변경을 비판했고, 우리는 대부분 논란을 일으킨 메이어의 결정을 의아해했다.




메이어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




구글 부사장이었고 독종이라고 불렸던 마이어(주당 100시간 이상 일하고 출산 후 바로 복귀 등)의 실패에 주목하기도 하며,



[조선비즈] '엄친딸 독종' 야후 CEO의 실패..."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쏴야 했는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6/06/2016060600735.html


때론 마이어의 재기와 성공에 주목하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그녀는 야후를 회생시키지 못했지만
마이어의 인생사를 보면 그녀의 결정이 이해되기도 한다.


[be SUCCESS] 마리사 마이어가 구글을 떠난 진짜 이유






하지만 일주일쯤 지나고 베스트바이〔전자 제품과 휴대폰, 컴퓨터 관련 제품 등을 판매하는 미국의 대형 유통 업체〕 CEO 유베르 졸리가 동일한 결정을 내렸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들었을까? 졸리가 베스트바이의 너그러운 재택근무 정책을 중단했을 때 경제부 기자들은 의무적으로 이 기사를 실었지만, 그는 메이어만큼 대중의 격렬한 항의를 받지 않았다.
(한국 언론도 유베르 졸리에 대해선 마이어만큼 많이 그리고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졸리의 결정은 2013년에 잠시 헤드라인에 오른 반면, 메이어의 결정은 2015년까지 기자들이 화제로 삼으며 그녀가 옳은 선택을 했는지 분석하고 있다. 같은 결정을 했는데 남성 CEO는 몇 달 동안 관심을 받다 말았지만, 여성 CEO는 여러 해 동안 전면적인 조사와 비난을 받아야 했다.





우리는 이런 반응을 합리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야후의 결정은 소프트웨어 회사라는 속성상 더 많은 직원에게 영향을 미칠 테고, 프로그래머래머는 밤이든 낮이든 집에서 파자마 차림으로 일할 수 있는 반면,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베스트바이는 직원들이 옷을 갖춰 입고 제시간에 출근해야 하므로 재택근무 인력이 얼마 되지 않을 거라고 추론한다.

신문 기사에 따르면 메이어의 결정은 직원 200명에게 영향을 끼쳤지만, 졸리의 결정은 자주 집에서 일하던 직원 4,000명의 생활을 바꿔놓았다. 다시 말해 베스트바이의 결정에 영향을 받은 직원이 야후보다 20배나 많았다. 결정에 영향을 받은 직원 수가 메이어에 대한 격렬한 항의와 졸리에 대한 정중한 예의를 설명할 수 없다면, 무엇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을까?

메이어는 야후에서 경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졸리는 오래전부터 베스트바이의 책임자였을까?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약 6개월 전에 CEO가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더욱 당혹스럽다. 우리가 메이어의 결정에는 계속 분노하면서도 졸리의 선택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의는 아니지만)
우리는 여성의 결정은 함부로 의심하면서 남성의 결정은 쉽게 받아들이는 행동을 무심코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과 남성이 다르게 행동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다르게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실제로 아주 중요한 결과를 낳는다. 기업이 남성을 승진시키는 데 열성적이면서 여성을 승진시키기를 꺼린다는 흔히 거론되는 말을 생각해보자. 왜 그럴까?

(고의는 아니지만)
우리는 남성이 어려운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고 믿고, 

(고의는 아니지만)
우리는 여성이 과연 잘 선택했는지 의심한다. 남성의 결정에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같은 결정을 한 여성에게 눈썹을 치켜들며 의아해한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의지를 가지고)
우리는 자신을 선하고 공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차별하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현실에서 우리가 남성과 여성의 결정에 반응하는 방식은 다르고, 이에 대한 이해와 질문이 필요하다.

남성과 여성의 결정이 실제로 차이가 있는가? 우리가 그 차이를 과장한 적은 없는가? 대중문화는, 그 차이를 조성해왔는가? 여성과 남성이 동일한 선택에 다르게 접근하는 경우, 여성이 결정에 도달하는 방식은 장애라기보다 자산이 아닐까?

남성과 여성의 결정이 받아들여지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때 대처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자기 내면에 있는 의사 결정에 관한 편견을 깨우쳐야 한다.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없으므로 남성과 여성 모두 상황을 면밀히 보고 전략을 짜야 한다.

