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화폐적 자본과 현실적 자본 ()

 

산업 자본으로 재전환되어야 할 화폐 규모는 대규모 재생산 과정에 규정되나, 대부 가용 화폐 자본으로 전환될 경우 그 규모가 반드시 재생산 자본의 규모와 일치할 필요는 없다.

 

본 고찰에서 핵심적인 지점은 수입 중 소비되는 부분의 증대가 우선 화폐 자본의 축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화폐 자본의 축적에는 산업 자본의 현실적 축적과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요소가 개입한다. 연간 생산물 중 소비 영역에 투입되는 부분은 결코 자본으로 전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입 중 소비되는 부분은 일부 소비 수단 생산자의 불변 자본을 보충하는데, 이것이 실제로 자본화되는 한 해당 자본은 불변 자본 생산자의 수입이라는 현물 형태로 존재한다 (, 2부문은 소비된 생산 수단을 보충하기 위해 제1부문의 잉여 가치 s로부터 생산 수단을 구매한다).

 

단순히 소비를 촉진하며 수입을 대표하는 바로 그 화폐는 규칙적으로 일정 기간 대부 화폐 자본으로 전환된다. 이 화폐가 임금을 대표할 때는 가변 자본의 화폐 형태가 되며, 소비 수단 생산자의 불변 자본을 보충할 때는 현물로 대체되어야 할 불변 자본 요소의 일시적 화폐 형태가 된다. 이러한 화폐는 재생산 규모에 따라 그 양이 증대될지언정 그 자체로 축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해당 화폐가 일시적으로 대부 자본의 기능을 수행함에 따라, 화폐 자본의 축적은 필연적으로 실제 진행 중인 자본 축적보다 과다하게 나타난다. 개인적 소비의 증대가 화폐에 매개되면서 화폐 자본의 축적으로 표상될 뿐만 아니라, 이것이 새로운 자본 투자를 개시하는 화폐 형태를 제공하여 현실적 축적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 가용 화폐 자본의 축적은 부분적으로 다음의 사실을 드러낸다. 산업 자본이 순환 과정에서 전환되는 모든 화폐는 재생산 주체들이 직접 투하하는 형태가 차입 화폐의 형태를 취하게 되며, 이에 따라 재생산 과정에 필수적인 화폐 투하가 실질적으로는 차입에 근거한 투하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상업 신용의 관점에서 개인이 타인에게 대부하는 화폐는 본래 자기 재생산 과정에 필요한 화폐이다. 그러나 은행 신용의 단계에 이르면 그 기제는 다음과 같이 변모한다. 은행업자가 재생산 주체들의 일정 계급으로부터 화폐를 차입하여 다른 계급에 대부하면서 스스로를 자본의 대변인으로 설정하며, 동시에 해당 자본에 대한 처분권은 전적으로 중개자인 은행업자에게 귀속되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화폐 자본 축적의 특수한 형태들을 고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원료 등 생산 요소의 가격 하락으로 인해 자본이 유출되는 경우이다. 산업가가 재생산 과정을 즉각 확대할 수 없다면, 잉여분으로 남은 화폐 자본의 일부는 순환 과정에서 축출되어 대부 화폐 자본으로 전환된다. 이는 동일한 화폐 자금으로도 재생산 확대가 수행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실질적으로는 재생산 과정이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반복됨을 시사한다.

 

둘째, 사업의 정체나 중단 (특히 상업 부문)으로 인해 자본이 화폐 형태로 유휴화되는 경우이다. 거래 청산 후 차기 거래까지 공백이 발생하면 실현된 화폐는 단순한 퇴장 화폐나 과잉 자본에 불과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대부 가용 화폐 자본의 축적을 직접적으로 표상하며, 거래 연쇄의 중단을 표현한다. 이상의 두 경우 모두 화폐는 대부 자본으로 전환되어 화폐 시장과 이자율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나, 전자가 현실적 축적 과정의 촉진을 나타낸다면 후자는 그 저지를 나타낸다는 차이가 있다.

 

끝으로, 재생산 과정에서 은퇴하는 주체들로부터 기인한 화폐 자본의 축적이다. 산업 순환 과정에서 이윤이 증대될수록 사업에서 물러나는 인원 또한 증가한다. 이 경우 대부 가용 화폐 자본의 축적은 일면으로는 현실적 축적의 상대적 규모를 나타내며, 타면으로는 산업 자본가가 단순한 화폐 자본가로 전향되는 정도를 표상할 뿐이다.

 

이윤 중 소비되는 않는 축적분의 화폐 자본 전환은, 해당 생산 부문에서 사업 확장에 직접투입될 수 없는 경우에만 발생한다. 이는 특정 부문의 자본이 포화 상태에 도달했거나, 축적분이 새로운 자본 투자에 적합한 일정 규모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축적분은 당분간 대부 가용 화폐 자본으로 전환되어 타 분야의 생산 확장에 기여하게 된다. 여타 조건이 동일하다면 자본으로 재전환되는 이윤량은 취득된 이윤의 크기와 재생산 과정의 확장 정도에 의존한다. 새로운 축적이 투자 영역의 부족이라는 난관에 부닥친다면, 곧 생산 부문의 포화와 대부 자본의 과잉 공급이 발생한다면, 이러한 대부 가용 화폐 자본의 과잉은 자본주의적 생산의 내재적 한계를 실증한다. 이후 전개되는 신용 투기는 과잉 자본의 사용에 물리적 장애가 없음을 보여주는 듯하나, 자본의 가치 증식 법칙이 규정하는 한계라는 실질적 장애는 상존한다. 결국 화폐 자본의 과잉이 반드시 과잉 생산이나 자본 투자 영역의 절대적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 자본의 축적은 화폐가 대부 가용 형태의 화폐 자본으로 침전됨을 의미한다. 이는 화폐의 실질적인 자본 전환과는 상이하며, 단지 자본으로 기능할 수 있는 잠재적 형태로 화폐가 축적되는 과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미 고찰한 바와 같이 대부 자본의 축적은 현실적 축적과는 구분되는 여러 요소를 함축한다. 현실적 축적이 지속적으로 확장될 때, 화폐 자본의 축적 증대는 우선적으로는 해당 확장의 결과이나, 다른 한편으로는 신용 제도의 발달과 같이 현실적 축적에 수반하면서도 그 성격이 판이한 요소들의 산물일 수 있다. 심지어 이는 현실적 축적의 정체로 인한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부 자본의 축적이 현실적 축적과 무관한 요인들에 따라 증대된다는 사실은, 산업 순환의 특정 국면에서 화폐 자본의 과잉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신용 제도의 고도화에 따라 이러한 과잉이 더욱 심화됨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화폐 자본의 과잉은 생산 과정을 자본주의적 한계를 상회하여 확장하려는 동인으로 작용하여 과잉 거래, 과잉 생산, 과잉 신용을 유발하며, 결국 공황과 같은 퇴행적 형태를 거쳐 파국적으로 전개된다.

 

지대나 임금 등에 근거한 화폐 자본의 축적은 논외로 하더라도, 자본주의적 생산의 발달에 수반되는 분업의 양상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화폐 퇴장에 따른 현실적 저축과 절제의 과업은 정작 축적의 요소들을 최저 한도로 점유하며 때로는 은행 도산 시의 노동자처럼 그 미미한 저축분마저 상실하는 계급에게 전가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산업 자본가는 자신의 자본을 직접 저축하기보다 자본 규모에 비례하여 타인의 저축을 처분하며, 화폐 자본가는 타인의 저축을 자기 자본으로 전화시킨다. 나아가 화폐 자본가는 재생산적 자본가들 사이의 상호 신용과 사회 전체가 제공하는 신용을 개인적 치부의 원천으로 삼는다. 결국 자본은 개인의 노동과 저축의 산물이라는 자본주의 체제의 최후 신화는 파기된다. 이윤이 타인 노동의 사유화일 뿐만 아니라, 그 노동을 가동하여 착취하는 자본 자체도 실상은 타인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화폐 자본가는 이 타인의 재산을 산업 자본가의 처분에 맡기는 형식을 빌려, 모순적으로 산업 자본가를 수탈하는 구조를 확립한다.

 

신용 자본의 운용 기제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보충한다.

 

동일한 화폐 단위가 대부 자본으로 반복 기능할 수 있는 빈도는 전적으로 아래의 요소들에 달려 있다.

 

첫째, 동일 화폐가 상품 가치의 판매 및 지불 과정에서 몇 번이나 자본 또는 수입을 실현하며 이전되는가에 달려 있다. , 일정 화폐가 실현된 가치로 타인의 수중에 들어가는 횟수는 실질적인 거래의 규모와 빈도에 직결된다.

 

둘째, 지불 수단의 절약 기법과 신용 제도의 발달 및 조직화 정도에 의존한다.

 

셋째, 신용 연쇄의 속도, 곧 화폐가 특정 지점에 예금으로 유입된 후 다른 지점에서 대부 자본으로 재방출되기까지의 시차와 활동 속도에 결정된다.

 

대부 자본의 형태를 가치 척도로 기능하는 실물 화폐인 금이나 은으로 전제하더라도, 이러한 화폐 자본의 상당 부분은 필연적으로 가공적 성격을 띤다. , 가치 표상이나 보조 주화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가치 증서에 불과하다.

 

자본 순환 과정에서 기능하는 화폐는 특정 시점에서 화폐 자본의 지위를 가지나, 이것이 곧 대부 화폐 자본으로 전환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해당 화폐가 생산 자본의 요소와 교환되거나 수입의 실현 및 소비 지출을 위한 유통 수단으로 지불되는 한, 소유자에게 대부 자본으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폐가 대부 자본으로 전화하여 동일한 화폐가 반복적으로 대부 자본을 대표하게 될 때, 그 화폐는 오직 단일한 지점에서만 금속 화폐로 실재할 뿐이며, 그 외의 모든 지점에서는 자본에 대한 청구권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청구권의 축적은 상품 자본 등의 가치가 화폐로 전환되는 현실적 축적에 기인하나, 청구권 또는 증서 자체의 축적은 그 원천인 현실적 축적과 구별될 뿐만 아니라 화폐 대부를 매개로 이루어질 장래의 새로운 생산 과정과도 독자적인 궤적을 그린다.

 

대부 자본은 실질적으로 항상 화폐 형태 또는 화폐 청구권의 형태로 존재한다. 대부 자본의 시원적 형태인 화폐는 차입자의 수중에서 현실적 화폐로 기능하는 반면, 대부자에게는 화폐 청구권이나 소유권 증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동일한 양의 현실적 화폐라 할지라도 연쇄적인 대부 관계를 매개로 한 방대한 규모의 화폐 자본을 표상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한 화폐는 그것이 실현된 자본이든 수입이든 관계없이, 대부 행위나 예금 전환이라는 형식을 거쳐 대부 자본으로 전화한다. 이때 예금은 예금자의 관점에서는 화폐 자본의 지위를 가지나, 은행업자의 수중에서는 단지 잠재적 화폐 자본의 성격을 띨 뿐이다. 이는 해당 자금이 예금자의 금고가 아닌 은행업자의 금고에서 일시적으로 유휴 상태에 머물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질적 부의 팽창에 따라 화폐 자본가 계급은 필연적으로 비대해진다. 한편으로는 은퇴한 자본가, 곧 금리 생활자의 수와 자산 규모가 확대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신용 제도의 고도화에 힘입어 은행업자, 화폐 대부자, 금융업자 등의 저변이 넓어진다. 가용 화폐 자본의 확충은 국채나 주식과 같은 이자 낳는 증권 물량의 증대를 수반한다. 동시에 가용 화폐 자본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한다. 이자 낳는 증권을 매개로 투기를 행하는 증권 중개인들이 화폐 시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증권 매매가 전적으로 현실적 자본 투하의 산물에 불과하다면, 이는 대부 자본 수요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매도자 A가 증권을 처분하여 회수하는 화폐액은 매수자 B가 해당 증권에 투입하는 금액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증권이 표상하는 원천 자본은 이미 실물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본에 대한 새로운 화폐적 수요가 상존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전에는 B, 현재는 A가 처분권을 행사하는 대상은 실질적인 화폐 자본이다.

 

질문 (위원): 할인율이 오직 시장 내의 상업 자본량, 곧 다른 유가 증권과는 구별되어 오직 상업 어음의 할인에만 투입될 수 있는 자본의 양에 의거하여 결정된다는 견해가 있다. 이것이 할인율 결정 요인에 대한 올바른 지적이라고 보는가.

 

답변 (챕만): 그렇지 않다. 이자율이 화폐로 전화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유가 증권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판단한다. 이자율의 문제를 단순히 어음 할인이라는 범위에 국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질문 (위원): 그렇게 보는 구체적인 근거는 무엇인가.

 

답변 (챕만): 최근의 경향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영구 공채 (콘솔: 1751년 각종 공채를 연리 3%로 통합 정리한 영구 연금형 공채)나 재무부 증권 등을 담보로 화폐를 수요하는 행위가 급격히 증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형성된 이자율이 일반적인 상업 이자율보다 훨씬 높아질 때, 우리 상업 부문이 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불합리한 주장이다. 실제로 우리의 상업 부문은 이러한 금융 시장의 변동에 매우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은행법, 1857, 4886).’

 

은행법, 18574886호의 챕만의 논의는 다음과 같다. 할인율이 상업 어음 할인에만 국한된 시장 자본량에 따라 결정된다는 견해는 타당하지 않다. 이자율은 화폐로 전환되는 모든 유가 증권의 동향에 따라 결정된다. 이자율의 범위를 어음 할인에만 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최근의 경향처럼 콘솔 (영구 공채)이나 재무부 증권을 담보로 한 화폐 수요가 급증하여 해당 이자율이 상업 이자율을 상회할 경우, 이것이 상업 부문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 실질적으로 상업 부문은 이러한 금융 시장의 변동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은행업자가 공인하는 우량하고 유동성 높은 증권이 시장에 존재하고 소유자가 이를 담보로 화폐를 차입하고자 할 때, 상업 어음의 금리는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가령 콘솔 등 유가 증권의 대부 금리가 6%를 형성할 경우, 상업 어음에 대한 대부 금리가 5% 수준에서 유지되기는 어렵다. 화폐 소유자가 6%의 수익률로 대부할 수 있는 상황에서 5.5%의 낮은 이율로 어음을 할인할 유인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4890).’

 

화폐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체를 보다 명확히 규정하자면, 이는 단순히 수천 파운드 단위의 유가 증권을 구매하는 일반 투자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콘솔 담보 대부 이자율을 결정짓는 핵심 동인은 수십만 파운드를 운용하는 증권 중개인들이다. 이들은 거액의 공채를 공모하거나 시장에서 매입하며, 해당 채권의 유리한 매각 시점까지 이를 보유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화폐를 지속적으로 수요한다. 이들의 자금 차입 형태가 시장 전반의 이자율 형성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4892).’

 

신용 제도의 발달에 힘입어 런던과 같은 대규모 화폐 시장이 형성되며, 이는 필연적으로 유가 증권 거래의 중심지로 기능한다. 은행업자가 사회로부터 수탁한 방대한 화폐 자본을 증권 거래 업자들에게 공급함에 따라 투기적 거래 주체들은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당시 잉글랜드 은행 총재는 상원 특별 위원회에서 증권거래소의 화폐 가격은 일반적으로 타 시장보다 저렴하게 형성된다.’고 증언한 바 있다. (상업 불황, 1848-1857, 219)

 

이자 낳는 자본의 성격상, 수년에 걸친 평균 이자율은 여타 조건이 동일할 때 평균 이윤율에 따라 결정된다. 이는 기업가 이득 (이윤에서 이자를 차감한 잔여)에 기반하여 규정되는 것이 아니다.

 

상업 이자의 변동 과정을 고찰하면, 산업 순환의 특정 국면에서 이자율은 최저 수준을 지나 평균적 중간 수준에 도달하며 이후 그 수준을 상회하게 된다. 이러한 금리 상승 운동이 이윤 증대의 결과라는 점은 이미 논의된 바 있으며, 이하에서 보다 심층적으로 규명될 것이다.

