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삶을 조금도 아낄 줄 모르는 사람들이 그 삶을 다 무너뜨릴 막강한 힘을 가졌고 지금도 가지고 있다. - P29

우리는 지금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삶이 이번 한번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미안한 일이 있으면 미안하다고 바로 말하고 고마운 일이 있으면 고맙다고 바로 말한다. - P32

말할수록 말하고자 하는 것이 가벼워지고 하찮아지는 것 같았냐고 묻자 어떻게 알았느냐고 반문한다. 나도 겪곤 하니까. 그 무서운 일을. 내게 너무나 중요한 그것이 당신에겐 중요하지 않다는 걸 목격하는 일, 사람의 무언가를 야금야금 무너뜨리는 그 일을.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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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잃는 것보다 더 고약한 게 있었으니, 바로 자유에 대한 의욕을 잃는 거였다. - P553

어른이 되면 묘지만 제외하고 모든 것이 보다 작아 보인다. - P557

「말에는 의미가 있어, 미모. 명칭을 불러 주는 건 그걸 이해한다는 거야. <바람이 부네>, 그건 아무 의미도 없다고. 죽음을 몰고 오는 바람인가? 파종의 바람인가? 수확하기도 전에 식물을 얼려 죽이거나 태워 죽이는 바람인가? 만약 말들에 의미가 없다면 내가 어떤 의원 노릇을 할까? 다른 의원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겠지.」 - P566

「잘 들어라. 조각한다는 건 아주 간단한 거야. 우리 모두, 너와 나 그리고 이 도시 그리고 나라 전체와 관련된 이야기, 훼손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축소할 수 없는 그 이야기에 가닿을 때까지 켜켜이 덮인 사소한 이야기나 일화들을,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 내는 거란다. 그 이야기에 가닿은 바로 그 순간 돌을 쪼는 일을 멈춰야만 해. 이해하겠니?」 - P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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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거의 갇혀 있다. 방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다. 우 노인이 잠을청하면서 할일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고, 오래 자라고 말했다. 오래 자는 건 천천히 죽음을 배우는 거라고 했다. - P276

시간이 길어지면 이해하기 힘든 일들도 단순해지고 자연스러워지지 않던가. 시간의 소화력이란 강력해서 아무리 강렬한 감정이라도 밋밋하게, 엄청난 결심도 무기력하게 바꿀 수 있음을 칭린은 잘 알고 있었다. - P284

세상이 뒤바뀌는 격변의 시대에 개인은 얼마나 고독하고 미약해지는 걸까? 시대의 한줄기 미풍이 어쩌면 그들 인생의 배를 완전히 전복했을지도 몰랐다. - P300

시간이란 정말 무서운 존재다. 그런데 현실은 그보다 더 독해서 감정이 끓어넘치던 사람을 담담하기 그지없는 실용주의자로 바꿔놓을 수 있다. 칭린도 그랬다. 그는 자기 일, 눈앞의 삶에 충실한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과거를 돌아볼 게 아니라 미래를 봐야 하며, 시간을 거슬러갈 게 아니라 앞으로 따라가는 게 옳았다. 사실 아버지의 일기도 그런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었다. - P359

"칭린, 내가 연장자로서 자네보다 세상을 좀더 알잖아. 해주고 싶은 말이 있네. 만약 찾기 힘들면 그냥 포기해도 돼. 진상을 반드시 찾아야만 하는 건 아니란 말이야. 세상의 모든 일에 진상이 있는 건 아니라고. 그러니까 단순하고 편안하게 사는 게 언제나 인생의 진리라는 말이네." - P361

"세상에는 기억할 가치가 없는 일들이 있잖아. 혹은 잊어야만 하는 일이나 사람도 있고." - P362

"확실히 그래. 그런데 어떤 사람이나 일은 말이야, 잊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드시 기억하려는 사람도 있거든." - P362

"일리가 있네. 무슨 일이든 개별적 사건이 현상이 될 때는 심오한 배경이 있기 마련이니까." - P364

우연일까? 칭린은 계속 우연 쪽으로 생각하려 했지만, 어떻게 해도 우연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많은 우연이 겹치면 필연일 수밖에 없었다. - P383

칭린이 대답했다. "그래. 나는 문득 우리가 모든 역사를 알아야 하는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삶에는 자연도태의 법칙이 있잖아. 알리기 싫은 것들이 있으면 삶은 모종의 방식으로 그걸 감춰버리지. 그럴 때는 아예 몰라도 되는 거야. 어차피 세상에는 모르는 일이 더 많고 아는 일은 적으니까. 더군다나 우리가 힘들게 알아낸 것들이 당시의 진실이라고 보이지도 않아." - P399

