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
연재 3.

닻 내림 효과에 대하여
"남자에게 '여자의 직감'이라는
편견의 닻을 내리지 마세요."

(예고된 3화 연재는 '일은 여성이 공은 남자가' 가져가는 개썰매 문제에 관한 내용이었으나, 닻 내림 효과에 관한 내용으로 변경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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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직감(촉)이라는 말이 있다.
여성의 직감은 탁월하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고, 여성은 이성적이지 않은 것에 의존한다는 뜻으로 말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이건 남성이건 누가 자기 생각과 선택을 의심하는 것을 건너뛸 수 있을까?

누가 친구나 동료의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누가 자신의 직감만을 믿고 고민 없이 살 수 있을까?
그렇게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지심리학자 터리스 휴스턴이 저서 《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에 인용한 리즈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 중 40%는 남성보다 더 분석적인 걸 선호하였으며, 나머지 60%는 남성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즉 여성이 남성에 비하여 '직감'이라는 '표현'을 더 사용한다고 해서, 여성이 남성보다 감정적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여성의 '직감'이 감정적이라고 말해질 때가 있는 것일까?





직감의 특성과 닻 내림 효과를 이해한다면 그 이유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직감을 신뢰하려 하지만 자신의 직감이 왜곡되고 편향된 직감인지 정보에 근거한 정확한 직감인지를 구분하지 못한다. 

더불어 우리가 올바른 직감인지, 편향된 직감인지도 모른 상태에서 직감을 확신하려 할 때, '직감'은 단순한 편견이 아니라 '확신에 찬 편견'으로 우리를 인도하기도 한다. 사실 이것이 직감의 가장 큰 문제다.

직감은 매우 매력적인 단어지만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 사용하기는 매우 어려운 단어이다. 누구나 생각하며 살기 때문에 직감의 문제 또한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직감이 ‘닻 내림 효과’와 만날 때, 우리는 편견으로부터 더욱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책에서는 듀크대학의 심리학 교수 댄 애리얼리의 연구가 실린 《상식 밖의 경제학》에 실린 내용을 인용하였고, 본 게시물에서는 분량상 인용한 내용을 변형하여 올렸다.)







닻 내림 효과는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어떤 정보가 생각의 기준이 되고, 그에 이어지는 다른 생각이 그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람들에게 10만 원짜리 청바지를 보여준 후, 청바지와 전혀 상관없는 와인의 가격을 맞춰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10만 원에 가까운 가격을 와인의 정가라고 말하는 식이다. 즉 사람들은 합리적인 정가를 추리하려고 하지만 와인과는 전혀 상관없는 청바지의 정가란 닻을 기준 삼아 와인의 정가를 가늠한다는 것이다.

이런 닻 내림 효과가 인간관계에 적용되면 어떨까?
어떤 사람과 아무런 상관없는 정보를 가지고 타인을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성적인 것일까?

이런 닻에서 벗어나려면, 처음 보거나 들은 것을 다시 떠올린 다음 자문하는 등의 연습이 필요하다. 닻을 분석하지 않으면 그것은 당신의 사유를 몰고 가는 보이지 않는 운전자가 되기 때문이다.







'여자의 직감'이란 말은
여성을 괴롭히는
편견의 닻이 될 수 있다.


'직감'이란 단어는 결코 '객관'이나 '옳음' 이란 말과 동의어가 아니다.

여성의 의도가 무엇이든, '직감'이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과 분석이 있었든 '직감'이란 표현을 사용함과 동시에 발언의 객관성과 진정성은 떨어지게 된다. 즉 감정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쉽게 된다는 것이다.

여성 스스로 '직감'이라는 단어를 남성에게 사용하게 된다면, 남성은 '여성은 감정적이란 생각의 닻'에 빠져 여성이 하는 생각과 일이 대부분 감정적이라는 편견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 한 가지 이유로 '직감'이란 표현을 여성이 자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왜 여성이 '직감'이란 표현에 익숙해졌을까 또한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것은 여성 인권이 보장되지 않던 시절 남성이 여성에게 내린 닻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스스로 생각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사회 활동과 정치 참여가 인정되지 않았던 시절의 기억을 여성 스스로 버리지 못한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사회와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성 스스로가 여성 자신을 위해 버려야 할 것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성이 여성을 더 험난한 길로 이끄는 운전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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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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