 

본 고찰에서는 다음의 두 가지 사항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이자율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현상 (영국과 같이 중간 수준의 이자율이 장기 대부 이자 또는 사적 이자로 나타나는 경우)은 해당 기간의 이윤율 역시 높다는 명백한 증거이나, 이것이 반드시 기업가 이득률 (이윤율에서 이자율을 차감한 잔여)의 고공 행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자본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자본가는 스스로에게 이자를 지불하는 셈이므로, 높은 이윤율을 온전히 실현하나, 타인 자본에 의존하는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화폐 시장의 일시적 핍박 국면을 제외하고 고금리가 지속될 수 있는 토대는 높은 이윤율에서 마련되지만, 이 높은 이윤율이 고금리와 결합할 때 기업가 이득률은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 일단 착수한 사업은 지속되어야 하기에 이윤율이 유지되더라도 기업가 이득은 감소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국면에서는 활동이 주로 신용 자본 (타인 자본)을 매개로 수행되며, 높은 이윤율 자체가 투기적 기대치에 불과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높은 이자는 이윤이 아닌 차입 자본 그 자체로 지불되기도 하며, 이러한 파행적 상황은 투기 국면에서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둘째, 이윤율의 상승으로 인해 화폐 자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그 결과 이자율이 상승한다는 논리는, 산업 자본에 대한 수요 증가가 이자율이 상승을 견인한다는 논리와는 엄격히 구별되어야 한다.

 

공황기에는 대부 자본에 대한 수요와 이자율이 최고조에 달하는 반면, 이윤율과 산업 자본에 대한 실질적 수요는 거의 소멸한다. 이 시기의 차입은 생산적 투자가 아닌, 단지 결제를 이행하고 기존의 부채를 청산하기 위한 긴급한 지불 수단 확보에 집중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공황 이후 경기가 복구 국면에 진입하면, 대부 자본은 구매력 확보 및 화폐 자본의 생산·상업 자본으로의 전환을 위해 수요된다. 이때 산업 자본가와 상인은 확보한 대부 자본을 매개로 생산 수단과 노동력에 투하하면서 현실적인 자본 축적 과정을 재개한다.

 

이자율이 이윤율에 규정되는 한, 노동력 수요의 증대 그 자체는 이자율 상승의 독립적 원인이 될 수 없다. 임금 상승은 산업 순환의 특정 국면에서 나타나는 이윤 상승의 결과일 수는 있으나, 이윤 상승을 견인하는 동력은 아니다.

 

노동력 수요는 노동 착취가 유리한 조건에서 증가할 수 있으나, 가변 자본에 대한 수요 증대는 본질적으로 이윤을 증대시키지보다 오히려 이를 잠식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가변 자본 확보를 위한 화폐 자본 수요가 팽창함에 따라 이자율은 상승한다. 노동력의 시장 가격이 평균 수준을 상회하고 고용 규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화폐 자본에 대한 수요의 팽창은 필연적으로 이자율 상승을 초래한다.

 

노동력 수요의 증대는 여타 상품과 마찬가지로 해당 상품의 가격을 인상시키지만, 이윤은 도리어 저하된다. 이윤의 크기는 주로 노동력이라는 특수 상품의 상대적 저렴함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전제된 조건 하에서 노동력 수요의 증가는 화폐 자본 수요를 유도하여 이자율을 상향시킨다. 화폐 자본가가 화폐 대부를 중단하고 직접 산업 자본가가 된다면, 임금 지출의 증가는 이윤 증대의 요인이 아니라 이윤 감소의 직접적 원인임을 확인하게 된다. 설령 다른 요인들이 결합하여 이윤이 증대하더라도, 그것이 노동 비용의 부담 때문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노동 비용의 부담이 화폐 자본 수요를 유도하는 한, 그것은 이자율을 상승시키기에 충분한 조건이 된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 임금이 상승할 경우, 이는 일면으로는 이윤율을 저하시키고 타면으로는 화폐 자본 수요를 증대시켜 이자율을 상승시키는 이중적 압착을 가하게 된다.

 

오브스톤이 주장하는 자본에 대한 수요는 노동의 요소를 배제할 경우 실질적으로 상품에 대한 수요로 수렴하다. 상품 수요가 평균을 상회하거나 공급이 이에 미달할 때 상품 가격은 상승한다. 산업 자본가나 상인이 이전에는 100의 비용을 지출하던 동일 물량의 상품에 대해 현재 150을 지불해야 한다면, 차입 필요액 또한 100이 아니라 150으로 증대된다. 이에 따라 5%의 동일한 이자율 조건에서도 그가 부담해야 할 이자액은 5에서 7.5로 증가하게 된다. , 개별 지불 이자액의 증대는 차입 자본 총액의 팽창에 기인한다.

 

오브스톤은 대부 자본과 산업 자본의 이해관계가 일치함을 강변하고자 온갖 논변을 전개하나, 그가 주도한 은행법은 실질적으로 이들 간의 이해 대립을 화폐 자본의 이익으로 전유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상품 공급이 평균 이하로 급감하더라도 상품 수요가 반드시 이전보다 방대한 화폐 자본을 흡수하는 것은 아니다. 상품의 총가치에 투입되는 지출액이 종전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감소한다면, 이는 단순히 동일 화폐액으로 더 적은 양의 사용 가치를 획득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상품 가격이 공급 부족으로 인해 등귀하고 수요가 공급을 상대적으로 상회할지라도, 대부 가용 화폐 자본에 대한 총수요가 증대하지 않는 한 이자율은 상승하지 않는다. 이자율의 변동은 오직 대부 자본에 대한 사회적 총수요의 실질적 팽창에 수반해서만 추동되기 때문이다.

 

곡물이나 면화 등의 흉작과 같이 특정 상품의 공급이 평균 이하로 급감할 때, 대부 자본에 대한 수요는 도리어 증대될 수 있다. 이는 향후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선취하려는 투기적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며, 가격 등귀를 유도하는 직접적 수단으로 상품 물량의 일부를 시장에서 인위적으로 퇴장시키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매입한 상품을 즉시 처분하지 않고 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상업적인 환어음 남발등을 매개로 화폐 창출이 이루어진다. 결과적으로 대부 자본에 대한 수요는 팽창하며, 상품 공급을 시장에서 차단하려는 시도가 지속되는 한 이자율은 상승하게 된다. 이 시기의 이자율 상승은 실질적으로 상품 자본 공급의 인위적인 축적과 삭감을 실증하는 지표가 된다.

 

다른 한편, 상품 공급의 확대와 가격 하락이 해당 상품에 대한 수요 증대를 견인할 수도 있다.

 

이 국면에서 대부 자본에 대한 수요는 불변이거나 오히려 감퇴할 수 있는데, 이는 동일한 화폐액으로 더 많은 물량의 상품 확보가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리한 시점에 생산용 원자재를 확보하거나 장래의 가격 반등을 노린 투기적 재고 축적이 병행될 수 있다. 이 경우 대부 자본 수요가 팽창하면서 이자율이 상승하며, 이러한 금리 인상은 생산 자본 요소의 과잉 재고 형성을 위한 자본 투자를 현시하게 된다.

 

본 고찰의 대상은 상품 자본의 수급에 영향을 받는 대부 자본의 수요에 국한된다. 산업 순환의 각 국면에서 발생하는 재생산 조건의 변화는 대부 자본의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오브스톤은 시장 이자율이 대부 자본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는 자명한 명제를 대부 자본은 곧 자본 일반이라는 자신의 가설과 자의적으로 결합시키다. 이로부터 그는 화폐 대부자를 유일한 자본가로, 대부 자본을 유일한 형태의 자본으로 격상시키려 시도한다.

 

화폐 핍박기 대부 자본에 대한 수요는 본질적으로 지불 수단 확보를 위한 요구일 뿐이며, 구매 수단으로의 화폐 수요와는 무관하다. 이 국면에서 이자율은 생산 자본이나 상품 자본 등 현실적 자본의 수급 상황과 관계없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상인과 생산자가 확실한 담보를 보유한 경우 지불 수단에 대한 수요는 단순히 담보의 화폐화 요구에 불과하나, 담보 능력을 상실한 주체들에게는 지불에 필요한 등가물 그 자체를 제공받으려는 화폐 자본에 대한 수요가 된다.

 

이 지점에서 공황론을 둘러싼 논쟁의 양측은 각각 타당성과 한계를 동시에 노정한다. 지불 수단의 부족만을 강조하는 이들은 건실한담보 소유자만을 고려하거나, 파산한 투기꾼을 화폐 발행만으로 지불 능력 있는 자본가로 회생시킬 수 있다고 믿는 오류를 범한다. 반면, 자본의 부족만을 주장하는 이들은 단순한 명분론에 매몰되거나, 타인 자본에 의존하던 신용 투기꾼들의 입장을 대변할 뿐이다. 후자의 경우, 과잉 수입 및 생산으로 인해 화폐화가 불능한 자본이 산적한 상황에서 은행이 상실된 자본을 보전하고 투기를 지속하게 해달라는 부당한 요구를 자본 부족이라는 논리로 포장하고 있다.

 

자본주의적 생산의 근간은 화폐가 가치의 자립적 형태로 상품과 대립하며, 교환 가치가 화폐를 매개로 독립적 외피를 획득해야 한다는 원리에 있다. 이는 특정 상품이 가치 척도의 재료가 되어 모든 상품의 가치를 측정하면서, 스스로가 여타 상품과 대립하는 일반적·독점적 상품의 지위를 점유할 때 비로소 성립한다.

 

신용 남발과 신용 화폐를 매개로 현금 유통이 대규모로 대체된 고도화된 자본주의 경제에서 이러한 원리는 다음의 두 가지 양상으로 관철된다.

 

첫째, 신용이 수축하거나 고갈되는 화폐 핍박기에 이르면, 화폐는 돌연 유일한 지불 수단이자 가치의 진정한 현존 형태로 모든 상품과 절대적으로 대립한다. 이 과정에서 상품 가치의 일반적 하락이 발생하며, 상품을 자신의 추상적 형태인 화폐로 전환하는 것은 극도로 곤란해지거나 봉쇄되는 국면에 직면한다.

 

둘째, 신용 화폐가 화폐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본질적 근거는, 그것이 표방하는 명목 가치만큼 진정한 화폐인 금속 화폐를 절대적으로 대표한다는 전제에 기반한다.

 

금 유출과 더불어 신용 화폐의 태환성, 곧 현실적 금과의 동일성은 근본적인 동요에 직면한다. 이에 따라 태환 조건을 보증하기 위해 이자율 인상 등과 같은 강제적인 조치가 동원된다. 이러한 조치들은 오브스톤 일파와 같은 화폐 대부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한 그릇된 화폐 이론과 은행법을 빌미로 더욱 가혹하게 추진되기도 하지만, 그 본질적 바탕은 자본주의 생산 양식 자체에 내재해 있다. 신용 화폐의 감가는 기존의 모든 경제적 관계를 동요시킨다. 따라서 가치의 자립적·추상적 존재 형태인 화폐를 보존하기 위해 실물 상품의 가치는 희생될 수밖에 없다. 상품의 화폐 가치는 오직 화폐 그 자체의 가치가 보증되는 범위 내에서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본주의 체제는 수천만 단위의 실물 상품 가치를 단 몇 백만의 화폐적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기꺼이 희생시키는 모순을 드러낸다.

 

이러한 현상은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에서 불가피한 결과이자 그 체제가 지닌 기만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신용이나 신용 화폐가 발달할 수 없을 만큼 협소한 토대 위에서 가동되었던 이전의 생산 양식들에서는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 노동의 사회적 성격이 현실적 생산 과정의 외부에 존재하는 독립된 사물, 곧 화폐라는 형태로 현상하는 한, 산업 공황과는 별개로 존재하거나 또는 이를 심화시키는 화폐 공황의 발발은 필연적이다.

 

한편, 은행에 대한 공신력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는 은행이 신용 화폐의 수급을 제어하면서 화폐 공황을 완화하거나 반대로 격화시킬 수 있음이 명백하다. 근대 산업의 전 역사가 입증하듯, 국내 생산 체계가 유기적으로 조직되어 있다면 금속 화폐는 세계 무역의 일시적 불일치를 청산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요구될 뿐이다. 비상시마다 유일한 긴급 대책으로 채택되는 국립 은행들의 태환 정지 조치는, 모순적으로 국내 경제 운용에 있어 금속 화폐가 더 이상 필수적이지 않음을 실증한다.

 

두 개인 간의 거래에서 이들 모두가 지불 차액의 적자를 본다는 가설은 성립할 수 없다. 상호 채권·채무 관계에서 채권이 완전히 상쇄되지 않는 한, 어느 일방이 그 차액만큼 상대방의 채무자가 되는 것은 분명한 이치다. 그러나 국가 간 거래의 양상은 이와 다르다. 무역 차액은 장기적으로 일치를 지향하나, 특정 시점의 지불 차액은 흑자 또는 적자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경제학적 통설로 인정된다. 지불 차액은 특정 기일에 결제되어야 하는 무역 차액이라는 점에서 이들은 구별된다.

 

공황은 지불 차액과 무역 차액 사이의 시차를 단기간으로 압축시킨다. 공황의 습격으로 지불 기일에 쫓기는 국가에서는 결제 기간의 강제적 단축이 수반된다. 이 과정에서 귀금속의 해외 유출을 시작으로, 위탁 상품의 투매, 국내 화폐 선대를 목적으로 한 급격한 상품 수출로 이어진다. 동시에 이자율 상승, 신용 회수, 유가 증권 가격 폭락 및 외국 증권의 투매가 발생하며, 가치가 하락한 증권을 매개로 해외 자본을 유치하려는 시도가 뒤따른다. 결국 파산 끝에는 대규모 채무 청산으로 귀결된다. 이때 공황 발생국으로 귀금속이 환류되기도 하는데, 이는 해당 국가가 발행한 어음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속 화폐를 매개로 한 직접 결제가 선호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든 자본주의 국가가 아시아에 대해 직간접적인 채무국 지위에 있다는 특수성이 가미된다. 이러한 요인들이 관련국 전반에 파급되면 해당 국가들 역시 금·은의 유출을 겪게 되며, 지불 기일의 도래와 함께 동일한 연쇄 반응이 반복된다.

 

상업 신용에 있어서 신용 가격과 현금 가격의 차액인 이자는 어음 기한이 통상적인 범위를 초과하는 경우에 한하여 상품 가격에 산입되며, 그 외의 경우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각 거래 주체가 신용의 수혜자인 동시에 제공자라는 상호 호혜적 관계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엥겔스: , 이에 대해서는 자신의 실무 사례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다만 할인료가 이자의 형태로 상품 가격에 체현되는 경우 그 결정 기제는 개별적인 상업 신용 관계가 아니라 화폐 시장의 전반적인 동향에 근거하여 규제된다.

 

이자율을 결정하는 화폐 자본의 수급이 오브스톤의 주장처럼 현실적 자본의 수급과 일치하다면, 고찰 대상인 상품의 종류나 동일 상품의 공정 단계 (원료, 반제품, 완제품)에 따라 이자율은 동일 시점에서도 상이하게 나타나야 한다.

 

실제 사례를 고찰하면, 1844년 잉글랜드 은행의 이자율은 연초 (1-9) 4%에서 연말 (11-연말) 2.5-3% 사이를 오갔으며, 1845년에는 1-10월까지 2.5-3%를 유지하다 연말에 3-5%로 상승하였다. 원료인 페어 올리언즈 면화의 평균 가격은 18446.25펜스에서 18454.875펜스로 하락하였고, 리버풀의 면화 재고 역시 184433일 약 627,042 베일에서 184533일 약 773,800 베일로 증가하였다. 이처럼 원료인 면화의 저가격과 과잉 재고를 기준으로 본다면 1845년의 이자율은 낮게 형성되어야 하며, 실제로도 한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완제품인 면사를 기준으로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당시 면사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았고 방적업자의 이윤은 절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18459월과 10월경, 방적업자는 파운드당 4펜스의 면화에 4펜스의 방적 비용을 들여 총 8펜스에 생산한 면사 (40번수의 우량 2호 뮬 연사)10.5-11.5펜스에 판매할 수 있었다. 이처럼 높은 이윤율에 근거한다면 이자율은 마땅히 높게 형성되었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은 이자율이 개별 상품의 이윤율이나 실물 자본의 수급 상황과 직접적으로 일치하지 않음을 실증한다. (이후 와일리의 증언 참조).

