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에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온라인 세계에서 쓰고 있다. 그만큼 중요해졌고 그만큼 더 위험해졌다.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작동하고 있는추천 알고리듬으로 인해 사람들의 편향은 제어 받을 기회를 점점 잃고 있다. 끼리끼리 덕분에 공감의 깊이는 더욱 깊어지고 있지만 타자에 대한 공감의 반경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양극화의 위험은 더 커졌고 비판적 중도의 입지는 줄어들었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내전 중이다. 그래도 문제를 인식했다는 것은 해결의 시작이다. 우리는 달라질 수 있다. - P112

도덕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와 제시 그레이엄JesseGraham은 모든 문화권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도덕의 토대로서 다섯 가지 기준, 즉 ‘도덕 기반moral foundation‘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기반들은 ‘피해harm‘ ‘공정성fairness‘ ‘내집단ingroup‘ ‘권위authority‘ ‘순수성purity‘이다. 도덕 기반 이론에따르면 이런 기반들이 흔들릴 때 우리의 도덕적 직관은 빨간 신호등을 켜면서 우리에게 ‘뭔가 잘못 되었음‘이라고 경고한다. - P116

도덕 기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이면 누구나 이 다섯 가지 기준을 갖고 있지만 어디에 가중치를 주는지에 따라 정치적 입장이 달라진다. 자유주의자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적 성향이 더 강하기 때문에 보수주의자에 비해 내집단, 권위, 순수성 기반에 가중치를 덜 둔다. - P117

역겨움 또는 혐오는 도덕 기반들이 위배되었을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 중 하나다. 역겨움은 회피 동기를 주는 대표적 감정 - P118

다윈이 일찍이 관찰했듯이 동물들은 감정을 외부로 표현한다. 그런데 동물이 왜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게끔 진화했는지는 과학적으로 중요한 질문이다. 감정이 그저 주위 환경의 변화에 대한 내적 반응일 수는 없었을까? 감정의 외부 표출이 내적 반응보다는 더 큰 비용이 드는 행위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것은 의미 있는 질문이다. 감정을 외부로 표현하는 것에 아무런 이득이 없었다면 어쩌면 감정은 내적 반응으로만 진화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동물들이 실제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면 그런 감정 표현에는 어떠한 진화적 기능이 있었을 것이라는 논리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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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세상이 더 크고 중요한지는 그가 그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애정을 쏟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P111

한 인간으로서 우리는 성장한다. 매일매일 어떤 사람을 우연히 만나느냐에 따라 어떤 강연을 듣고 어떤 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변하고 또 변한다. 우리에게는 우리 과거와 단절할 권리가 있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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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규모의 사회에서는 친사회적 행동이 종교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 가령 아프리카 최후의 수렵 채집 집단인 하드자Hadza족의 경우에는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이 없고 해와 달의 신들은 인간의 선행이나 악행에도 무관심하다. 하지만 그들은 사냥을 할 때나 일상생활을 영위할 때 여전히 협력적이다. 왜 그럴까? 하드자족처럼 집단의 크기가 작아서 서로를 뻔히 다 아는 사회에서는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초자연적 힘까지 동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익명성이 없는 사회이므로 사기꾼은 발 디딜 틈이 없다. - P84

넷플릭스, 유튜브,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 기업은 현재 CBF, CF, HF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 이 추천 알고리듬들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의 성향을 분석하여 선호를 예측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문제는이 추천 시스템들은 사실상 사용자의 과거 행동과 성향을 - P96

‘넘어서는‘ 추천은 절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과거에 기반한 추천이 아니라 과거에 ‘갇힌‘ 추천인 셈이다. 선택하면 할수록 내 과거와 내 성향에만 맞는 추천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사용자 자신의 경계를 넘어서는 도전적 추천은 존재하지 않는다. - P97

왜 사람들은 과거의 선택에 기반하여 미래를 선택하는 데에 편안함을 느낄까? 사람들은 왜 자기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친밀감을 더 느낄까? 왜 끼리끼리 공감할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서로 다른 심리적 과정으로 설명해야 할 주제이긴 하지만 공통적으로는 ‘타자에게 영향을 받는 사회적 의사결정자‘로서의 인간 심리에 대한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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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인류의 역사에서 팬데믹은 부족 본능을 자극해 집단끼리 뭉치게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 그것이 팬데믹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일차적인 방어 기제이기 때문이다. - P57

자국민이 위협을 받을 때 국가와 국민은 타국을 비난하면서 자존감을 지키고 안심할 수 있다. 이것이 편견의 심리다. - P64

반향실 효과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끼리만 소통을 함으로써 획일적 견해로 수렴하는 현상이다. 필터 버블은 자신의 성향에 맞는 정보만을 필터링해주는 소셜미디어로 인해 정보 편향이 증폭되는 현상을 말한다. - P64

