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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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를 읽었다.
제목 ‘시선으로부터‘를 보고 시선? 뭐지? 눈의 방향인가, 주의 또는 관심의 비유적 표현인가 의문을 가지고 책을 펼쳐 들었다.

전체적인 내용은 한국과 미국에 나뉘어 살고 있는 한 가족이 단 한 번 뿐인 제사를 지내기 위해 하와이로 떠난다는 다소 엉뚱한 상황에서 출발하는데, 현대사의 비극과 이 시대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 세계의 부조리를 관통하며 나아간다. 미술가이자 작가이며 시대를 앞서간 어른이었던 심시선, 그녀가 두 번의 결혼으로 만들어낸 이 독특한 가계의 구성원들은 하와이에서 그녀를 기리며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해 나간다.

소설 첫 부분에 심시선 가계도가 나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31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각 장 처음에 심시선의 토론, 인터뷰, 그가 쓴 글 등을 제시하고 각 등장 인물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심시선이 겪은 일이 무엇인지, 손녀 화수는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는지 궁금증을 유발해 가며 하나하나씩 밝혀 나가면서 독자를 끌어당기고 있다.
시선으로부터 뻗어나온 아들과 딸들, 손자, 손녀들. 그들은 그들의 어머니, 할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지니고 있다. 겉으로는 시선의 험담을 들추어내는 듯하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따뜻한 애정과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추악한 시대를 살면서도 매일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던 시선의 조각이 그들 속에 있기 때문에 그들은 그들의 시대를 견디어 내며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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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카를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는 외삼촌의 원칙만이 이 방문과 복도에서 헤매는 것에 대한 책임이 있었다.

모든 일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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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 잘 검토하고 살펴봐야겠지만 그렇다고 그 일에 사로잡혀서는 안되고, 유럽인이 미국에 처음 온 며칠은 출생과 견줄 만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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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정의의 문제에서는 찬성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정의가 중요한 문제일지 모르지만 이와 동시에 규율 문제도 중요하단다. 이 두 가지 문제, 특히 규율 문제는 이곳에서 선장님의 재량에 속하거든."

규율이 문제 되면 예의 바름은 온데간데 없어져

스스로를 방어해야 해요. ‘네‘ 또는 ‘아니오’라고 분명히 말해야 해요. 안 그러면 사람들이 진실을 알 수 없어요. 내 말을 따르겠다고 약속해요. 여러 가지 이유로 내가 당신을 더는 도울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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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자욱했는데, 아무도 말을 믿지 않았다. - P55

그는 말을 내질러서 글에 머뭇거림이 없었다. - P58

사내들의 말은 가깝고 다급했지만, 말 끝난 자리의 허허로움을 다들 알고 있었다. - P59

아이의 이를 들여다보면서 안중근은 빛을 떠올렸다. 그 빛은 빌렘에게 세례를 받던 때 멀리서 다가오던 빛과 같았다. 빛이 아이의 분홍빛 잇몸 속에서 젖니를 밀어올리고 있었다. 빛은 분명해서 빛을 증거하는 일은 쉬웠다. - P61

세습으로 태어나 뒷짐지고 거들먹거리는 유생들이나 송곳 꽂을 땅도 없는 무지렁이들이나 죄의 규모는 차이가 있었지만 죄의 내용과 죄의 계통은 대체로 비슷해서 인간의 죄는 몇 개의 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하되 어떠한 유형에도 속하지 않는 내밀한 죄들을 다들 깊이 지니고 있을 터인데, 그 죄는 마음에 사무치고 몸에 인 박여서 인간은 결코 자신의 죄를 온전히 성찰하거나 고백할 수 없을 것임을 빌렘은 알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떠올라서, 빌렘은 고해성사를 베풀 때마다 하느님께 민망했다. 죄인과 하느님 사이에서 사제의 자리는 늘 거북했다. 빌렘은 고백받지 못한 죄까지를 합쳐서 하느님께 고하고 용서를 빌었다. - P63

·도마야, 악으로 악을 무찌른 자리에는 악이 남는다. 이 말이 너무 어려우냐? 네가 스스로 알게 될 때는 이미 너무 늦을 터이므로 나는 그것을 염려한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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