 

문제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해결될 수 있다.

 

화폐 대부자가 존재하지 않는 대신, 대부 자본가들이 기계나 원료 등을 직접 소유하여 이를 산업 자본가에게 대부하거나 임대하는 구조라면, 대부 자본의 수급은 자본 일반의 수급과 일치하게 된다. (다만 자본 일반의 수급이라는 표현은 엄밀히 말해 불합리하다. 산업가나 상인에게 상품은 자본의 한 형태이나, 그가 실제로 수요하는 것은 자본 추상체가 아닌 곡물이나 면화 같은 특수한 상품이다. 그는 자본 순환상의 기능과 무관하게 해당 상품을 구매하고 그 대가를 지불할 뿐이다.)

 

이러한 조건하에서는 대부 자본의 공급이 산업 자본가에게는 생산 요소의 공급과, 상인에게는 상품의 공급과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 경우 대부자와 차입자 사이의 이윤 분할은, 투하된 총자본 중 대부된 자본과 사용자 소유 자본이 차지하는 상대적 비율에 전적으로 종속된다는 점이 명백해진다.

 

웨겔린 (은행법, 1857)에 따르면 이자율은 유휴 자본량 (252)’에 근거하여 결정되며, 이는 투자처를 구하는 막대한 자본의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 (271)’에 불과하다. 그는 이 유휴 자본을 부동 자본 (485)’이라 명명하며, 그 구성 요소로 잉글랜드 은행권 및 통화, 지방 은행권, 국내 유통 주화 및 각 은행의 준비금을 지목한다 (503).’ 또한 여기에는 지금 역시 포함된다. (503)

 

이에 따라 웨겔린은 잉글랜드 은행이 유휴 자본의 대부분을 보유하는 (1198)’ 시기에 이자율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잉글랜드 은행이 자본을 취급하는 장소가 아니다.’라고 본 오브스톤의 증언과는 대치되는 견해다.

 

웨겔린은 이어 다음과 같이 논거를 전개한다. ‘할인율은 국내의 유휴 자본액에 근거하여 규제되며, 이 자본액은 사실상 금 준비와 다름없는 잉글랜드 은행의 준비금으로 대표된다. 따라서 금이 국외로 인출되면 국내 유휴 자본액은 감소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잔존하는 유휴 자본의 가치는 상승한다 (1258).’

 

존 스튜어트 밀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잉글랜드 은행이 은행부의 지급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준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은행은 준비금 유출이 감지되는 즉시 할인 업무를 축소하거나 보유 증권을 매각하면서 준비금을 확충해야 한다 (2102).’

 

은행부만을 독립적으로 고찰할 때, 준비금은 본질적으로 예금 인출에 대비한 지불 준비금의 성격을 갖는다. 오브스톤 일파의 견해에 따르면 은행부는 은행권의 자동적발행 기제에 관여하지 않고 오직 개별 은행업자로 처신해야 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화폐 핍박 국면에 직면하면 잉글랜드 은행은 은행권으로 구성된 은행부의 준비금 상황보다 금속 준비의 동향을 주시하게 된다. 이는 금속 준비가 고갈됨에 따라 은행권 준비금 역시 소멸하기 때문이며, 은행이 지급 불능 상태를 회피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조치다. 이러한 기제를 1844년 은행법에 설계한 오브스톤은 그 누구보다 이 연쇄 구조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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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화폐적 자본과 현실적 자본 ()

 

대부 가용 화폐 자본의 축적이 현실적 축적 및 재생산 과정의 확대와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의 문제는 여전히 미결로 남아 있다.

 

화폐가 대부 가용 화폐 자본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화폐가 생산 자본으로 전환되는 것에 비해 훨씬 단순한 기제를 갖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수준의 구별이 필수적이다.

 

첫째, 화폐가 단순히 대부 자본으로 전환되는 경우이다.

 

둘째, 자본 또는 수입이 대부 자본으로 운용될 화폐의 형태로 전환되는 경우이다.

 

오직 후자만이 산업 자본의 현실적 축적과 유기적 연관을 맺는 대부 자본의 적극적 축적을 내포할 수 있다. 이러한 구분은 금융적 자산의 팽창과 실물 경제의 확장 사이의 동학을 규명하는 핵심적 단초가 된다


. 화폐가 대부 자본으로 전환

 

생산적 축적과 반비례 관계에 있는 대부 자본의 정체 또는 과잉이 발생하는 기제는 산업 순환의 두 가지 특정 국면에서 구체화된다.

 

첫째는 공황 직후의 순환 개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산업 자본이 생산 자본과 상품 자본의 형태에서 모두 수축하며, 이전 생산과 상업에 투입되었던 화폐 자본이 유휴 대부 자본의 형태로 시장에 출현한다. 이때의 대부 자본 과잉은 산업 자본의 침체를 실증하는 지표가 된다.

 

둘째는 경기 복구의 초기 단계이다. 화폐 자본의 실질적 수요는 증가하기 시작하나, 상업 신용이 은행 신용에 의존하지 않을 만큼 충분한 독립성을 유지하는 시기이다. 원활한 자본 환류와 단기 신용 위주의 거래, 그리고 자기 자본 중심의 영업 확장은 대부 자본의 상대적 과잉을 유도하며 이자율을 저점으로 유지시킨다. 이 국면에서의 과잉은 재생산 과정의 새로운 확대를 동반하는 전조로 규명된다.

 

결과적으로 두 시기 모두에서 나타나는 낮은 이자율은 이윤 중 기업가 이득의 비중을 높이면서 현실적 축적 과정의 확대를 촉진하는 촉매로 작용한다. 이러한 동학은 경기 정점 부근에서 이자율이 평균 수준으로 상승하더라도, 이윤의 증가폭이 이자율의 상승폭을 상회하는 한 지속적인 축적의 동인으로 기능한다.

 

대부 자본의 축적은 현실적 축적 과정과 무관하게 은행 제도의 확장 및 집중, 유통 준비금 및 경체 주체의 지불 수단 준비금의 절약과 같은 순수 기술적 기제만으로도 실현될 수 있다. 이른바 부동 자본이라 불리는 이러한 화폐 자본은 끊임없는 유입과 유출의 반복 속에서 단기 대부 자본의 형태를 유지한다. 특정 경제 주체의 인출이 타 주체의 예금으로 대체되는 순환 구조 하에서는, 어음 할인이나 예금 담보 대출에 투입되는 대부 가용 화폐 자본량은 실물 경제의 현실적 축적 경로와 독립적으로 증대될 수 있다.

 

질문: (조사 위원) ‘부동 자본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답변: (웨겔린, 잉글랜드 은행 총재) 그것은 단기 화폐 대부에 투입될 수 있는 운용 자본을 의미한다 (은행법, 1857, 질문 제501).’

 

질문: (조사 위원) 해당 자본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항목들은 무엇인가.

 

답변: (웨겔린) 잉글랜드 은행권과 지방 은행권, 그리고 국내에서 유통되는 주화량이 이에 해당한다 (502).’

 

은행법, 1857에 관한 질의에서 잉글랜드 은행 총재 웨겔린은 부동 자본을 단기 화폐 대부에 투입 가용 자본으로 정의하며, 잉글랜드 은행권과 지방 은행권, 그리고 국내 주화량을 그 구성 요소로 제시한다.

 

질문: 부동 자본이 현실의 유통액 (잉글랜드 은행권 등)을 의미한다면, 위원회에 제출된 보고서상으로는 그 유통액에 큰 변동이 없는 듯 보이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엥겔스: 여기서 중요한 구별점이 있다. 현실의 유통액을 대부하는 주체가 누구인가. , 그것이 전문적인 화폐 대부자인가, 아니면 재생산에 종사하는 자본가 자신인가에 따라 경제적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답변 (웨겔린): 정의에서 부동 자본은 단순히 시중에 풀린 유통액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거기에 은행업자의 준비금을 포함시킨다. 그리고 이 준비금은 유통액과 달리 매우 큰 폭으로 변동하고 있다 (503).’

 

조사 위원회가 현실의 유통액에 큰 변동이 없음을 지적하자, 웨겔린은 부동 자본에 은행업자의 준비금을 포함시키며 이 준비금의 가변성을 강조한다. , 실질적인 변동은 예금 중 재대출되지 않고 준비금으로 적립되는 부분인 잉글랜드 은행 예치분에서 발생한다. 나아가 그는 지금을 포함한 금속 화폐 또한 부동 자본의 범주에 산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의는 화폐 시장의 신용 관계 용어법 내에서 경제학적 범주들이 기존의 의미로부터 전도되어 새로운 형태를 획득함을 보여준다. 여기서 부동 자본은 본래의 정의와 무관하게 원료나 임금에 투하되는 유동 자본을 지칭하며, 화폐와 지금은 자본으로, 은행권은 통화로, 자본은 상품으로, 심지어 채무조차 상품으로 치환된다. 또한 고정 자본은 매각이 용이하지 않은 증권에 고착된 화폐 자본을 의미하게 된다.

 

런던 주식 은행의 예금액은 1847885774파운드에서 18574,310724파운드로 급증하였다. 조사 위원회의 증언에 따르면, 이 방대한 자금의 상당 부분은 이전 금융 체계에 흡수되지 않았던 새로운 원천에서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전에는 자본을 은행에 예치하지 않았던 (!) 여러 계급 사이에서 예금 관행이 폭넓게 확산된 결과다. 주식 은행과 구별되는 지방 개인 은행 협회 회장 로드웰의 증언은 이러한 경향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한다. 입스위치 지역의 경우, 차지 농업 경영자와 소매상들 사이에서 예금 관행이 4배가량 증가하였으며, 연간 지대 50파운드 수준의 차지 영세 농민들조차 현재는 은행 계좌를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형성된 예금 총액은 경제 활동 전반에 투입되는데, 특히 상업의 중심지인 런던으로 집중되어 어음 할인이나 은행 고객에 대한 대부 자금으로 운용된다. 은행업자들이 당장 운용할 필요가 없는 잉여 자금은 대부분 어음 중개인에게 전달된다. 어음 중개인은 이러한 대부액에 대한 담보로 자신이 이미 런던이나 지방의 거래처를 위해 할인해 둔 상업 어음을 제공하면서 자본의 유동성을 확보한다.’ (은행법, 1858: v, 8)

 

은행업자가 어음 중개인에게 대부하는 행위는 실질적으로 어음 중개인이 이미 할인한 어음을 재할인하는 과정과 다름없다. 대다수의 어음은 어음 중개인을 거쳐 이미 재할인된 상태이며, 어음 중개인은 은행업자로부터 융통한 바로 그 화폐를 사용하여 다시 새로운 어음을 재할인하는 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결과적으로 융통 어음과 무담보 신용을 매개로 한 거대한 가공 신용이 창출된다. 이러한 기제는 지방 주식 은행이 발행 어음을 할인한 후, 어음 자체의 질적 수준과는 무관하게 해당 은행의 신용도에만 의존하여 런던 시장의 어음 중개인에게 재할인받는 관행으로 인해 더욱 심화된다. 이는 신용 체계 내에서 실제 가치와 단절된 자본의 가공적 팽창을 야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은행법, 1858: xxi, 54)

 

대부 화폐 자본의 기술적 증대가 신용 투기를 자극하는 기제에 관해 이코노미스트는 매우 시사점 있는 분석을 제공한다.

 

지난 수년간 영국 내 자본 축적과 그 운용 수단의 증가율은 지역별로 비대칭하게 나타났다. 순수 농업 지대의 은행업자들은 유휴 자본의 안전한 투자처를 확보하지 못한 반면, 대상업 도시와 광공업 지대의 은행업자들은 극심한 자본 수요에 직면하였다. 이러한 지역적 격차는 자본 배분을 전문으로 하는 어음 중개인이라는 새로운 금융 자본가 계급의 급격한 대두를 견인하였다. 사실상 거대 규모의 은행업자로 기능하는 이들 중개 상사는 농촌 은행의 잉여 자본과 기업의 일시적 유휴 화폐를 차입하여, 자본 수요가 높은 지역의 은행업자들에게 더 높은 이율로 재대부하거나 고객의 어음을 재할인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로 인해 런던의 롬바드 스트리트는 유휴 자본의 공급처와 수요처를 매개하는 거대한 중앙 집중적 이전 매개처 (센터)로 부상하였다. 초기에는 은행 보유 담보에 국한되었던 이러한 거래는 자본 축적이 가속화됨에 따라 점차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그 결과 할인 상사들은 부두 보관 상품 증권은 물론, 아직 도착하지 않은 수입품을 대표하는 창고 증권과 선하 증권에까지 대부를 실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관행은 영국 상업의 성격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롬바드 스트리트의 신용 편의는 민싱 레인 (식민지 생산물 도매상이 집중된 런던 거리)의 상품 중개인과 수입 상인에게 막강한 자금력을 제공하였고, 이전에는 신용 추락의 전조로 여겨졌던 증권 담보 대출이 이제는 보편적인 상거래 통례로 정착하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신용 체계는 롬바드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원격지 식민지의 차기 작물을 담보로 발행된 어음까지 수용할 정도로 확장되었다. 이처럼 과도하게 제공된 신용은 수입 상인들로 하여금 대외 거래를 무리하게 확장하게 하였으며, 본래 사업 운영에 투입되어야 할 유동 자본을 통제권 밖의 해외 농장과 같은 위험 자산에 고착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코노미스트, 1847: 1334)

 

결국 농촌의 소액 예금에서 시작되어 롬바드 스트리트로 집중된 자본은 광공업 지대의 사업 확장과 해외 생산물의 수입 신용으로 이어지며 세련된신용의 사슬을 형성한다. 이는 상인 자본의 유동성을 강제로 동원하여 가장 기피해야 할 해외 투자를 유도하는 모순적 구조를 만들어낸다. 농촌의 예금자는 자신의 자금이 부수적인 개인 대출에 사용된다고 믿지만, 실상은 본인이나 지역 은행의 통제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채 런던 어음 중개인의 거대한 투기적 동학 속에서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철도 건설과 같은 대규모 공공 사업은 일시적으로 대부 자본의 총량을 증가시키는 기제로 작용한다. 이는 투입된 자본 납입금이 실제 지출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일정 기간 은행에 예치되어 금융 기관의 처분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부 자본량은 국가 전체의 유통 화폐량, 곧 모든 은행권과 금속 화폐 및 귀금속 총액과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 유통 화폐량의 일부를 구성하는 은행 준비금의 크기는 시장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동한다.

 

‘1844년 은행법이 정지되었던 18571112일 당시, 잉글랜드 은행의 준비금 총액은 약 58751파운드에 불과했으나 예금 총액은 2,250만 파운드 (이 중 약 650만 파운드는 런던 은행업자의 예치금)에 달하며 극심한 불일치를 드러낸 바 있다.’ (은행법, 1858: I, vii)

 

이자율의 변동은 제반 요인이 불변이라는 전제하에 대부 자본의 공급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물론 장기적인 변동은 일반적 이윤율에 따라, 국가 간의 격차는 이윤율과 신용 발전의 차이에 따라 규정되지만, 여기서는 이러한 변수들을 무시하고 오직 대부 자본의 공급에만 주목한다. 이러한 대부 자본은 금속 화폐나 은행권의 형태를 띠며, 재생산 과정의 주체들이 상업 신용을 매개로 상품이나 산업 자본의 형태로 상호 대부하는 자본과는 그 본질을 달리한다.

