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서는 이 별거가 무슨 의미인지 잘 알지 못했다. 알렉시스는 나와 이혼할 의사가 없다고 확실히 말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우리의 결혼생활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강하게 단련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요즘 자신이 굉장히 어두운 곳에 빠져들었고 거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혼자 있는 이 시간이 - 저녁에 시내에서 무엇을 하고 있든- 어떻게든 도움이 된다고. - P205
그건 몇 달 전에 시작된 우리 둘의 놀이였다. 책에서 관련한 내용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책에 따르면 부모에게 중요한 것들을 아이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그런 경험은 부모에게나 아이들에게나 모두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리아에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대부분 내가 더 어린나이에 좋아했던 음악-조이 디비전, 더 스미스, 에코 앤드더 버니맨 같은 종류의 밴드-을 소개해주었다. - P214
나는 내 아버지가 내게 했을 법한 방식으로 리아의 오류를 바로잡을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 노래가 리아에게 그런 의미라면 그 의미가 맞았다. 내가 뭐라고 그걸 망가뜨리나? - P216
리아는 자기가 한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혹은 이해는 하지만 왜 벌을 받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 P217
배경에서 리아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가, 엘리엇 스미스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고, 그때 나는 갑자기 깨달았다. 우리가 다른 단계로, 좀더 깊은 단계로, 끝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저멀리 마당 끝자락은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지만 그곳 어둠 속 어딘가로 그들이 돌아왔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세탁실 벽 주위를 느린 동작으로 선회하며 아마도 그 숫자를 점점 불려가고 있을 그들이. - P230
포솔레* 수프. 나는 마흔세 살이었다. 둘째 아이가 막 태어났다. 그 밖에는 인생에서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게 별로 없었다. 이 소박한 점심은 나의 비밀이었다. - P231
이 식당 밖의 세상에서 내 인생은 혼란 그 자체였다. 집에 어린아이가 둘 있어서 아내와 나는 잠을 거의 못 자고 심지어 대화도 거의 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 이 식당에 있으면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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