나는 혐오나 경멸과 같은 부정적 정서가 집단으로 빠르게 전염되는 현상을 ‘이모데믹emodemic, emotion + epidemic‘이라 부르고자 한다. 사회심리학 연구를 보면 전염병의 위협이 증가할 때 노인, 외국인, 장애인, 심지어 비만인 사람에 대한 혐오감이 늘어난다. 다수와는 다르게 생긴 사람들, 비정상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 외집단 사람들이 병원체를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 P65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프린스턴 대학교의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에서 인간은 두 가지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두 체계를 ‘시스템1‘과 ‘시스템2‘라 불렀는데 시스템1은 직관적·정서적 사고 체계를 말하는 것으로 무의식적이며 즉각적으로 작동한다. 이것은 심사숙고해서 신중하게 결정할 시간이 없는 급박한 상황에서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 P66

반면에 시스템2는 이성적. 합리적 사고 체계를 말하는 것으로 시스템1과 달리 주로 뇌의 전전두피질에서 작동하며 주의력과 집중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정확하지만 반응 시간은 길다. - P66

직관과 감정은 이성보다 빠르고 편하며 작동 비용이 덜 든다는 얘기다. - P66

이모데믹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즉각적인 감정 및 이런 감정과 연결되어 부족 본능을 만드는 시스템1의 작용을 억제하고 역지사지에 가까운 시스템2의 인지적 공감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시스템2를 활용하여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타인의 상황을 인지함으로써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 P68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다보면 서로 극단에 있는 줄 알았던 사람들이 사실 닮은 점도 많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과 접촉을 하다보면 타인과 외집단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 수 있다. - P70

캠페인으로 쓸 용어는 의미가 분명해야 한다. - P71

우리 인간은 물리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도 사회적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유일한 종이다. 오직 인간만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굶주린 아이들에게 공감력을 뻗칠 수 있다. - P72

타인의 입장에 서보는 공감능력이야말로 인류의 가장 내밀한 성공 비밀이다. 우리는 문명을 이룩할 만큼의 공감력과 과학/의료 기술을 가진 유일한 종이다. - P73

이번 팬데믹은 사피엔스에게 던져진 거대한 시험이다. 이 시험의 핵심 문제는 과연 ‘인류가 공감의 반경을 더 넓힐수 있겠는가?‘일 것이다. 이 시험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이성적으로 타인을 포용할 수 있는지 모색해봐야 한다. - P73

팬데믹은 방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크게는 인류문명의 기원, 성장, 멸망에 관한 대서사다. - P76

사이코패스에 대한 놀라운 연구 결과 중 하나는 그들의 어린 시절에 놀이가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놀이는 미래에 벌어질 일에 대한 예행 연습이기도하다. - P79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누군가에게 소속됨으로써 만족감을 느낀다. 수없이 많은 연구에서 동료들과 즐거운 상호 작용을 하는 사람일수록 자존감이 높고 더 행복하며 정신과 신체가 모두 건강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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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문호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간다"라고 썼다. 이 문장은 오늘날에도 그 의미가 바래지 않은 것 같다. 여기서 괴테는 구체적인 여성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포용이나 돌봄과 같은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인간이 복잡한 만큼 부족 본능의 기원도 그 발현도 복잡한 조건을 갖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부족 본능이 협소해지지 않도록, 우리를 구원하는 힘이 될 수 있도록 그 힘과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 P48

외집단에 속한 인간 존재를 인간 이하로 지각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비인간화‘라고 부른다. 비인간화 심리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작동해왔고 현재에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 P49

비인간화 현상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심리학자 닉 하슬림Nick Haslam은 비인간화를 두 개의 하위 차원으로 나눈다. 첫 번째는 동물적 차원의 비인간화로 이때에는 도덕성, 성숙함, 교양, 깊이, 정교함과 같은 인간의 독특성을 부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두 번째는 기계적 차원의 비인간화로 따뜻함, 감정, 자율성, 융통성, 합리성과 같은 인간 본성을 부인하는 방식이다. - P50

개인은 생존을 위해 타인에 관한 이 두 차원의 정보를 알아야만 한다. 여기서 타인의 의도에 대한 평가는 따뜻함에, 그 의도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평가는 유능함에 대응된다. - P52

실제로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화/비인간화가 일어나는 뇌 신경 네트워크가 존재하는데 사람들이 노숙자나 약물 중독자를 떠올릴 경우에는 이 네트워크의 활성이 매우 약하다. 우리의 뇌는 그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것이다. - P52

타자에 대한 비인간화를 더 쉽게 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흥미롭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위계를 공고히 하고 그 위계의 상층에 있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 P53

비인간화에 관한 최근 연구가 말해주는 바는 분명하다. 그것은 비인간화가 전쟁이나 학살같은 노골적 분쟁 상황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 P53

초갈등 시대에 우리는 또다시 공감에게 SOS를 친다. 하지만 한쪽에 과잉 공감하는 순간 다른 쪽에는 폭력이 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치료제는 공감의 깊이가 아니라 반경을 넓히는 것이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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