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풍족한 광경은,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았던 부자유하고 가난한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사람이 자유로워진다는 건 어떤 것일까, 그녀는 곧잘 자문했다. 하나의 감옥에서 멋지게 빠져나온다 해도, 그곳 역시 또다른 좀더 큰 감옥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 P393

어떤 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마음이란 건 또 그것대로 위험한 것이랍니다. 살아 있는 몸을 가진 인간이 그런 걸 끌어안고 살아간다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요. 그러니 당신은 그 마음을 기구에 닻을 매달듯이 단단히 지상에 잡아둘 필요가 있어요. 그러기 위한 것이에요. 옳은 일이라면, 그 마음이 순수한 것이라면 어떤 일을 해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지요. - P395

"어떤 일에나 불평을 다는 사람은 있는 법이야." - P401

"잘못 주문했어도 어차피 먹을 거잖아. 인생의 실수에 비하면 그런 건 별거 아냐." - P402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인생에는 구원이 있어. 그 사람과 함께하지 못한다 해도." - P408

아오마메는 말했다. "하지만 메뉴든 남자든 다른 뭐든, 우리는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은 건지도 몰라. 그건 이미 일찌감치 정해진 일이고, 우리는 그저 선택하는 척하고 있는 것뿐인지도. 자유의지라는 거, 그저 나만의 선입견인지도 모르지.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 P410

하늘에는 달이 두 개 떠 있었다. 작은 달과 큰 달. 그것이 나란히 하늘에 떠 있다. 큰 쪽이 평소에 늘 보던 달이다. 보름달에 가깝고 노랗다. 하지만 그 곁에 또 하나, 다른 달이 있다. 눈에 익지 않은 모양의 달이다. 약간 일그러졌고 색깔도 엷은 이끼가 낀 것처럼 초록빛을 띠고 있다. 그것이 그녀의 시선이 포착한 것이었다. - P418

한 번에 하나의 문장밖에 말하지 않아도, 물음표나 쉼표가 부족해도, 그녀의 대답은 어떤 의미에서는 완벽했다. 무엇보다 바람직한 것은 잠시의 틈도 두지 않고 즉각 대답이 나온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녀는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대답했다. 정직한 대답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남을 업신여기느라 대답을 짧게 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무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것이 바로 덴고가 바라는 점이었다. 성실한 인상을 풍기면서도 상대를 멋지게 연기 속에 휘감는 것. - P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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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잘 지내는 사람은 결국 아무와도 깊이 지내지 못하는사람이기도 한 것이다. - P70

무늬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어쩌면 상대를 가엽게 여기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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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모든 행위에서 "좋음"을 추구한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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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그르칠 만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는 조용히 뒤에 남는다. 와인 병 밑바닥의 침전물처럼. - P346

무력감이라는 건 인간을 한없이 갉아먹는다. - P351

"다양한 예술, 다양한 희구, 그리고 또한 다양한 행동과 탐색은 선을 지향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일이 지향하는 바를 통해 선이라는 것을 올바르게 규정할 수 있다." - P366

"어떤 일의 귀결은 즉 선이다. 선은 즉 다양한 귀결이다. 의심하는 건 내일로 미루자." - P367

많건 적건 인간은 망상 없이 살아갈 수 없어. - P373

이야기의 숲에서는 사물 간의 관련성이 제아무리 명백하게 묘사되어 있어도 명쾌한 해답이 주어지는 일은 없다. 그것이 수학과의 차이다. 이야기의 역할을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하나의 문제를 다른 형태로 바꿔놓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동의 질이나 방향성을 통해, 해답의 방식을 이야기 형식으로 암시해준다. 덴고는 그 암시를 손에 들고 현실세계로 돌아온다. 그 암시는 이해할 수 없는 주문이 적힌 종이쪽지 같은 것이다. 때로 그것은 모순을 지니고 있어서 곧바로 실제에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 언젠가 나는 이 주문을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가능성이그의 마음을, 깊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덥혀준다. -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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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지난주에 본 사람처럼, 너는 내게 아직도 생생해. 영원히 과거가 되지 않은 채 현재로 남아 있어. 그러니까, 너에게도 나라는 사람의 어떤 부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게 분명해. 뭐든 일방적인 것은 없으니까. 그때 네가 나에게 말했듯이 말이야. - P10

낡고 오래된 것들은 깎이고 버려지고 사라져버리기 마련이니까. 그게 세상의 이치니까. - P11

익명이기에 얻을 수 있는 한줌의 자유. - P20

(비밀은 사람을 필요 이상으로 조숙하게 만들어버리곤 한다). - P31

언제부터인가 나는 카멜레온처럼 보호색으로 나를 위장해왔는데, 그것은 피곤하지만 동시에 은밀한 즐거움을 주는 일이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검은 속내를 품은 채 다른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데서 오는 묘한 쾌감. 상대방의 감정을 내 뜻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모종의 자신감. 이런 연유로 나는 누구도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는 개연성 있는 거짓말을 지어낸다거나 능숙하게 감정을 절제하는 등 또래답지 않은 능력을 갖게 되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스스로가 보편의 무엇에 속할 수 없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아버린 사람이 갖게 되는, 일종의 강박이자 콤플렉스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 P40

당시 나에게 가족이라는 것은 나를 속박하는 굴레에 불과했으며, 내가 가진 모든 욕망은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했다.
지금의 이 삶을 벗어나고 싶다. - P41

모두가 하나가 된 세상에 속하고 싶지 않다는 치기어린 반항심이 들면서도 단 한 순간만이라도 어딘가에 속해보고 싶다는 과장된 고독감이 나를 휘감았다. - P41

"만약 기억이 통조림이라면 영원히 유통기한이 없었으면 좋겠다." - P42

‘평범한 존재‘로 여겨져야 한다는 강박과 나만의 고유한 취향을 가지고 싶다는 상반된 욕망이 내 안에서 끊임없이 부딪쳤다. - P49

침묵과 비밀.
그것은 모든 걸 안개 속에 밀어넣어버리고 인간을 외롭게 만든다. - P53

모든 처음은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나는 우습게도 담배를 피우며 배웠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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