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어떤 일에서든 평판이 좋은 사람들은 대체로 비관적이라서 세상사의 보편적 이치가 젊고 유쾌한 신사에게 반드시 유쾌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 P387

다른 사람의 말을 판단하는 데 길잡이가 되는 것은 불신뿐이다. - P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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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눈물을 그치게 하려고 위로하려 했다. 그러나 모든 슬픔이 위로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위로가 안 되는 슬픔도 있었던 거였다. 이것이 삶의 비극적 진실이다. - P25

네 아빠의 삶이 잘못된 소문으로 가득 차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진실을 보장한다는 것은 내게 있어 극도로 중요하다. 진실만이 중요하고 진실 외의 그 무엇도 문학적인 최고 걸작을 창조하는 데 있어서 등대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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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밋이 문을 나가 밝은 노란색 차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미국에는 정말 커다란 것이 많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자유의 여신상은 크다. 미시시피강과 그랜드캐니언은 크다. 대초원 위의 하늘은 크다. 그러나 인간의 자기 과대평가보다 더 큰 것은 없다. - P745

크세노스는 평범하고 소박한 옷을 입은 주변 인물로, 우리가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그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경비원이나 종업원으로, 심부름꾼이나 사환으로, 가게 주인, 웨이터, 방랑자 등으로-나타났다. 크세노스는 보통 이름이 밝혀지지 않고, 대부분 알려지지 않고, 흔히 망각 속으로 사라지지만, 그러나 그는 항상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장소에 나타나서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필수적인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 P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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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종합해볼 때", 울리가 눈가의 눈물을 훔치며 혼잣말을 했다. "그 모든 걸 종합해볼 때, 하루의 시작이 시작다웠고, 중간이 중간다웠고, 끝이 끝다웠던 오늘 하루는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는걸 부인할 수가 없어." - P603

우리는 우리 앞에 없는 것에 대해 열중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보다 우리 앞에 있는 것에 열중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한결 덜 불안할 거야. - P613

학자들은 제논의 가르침을 대대로 전수하는 것에 더하여 전문적인 용어도 대대로 전수해왔는데, 그 유일한 목적은 허튼소리를 그럴듯한 이론으로 가르치는 관행을 인정하는 것일 뿐이었다. - P623

예의를 차리기 위해 커피 한 잔과 커피 케이크 한 조각을 받아들인 후 에밋은 예절을 지키는 것은 대부분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 왜냐하면 커피와 케이크는 그에게 딱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더 먹겠느냐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 P628

울리도 잘 알고 있듯이, 무거운 침묵은 누군가와 따로 얘기할 때의 필수적인 부분이었다. 그것은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다음에 올 말이 가장 중요한 말이라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다. - P671

에밋은 샐리도 그와 마찬가지로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점도 위안이 되었다. 다른 사람도 비슷하게 비난의 아픔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아는 데서 오는 위안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옳고 그름에 대한 자신의 감각이 다른 사람과 공유되었고, 그래서 더 진실에 부합한다는 것을 알게 된 데서 오는 위안이었다. - P675

"우린 젊을 때 우리의 악과 분노, 시기심, 자존심을 억누르는 것의 중요성을 우리 자신에게 가르치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내가 보기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결국 생각과 달리 미덕에 의해 저해되는 것 같아. 만약 어느 모로 보나 장점인 특성을 받아들여서 그러니까 목사와 시인이 칭송하는 특성, 우리 친구들에게서 발견하고 존경하게 되는 특성, 우리 자녀에게 길러주고 싶은 특성을 받아들여서 그 특성을 어느 가엾은 영혼에게 풍성하게 준다면, 그것은 거의 틀림없이 그 사람의 행복에 장애가 될 거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너무 영리하게 구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자신의 이익을 너무 참고 인내하는 사람도 있어. 자신의이익을 위해 너무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고." - P698

사진의 재미있는 점은 사진이 찍힌 그 순간까지 일어난 모든 일을 아는 데 반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점이라고 울리는 생각했다. 그럼에도 일단 사진이 액자에담겨 벽에 걸리고 난 뒤에는 그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막 일어나려고 했던 모든 것들뿐 아니라 일어나지 않은 것들, 예상하지 못한 것들, 의도하지 않은 것들,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을 볼 수있었다. - P703

