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사,
같은 이유인데
남편은 격려 받고
나는 질타 받았다.
"


인지심리학자인 터리스 휴스턴은 불편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남편이 자신의 경력을 위해(거주지 이전 문제로) 일자리를 관두었을 때 남편은 주변으로부터 대단하고 훌륭한 결정을 했다고 격려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자신이 남편을 위해 직장을 관두기로 했을 때 그녀는 주변으로부터 감정적으로 행동한다는 질타를 받았다. 이성적이지 않은 행동으로 경단녀가 된다는 것이다.




TEDx세인트루인스에서 강연하는 터리스 휴스턴



휴스턴은 같은 결정에 대한 서로 다른 반응을 보며 남녀에 대한 무의식적인 차별(위 사례에서는 남자의 결정은 객관적이고 여성은 감정적이라는 편견)을 연구한다. 그 과정에서 여성의 결정 능력을 고려(?)하여 여성에게 은행계좌를 만들어 주지 않은 역사와 의사가 여성의 신체(가슴)에 대한 수술 결정을 남편에게 위임하는 등의 사례를 접하기도 한다.

그러나 휴스턴은 그런 차별 사례보다 그와 같은 차별 사례를 만든 사회 구성원(여성이든 남성이든) 대부분이 '차별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은 '나는 차별주의자야'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며, 때로는 자신이 차별을 했었도 차별을 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차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피해자들도 있다.)

이런 상황은 '누구 아들, 딸은 대기업에 취직했다더라'와 같은 부모의 말과 비슷할 수 있다. 차별할 의도도 없고 악의도 없지만 듣는 자녀는 누구 아들, 딸과 비교 되고 차별 받는 느낌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경우 부모와 싸워서 차별 받는 기분이 해소될 수 있을까? 터리스 휴스턴은 이런 '싸움'에 의문을 품는다. 왜냐면 앞서 말한 것처럼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은 타인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차별하는 행위나 발언 자체를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래 터리스 휴스턴의 말은 인상 깊다.





요즘 여성들은 전투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곳곳에서 듣는다.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라, 원하는 것을 요청하라,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라, 중요한 역할을 맡아라, 강하게 밀어붙여라, 자신감 결여를 극복하라······. 이런 조언들은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직위를 차지하도록 여성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원한다면 권력을 손에 넣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열심히 일하고 기대 수준을 높이면 최고의 성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다시 말해 중요한 결정을 더 많이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성이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일러준 사람은 지금껏 아무도 없었다. 위험부담이 크고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여성이 겪어야 하는 일은 남성이 겪는 일과 어떻게 다를까?

- 《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 중에서




아무도 여성을 차별한다고 말하지 않고, 차별한다고 생각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이 차별 받는다고 발언하고 사회와 싸울 때 여성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스스로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테, 당신은 잘못했으니 행동이나 생각을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돌아오는 대답은 무엇일까?

'그럼, 당신은 얼마나 잘하고 있어요?'
'그럼, 당신은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 보여주세요.'

이런 답변은 아닐까.

인지심리학자이자, 여성인 터리스 휴스턴은 성차별 문제 때문에 여성들이 그러한 질문에 답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여성이라고 남성보다 더 뛰어난 것은 아니며 무엇보다 여성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써서 스스로 비난의 무대에 서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지심리학자 답게 편견과 차별에 맞써는 법이 아니라 무엇이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데에 있어 효과적인가를 고민하며 한 권의 책을 쓴다.

《How Women Decide》(한국어판 《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 여성에 대한 편견 그리고 의사결정에 관한 인간의 심리를 다루고 있는 그녀의 책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로 '꿈의 실현'을 선택한다. 사회의 편견과 싸우거나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힘을 쓰기 보다는 어려운 가운데 자신의 인생을 성공시킨 사례가 될 때 더 쉽게 편견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터리스 휴스턴은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심리적인 장점과 여성이 발언하고 결정할 때 경험하게 되는 사회의 반응과 그 대응법(비난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법)을 소개하며, 여성의 인생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도울 수 있는 조언 또한 아끼지 않는다.

성차별 문제에 대한 터리스 휴스턴의 대응은 어쩌면 너무 점잖은 것이라서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자는 의사가 될 수 없다는 편견을 이겨내고 최초의 여의사가 된 엘리자베스 블랙웰의 이야기에 공감하신다면, 터리스 휴스턴의 이야기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여자는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블랙웰 이야기 읽어 보기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366449





《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
연재 1화. 예고

여자라서 더 비난 받은 사례.
야후의 여성 CEO
마리사 메이어


오래전부터 이 사회는, 여성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왔고, 여성의 결정에 대한 이런 관습적인 의심과 의문은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성별에 따른 수많은 차이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남성의 결정보다 여성의 결정을 톺아본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하지 못한다. 성별을 제외한 모든 요인이 같은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인식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따금 아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여 편견이 뚜렷이 드러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13년 2월 마리사 메이어는 야후의 재택근무 정책을 변경한 일로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야후가 전일제 재택근무 정책을 폐지한다고 발표하자, 언론은 메이어를 격렬히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야후의 정책 변경을 비판했고, 우리는 대부분 논란을 일으킨 메이어의 결정을 의아해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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