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있진 않았지만 캔디니 껌이니 하는 것들을 잔뜩 가지고들 갔기 때문에 강당 안은 구수한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비가 오지 않는데도 밖에는 비가 오고 나만 비를 맞지 않는 아늑한 곳에 와 있다는 착각을 주는 냄새였다. - P181
그러나 이 박물관에서 가장 좋은 것은 모든 것이 언제나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있다는 점이다. 누구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가령 10만 번을 가보아도 에스키모는 여전히 두 마리의 물고기를방금 낚아내고 있을 것이고, 새는 여전히 남쪽으로 날아가는 중일테고, 사슴은 여전히 예쁜 뿔과 날씬한 다리를 하고 물웅덩이에서물을 마시고 있을 것이다. 또한 젖가슴을 드러낸 인디언 여자는 여전히 같은 모포를 짜고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 P183
달라지는 것은 오로지 우리 쪽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나이를 더 먹는다는 뜻은 아니다. 엄밀히 말해서 우리가 결코 더 나이를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늘 변한다는 것뿐이다. 이번에는 우리가 외투를 입고 있다든지, 지난번 짝이었던 여자아이가 홍역에 걸려 다른 애와 짝이 되었다든지 하는 것이다. - P183
또는 에이글팅거 선생 대신 다른 선생이 인솔한다든지, 또는 부모가 욕실에서 지독한 부부싸움을 벌이는 소리를 들은 다음이라든지, 또는 가솔린 무지개가 떠 있는 길가의 물웅덩이를 지나왔다든지 하는, 우리 쪽의 변화는 있을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뭔가 달라지고 있다.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설사 설명할 수 있다 해도 설명할 기분이 날지는 의문이다. - P183
어떤 사물들은 언제까지나 그대로 있어야 한다. 저 유리집에다 넣어 그냥 그대로 간직해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불가능이 너무나 안타깝다. - P184
무엇인가를 너무 잘하게 되면 사실 본인이 조심하지 않는 한 거드름만 피우게 되는 격이다. 그러면 훌륭한 연기나 연주와는 끝이다. - P190
영화의 엉터리 같은 이야기에 눈이 빠지도록 우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본질적으로 야비한 것들이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 P209
그 녀석은 나와 심각한 대화를 나눌 마음이 없는 게 분명했다. 이런 것이 똑똑한 인간들의 문제다. 놈들은 자기가 그럴 기분이 아니면 절대로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 P216
이런 지적인 자식들은 자기가 좌중을 지배하지 못하면, 지적인 대화를 하려 들지도 않는다. 자기가 입을 다물 때가 되면 상대편의 입도 닥치게 하려 든다. 자기가 자기 방으로 돌아가야 할 때면 다른 사람들도 각자 방으로 돌아가게 한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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