 

대부 가용 화폐 자본량은 실제 유통되는 화폐량과는 구별되며, 이 두 지표 사이에는 독립적인 동학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20의 화폐 단위가 하루에 다섯 번 대부된다면 총 100의 화폐 자본이 대부된 결과를 낳는다. 이는 해당 화폐가 적어도 네 번은 구매 또는 지불 수단으로 기능했음을 의미한다. 화폐가 구매나 지불을 매개하면서 자본의 전환 형태 (노동력이나 상품)를 대표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100의 자본을 형성하는 대신 단순히 20씩의 가치를 지닌 다섯 개의 개별적 채권에 머물게 된다.

 

, AB에게 대부하고 B가 순차적으로 C, D, E, F에게 동일한 화폐를 단순히 재대부하기만 한다면 각 주체는 20에 대한 채권만을 보유하게 된다. 그러나 A의 대부 이후 B가 상품을 구매하고, 그 대금을 받은 C가 다시 D에게 대부하는 과정이 반복된다면, 동일한 20의 화폐는 다섯 번의 대부와 네 번의 구매를 매개하며 실질적인 자본 축적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처럼 화폐의 유통 속도와 신용 창출의 연쇄는 실제 화폐량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의 대부 자본 형성을 이루게 된다.

 

신용 체계가 고도로 발달한 국가에서는 대부 가용 화폐 자본의 전량이 예금 형태로 은행이나 화폐 대부업자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진정한 투기가 발흥하기 전의 호황기에는 신뢰 증진과 신용 거래의 원활화에 힘입어, 실물 화폐의 개입 없이 단순한 신용 이체만으로도 유통 기능의 상당 부분이 수행된다.

 

이처럼 제한된 유통 수단하에서도 예금 총액이 증대될 수 있는 기제는 다음의 두 가지 요인에 규정된다.

 

첫째, 동일한 화폐 단위가 수행하는 구매와 지불의 빈도이다.

 

둘째, 해당 화폐가 예금의 형태로 은행에 복귀하는 환류의 속도이다.

 

화폐가 예금으로 반복 환류됨에 따라 구매 및 지불 수단으로의 기능 또한 연쇄적으로 재생된다. 가령 소매상이 매주 100의 화폐를 은행에 예금하고, 은행이 이를 제조업자의 예금 인출금으로 지급한다고 전제하자. 제조업자가 이를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지불하고, 노동자가 다시 소매상에게 물품 대금으로 지불하면, 소매상은 해당 화폐를 다시 은행에 예금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최초의 100은 제조업자의 예금 지불, 노동자의 임금 수령, 소매상의 매출 확보를 거쳐 다시 소매상의 추가 예금으로 기능한다. 결과적으로 소매상이 직접 자금을 인출할 필요가 없다면, 그는 동일한 100의 화폐를 매개로 20주 후에 총 2,000의 예금 자산 (채권)을 창출하게 된다. 이는 화페의 환류 속도가 실질 화폐량을 초과하는 거대한 가공의 대부 자본을 형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화폐 자본의 유휴 정도는 은행 준비금의 변동에서 가시화된다. 이에 따라 1857년 잉글랜드 은행 총재 웨겔린은 은행이 보유한 금을 국가의 유일한준비 자본으로 규정하였다.

 

국내 할인율은 실질적으로 유휴 자본액에 따라 결정되며, 이 유휴 자본은 사실상 금 준비인 잉글랜드 은행의 준비금으로 대표된다. 따라서 금의 유출은 국내 유휴 자본의 감소를 의미하며, 이는 잔여 자본의 가치 상승, 곧 이자율의 등귀를 초래한다 (1258).’

 

결국 잉글랜드 은행의 금 준비는 국가 전체 거래의 근간을 이루는 중앙 집중적 준비금이자 부의 저수지로 기능한다. 이 퇴장된 자본의 총량은 환율의 변동에 끊임없이 노출되며, 대외 거래의 향방에 따라 국내 대부 자본의 수급 불일치를 제어하는 최종적 보루가 된다 (1364).’ (은행법, 1857: 119)

 

 

 생산 자본과 상품 자본을 포괄하는 현실적 자본의 축적 양상은 수출입 통계에서 구체적으로 실증된다. 1815년부터 1870년까지 10년 주기의 순환을 반복한 영국 산업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일정 주기 공황 직전 번영기의 최고점은 다음 주기 침체기의 최저점이 되어 다시금 새로운 고점을 향해 상승하는 계단식 팽창 구조를 보인다.

 

구체적인 수치로 볼 때, 1824년 번영기의 수출 가치는 4,0396,300파운드였으나 1825년 공황으로 인해 그 이하로 축소되었다. 그러나 1834년 다시 도래한 번영기에 수출액은 이전 고점을 상회하는 4,1649,191파운드를 기록했고, 1836년에는 5,3368,571파운드라는 새로운 정점에 도달했다. 이후 1837년의 후퇴기에도 수출액은 4,200만 파운드 수준을 유지했는데, 이는 이전 주기의 정점보다 높은 수치였다.

 

이러한 경향은 이후에도 지속되어 1845년에는 6,0111,082파운드에 달했으며, 1848년의 일시적 정체기인 5,300만 파운드조차 1836년의 최고 수준과 대등하였다. 1850년대에 들어 축적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어 1857년에는 12,200만 파운드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세웠다. 1861년의 침체기에도 수출액은 12,500만 파운드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이전의 최고점이 차기의 새로운 저점이 되는 자본주의적 재생산 과정의 확대 경향을 여실히 드러낸다. 1863년에 이르러 수출액은 14,650만 파운드에 도달하며 축적의 거대한 규모를 확증하였다.

 

시장 확대의 또 다른 지표인 수입 통계에서도 동일한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본 고찰의 주된 목적은 생산 규모의 실질적 팽창에 있다. (엥겔스: 이러한 분석은 영국의 사실상 공업 독점 시기에 국한되어 적용되는 측면이 있으나, 세계 시장이 지속적으로 팽창하는 한 근대적 대공업국 전반에 대해서도 보편적인 타당성을 지닌다.)


. 자본 또는 수입이 대부 자본으로 전환되는 화폐로 전환한다

 

본 고찰의 목적은 화폐 자본의 축적이 상업 신용의 정체나 유통 수단의 절약, 또는 재생산 주체의 준비 자본 절약에 기인하지 않는 특수 사례를 규명하는 데 있다.

 

이러한 예외적 상황을 제외할 때, 화폐 자본의 축적은 1852년과 1853년 오스트레일리아 및 캘리포니아의 신규 금광 발굴에 따른 이례적인 금 유입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기인하여 발생할 수 있다. 당시 유입된 금이 잉글랜드 은행에 예치되었으나, 예금자들이 수령한 은행권을 즉시 재예금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유통 수단은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은행법 1857, 웨겔린의 증언, 1329).

 

이에 따라 1853년 상반기 6개월 동안 잉글랜드 은행의 금 보유고는 2,200만 내지 2,300만 파운드 규모로 팽창하였으며, 은행 측은 과잉 축적된 예금을 운용하기 위해 할인율을 2%까지 인하하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이는 실물 경제의 축적 동학과는 별개로 귀금속의 물리적 유입이 대부 자본의 공급과 이자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전형적 사례이다.

 

화폐 대부 자본가들이 직접적인 화폐 형태로 자본을 축적하는 것과 달리, 산업 자본가의 현실적 축적은 주로 재생산 자본 요소의 실질적 증대에 힘입어 이루어진다. 신용 제도의 발달과 화폐 대부 업무의 대형 은행 집중은 현실적 축적과 상이한 대부 가용 자본의 독자적 축적을 가속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부 자본의 급격한 증대는 본질적으로 현실적 축적의 산물이다. 대부 자본은 재생산 과정의 발전 결과물이며, 화폐 자본가의 축적 원천인 이자는 결국 재생산 주체가 창출한 잉여 가치의 분할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부 자본은 종종 산업 및 상업 자본가의 희생을 발판 삼아 축적된다. 산업 순환의 경기 하락 국면에서 이자율이 급등하면, 취약한 사업 부문의 이윤은 이자 비용으로 흡수된다. 이 시기에 화폐 자본가들은 가격이 하락한 국채와 기타 유가 증권을 대량 매입하며, 이후 경기 상승 국면에서 가격이 액면 수준 이상으로 등귀하면 이를 매각하여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두면서 사회의 화폐 자본을 흡수한다.

 

매각하지 않은 유가 증권 역시 저가 매수에 따른 고수익률을 보장한다. 화페 자본가는 획득한 모든 이윤을 우선 대부 가용 화폐 자본으로 전환하며, 이는 현실적 축적에서 파생되었으나 그와는 구별되는 특수 자본가 계급 (화폐 자본가·은행업자 등)의 독자적 축적 형태로 고착된다. 결국 화폐 자본의 축적은 재생산 과정의 현실적 확대에 수반하는 신용 제도의 팽창과 함께 필연적으로 증대될 수밖에 없다.

 

이자율이 저하될 때 발생하는 화폐 자본의 가치 하락은 주로 예금자의 부담으로 전가되며, 은행의 수익성에는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 않는다. 영국 주식 은행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모든 은행 예금의 3/4이 무이자로 운용되었으며, 이자가 지급되는 현재의 경우에도 예금 이자율은 시장 이자율보다 최소 1%포인트 이상 낮게 유지되면서 은행의 영업 마진을 구조적으로 보장하기 때문이다.

 

기타 자본가들의 화폐 축적 중, 이자 낳는 증권에 투자되어 자산 형태로 축적되는 부분은 제외한다. 본 고찰은 오직 대부 자본 시장에 유입되어 실질적인 대부용 화폐 자본으로 기능하는 부분에만 집중할 것이다.

 

산업 자본가가 수행하는 화폐 축적 기제를 고찰할 때, 이윤 중 당장 생산 과정에 재투입되지 않는 부분은 상품 자본의 실현으로 화폐 형태로 전환된다. 이 유휴 이윤은 생산 요소로 재전환되기 전까지 일정 기간 화폐 형태로 존재하게 되는데, 이윤율이 저하하더라도 전체 자본량이 증대함에 따라 그 절대적 규모는 증가한다. 수입으로 지출되는 이윤이나 축적 예비 자본 모두 실제 소비나 투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은행에 예치되어 대부 자본의 원천이 된다.

 

결과적으로 신용 제도의 고도화는 산업 및 상업 자본가의 수입 증대뿐만 아니라 지대, 고액 봉급, 비생산 계급 수입 등 모든 형태의 화폐 수입을 예금과 대부 자본으로 전환시킨다. 이러한 수입들은 화폐로 실현된 상품 자본 가치의 일부로 현실적 축적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가령 방적업자가 면사를 판매하여 얻은 잉여 가치는 화폐로 전환되는 순간 그 가치의 순수한 존재 형태를 띠게 되며, 예금 과정을 거쳐 즉각 대부 자본의 요소가 된다. 다만 이 화폐가 다시 생산 자본으로 재전환되어 현실적 축적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개별 자본가 수준에서 기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임계 규모에 도달해야 한다. 따라서 개별 자본의 재투입 대기 시간 동안 화폐는 대부 시장에 머물며 신용 팽창의 원천으로 기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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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화폐적 자본과 현실적 자본 ()

 

신용 제도와 관련하여 고찰해야 할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화폐 자본 그 자체의 축적이 실물 자본의 축적, 곧 확대 재생산의 지표로 기능하는 범위에 관한 문제이다. 이자 낳는 자본 (화폐 자본)에 국한되어 사용되는 자본의 과다라는 표현이 단순히 산업적 과잉 생산의 특수한 발현 형태인지, 또는 그와는 독립된 별개의 현상인지 규명해야 한다. 아울러 화폐 자본의 과잉 공급이 대량의 현실적 화폐 (, 금주화, 은행권) 축적과 반드시 일치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현실적 화폐의 과잉이 곧 대부 자본의 과다라는 현상의 발현이자 형태인지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화폐의 핍박과 대부 자본의 부족이 현실적 자본 (상품 자본과 생산 자본)의 결핍을 어느 정도까지 대변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나아가 화폐의 핍박이 실물 자본의 문제와 무관하게 화폐 그 자체의 절대적 부족이나 유통 수단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현상인지에 대한 논리적 검토가 요구된다.

 

지금까지 고찰한 화폐 자본 (화폐 재산 일반) 축적의 특수 형태는 결국 노동에 대한 청구권의 축적에 귀결된다. 국채 형태의 자본 축적은 이미 규명한 바와 같이, 조세 총액 중 일정액을 수취할 권리를 지닌 채권자 계급의 형성을 의미할 뿐이다. 특히 채무의 축적조차 자본의 축적으로 현상한다는 사실, 예컨대 예금의 증가가 은행 자본의 축적으로 간주되는 현상은 신용 제도로 인해 왜곡이 극단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차입을 매개로 이미 오래전에 소비된 자본에 대하여 발행된 이 채무 증서인 국채는 비록 실체적 자본이 소멸한 종이 사본에 불과할지라도, 시장에서 매각이 용이하여 자본으로 재전환될 수 있는 한 소유자에게는 여전히 자본으로 기능한다.

 

주식회사, 철도, 광산 등의 소유권 증서인 주식은 실질적으로 현실적 자본에 대한 권리 증서의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이 증서는 현실적 자본에 대한 직접적인 처분권이나 자본 회수권을 부여하지 않으며, 단지 해당 자본이 창출하는 잉여 가치의 일부를 수취할 법적 청구권만을 제공할 뿐이다. 선하 증권이 화물과 별개로 가치를 획득하듯, 소유권 증서는 현실적 자본의 종이 사본이 되어 실재하지 않는 자본을 명목상으로 대표하게 된다. 현실적 자본은 법인인 주식회사 내에 별도로 존재하므로, 이 사본의 매매가 자본 자체의 소유 구조를 변경시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소유권 증서는 일정 수입을 보장하고 증서 매각을 매개로 투하 자본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자 낳는 자본의 형태를 취한다. 주식의 축적이 철도, 광산, 해운 등의 실물 축적을 대변하는 한, 이는 현실적 재생산 과정의 확대를 의미하며, 이는 동산 과세액의 증가가 동산 자체의 확대를 시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주식이 독립된 상품으로 자본 가치로 유통되는 사본인 이상, 그 가치는 가공적 성격을 띠며 현실적 자본의 가치 변동과는 무관하게 운동할 수 있다. 특히 주가는 이윤율 저하 경향에 따른 이자율 하락에 대응하여 필연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자본주의 생산이 발달할수록 명목 가치에 기반한 이 가공적인 부는 더욱 증대된다. 이러한 소유권 증서의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과 자본가 수중으로의 주식 집중은 점차 투기적 성격을 띠게 된다. 이로부터 투기는 노동이나 직접적 폭력을 대신하여 자본을 획득하는 독자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는다. 이와 같은 가상적 화폐 재산은 오늘날 개인의 자산뿐만 아니라 은행 자본에서도 매우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화폐 자본의 축적은 직업적 화폐 대부자인 은행업자, 곧 사적 화폐 자본가와 국가·지방 정부 및 재생산 과정에 종사하는 차입자 사이를 매개하는 자들의 수중에 부가 집중됨을 의미할 수 있다. 이는 신용 제도의 비약적 팽창에 힘입어 사회 전체의 신용이 은행업자의 사적 자본으로 전용되기 때문이다. 은행업자는 자본과 수입을 상시로 화폐 형태나 화폐에 대한 직접적 청구권의 형태로 보유한다. 이들 계급이 주도하는 부의 축적 방식은 현실적 축적 과정과는 상이하게 전개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그들은 현실적 축적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게 된다.

 

분석의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한정하면 다음과 같다. 국채, 주식 및 모든 종류의 유가 증권은 이자 낳는 자본으로 대부 자본의 투자 대상이자 대부의 한 형태일 뿐, 그 자체가 대부 자본 (그것에 투하되는 자본)인 것은 아니다. 재생산 과정에서 신용이 직접적인 기능을 수행할 때, 산업가나 상인이 어음을 할인받거나 대부를 받고자 할 때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유가 증권 (주식이나 국채)이 아닌 화폐이다. 따라서 화폐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에 직면해서야 비로소 이러한 유가 증권의 매각이나 담보 제공이 이루어진다.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핵심은 대부 자본의 축적, 특히 대부 가용한 화폐 자본의 축적이다. 이는 가옥, 기계 등 고정 자본의 대부를 의미하지 않으며, 산업가와 상인들이 재생산 과정의 순환 속에서 상호 간에 상품 형태로 제공하는 대부와도 구별된다. 본 고찰은 오직 중개자인 은행업자가 산업가와 상인에게 집행하는 화폐 대부만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다.