(여성들은 전투적이어야 한다는 말처럼) 더 많은 여성이 의미 있는 결정을 하는 자리에 함께하기를 바란다면(공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여성의 결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때 여성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을 위한 결정도 어느정도 향상될 것이다.             

  



1화.
퇴사, 남편은 격려 받고 나는 질타 받았다. -인지심리학자가 페미니스트가 된 이유



3화 예고.
길은 여자가 만들고 썰매는
남자가 끄는 개썰매 문제.

뉴욕 시의 법률 비서 리즈는 건문직 업계에서 의사 결정 부서를 개썰매에 비유한다. 여성이 조직을 뒷받침하는 모든 결정을 실행하고, 팀이 출발선에 안전하게 설 수 있도록 모든 선택을 관리하는 일자리에서 환영받는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기꺼이 여성에게 이런 결정을 하게 한다.

직장에서 격려가 필요한 사람, 규율이 필요한 사람, 특전이 필요한 사람을 정하고, 예산을 관리하고, 팀에 누구를 넣을지 선택하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주 당일, 관객과 카메라가 늘어설 때 지휘권을 쥐는 사람을 일을 총괄한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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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사,
같은 이유인데
남편은 격려 받고
나는 질타 받았다.
"


인지심리학자인 터리스 휴스턴은 불편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남편이 자신의 경력을 위해(거주지 이전 문제로) 일자리를 관두었을 때 남편은 주변으로부터 대단하고 훌륭한 결정을 했다고 격려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자신이 남편을 위해 직장을 관두기로 했을 때 그녀는 주변으로부터 감정적으로 행동한다는 질타를 받았다. 이성적이지 않은 행동으로 경단녀가 된다는 것이다.




TEDx세인트루인스에서 강연하는 터리스 휴스턴



휴스턴은 같은 결정에 대한 서로 다른 반응을 보며 남녀에 대한 무의식적인 차별(위 사례에서는 남자의 결정은 객관적이고 여성은 감정적이라는 편견)을 연구한다. 그 과정에서 여성의 결정 능력을 고려(?)하여 여성에게 은행계좌를 만들어 주지 않은 역사와 의사가 여성의 신체(가슴)에 대한 수술 결정을 남편에게 위임하는 등의 사례를 접하기도 한다.

그러나 휴스턴은 그런 차별 사례보다 그와 같은 차별 사례를 만든 사회 구성원(여성이든 남성이든) 대부분이 '차별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은 '나는 차별주의자야'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며, 때로는 자신이 차별을 했었도 차별을 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차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피해자들도 있다.)

이런 상황은 '누구 아들, 딸은 대기업에 취직했다더라'와 같은 부모의 말과 비슷할 수 있다. 차별할 의도도 없고 악의도 없지만 듣는 자녀는 누구 아들, 딸과 비교 되고 차별 받는 느낌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경우 부모와 싸워서 차별 받는 기분이 해소될 수 있을까? 터리스 휴스턴은 이런 '싸움'에 의문을 품는다. 왜냐면 앞서 말한 것처럼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은 타인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차별하는 행위나 발언 자체를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래 터리스 휴스턴의 말은 인상 깊다.





요즘 여성들은 전투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곳곳에서 듣는다.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라, 원하는 것을 요청하라,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라, 중요한 역할을 맡아라, 강하게 밀어붙여라, 자신감 결여를 극복하라······. 이런 조언들은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직위를 차지하도록 여성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원한다면 권력을 손에 넣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열심히 일하고 기대 수준을 높이면 최고의 성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다시 말해 중요한 결정을 더 많이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성이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일러준 사람은 지금껏 아무도 없었다. 위험부담이 크고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여성이 겪어야 하는 일은 남성이 겪는 일과 어떻게 다를까?

- 《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 중에서




아무도 여성을 차별한다고 말하지 않고, 차별한다고 생각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이 차별 받는다고 발언하고 사회와 싸울 때 여성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스스로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테, 당신은 잘못했으니 행동이나 생각을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돌아오는 대답은 무엇일까?

'그럼, 당신은 얼마나 잘하고 있어요?'
'그럼, 당신은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 보여주세요.'

이런 답변은 아닐까.