모든 사람의 삶이 조각 그림 맞추기의 조각 같다면 멋지지 않을까, 울리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의 삶도 다른 사람의 삶에 불편을 초래하는 것으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의 삶도 특별히 설계된 자신의 자리에 딱 들어맞을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복잡한 전체 그림이 완성될 수 있게 할 것이다. - P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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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더 풍부한 이미지를 제공하지. 이미지는 모호할수록 더 좋은 거라네. 결국 진정으로 보는 일은 내면에서 이루어지니까. 그런데 그림은 눈에 띄는 결함을 드러내며 사람을 응시하지. 난 여자들을 그린 그림에서 특히 그런 느낌을 많이 받네. 여자들이 채색된 겉모습에 불과한 듯이 말이야! 여자들을 진정으로 볼 수 있으려면 그 동작과 목소리를 기다려야 해. 그들은 숨 쉬는 것도 달라. 시시각각으로 변한다네. 방금 본 여자를 예로 들자면 자네는 그녀의 목소리를 어떻게 그릴 텐가? 그녀의 목소리는 자네가 그녀에게서 본 그 무엇보다도 성스러운데." - P325

그러나 결혼의 문턱을 일단 넘어서면 기대감은 현재에 집중된다. 결혼의 항해가 일단 시작되면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바다가 보이지 않으며 - 실은 둘러막힌 웅덩이 속을 탐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다. - P334

우리는 우리의 수치스러운 고백을 상대가 온전히 받아들일 때도 화가 난다. 하물며 우리가 병적이라고 치부하고 마비의 징후라도 되는 양 물리치려 애쓰는 그 모호한 웅얼거림을 가까이 있는 관찰자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잔인하게도 명확한 음절로 듣게 된다면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 P342

그러나 도러시아의 마음속에서 모든 생각과 감정은 조만간 한 갈래의 흐름으로 흘러들 테고, 그녀의 온 의식은 가장 완전한 진실, 가장 편파적이지 않은 선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분노와 낙담보다 더 나은 것이 있음은 분명했다. - P345

사람들은 떠들썩하게 퍼져 나가는 이웃 사람의 명예의 싹을 잘라 버리려는 유혹을 쉽게 느끼고, 그런 식으로 죽이는 것은 살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P352

참회하는 자가 멀리서 돌아오는 것을 보면 사랑은 그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지 않을까? - P357

우리가 우리 경험에서 소중한 기대가 무너져 버렸거나 새로운 동기가 생겨난 획기적인 사건을 생생히 기억하듯이. 이날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반응을 캐소본 씨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모한 환상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그의 삶에는 그뿐 아니라 그녀에게도 대단히 큰 무언가를 요구하는 애처로운 의식이 있으리라는 예감에 눈뜨게 되었던 것이다. - P358

우리 모두는 우매한 마음으로 태어나고, 세상을 우리의 지고한 자아에 젖을 먹여 줄 젖통으로 여긴다. 도러시아는 일찌감치 그 우매함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편에게도 동등한 자아의 중심이 있으며 거기에서 나오는 빛과 그림자는 늘 어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머리가 아닌 감정으로 더욱 명확하게 -물체의 견고함처럼 감각에 직접 작용하는 관념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자신이 어떻게 캐소본씨에게 헌신하고 그의 힘과 지혜 속에서 현명하고 강해질지를 상상하는 편이 훨씬 더 쉬웠다. - P358

멀리 손이 닿지 않는 옥좌에 앉은 여자에게 숭배를 바치는 것은 남자의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대개의 경우 숭배자는 여왕에게 인정받기를 갈망한다. 자기 영혼의 여왕이 높은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으면서도 기운을 북돋워 줄 어떤 승인의 신호를 보내 주기를 바란다. 윌이 원한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 P370

"제가 바라는 것은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거예요. 모든 사람의 인생을 말이지요. 그런데 어쩐지 예술은 인생의 바깥에 있고 세상을 위해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것 같지도 않은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괴로워요. 사람들 대부분이 예술에서 차단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것을 누리는 즐거움이 깨지고 말지요." - P372

윌은 또다시 말이 너무 지나쳤다고 느꼈다. 하지만 우리가 말에 부여하는 의미는 우리 감정에 달려 있다. 화를 내면서도 안타까워하는 그의 어조에 도러시아를 위한 다정다감한 마음이 듬뿍 담겼기에 늘 열정을 발산하기만 했지 주위의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서 그런 열정을 받아 본 적이 없던 도러시아는새삼 고마운 마음으로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P374

시인은 미워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괴테가 말했다. -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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