 

 

 따라서 재생산 과정에 종사하는 자본가들이 상호 간에 제공하는 신용인 상업 신용의 분석에서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상업 신용은 신용 제도 전반의 토대를 형성하며, 이를 대표하는 수단은 확정된 지불 기일을 명시한 채무 증서 (‘후불 증서’)인 환어음이다. 이 과정에서 각 경제 주체는 신용의 제공자인 동시에 수취인이 된다. 본 고찰에서는 우선 은행업자의 신용을 상업 신용과는 본질적으로 성격이 판이한 요소로 간주하여 논외로 한다.

 

환어음이 상인 간의 이서를 거쳐 별도의 할인 없이 지불 수단으로 유통될 경우, 이는 채권이 A에서 B로 이전되는 것에 불과하며 사태의 본질적 구조에는 변화가 없다. 단지 채권자의 지위가 승계될 뿐이며, 결제 과정에서 화폐의 개입은 생략될 수 있다. 예컨대 방적업자 A가 면화 중개인 B에게, B가 수입업자 C에게 지불 의무가 있다고 전제하자. C가 면사 수출을 겸하고 있다면, CA로부터 면사를 구매하면서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이 경우 AC로부터 받은 B의 어음을 활용해 B에 대한 자신의 채무를 결제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극히 일부의 차액만이 화폐로 정산된다. 결과적으로 이 거래 전체는 면화와 면사 간의 실물 교환을 매개할 뿐이며, 각 중개인은 원료 재배자와 생산자를 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순수한 상업 신용의 순환과 관련하여 다음 두 가지 사항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상호 채권의 결제는 자본의 환류, 곧 연기된 상품 판매 (C-M)의 실현 여부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방적업자가 수취한 환어음의 대금 지불은 면제품 제조업자가 시장에 내놓은 제품을 만기 전까지 판매하여 대금을 회수할 때 비로소 담보된다. 따라서 이러한 상환 구조는 재생산 및 생산·소비 과정의 원활성에 기반하며, 각 경제 주체의 지불 능력은 타인의 지불 능력과 연동된다. 어음 발행 시 자신의 사업이나 제3자의 사업에서 발생할 자본 환류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예상된 환류가 지체될 경우, 지불은 오직 어음 발행인이 보유한 준비 자본에 의존하여 이행될 수 있다.

 

둘째, 상업 신용 제도가 현금 지불의 필요성을 완전히 소멸시키지는 않는다. 임금이나 조세와 같은 주요 비용은 상시 현금으로 결제되어야 하며, 어음을 수취한 경제 주체가 자신의 채무 만기에 직면했을 때 수취 어음의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면 별도의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재생산의 원활한 순환에 기반한 (권 제3편 제206) 채권·채무의 상쇄는 불변 자본 생산자 간의 교환이나 생산의 상향 연쇄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발생할 뿐이며, 모든 거래 체계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생산 부문 간 생산물의 성격이 상이하여 재생산 과정의 요소로 환류되지 않는 경우, 해당 채권은 반드시 화폐로 결제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상업 신용의 한계는 (1) 산업가와 상인의 준비 자본 규모 및 자본 환류의 안정성에 규제된다. (2) 환류는 시간적 지체, 가격 하락, 공급 과잉 등 각종 변수에 따라 불확실해지며, 어음 기간이 장기화될수록 이러한 위험성과 준비 자본의 필요량은 증대된다. 특히 노동 생산성의 향상과 생산 규모의 확대로 인해 (1) 시장이 원격화됨에 따라 (2) 신용의 장기화와 (3) 투기적 요소의 개입은 불가피해진다. 대규모 생산물 전체를 상업 자본만으로 수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신용은 필수적이며, 생산 가치의 증대와 시장의 확장은 신용의 규모와 기간을 동반 확장시킨다. 이 과정에서 생산 과정의 발달이 신용을 확대하고, 다시 신용이 산업 및 상업 활동을 촉진하는 상호 작용이 발생한다.

 

상업 신용을 은행 신용과 분리하여 고찰할 때, 상업 신용의 규모가 산업 자본의 확장과 비례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단계에서 대부 자본과 산업 자본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범주를 형성한다. 대부되는 자본은 곧 상품 자본으로, 이는 개인적 소비로 이어지거나 생산 자본의 불변적 요소를 보전하는 데 투입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부 자본으로 현상하는 것은 재생산 과정의 특정 단계에 놓인 자본이며, 매매를 거쳐 소유권이 이전된 후 약정된 기일에 그 등가가 지불되는 구조를 취한다.

 

예컨대 면화가 어음과 교환되어 방적업자에게 인도되고, 생산된 면사가 다시 어음과 교환되어 직포업자에게, 직포는 상인과 수출업자를 거쳐 최종적으로 해외 시장의 구매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상정할 수 있다. 이 연쇄적인 이전 과정 동안 면화는 완제품으로 변모하고, 최종 판매를 거쳐 획득한 등가는 다시 새로운 원료를 구매하는 자본을 환류되어 재생산 과정에 재투입된다. 이처럼 재생산의 각 단계는 신용을 매개로 하며, 방적업자나 직포업자 및 상인은 해당 물품에 대한 즉각적인 현금 지불 없이 생산과 유통을 지속한다.

 

이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구분된다. 첫째는 신용이 상품 생산의 실질적이고 순차적인 단계들을 매개하는 국면이며, 둘째는 완성된 상품이 상인 간의 수송과 이전 (C-M)을 거치며 유통되는 국면이다. 비록 후자가 단순히 소유권의 이전을 매개할 뿐이라 할지라도, 상품은 그 과정 전반에서 끊임없이 유통 행위 속에 머물며 재생산 과정의 필수적 일환을 구성하게 된다.

 

따라서 여기서 대부되는 대상은 결코 유휴 자본이 아니라, 소유자의 수중에서 필연적으로 형태를 변경해야 하는 자본이다. , 소유자에게는 단순히 상품 자본의 형태로 존재할 뿐이어서 재생산을 위해 최소한 화폐 형태로 재전환되어야만 하는 자본을 의미한다. 이 국면에서 신용이 매개하는 것은 상품의 상품 형태 (C-M M-C)과 현실의 생산 과정 그 자체다. 재생산 순환 과정에서 은행 신용을 제외한 상업 신용의 규모가 방대하다는 사실은, 대부를 위해 유리한 투자처를 모색 중인 유휴 자본이 많다는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재생산 과정 내에서 자본이 고도로 가동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따라서 여기서 신용이 수행하는 매개적 기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산업 자본가의 관점에서는 산업 자본을 한 공정에서 다음 공정으로 이전시키고,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된 생산의 제반 영역들을 연쇄시키는 역할을 한다.

 

둘째, 상인의 관점에서는 상품을 한 상인으로부터 다른 상인에게 수송 및 이전시키면서, 화폐와의 교환을 매개로 한 최종적 판매를 실현하거나 다른 상품과의 교환을 완결 짓는다.

 

이 국면에서 신용의 최대 한도는 산업 자본의 가장 완전한 운용, 곧 소비의 제약을 도외시한 채 산업 자본의 재생산력을 극한으로 발휘하는 상태와 일치한다. 이러한 재생산 과정의 극대화는 소비의 한계를 스스로 확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본의 생산력 발휘가 한편으로는 노동자와 자본가의 수입을 늘려 개인적 소비를 증대시키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그 과정 자체가 생산적 소비의 질적·양적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재생산 과정의 원활한 순환에 따라 환류가 담보되는 한 상업 신용은 지속적으로 확장되며, 이러한 신용의 증대는 재생산 과정 자체의 외연적 확대에 그 근거를 둔다. 그러나 환류가 지체되거나 시장 포화 및 가격 하락으로 인해 정체가 발생하면, 산업 자본의 과잉 상태가 가시화된다. 이때의 과잉은 자본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형태의 과잉을 의미한다. , 방대한 상품 자본이 존재하나 매각되지 않으며, 대규모 고정 자본 또한 재생산의 정체로 인해 가동이 중단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러한 국면에서 상업 신용은 급격히 수축된다. 그 원인은,

 

첫째, 산업 자본이 형태 변화를 완결하지 못한 채 재생산의 특정 단계에 정체되면서 유휴화되기 때문이다.

 

둘째, 재생산 과정의 연속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붕괴하기 때문이다.

 

셋째, 상업 신용 자체에 대한 수요가 감퇴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방적업자는 생산을 축소하고 미판매된 면사 재고를 대량으로 보유하게 되므로, 신용에 기반한 면화 구입의 유인이 사라지며, 상인 또한 과잉 재고로 인해 신용에 기반한 추가 상품 매입을 중단하게 된다.

 

재생산 과정의 확대나 원활한 가동에 교란이 발생하면 신용의 결핍이 나타나며, 신용을 매개로 한 상품 매입은 극도로 어려워진다. 특히 신용 판매를 기피하고 현금 결제를 고집하는 현상은 산업 순환 중 파국을 통과한 직후 국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파국 직전의 공황 단계에서는 모든 주체가 판매할 상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처분이 저지되며, 특히 누적된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매각이 절박해진다. 이로 인해 재생산 과정에 묶여 있는 자본량은 신용 부족이 정점에 달하고 은행 할인율이 최고조에 이르는 바로 그 시기에 최대 규모에 도달한다. 이미 투하된 자본은 재생산의 정체로 인해 사실상 유휴 상태에 빠지며, 공장은 가동을 멈추고 원료와 완제품은 시장에 과잉 축적된다.

 

따라서 이러한 위기 상황을 생산 자본의 절대적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이다. 오히려 이 시기에는 일시적으로 축소된 재생산의 적정 규모에 비해서나, 위축된 사회적 소비 수준에 비해서나 생산 자본이 극심한 과잉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오직 산업 자본가와 임금 노동자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전제하자. 아울러 총자본의 원활한 보충을 저해하는 가격 변동이나 신용 제도에서 기인하는 투기적 거래 및 사기적 사업 등 부수적 요인을 배제한다면, 공황은 생산 부문 간의 불비례나 자본가의 소비와 축적 사이의 불일치만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생산에 투하된 자본의 회수는 금리 생활자와 같은 비생산 계급의 소비 능력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반면, 노동자의 소비 능력은 임금 규제 법칙과 더불어, 오직 자본가 계급의 이윤 창출에 기여할 때만 고용될 수 있다는 구조적 한계에 종속된다. 결국 모든 실질적 공황의 궁극적 원인은 사회의 절대적 소비 능력만이 생산의 한계인 양 생산력을 맹목적으로 확장하려는 자본주의적 맹동과, 그에 대비되는 인민의 빈곤 및 제한된 소비 능력 사이의 모순에 있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국가에서 생산 자본의 실질적 부족이 발생하는 유일한 경우는 흉작으로 인해 식량이나 주요 공업 원료가 절대적으로 결핍되는 상황뿐이다.

 

이러한 상업 신용의 토대 위에는 실질적인 화폐 신용이 결부되어 있다. 산업가와 상인 간의 대부는 은행업자 및 화폐 대부자의 화폐 대부와 밀접하게 결합한다. 어음 할인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부는 명목적으로는 어음의 매매이나, 실질적으로는 어음 중개인이 은행의 신용을 빌려 주는 것이며, 은행은 다시 산업가, 상인, 노동자 (저축 은행), 지주 등 비생산 계급의 예금을 재원으로 대부를 실행하는 구조다. 이로부터 개별 자본가는 막대한 준비 자본을 보유하거나 현실적 환류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융통 어음의 남발이나 어음 발행만을 목적으로 한 허위 상품 거래는 순환의 전 과정을 극도로 왜곡한다. 이로 인해 실질적인 환류가 중단되어 화폐 대부자와 생산자가 잠재적 손실을 입고 있음에도, 사업은 겉보기에 원활하고 건전한 것처럼 위장된다.

 

따라서 공황 직전의 사업 상태는 언제나 기만적일 만큼 건전해 보이기 마련이다. 18578월 공황이 폭발하기 불과 한 달 전까지,은행법 (1857, 1858)조사에 소환된 오브스톤을 비롯한 은행 이사들과 상인들이 경제적 번영을 예찬했던 기록은 이를 뒷받침하는 명백한 증거다. 공황의 역사가인 투크조차 물가와 통화 상태의 역사(1848: 329-348; 뉴마치와 공저. 1857: 218-229)에서 이러한 착시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은 이례적이나, 자본주의 경제에서 사업은 갑작스러운 붕괴의 순간까지 항상 극도의 번영을 유지하는 속성이 있다.

 

 

 화폐 자본의 축적 문제로 다시 고찰하면 다음과 같다.

 

대부 가용한 화폐 자본의 증가가 반드시 실질적인 자본 축적이나 재생산 과정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공황 이후 대부 자본이 대규모로 유휴화되는 산업 순환 국면에서 가장 명확히 드러난다. 실제로 1847년 공황 이후 영국 공업 지대의 생산이 1/3만큼 줄었듯이, 생산 과정이 축소되고 상품 가격이 최저치로 하락하며 기업가 정신이 침체되는 시기에는 이자율이 저하하는데, 이는 산업 자본의 위축과 정체로 인해 대부 가용 자본이 상대적으로 과잉된 결과일 뿐이다.

 

상품 가격 하락과 거래 감소, 임금 자본의 수축으로 유통 수단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고, 금 유출이나 파산 등에 따른 대외 부채 청산 이후 세계 화폐 수요가 소멸하며, 할인 대상 어음이 급감함에 따라 할인 업무 규모 또한 축소된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투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지불 수단으로의 화폐 수요가 감퇴함에 따라 대부 가용 화폐 자본은 상대적 과잉 상태에 놓이게 된다. 나아가 이러한 상황에서는 대부 가용 화폐 자본의 공급 자체가 적극적으로 증가하는 현상도 수반된다.

 

일례로 1847년 공황 이후 발생한 거래의 격감과 화폐의 거대한 과잉국면에서는 상업의 파괴로 인해 화폐의 사용처가 부재했으며, 이자율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상업 불황, 1847-1848: 증언 제1664호 및 45, 로얄 뱅크 오브 리버풀 이사 호지슨의 증언). 당시 이러한 현상을 해명하기 위해 제시된 다음의 주장은 신용 제도의 본질을 오도하는 전형적인 사례이며, 호지슨의 견해가 그 대표적인 논리이다.

 

‘1847년의 화폐 핍박은 수입 대금의 금 결제와 유동 자본의 고정 자본화로 인한 국내 대부 자본의 실질적 감소에서 기인했다.’는 식의 논리는 현상에 대한 단편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유동 자본이 고정 자본으로 흡수되면서 일국의 화폐 자본이 감소한다는 주장은 그 논리적 근거가 빈약하다. 당시 주요 투자처였던 철도 건설의 사례를 보면, 교량이나 선로 구축에 금이나 은행권이 직접 소모되는 것은 아니다. 철도 주식에 투하된 화폐는 납입 자본금으로 예탁되는 동안 은행 내의 다른 예금과 동일하게 기능하며, 오히려 대부 가용 화폐 자본을 일시적으로 증대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또한 해당 자본이 실제 건설 비용으로 집행될 때에도 이는 국내에서 구매 및 지불 수단으로 유통될 뿐이다. 고정 자본의 형성이 화폐 자본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려면, 수출에 기여할 수 없는 자본의 축적으로 인해 해외로부터 유입되어야 할 현금이나 금의 유입이 차단되어야 한다. 그러나 당시 영국의 상황은 수출품이 해외 시장에서 매각되지 못해 대규모 재고로 체화되어 있었을 뿐이다.


