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실제적이고 더 근본적인 다른 의미를 향해 자기 몸을 내주는 이야기가 우화라면, 우화적 독서는 그 이야기가 가리키는 현실과 근본을 밝히는 넓은 의미의 은유적 해석의 과정일 것이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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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그대‘를 찾아낸다는 것은, ‘그대‘가 시간에 의해 발견된다는 것, 시간의 눈이 그대를 본다는 것이다. 그대가 시간의 눈으로, 그러니까 모든 것을 보는 신의 눈으로 그대 자신을 본다는 것이다. - P26

고백은 벌거벗는 것이 아니라 벌거벗겨지는 것임을 우리는 안다. 능동의 형태를 띤 이 동사 ‘고백하다‘에 자발적인 성격은 거의 없다. 고백하는 사람은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내몰린 사람이다. 우리는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기까지 고백하지 않는다. 고백은 어렵고, 거의 불가능하고, 그러므로 일단 행해진 고백은 천하만한 무게를 지닌다. - P28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지 않은 사람이 하는 고백,
이른바 자발적인 고백에는 자랑의 성격이 섞여 있을 것이다. 깃털처럼 가벼운 것이 자랑이다. 자랑하기 위해 고백할 수 없다. 어떤 고백도 자랑이 될 수 없다. - P29

자신이 비참한 존재임을 알기 때문에 사람은 위대하다고 파스칼은 말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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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은, 그러니까 그가 한사코 도달하지 않으려 한 그의 내부이다. 내부로 들어가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은 내부가 끝에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우리는 우리의 외부가 알지 못하는, 한사코 알려고 하지 않는 내부를 만난다. - P24

사람의 내부는, 외부와 같은 식으로, 그러니까 하나의 장소로 있지 않다. 내부는 ‘어디‘(공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뒤에서 문이 쾅 닫히고 독방에 혼자 남겨졌을 때 그 세상의 끝, 절체절명의 순간에 마주하게 되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바로 나 자신이라는 놈‘이 나의 내부다. 그러니까 내부는 궁극이다. 마지막이다. 막다른 길이다. 거기서 더 나아갈 수 없다. 언제나 ‘나‘는 가장 나중에 만난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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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지구에서 사는 우리에게는 출발점이 곧 도착점이다. 끝은 시작에 있다. 등뒤에 있는 사람이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이다. 등뒤에 있는 사람을 만나려면 한없이 걸어 끝까지, 세상의 끝까지 가야 한다. - P18

‘세상의 끝‘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나다. 그가 나다. 나는 나에게서 가장 멀리 있다. 나는 나의 ‘세상의 끝‘이다. ‘나‘는 끝에 가서야 만날수 있는 아주 먼 대상이다. - P18

나는 나에게서 가장 멀고, 내가 가장 잘 모르고, 내가 가장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사람이다. - P18

각성한 인간에게는 오직 하나의 의무만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는 것이라고 헤르만 헤세는 말한다. "나는 나의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려는 것을 실현하며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이 왜그토록 어려웠을까?"(「데미안)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렵냐고? 헤세는 같은 책에서 이미 답을 말해버렸다. 그것이 ‘의무‘이기 때문이다. 의무는 언제나 어렵다. 할 수 있는 한 피하고 싶은 것이 의무다. ‘기꺼이‘가 아니라 ‘마침내‘ 하게 되는 것이 의무다. - P19

사람은 자기 앞에 가는 사람을 미워하고, 미워하면서 따라가고, 자기 뒷사람은 부정한다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볼프강 보르헤르트는 말한다. - P19

우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보지 않으려 한다.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듣지 않으려 한다. 보게 될 것, 듣게 될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 P21

세상이 외부의 사람들을 만나기가 두려워서 내부로 도피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우려하면서 내부의 나를 만나기가 두려워서 외부로 도피한 사람들에게 신경쓰지 않는 것은 그들이 덜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집단은 개별성을 삼킨다. 삼켜야 만족한다. 삼켜지지 않은 개별성을 보면 집단은 어쩔 줄 몰라 한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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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은 믿지 않으면서도, 가 아니라 믿지 않기 때문에 묻고, 믿는 사람은 믿으면서도, 가 아니라 믿기 때문에 묻지 않는다. - P14

말하자면 ‘땅끝‘은 어딘가에 있는 장소지만 ‘세상의 끝‘은 어떤 상태이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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