인지심리학자이자, 여성인 터리스 휴스턴은 성차별 문제 때문에 여성들이 그러한 질문에 답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여성이라고 남성보다 더 뛰어난 것은 아니며 무엇보다 여성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써서 스스로 비난의 무대에 서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지심리학자 답게 편견과 차별에 맞써는 법이 아니라 무엇이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데에 있어 효과적인가를 고민하며 한 권의 책을 쓴다.

《How Women Decide》(한국어판 《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 여성에 대한 편견 그리고 의사결정에 관한 인간의 심리를 다루고 있는 그녀의 책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로 '꿈의 실현'을 선택한다. 사회의 편견과 싸우거나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힘을 쓰기 보다는 어려운 가운데 자신의 인생을 성공시킨 사례가 될 때 더 쉽게 편견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터리스 휴스턴은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심리적인 장점과 여성이 발언하고 결정할 때 경험하게 되는 사회의 반응과 그 대응법(비난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법)을 소개하며, 여성의 인생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도울 수 있는 조언 또한 아끼지 않는다.

성차별 문제에 대한 터리스 휴스턴의 대응은 어쩌면 너무 점잖은 것이라서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자는 의사가 될 수 없다는 편견을 이겨내고 최초의 여의사가 된 엘리자베스 블랙웰의 이야기에 공감하신다면, 터리스 휴스턴의 이야기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여자는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블랙웰 이야기 읽어 보기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366449





《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
연재 1화. 예고

여자라서 더 비난 받은 사례.
야후의 여성 CEO
마리사 메이어


오래전부터 이 사회는, 여성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왔고, 여성의 결정에 대한 이런 관습적인 의심과 의문은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성별에 따른 수많은 차이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남성의 결정보다 여성의 결정을 톺아본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하지 못한다. 성별을 제외한 모든 요인이 같은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인식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따금 아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여 편견이 뚜렷이 드러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13년 2월 마리사 메이어는 야후의 재택근무 정책을 변경한 일로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야후가 전일제 재택근무 정책을 폐지한다고 발표하자, 언론은 메이어를 격렬히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야후의 정책 변경을 비판했고, 우리는 대부분 논란을 일으킨 메이어의 결정을 의아해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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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질병’이 되어 가는 걱정을 탁월하게 해석한 책

- 문학과 문화로 보는 #걱정에_대하여


▶ 걱정이 초조함, 집착의 의미를 가진 건 18세기 이후다?

▶ 20세기 대도시는 어떻게 걱정꾼을 양산했을까?

▶ 걱정꾼은 왜 걱정을 더 커지는 이야기를 상상할까?

▶ 걱정꾼은 왜 걱정하지 말라는 조언을 듣지 않을까?

▶ 걱정을 병으로 여길 수 없는 이유와

▶ 걱정과 함께 사는 법은?


《걱정에 대하여》의 저자인 프랜시스 오고먼(Francis O’Gorman)은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 토머스 하디 등 19~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걱정하다(to worry)’라는 동사가 오늘날과 같은 개념으로 쓰이게 된 것은 빅토리아시대 이후부터라고 말한다.


빅토리아시대 이전까지 걱정이라는 단어는 사람이나 동물을 질식사시키거나 목을 조른다는 뜻이었으며, 나중에 가서는 괴롭힌다는 뜻이 되었다. 셰익스피어도 희곡과 시 작품을 통틀어 걱정(worry)을 ‘깨문다’는 의미로 단 한 번 사용했을 뿐이다.


19세기 중반 간행된 영어 사전에서 ‘걱정’은 비로소 ‘초조해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20세기의 대도시는 생활은 수많은 ‘걱정꾼’을 양산했다.


이후 20세기에 출간된 많은 자기계발서는 걱정의 원인을 진단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였지만, 이 책은 자기계발서에서 제시한 치료법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말한다.


걱정은 병이 아니라 인간의 독특한 심리 상태이기 때문이며, 실제로 현대 사회는 걱정해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걱정을 제거하기보다는 걱정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예술 등을 통해 걱정을 잘 관리할 수 있다면 걱정의 원인을 파악하고 비판하는 걱정의 정신은 인간의 삶에 오히려 가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걱정의 역사와 특징 그리고 걱정과 함께 사는 법을 찾는 독자에게 이 책은 걱정을 나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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