맨체스터 등의 상인이나 제조업자들이 영업 자본의 일부를 철도 주식에 고정하고 본업 운영을 차입 자본에 의존했다면, 이는 개별 주체의 유동 자본의 고착된 문제이지 화폐 자본 전체의 소멸로 볼 수 없다. 그들이 본업 자본을 인출하여 철도 대신 유동 자본의 범주에 속하는 광산이나 그 생산물인 철, 석탄, 구리 등에 투자했더라도 결과는 동일했다. 흉작으로 인한 곡물 수입과 그에 따른 금 유출이야말로 화폐 자본의 현실적 감소를 초래한 원인이며, 이는 철도 투기와는 무관한 독립적 사건이다.

 

그럼에도 당시의 증언들은 거의 모든 상사가 상업 자본의 일부를 철도에 투하하며 본업을 위축시켰고, 무리한 투자의 결과, 상업 활동 유지를 위해 은행 어음 할인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었다.’ (상업 불황, 1847-1848: 67, 호지슨의 증언)거나 맨체스터에서는 철도 투기로 인해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 (상업 불황, 1847-1848: 가드너의 증언, 4884)는 점을 지적하며 개별 자본의 유동성 위기를 화폐 자본 일반의 결핍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1847년 공황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동인도 시장에서의 막대한 공급 과잉과 동인도 무역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사기 사건이었다. 이와 더불어 여러 부수적 요인들이 동인도 무역을 주도하던 부유한 상인들의 연쇄적 몰락을 가속화했다.

 

이들 상인은 표면적으로는 막대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를 즉각 화폐로 전환할 수는 없었다. 그들의 자본 전액이 모리셔스의 농장이나 염료 및 설탕 공장 등에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50만 내지 60만 파운드에 달하는 부채 상환 기일이 도래했을 때, 이들에게는 어음을 결제할 가용 자산이 전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결과적으로 이들의 사업 전체가 실체 없는 신용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음이 판명되었다.’ (상업 불황, 1847-1848: 리버풀의 대규모 동인도 상인 터너의 증언, 730)

 

‘18428월 난징 조약 체결 직후 중국 시장의 확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확산되면서 대규모 면직물 공장들이 증설되었다.’ (상업 불황, 1847-1848, 가드너의 증언, 4872).

 

실제 거래 결과는 파멸적이었다. 1844년과 1845년 중국으로 선적된 총액 중 2/3 이상이 회수되지 못했는데, 이는 주요 대금 상환 품목인 차 ()의 관세가 인하될 것이라는 제조업자들의 오판에서 기인했다 (4874).’

 

이 과정에서 영국 제조업자들의 특유한 신념이 드러난다.

 

해외 시장과의 무역은 상대국의 구매 능력이 아니라 수출품의 대가로 받는 물품에 대한 영국의 소비 능력에 제약된다.’

 

이는 빈곤한 교역 상대국이 영국 제품을 무진장하게 소비할 수 있음에도, 부유한 영국이 그 대가로 받은 생산물을 흡수하지 못해 무역이 정체된다는 아전인수 격 해석이다.

 

상품 수출에서 약 15%의 손실을 보더라도 수입한 차에 기대어 이를 상쇄하고 큰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도리어 25-50%의 추가 손실을 보았다 (4876).’

 

초기에는 제조업자들이 직접 자기 계산으로 수출을 주도했으나, 위험 부담을 간파한 상인들이 제조업자들에게 직접 수출 대신 위탁 판매를 권장하며 책임을 전가하려 했다 (4877).’

 

그러나 1857년의 공황기에는 제조업자들이 상인들로 하여금 상인 자신의 계산으로해외 시장에 상품을 투하하도록 유도하면서, 거액의 손실과 파산의 부담은 주로 상인 계급에 귀착되었다.

 

 

 은행 제도의 보급으로 인해 종전 개인의 퇴장 화폐나 주화 예비금이었던 자산이 일정 기간 대부 자본으로 상시 전환됨에 따라 증가한 화폐 자본은 결코 생산적 자본의 증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1857년 직전 입스위치 은행에서 차지 농업가의 예금이 4배 이상 증가한 사례나, 런던 주식 은행들이 예금 이자를 지급하기 시작하며 예금액이 급증한 현상 역시 생산적 자본의 실질적 확대와는 무관하다. 생산 규모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화폐 자본의 확충은 실물 생산 자본에 비해 대부 가용 화폐 자본만을 상대적으로 과잉하게 할 뿐이며, 결과적으로 이자율 하락을 유도하는 요인이 될 뿐이다.

 

재생산 과정의 과도한 확장 이전인 번영기에는 상업 신용이 비약적으로 팽창하며, 이는 원활한 환류와 생산 확대를 뒷받침하는 실질적이고 건전한토대를 형성한다. 이 시기의 이자율은 최저 수준을 상회하나 여전히 낮은 상태를 유지한다. 사실상 낮은 이자율, 곧 대부 자본의 상대적 과잉이 산업 자본의 현실적 확대와 보조를 맞추는 유일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환류의 용이성과 규칙성이 상업 신용의 확대와 결합함에 따라, 수요의 증대에도 대부 자본의 공급이 원활히 보장되어 이자율의 급격한 상승을 저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시기는 자기 자본이나 준비 자본 없이 오직 화폐 신용에만 의존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모험적 투기꾼들이 대거 등장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여기에 모든 형태의 고정 자본이 대대적으로 확장되고 새로운 대규모 사업체들이 우후죽순 설립되면서, 이자율은 비로소 평균 수준까지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공황의 전조가 나타나는 즉시 이자율은 다시 최고점에 도달한다. 신용은 급격히 결핍되고 지불 체계가 정체되며 재생산 과정 전반이 마비되는 가운데, 유휴 산업 자본의 과잉 현상과 대부 자본의 절대적 부족 현상이 동시에 가시화된다.

 

그러므로 이자율에 집약된 대부 자본의 운동은 대체로 산업 자본의 운동 방향과 역행하는 궤적을 그린다. 공황 이후 경기가 호전되고 신뢰가 복원되면서 이자율이 최저 수준을 상회하되 여전히 낮은 상태를 유지하는 국면, 그리고 이자율이 최저와 최고 사이의 평균적 수준에 도달하는 국면만이 대부 자본의 과잉과 산업 자본의 강력한 팽창이 공존하는 시기이다.

 

반면, 산업 순환의 초기 국면에서는 낮은 이자율과 산업 자본의 수축이 병행되며, 순환의 종말 국면에서는 높은 이자율과 산업 자본의 과잉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경기 호전기에 확인되는 낮은 이자율은 상업 신용이 여전히 자생적 결제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은행 신용에 대한 의존도가 극히 낮은 상태임을 실증한다.

 

산업 순환은 일단 최초의 동력이 가해지면 동일한 주기를 반복하는 구조를 지닌다. 불황 국면에서 생산은 직전 주기에 도달했던 지점은 물론, 현존하는 기술적 토대가 달성할 수 있는 수준 이하로 급격히 위축된다. 이후 전개되는 번영 국면 및 중간 단계에 이르러 생산은 해당 기술적 토대 위에서 더욱 고도화된 발전을 이룩한다. 최종적으로 과잉 생산과 투기의 국면에서는 생산력이 극한으로 발휘되며, 마침내 생산 과정이 지닌 자본주의적 한계선을 돌파하기에 이른다.

 

공황기에는 지불 수단의 결핍 현상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이는 상품 자체의 가치 실현 (형태 변화)보다 어음의 현금화 여부가 생존의 결정적 요인이 되기 때문이며, 특히 이 시기에는 실체 없이 전적으로 신용에만 의존해 온 기업들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1844-1845년의 은행법과 같이 경제적 실상에 무지한 불합리한 입법은 이러한 화폐 공황을 더욱 심화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 다만, 어떠한 형태의 은행 입법이라 할지라도 자본주의적 생산 체계가 내포한 공황 그 자체를 근본적으로 소멸시킬 수는 없다.

 

재생산 과정의 전반적인 상호 유기적 연관이 신용에 기초한 생산 체제에서는, 신용이 갑자기 중지되고 현금 결제만이 강제될 때 지불 수단을 확보하려는 격렬한 쇄도와 함께 공황이 발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공황은 표면적으로는 어음을 화폐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순한 신용 · 화폐 공황의 양상을 띤다. 그러나 이러한 어음들의 대다수가 실제 매매를 체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황의 근저에는 사회적 필요를 초과하여 비대해진 매매의 팽창이 자리 잡고 있다. 나아가 상당수의 어음은 붕괴 직전의 사기적 거래나 차입 자본에 기반한 투기 실패, 가치가 감가되어 매각이 봉쇄된 상품 자본, 또는 회수 불능 상태에 빠진 자본의 환류를 대변할 뿐이다.

 

여기서 명백한 사실은, 잉글랜드 은행과 같은 발권 은행이 투기꾼들의 부족한 자본을 무제한 공급하거나 감가된 상품을 명목 가치로 매입해 준다고 해서, 재생산의 확장을 강요해 온 인위적 제도 전체가 구제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른바 종이 세계에서는 실질 가격과 그 구성 요소들이 은폐된 채 지금, 주화, 어음, 은행권, 유가 증권만이 가시화되기에 모든 경제적 현상이 왜곡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왜곡은 국가의 화폐 거래가 집중되는 런던과 같은 중심지에서 특히 심화되며, 이로 인해 공황의 본질적 전개 과정은 생산 중심지에서보다 훨씬 파악하기 어려운 형태로 고착된다.

 

공황기 산업 자본의 과잉과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점은, 상품 자본이 그 내재적 속성상 이미 화폐 자본 (상품 가격으로 환산된 일정 가치액)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용 가치의 측면에서 상품 자본은 특정한 유용물들의 집합이며, 공황기에는 이러한 유용물의 절대적 과잉이 발생한다. 그러나 잠재적 화폐 자본으로의 상품 자본은 가치의 수축과 팽창을 반복한다.

 

특히 공황 직전과 공황기에는 잠재적 화폐 자본으로 상품 자본의 지위가 위축된다. 상품 자본은 소유주나 채권자에게, 또는 어음 할인 및 대부의 담보로, 최초 매입 시점이나 담보 설정 당시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의 화폐 가치만을 대변하게 된다. 화폐 핍박기에 일국의 화폐 자본이 감소한다는 주장이 이러한 현상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이는 결국 상품 가격의 일반적 하락을 의미할 뿐이다. 또한 이러한 가격 하락은 실상 이전의 이례적인 가격 등귀를 상쇄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비생산적 계급 및 고정 수입에 의존하는 계급의 소득은 과잉 생산과 과잉 투기가 수반되는 가격 등귀의 시기에도 대개 변동 없이 유지된다. 따라서 물가 상승에 따라 이들의 실질적 소비 능력은 상대적으로 감퇴하며, 총 재생산물 중 이들의 소비로 보충되던 부분의 회수 능력 또한 저하된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수요는 명목상 동일한 수준을 유지할지라도 실질적으로는 감소하게 된다.

 

수출입과 관련하여 주목할 점은 모든 국가가 순차적으로 공황에 휩쓸린다는 사실이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과잉 수출과 과잉 수입이 동시에 발생하며, 이에 따라 개별 국가의 지불 차액은 예외 없이 적자로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공황의 본질적 원인이 단순한 지불 차액의 불일치에 있지 않음이 분명해진다.

 

영국이 금 유출로 타격을 입는 상황을 예로 들면, 표면적으로는 영국의 과잉 수입이 원인인 듯 보이나 실제로는 타국 시장 역시 영국산 상품으로 포화 상태에 있다. , 타국들 또한 과잉 수입을 했거나 이를 강요받는다. 여기서 신용을 주로 제공하는 국가 (영국)와 신용에 의존해 수입하는 국가 간의 차이가 발생한다. (, 후자는 신용으로 수입하는데, 상품이 위탁 판매로 후자에게 수출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영국의 무역 차액이 흑자임에도 즉시 결제해야 할 만기 지불들의 차액이 적자를 기록하여 공황이 영국에서 선제적으로 폭발할 수 있는데, 이는 영국이 제공한 막대한 대외 신용과 해외 투기 자본의 환류 지체에서 기인한다. 때로는 영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신용을 제공받은 미국 등지에서 공황이 촉발되기도 한다.

 

금 유출로 촉발된 영국의 공황은 수입업자의 파산, 해외 시장에서의 상품 투매, 외국 유가 증권의 매각 등으로 지불 차액을 강제로 청산한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공황의 여파는 타국으로 이전된다. 일시적으로 흑자였던 타국의 지불 차액은 공황의 확산과 함께 무역 차액과의 간극이 상쇄되며, 모든 지불들의 즉각적인 결제가 요구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결국 영국에서는 금이 유입되고 타국에서는 금이 유출되는 동일한 현상이 반복된다.

 

결론적으로 일반적 공황 국면에서 나타나는 각국의 과잉 수입과 과잉 수출은 신용 팽창과 그에 따른 일반적 가격 등귀가 추동한 과잉 생산의 결과물이다. 한 나라의 과잉 수입이 다른 나라의 과잉 수출로 현상할 뿐, 그 실체는 전 세계적인 자본주의적 과잉 생산에 있다.

 

1857년 미국에서 발발한 공황은 영국으로부터의 금 유출을 촉발했다. 그러나 미국의 거품이 붕괴함과 동시에 광황의 여파가 영국에 상륙하자, 금의 순환은 다시 미국에서 영국으로 역전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영국과 유럽 대륙 사이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일반적 공황기에 상업이 발달한 모든 국가는 지불 차액의 적자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는 각국의 결제 시점이 도래함에 따라 연쇄적인 폭발 양상으로 나타난다. 영국과 같은 중심지에서 공황이 시작되면 각국의 지불 기일은 극히 짧은 기간 내로 압축되며, 이로부터 모든 국가가 동시적으로 과잉 생산 (과잉 수출)과 과잉 무역 (과잉 수입)을 자행했음이 드러난다. 모든 국가에서 발생한 가격 등귀와 신용의 과도한 팽창은 결국 동일한 붕괴가 야기한다.

 

이러한 각국을 순차적으로 엄습하는 금 유출 현상은 다음의 사실을 명증한다.

 

첫째, 금 유출은 공황의 본질적 원인이 아닌 공황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단순한 현상에 불과하다.

 

둘째, 금 유출이 국가별로 이전되는 순서는 단지 개별 국가의 총결산 시점이 언제 도래하는지, 그리고 각국에 내재한 공황의 잠재적 요소들이 어느 시점에 분출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다.

 

1830년 이후 통화, 신용, 공황을 주된 연구 대상으로 삼아온 영국의 경제학 저술가들은 공황기의 귀금속 수출 현상을 환율의 변동이 일어남에도 순수하게 자국 내의 국지적 현상으로만 한정하는 한계를 보인다. 이들은 잉글랜드 은행의 이자율 인상이 여타 유럽 은행들의 연쇄적인 금리 인상을 촉발한다는 사실과, 영국에서 발령된 금 유출 비상 경보가 시차를 두고 미국, 독일, 프랑스로 확산되는 세계적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철저히 방관하고 있다.

 

‘1847년 영국의 막대한 곡물 수입 채무는 상당 부분 파산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매개로 청산되었다. , 부유한 영국이 대륙과 미국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위기를 모면한 셈이다. 파산으로 처리되지 않은 잔여 채무만이 지금 수출을 거쳐 해결되었을 뿐이다.’ (은행법, 1857)

 

이러한 관점에서 영국의 은행법은 공황을 격화시키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기근 시기에 곡물 수출국으로부터 곡물을 우선 사취한 뒤 그 대금 지급을 회피하는 약탈적 수단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영국발 파산에 따른 채무 청산 전략에 대응하여, 곡물 수출국들이 자국 내 물가 등귀를 방어하기 위해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는 지극히 합리적인 자구책이다. 수출국의 생산자와 투기꾼의 입장에서도 영국의 자본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자신의 자본을 희생하는 것보다, 자국 내 이윤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이 훨씬 전략적으로 우월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면, 상품 자본은 공황기나 일반적 불황기에 잠재적 화폐 자본으로의 가치 실현 능력을 크게 상실한다. 이러한 현상은 증권 거래소에서 화폐 자본으로 유통되는 가공 자본, 곧 이자 낳는 증권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자율이 상승하면 이자 낳는 증권의 가격은 하락하며, 신용 부족에 직면한 증권 소유자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증권을 대량 매도 (방출)할 경우 그 하락 폭은 더욱 확대된다.