칭린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마음이 좀 편해진다. 평온하고 평범해 보이는 삶도 뜯어보면 정말 무시무시한 면이 있는 것 같아. 아, 나는 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역사의 짐을 짊어질 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고. 평범한 사람은 대항하지 않는 법이지. 나는 평범한 사람이고. 나는 자연스럽게 기억하고 자연스럽게 잊는 법을 배우고 싶어.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좋은 선생님이니 시간을 따라갈래." - P402

칭린이 말했다. "매일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시달리겠지. 루씨 집안 사람들의 소망은 조용한 안식이었어. 시신이 흙과 하나가 되고, 집도 시간에 따라 자연적으로 풍화되기를 바랐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이 장원의 주인이 루씨였음을 사람들이 잊어버리기를, 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는 여기에 장원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아무도 모르기를, 그 속에 이토록 비참한 삶이 있었던 걸 모르기를 바랐어. 우리가 황무지에서 흔히 마주치는,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 허물어진 담벼락처럼 되기를 바란 거야." - P428

류샤오촨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럴 거라 예상했네. 어떤 역사든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드러나지 않으니까. 그리고 추측이란 무엇이든 그다지 믿을 수 없어. 그러니까 세상의 많은 일은 반드시 알아야 하지도 않아. 자네는 안다고 생각해도, 사실 자네가 아는 것은 본래 모습과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어." - P430

"네. 이번에 다니면서 어떤 일은 하늘이 덮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간에 맡긴 채 시간에 의해 풍화되도록, 시간에… 연매장되도록 둔다고요." - P430

사실 어떤 사람이든 죽을 때는 세상의 비밀을 어느 정도씩 가져가기 마련이다. 그런 비밀은 말하면 세상을 놀라게 할 수도 있지만 말하지 않으면 바람처럼 가벼워진다. - P434

칭린은 알기 싫은 일을 알려 하지 않는 것도 강함의 또다른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긴 시간이 진실의 모든 것을 연매장했다. 설령 안다고 해도, 그게 진실의 모든 것이라고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 P437

누군가는 망각을, 누군가는 기록을 선택한다 - P441

룽중융이 말했다. "사실 자신을 규정하는 문제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인생에는 수많은 선택이 있잖아. 어떤 사람은 좋은 죽음을 선택하고 어떤 사람은 구차한 삶을 선택하지. 어떤 사람은 전부 기억하기를, 또 어떤 사람은 잊기를 선택해. 백 퍼센트 옳은 선택이란 없고, 그저 자신에게 맞는 선택만 있을 뿐이야. 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네가 편안한 방식을 취하면 된다고." - P442

역사는 진실이 필요하거든 - P444

룽중융이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누군가는 망각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기록을 선택해. 우리는 각자의 선택에 따라 살아가면 되는 거야." - 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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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린은 알 수 없는 감동에 휩싸였다. 사람이 늙으면 명예나 이익에무덤덤해지고 심지어 무심해진다고 했던가. 나이가 들면 감정이 무엇보다 중요해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 P161

그래, 먼지는 먼지일 뿐이지. 잊어야 하는 일이든 잊지 말아야 하는 일이든 결국에는 모두 잊을 수밖에. - P171

류진위안이 칭린의 생각을 읽은 듯 그를 보며 말했다. "평화로운 시기에 자란 자네들은 우리 마음을 이해할 수 없어. 자네들은 천하를 두고 싸운 적이 없으니까. 지금 자네들의 삶은 우리가 젊었을 때 투쟁을 거듭하며 목숨과 바꿔 얻어낸 거야. 그때 우리는 집을 나서면서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네." - P186

류진위안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면 선을 넘을 수밖에 없네. 그렇지 않고서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제압할 수 있었겠나? 그때는 상황이 훨씬 복잡했어!" - P184

언젠가 시아버지 루쯔차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은 풍성한 혼백을 가지고 태어났다가 살면서 차츰 잃어간다. 그러다 다 잃어버리면 혼이 사라지지. 옆에서는 그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라진 거다. 그 사람은 다시 몸을 돌려 조금씩 자기가 뿌려놓은 혼백을 줍기 시작하지. 도로 다 회수하면 득도할 수 있다. 그러면 좋은 집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어. 다 회수하지 못하면, 잘은 모르지만 내세에 돼지나 개로 태어날지도 모른다. - P197

사실 세상에서 제일 이목을 끌지 않는 사람은 모두와 똑같은 사람이란다. 그래야 제일 안전하고 - P212

어떤 인생이든 사실은 소소한 인생이고 누구나 소소한 일상을 제일 많이 살아. 다시 말해 소소한 인생은 소소한 일상과 어울려야만 가장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고.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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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고정아 옮김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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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만과 편견으로 남들울 대하고 판단하는가.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자신들이 저질렀던 잘못을 깨닫고 상대방의 참모습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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