 

주식의 경우, 기업 수익의 감소나 사업 자체의 사기적 성격이 폭로됨에 따라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가공적 화폐 자본의 가치 급락은 공황 중 해당 자산의 담보 능력을 현저히 약화시키며, 결과적으로 시장에서의 화폐 차입력을 극도로 위축시킨다. 증권 시세표상의 명목 가치 하락은 그것이 대표하는 현실 자본의 실체와는 직접적으로 무관할 수 있으나, 증권 소유자들의 실질적인 지불 능력에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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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은행 자본의 구성 부분

 

이제 은행 자본의 구체적인 구성 요소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풀라턴을 비롯한 이론가들은 유통 수단으로의 화폐와 지불 수단 (또는 세계적 금 유출 시의 세계 화폐)으로의 화폐를 구분하면서, 이를 통화자본사이의 구별로 치환하였다.

 

화폐가 결코 자본이 될 수 없다고 설파한 계몽주의 경제학과는 대조적으로, 은행업자의 경제학은 화폐야말로 자본의 고유한 기능을 수행하는 가장 탁월한 자본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심층적인 분석에서 확인되는 점은, 이들의 체계 안에서 화폐 자본이 이자 낳는 자본을 의미하는 화폐적 자본과 혼동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질적으로 화폐 자본은 상품 자본이나 생산 자본과 마찬가지로, 산업 자본이 순환 과정에서 취하는 일시적인 통과 형태에 불과하다. 따라서 은행업자들이 규정하는 화폐의 자본적 성격은 자본의 전체 순환 체계 속에서 파악되어야 하며, 이를 단순히 이자 증식의 수단으로 국한하는 것은 화폐 자본의 실질적인 기능과 형태 변화를 간과한 결과이다.

 

은행 자본은 (1) 금이나 은행권 형태의 현금과 (2) 유가 증권으로 구성된다. 유가 증권은 다시 만기 구조를 지니며 은행업자의 고유 업무인 할인의 대상이 되는 상업 증권 (환어음), 국채·국고 증권·주식·저당 증서 등 이자를 낳는 공적 유가 증권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물적 구성 요소들로 이루어지는 은행 자본은 소유 원천에 따라 은행업자 자신의 투하 자본과 예금 (차입 자본 또는 은행 영업 자본)으로 구분되며, 발권 은행의 경우에는 대출 수단으로 활용되는 은행권이나 일람불 자기앞 어음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은행 자본을 실질적으로 구성하는 화폐, 환어음, 이자 낳는 증권 등의 물적 성격은 그것이 자기 자본을 대표하는지 또는 타인의 자본 (예금)을 대표하는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 운용 주체가 자기 자본으로 사업을 영위하든 예탁된 자본을 활용하든, 은행 자본의 객관적 구성 부분은 동일하다.

 

이자 낳는 자본이라는 형태적 특성으로 인해, 그것의 실질적 원천이 자본인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정기적인 화폐 수입은 자본에 대한 이자로 간주된다. , 화폐 수입이 우선적으로 이자의 성격을 띠게 되고, 이와 반대로, 이 이자를 매개로 그 원천인 자본의 규모가 환산되어 결정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자 낳는 자본의 논리 아래에서 모든 가치액은 수입으로 소진되지 않는 한 자본화되며, 이는 곧 해당 가치가 창출할 수 있는 잠재적 또는 현실적 이자에 대응하는 원금의 형상을 취하게 됨을 의미한다.

 

사정은 명확하다. 평균 이자율이 연 5%일 때, 500의 가치액이 이자 낳는 자본으로 운용된다면 연간 25의 수익을 창출한다. 이에 따라 모든 고정적인 연간 수입 25은 환산된 원금 500에 대한 이자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러한 관념은 해당 수입의 원천이 오직 소유권 및 청구권이든 아니면 토지와 같은 실재적 생산 요소이든 직접 양도되거나 또는 양도성을 갖춘 형태를 구비하고 있지 않은 한, 순전히 관념적인 가공이자 가상에 불과하다. 국채와 임금의 사례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가는 차입 자본에 대하여 매년 일정한 이자를 채권자에게 지불할 의무를 지지만, 채권자는 국가로부터 원금을 상환받는 대신 자신의 청구권인 소유권을 매각하면서 자본을 회수할 수 있을 뿐이다. 이때 투하된 자본은 국가의 지출을 거쳐 이미 소비되어 실재하지 않는다. 국가 채권자는 (1) 100의 국채 증서를 보유하면서 (2) 연간 조세 수입 중 일정액인 5를 청구할 권리를 가지며, (3) 이를 시장에서 자유로이 매매할 수 있다.

 

시장 이자율이 5%이고 국가의 신용이 담보된다면, 국채 소유자 A는 해당 증서를 B에게 100에 매각할 수 있는데, 이는 B의 입장에서 100을 직접 대부하여 5%의 이자를 얻는 것과 국채로부터 연간 5를 확보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자 지불의 토대로 상정되는 자본은 가공된 관념에 불과하다. 국가에 대부된 금액은 이미 소멸하였을 뿐만 아니라, 가치 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으로 투하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해당 금액이 본래적 의미에서 자본으로 투하되었다면 스스로를 보존하고 증식하는 가치 형태로 전환되었어야 한다. 결국 최초 채권자 A가 수령하는 조세 수입의 일부는 실재하지 않는 자본에 대한 이자를 형식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고리대금업자가 수취하는 채무자의 자산 일부가 형식상 자기 자본에 대한 이자로 표상되는 것과 같은 형식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대부된 화폐액이 실질적인 생산 자본으로 지출된 것은 아니다. 국채의 매매 유동성은 최초 채권자 A에게는 원금 회수의 기회를 의미하며, 새로운 구매자 B의 관점에서는 자신의 자본을 이자 낳는 자본으로 투하한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BA의 지위를 승계하여 국가에 대한 청구권을 양수하였을 뿐이다. 이러한 거래가 반복되더라도 국채가 자본이라는 성격은 여전히 관념적 가공물에 머물며, 국채의 유동성이 상실되어 매각이 마비되는 순간 자본이라는 가상은 즉각 소멸한다. 그럼에도 국채와 같은 가공 자본은 시장 이자율의 변동에 따라 가격이 등락하는 등 자신만의 고유한 운동 법칙을 지니며 경제 체계 내에서 작동한다.

 

이자 낳는 자본 일반은 모든 불합리한 형태의 원천이 된다. 은행업자의 관념 속에서 채무 가 상품으로 오인되듯, 국채라는 가공 자본에서는 국가의 부채라는 음 (-)의 수치가 자본으로 표상된다. 이러한 논리를 노동력에 적용할 경우, 임금은 이자로, 노동력은 그 이자를 창출하는 자본으로 간주된다. 연간 임금이 50이고 이자율이 5%라면, 노동력의 가치는 1,000의 자본과 등가물로 치환되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 지닌 이러한 전도된 성격은 여기서 극단에 이른다. 자본의 가치 증식을 노동력 착취에서 도출하는 대신, 노동력의 생산성을 노동력 자체가 보유한 이자 낳는 자본이라는 물신적 속성으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17세기 후반 윌리엄 페티 등에게서 나타난 이 관념은 오늘날 속류 경제학자와 통계학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진지하게 인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상적 관념은 두 가지 실증적 한계에 직면한다. 첫째, 노동자는 이른바 이자의 형태를 띤 임금을 수취하기 위해 반드시 노동을 수행해야만 한다. 둘째,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타인에게 양도하면서 그 자본 가치를 화폐로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력의 실질적 가치는 평균 연간 임금에 해당하며,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의 지출로 이 가치와 더불어 잉여 가치를 생산하여 구매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반면, 노예 제도 아래에서의 노예는 실질적인 구매 가격인 자본 가치를 지니며, 임차인은 이 자본에 대한 이자와 더불어 노예라는 자본의 연간 마멸분을 보상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의제 자본 (또는 가공 자본)의 형성을 자본화라 칭한다. 모든 규칙적이고 주기적인 수입은 평균 이자율을 기초로 산정하면서, 해당 평균 이자율로 대출된 일정 자본이 창출하는 수익으로 간주하여 자본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간 수입이 100이고 이자율이 5%라면, 이 수익은 원금 2,000에 대한 연간 이자로 환산되며, 이에 따라 2,000은 해당 수입을 수취할 법적 소유권의 자본 가치로 규정된다.

 

이 소유권을 취득한 매수자에게 연간 수입 100은 자신의 투하 자본에 대한 실질적인 5%의 이자를 의미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본이 현실적인 가치 증식 과정과 맺고 있던 모든 연관성은 최후의 흔적까지 소멸하며, 자본이 고유한 내적 힘에 따라 스스로 증식한다는 관념이 확고히 고착된다.

 

채무 증서와 같은 유가 증권이 국채처럼 순전한 가공의 자본을 표상하지 않는 경우에도, 해당 증권의 자본 가치인 가격은 여전히 관념적 성격을 지닌다. 신용 제도가 창출하는 주식 자본과 그 소유권을 구체화하는 주식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철도나 채굴, 해운 회사의 주식은 해당 사업에 실제로 투하되어 기능하는 자본 또는 주주들이 납입한 화폐액을 표상한다.

 

그러나 이 자본이 소유권 증서인 주식의 자본 가치로 한 번, 그리고 사업 현장에 투하된 실재 자본으로 또 한 번, 이중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은 오직 후자의 실물적 형태로만 존재하며, 주식은 그 자본이 실현할 잉여 가치에 대하여 보유 지분만큼 배당을 요구할 수 있는 소유권 증서에 불과하다. A가 이 증서를 B에게, 다시 BC에게 매각하는 일련의 거래는 사태의 본질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AB는 자신의 소유권 증서를 화폐 자본으로 회수한 것이며, 구매자 C는 자신의 실제 자본을 향후 기대되는 잉여 가치에 대한 단순한 청구권으로 치환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소유권 증서인 국채나 주식의 가치 곧 시장 가격이 실물 자본의 변동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운동함에 따라, 이들 증서가 실제 자본이나 청구권과는 별개로 그 자체의 현실적 자본을 구성한다는 가상이 더욱 공고해진다. 이는 소유권 증서가 시장에서 상품으로 유통되며 그 가격 또한 특수한 법칙에 따라 독자적으로 결정되는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과 같은 소유권 증서의 시장 가치는 현실적 자본의 가치 자체에 변동이 없더라도, 비록 그 자본이 실현되는 가치 증식 정도가 변할 수는 있으나 증서에 명시된 명목 가치인 액면 가격과는 현격히 상이할 수 있다.

 

소유권 증서의 시장 가치는 해당 증서가 보장하는 수익의 크기와 확실성에 비례하여 변동한다. 액면가 100인 주식의 배당률이 5%에서 10%로 상승할 경우,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시장 가치는 상승한다. 10의 배당을 시장 이자율 5%로 자본화하면 해당 주식은 200의 의제 자본을 표상하게 되며, 이를 200에 매수한 투자자는 투하 자본 대비 5%의 수입을 얻기 때문이다. 반대로, 배당 수익이 감소하면 가치는 하락한다. 이처럼 증권의 시장 가치는 실질 수익뿐 아니라 기대 수익에 따라서도 결정되므로, 부분적으로 투기적 성격을 띤다.

 

다른 한편으로 실물 자본의 가치 증식이 일정하거나 국채처럼 실물 자본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연간 수입이 법적으로 확정되어 있다면 증권 가격은 이자율과 반비례하여 등락한다. 이자율이 5%에서 10%로 상승하면 5의 수입을 보장하는 증권의 자본 가치는 50으로 축소되나, 이자율이 2.5%로 하락하면 동일한 증권의 가치는 200으로 증대된다. 결국 증권 가격은 기대 수입을 현재 이자율로 나눈 가공의 자본화 금액에 불과하다.

 

따라서 화폐 시장이 압박되는 시기에는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증권 가격이 급락한다.

 

첫째, 이자율의 상승이다.

 

둘째, 유동성 확보를 위한 증권의 대량 매도세이다.

 

이러한 가격 하락은 수입이 고정된 국채뿐만 아니라, 재생산 과정의 마비로 가치 증식이 타격을 받는 기업 주식에서도 공통적으로 발생한다. 주식의 경우 이자율 상승에 따른 가치 감소에 실물 경제의 위축이라는 추가적인 하락 요인이 결합될 뿐이다. 경제적 혼란이 수습되면 파산이나 사기에 연류되지 않은 증권들은 본래의 가격 수준을 회귀하며, 공황기에 발생하는 이러한 자산 가치의 하락은 화폐 재산을 소수에게 집중시키는 강력한 기제로 작용한다.

 

증권 가격의 등락이 실물 자본의 가치 운동과 무관하게 이루어진다면, 가격 변동 전후 한 국가의 실질적인 부의 총량에는 변화가 없다.

 

‘18471023일까지 은행 총재 모리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공채와 운하 및 철도 주식의 가치는 이미 총액 11,4752,225 파운드만큼 감가되었다.’ (상업 불황, 1847-1848)

 

그러나 이러한 가치 감소가 생산의 중단, 철도·운하 등 교통의 중단, 또는 자본의 실질적 낭비를 의미하지 않는 한, 명목적 화폐 자본이라는 거품의 붕괴가 인민을 실제로 가난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이들 증권은 본질적으로 장래 생산물에 대한 축적된 청구권이자 법률적 권리를 표상할 뿐이다. 그 화폐 가치나 자본 가치는 국채의 경우처럼 실재하는 자본을 전혀 체현하지 않거나, 또는 그것이 표상하는 현실적 자본의 가치와 무관하게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 지배하는 국가에서 막대한 규모의 이자 낳는 자본 (화폐적 자본)은 대개 이러한 형태로 존재하며, 따라서 화폐 자본의 축적은 상당 부분 생산에 대한 청구권의 축적과 그 시장 가격, 곧 가상적인 자본 가치의 축적을 의미할 뿐이다.

 

은행 자본의 일부는 이러한 이자 낳는 증권에 투하되어 준비 자본의 역할을 수행하나, 이들은 실제 은행 업무 과정에서 직접 기능하지는 않는다. 은행 자본의 가장 핵심적인 구성 요소는 산업 자본가나 상인이 발행한 지불 약속인 환어음이다. 화폐 대부자의 입장에서 환어음은 만기 시점까지의 이자를 미리 공제하고 구매한다는 점에서 이자 낳는 증권의 성격을 지닌다. 이를 할인이라 하며, 액면 금액에서 공제되는 할인료의 규모는 당대의 이자율에 따라 결정된다.

 

은행 자본의 종국적인 부분은 금이나 은행권 형태의 화폐 준비금으로 구성된다. 예금은 계약에 따라 비교적 장기간 구속되지 않는 한 예금자의 요구에 따라 언제든 인출될 수 있으나, 유출과 유입은 부단히 반복되는 과정에서 일정한 보충이 이루어지므로, 통상적인 경제 상황 하에서는 그 평균액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자본주의 생산이 고도화된 국가에서 은행 준비금은 평균적인 퇴장 화폐량을 표상하며, 이 중 일부는 금에 대한 단순 청구권일 뿐 그 자체로는 가치가 없는 증권의 형태를 취한다. 결과적으로 은행 자본의 상당 부분은 순전한 의제적 성격을 띠며, 구체적으로는 환어음과 같은 채권, 이미 지출되어 소멸한 자본을 대표하는 국채, 그리고 장래 수입에 대한 청구권인 주식 등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핵심은 은행 금고에 보관된 증권들이 표상하는 화폐 가치가 본질적으로 가공적이라는 사실이다. 설령 그 증권이 확실한 수입에 대한 청구권이거나 현실적 자본에 대한 소유권이라 할지라도, 그 화폐 가치는 그것이 대표하는 실재 자본의 가치와는 독립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을 전혀 대표하지 못한 채 수입 청구권만을 대변하는 경우에도, 그 가치는 부단히 변동하는 가공적 화폐 자본의 형태로 표현된다. 더욱이 이러한 가공적 은행 자본의 대부분은 은행업자 자신의 자본이 아니라, 인민이 예탁한 타인의 자본이라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본질적 특성이다.

 

예금은 언제나 화폐 (금이나 은행권) 또는 화폐 청구권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예금은 현실의 유통 필요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금을 제외하면, 산업 자본가나 상인의 환어음 할인 및 대출에 투입되어 사실상 그들의 수중에 있거나 유가 증권 중개인, 증권 판매인, 그리고 정부의 수중 (재무성 증권과 신규 국채 등)에 존재하게 된다.

 

예금은 이 과정에서 이중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우선 예금은 이자 낳는 자본으로 대출되면서 은행 금고에 실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 장부상 예금자 계좌의 대변에 기재된 수치로만 남게 된다. 동시에 예금은 예금자들 사이의 상호 신용이 수표로 결제되고 상쇄되는 과정에서 장부상의 기입 항목으로 기능한다. 이때 예금이 동일한 은행을 이용하여 은행 내부에서 계좌가 상쇄되는지, 또는 서로 다른 은행들을 거쳐 수표를 교환하고 그 차액을 정산하는지의 여부는 본질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이자 낳는 자본과 신용 제도의 비약적 발달에 따라, 동일한 자본 또는 청구권이 각종 형태로 다수의 수중에 중복되어 나타나면서 모든 자본은 외견상 두 배 또는 세 배로 증폭된 것처럼 현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화폐 자본의 상당 부분은 순전한 의제적 가공물에 불과하다.

 

예금은 지급 준비금을 제외하면 본질적으로 은행업자의 채무일 뿐, 은행 금고 내에 실물 현금으로 잔존하는 것이 아니다. 예금이 어음 교환소의 결제 과정에 투입되는 한, 이는 은행업자가 이미 대출한 이후임에도 여전히 그를 위한 자본으로 기능하게 된다. , 은행업자들은 상호 간의 지불 차액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예금에 대한 청구권 형식으로 정산하는 셈이다.

 

애덤 스미스는 화폐 대부 과정에서 자본이 수행하는 역할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화폐 소유를 매개로 얻는 이익의 관점에서 볼 때, 화폐는 자본 소유자가 직접 운용하지 않으려는 자본을 타인의 수중으로 이전시키는 양도 증서에 불과하다. 이때 이전되는 자본의 총량은 매개 도구인 화폐량에 비해 훨씬 클 수 있다. 동일한 화폐 개체가 다수의 상이한 구매에 반복적으로 사용되듯, 다수의 대부 과정에도 계속해서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W에게 1,000파운드를 대부하고, WB로부터 1,000파운드 상당의 재화를 구매한다고 전제하자. 현금을 보유할 필요가 없는 B는 해당 화폐를 다시 X에게 대부하며, X는 이를 사용하여 C로부터 다른 재화를 구입한다. C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해당 화폐를 Y에게 대부하고, YD의 재화를 구입한다. 이처럼 동일한 화폐 개체는 단 며칠 사이에 각기 다른 세 건의 대부와 구매를 매개하며, 각각의 거래 가치는 화폐의 액면가와 동일하다.

 

결국 대부자 A, B, C가 차입자 W, X, Y에게 실질적으로 양도하는 것은 재화를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이며, 대부의 진정한 가치와 용도는 바로 이 구매력에 존재한다. 세 명의 화폐 소유자가 대부한 자본의 총액은 구매된 재화의 가치 합계와 같으므로, 투입된 화폐 가치의 세 배에 달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러한 대부 체계는 어김없는 상환을 보장받는다. 각 채무자가 구매한 재화는 적절한 시기에 이윤과 함께 동일한 가치로 회수되도록 운용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동일한 화폐 개체는 자기 가치의 세 배 또는 서른 배에 달하는 대부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상환 수단으로도 순차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국부론2편 제4: 431-432).

 

동일한 화폐 개체가 유통 속도에 따라 다수의 구매를 매개할 수 있듯, 이는 각종 대부 과정에도 반복적으로 투입될 수 있다. 구매가 화폐를 일방에서 타방으로 이동시키는 행위라면, 대부는 구매라는 매개 없이 화폐 실체의 점유를 이전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 경제 체제에서 모든 상품이 자본 가치로 치환됨에 따라, 화폐가 순차적으로 다른 대부에서 각기 다른 자본을 대표한다는 것은 결국 화폐가 연속적으로 상이한 상품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명제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화폐는 유통 수단으로 소재적 자본을 이전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대부 행위 자체에서 화폐가 이전될 때, 그것이 단순한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는 것은 아니다. 화폐가 대부자의 수중에 머무는 동안 그것은 유통 수단이 아닌 자본의 가치적 현존이며, 대부자는 바로 이 가치 형태를 타인에게 이전하는 것이다. AB에게, 다시 BC에게 어떠한 상품 구매의 매개 없이 화폐를 대부한다면, 이 동일한 화폐는 세 개의 독립된 자본이 아니라 단 하나의 자본 가치를 대표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동일한 화폐 개체가 실질적으로 몇 개의 자본을 대표하는가는, 해당 화폐가 서로 다른 상품 자본의 가치 형태로 얼마나 빈번히 기능하는가에 따라 규정된다.

 

애덤 스미스가 대부 일반에 대해 서술한 원리는 예금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예금이란 본질적으로 인민이 은행업자에게 제공한 대부의 특수한 명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일한 화폐 개체는 반복적인 이전을 거쳐 다수의 예금을 형성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어떤 이가 오늘 A 은행에 예금한 1,000의 화폐가 내일 다시 시중에 방출되어 B의 예금을 형성하고, 모레는 다시 C의 예금을 형성하는 과정은 무수히 반복될 수 있다. 이처럼 동일한 화폐 1,000은 계속되는 이전을 거쳐 그 총량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예금액으로 증폭된다.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 예금의 9/10는 은행업자의 장부상 기록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일례로 스코틀랜드의 경우, 실제 통화량이 300만 파운드를 초과하지 않았음에도 은행 예금은 2,700만 파운드에 달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에 대한 인출 폭주가 발생하지 않는 한, 동일한 1,000의 화폐는 위와 반대 경로를 거쳐 막대한 금액의 채무를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 개인이 소매상에 지불한 1,000이 이튿날 도매상에 대한 소매상의 채무 변제에 쓰이고, 그다음 날 다시 은행에 대한 도매상의 채무 결제에 사용되는 식의 연쇄적 진행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통화 이론 검토: 62-63).

 

이러한 신용 제도 하에서는 모든 가치가 결합되어 나타나면서 실재가 단순한 가공의 산물로 치환된다. 이는 사람들이 경제의 가장 견고한 보루로 신뢰하는 은행의 준비금영역에서도 예외 없이 발생한다.

 

잉글랜드 은행 총재 모리스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한 바 있다.

 

개별 은행의 준비금은 잉글랜드 은행에 대한 예금 형태로 존재한다. 따라서 금의 수출은 우선적으로 잉글랜드 은행의 준비금에 타격을 주지만, 개별 은행들이 잉글랜드 은행에 예치한 준비금을 인출하는 과정을 거치며 결국 전국 모든 은행의 준비금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상업 불황, 1847-1848, 3639, 3642)

 

이처럼 모든 준비금은 최종적으로 잉글랜드 은행으로 수렴되나, 잉글랜드 은행의 준비금은 이중적 구조를 지닌다. 은행부의 준비금은 법정 발행 한도액에서 실제 유통액을 차감한 잔액이다. 발행 한도는 귀금속 담보가 필요 없는 1,400만 파운드 (정부 채무액)와 실제 귀금속 보유액의 합계로 결정된다. 예컨대 귀금속 보유액이 1,400만 파운드일 때 총 2,800만 파운드의 은행권 발행이 허용되며, 이 중 2,000만 파운드가 유통 중이라면 나머지 800만 파운드가 은행부의 준비금이 된다. 800만 파운드는 잉글랜드 은행의 법률상 영업 자본인 동시에 예금에 대한 준비금으로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금 유출로 귀금속 준비가 600만 파운드 감소하면, 동일 액수의 은행권을 폐기해야 하므로, 은행부의 준비금은 800만 파운드에서 200만 파운드로 급감한다. 이 경우 잉글랜드 은행은 이자율을 대폭 인상하게 되며, 예금주들은 지급 준비금의 급격한 위축을 직시하게 된다.

 

실제로 1857년 런던의 4대 주식 은행은 1844년 은행법을 정지시키는 정부의 특단 조치가 없을 경우 예금을 전액 인출하여 은행부를 파산시키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발권부에 유통 은행권의 태환 보증을 위한 수백만 파운드가 잔존함에도, 은행부는 1847년의 (800만 파운드)의 사례처럼 파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신용 체제 아래에서의 태환 보증 자체가 하나의 허울에 불과함을 실증한다.


은행업자가 수취한 예수금 (예치금) 중 유휴 자금의 대부분은 어음 중개인에게 유입되며, 어음 중개인은 그 담보로 런던이나 지방의 거래처로부터 이미 할인한 상업 어음을 은행업자에게 선대에 대한 담보로 제공한다. 어음 중개인은 은행업자의 요구 시 즉각 상환해야 하는 이른바 수시 상환 자금 (콜자금)의 상환 의무를 지게 된다. 이러한 거래의 규모는 잉글랜드 은행 총재 니브의 증언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당시 한 어음 중개인이 보유한 예금액은 500만 파운드에 달했으며, 여타 중개인들 또한 적게는 350만 파운드에서 많게는 1,000만 파운드 이상의 예금을 수중에 두기도 하였다. 이는 신용 체계 내에서 어음 중개인의 수중으로 집중된 예치 자산의 막대한 규모를 실증한다.’ (은행법 1857-1858: 5, 8)

 

런던의 어음 중개인들은 사실상 현금 준비금 없이 막대한 규모의 거래를 수행해 왔으며, 만기 어음의 회수금이나 긴급 시 잉글랜드 은행으로부터 받는 어음 담보 선대에 전적으로 의존하였다. 1847년 지불을 정지했다가 재개한 런던의 두 어음 중개 상사는 1857년 다시 지불 정지에 이르렀다. 그중 한 상사는 1847년 당시 18만 파운드의 자본으로 2683천 파운드의 부채를 안고 있었으며, 1857년에는 자본이 1847년의 1/4로 축소되었음에도 부채는 530만 파운드까지 급증하였다. 다른 상사 역시 두 차례의 지불 정지 시기마다 자본금은 45천 파운드에 불과했으나 부채 규모는 300만에서 400만 파운드에 달했다.’ (은행법 1857-1858: xxi,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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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유통 수단과 자본. 투크와 풀라턴의 견해

 

투크와 윌슨 등이 제시하는 통화와 자본의 구별은 화폐적 유통 수단, 일반적 화폐 자본, 그리고 이자 낳는 자본의 유통 수단 사이의 기능을 혼동한 결과이며, 이는 결국 다음과 같은 논리로 귀착된다.

 

한편으로 유통 수단은 수입의 지출, 곧 개별 소비자와 소매상 사이의 거래을 매개하는 한 주화 (화폐)로 유통된다. 이 소매상 범주에는 생산적 소비자나 생산자와 구별되는 개인적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모든 상인이 포함된다. 여기서 화폐는 끊임없이 자본을 보전하는 역할을 수행함에도 주화의 기능으로 유통되며, 일국의 화폐량 중 일정 부분은 비록 개별 통화들은 교체될지언정 항상 이 기능에 점유된다.

 

다른 한편으로 화폐가 구매 수단 또는 지불 수단으로 자본의 이전을 매개하는 한, 이 화폐는 자본으로 규정된다. 따라서 화폐를 주화와 구별 짓는 결정적 요인은 구매 수단이나 지불 수단이라는 기능적 측면이 아니다. 상인 간의 현금 거래에서도 화폐는 구매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상인과 소비자 사이의 신용 거래에서도 수입의 선소비 후지불이 이루어지는 한 화폐는 지불 수단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본질적인 차이는 자본 이전의 국면에서 이 화폐가 판매자에게는 자본을 보전해 줄 뿐만 아니라, 구매자 측면에서도 자본으로 지출 및 투하된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실질적인 구별은 통화와 자본 사이의 구별이 아니라, ‘수입의 화폐 형태자본의 화폐 형태사이의 구별이다. 일정량의 화폐는 상인과 소비자 간 거래와 상인 상호 간 거래 모두에서 유통되므로, 두 영역 모두에서 동일하게 통화로의 성격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크의 견해는 다음과 같은 지점에서 혼란을 야기한다.

 

첫째, 화폐의 기능적 특성을 혼동한다.

 

둘째, 두 가지 상이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며 유통되는 화폐 총량의 문제를 부적절하게 도입한다.

 

셋째, 재생산 과정의 각 국면에서 상이한 기능을 수행하며 유통되는 유통 수단량의 상대적 비율 문제를 설정하면서 논리적 왜곡을 초래한다.

 

(1) 화폐를 한 국면에서는 통화 (유통 수단), 다른 국면에서는 자본으로 규정하는 견해는 화폐의 기능적 특성을 오인한 결과이다. 화폐가 수입의 실현을 위해 사용되든 자본의 이전을 위해 사용되든, 매매나 지불의 과정에서 구매 수단 또는 지불 수단으로 기능하는 한 넓은 의미에서 유통 수단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지출자나 수취인의 계정에서 해당 화폐가 자본을 표상하는지 또는 수입을 표상하는지 여부와 같은 구체적 성격은 이러한 기능적 규정성을 변경시키지 못하며, 이는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증명된다.

 

수입 지출 영역과 자본 이전 영역에서 유통되는 화폐의 종류가 외견상 다를지라도, 동일한 화폐 단위는 영역 간을 이동하며 두 기능을 차례로 수행한다. 소매상은 구매자로부터 수취하는 주화의 형태로만 자신의 자본에 화폐 형태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매업 전반에 걸쳐 보조 주화의 유통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나, 소매상은 가치 척도인 금화나 소액 은행권 또한 수취한다. 이들은 매일 또는 매주 단위로 은행에 예금되어 소매상의 구매 결제를 위한 수표의 근거가 된다. 동시에 이 동일한 화폐들은 일반 대중의 수입 화폐 형태로 은행에서 인출되어 다시 소매상에게 환류하며, 그 과정에서 소매상의 자본 가치와 잉여 가치를 동시에 실현한다.

 

여기서 투크가 간과한 결정적 사실은 상품이 자본 가치뿐만 아니라 잉여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생산 과정의 시점 (권 제1)에서 투하되는 화폐 자본만이 순수한 자본 가치로 존재할 뿐, 생산된 상품은 이미 가치 증식된 자본이자 수입 원천이 결합된 상태이다. 따라서 소매상이 환류하는 화폐와 교환하여 내놓는 상품은 그에게 있어 자본+이윤이자 자본+수입의 결합체이다. 결국 유통하는 화폐는 소매상에게 환류하면서 그의 자본이 가졌던 화폐 형태를 회수시켜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수입의 실현을 위한 유통과 자본의 이전을 위한 유통 사이의 차이를 통화 (유통 수단)’와 자본 자체의 구별로 치환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이다. 투크가 이러한 왜곡된 표현 방식을 취하게 된 배경에는 은행권 발행 주체인 은행업자의 관점이 내재되어 있다.

 

인민들 사이에서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며 항상 수중에 머무는 은행권 총량은, 비록 개별 은행권의 실체는 끊임없이 교체될지라도 은행업자에게는 종이와 인쇄 비용 외에 어떠한 실질적 비용도 발생시키지 않는다. 은행권은 본질적으로 은행업자 자신을 수취인으로 하여 발행된 유통성 채무 증서 (환어음)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그에게 화폐를 유입시켜 자본을 증식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결국 은행업자의 관점에서는 통화와 자본을 구분할 실무적 필요성이 제기되나, 이러한 구별은 화폐나 자본의 본질적 개념 규정과는 무관하며 투크가 내세우는 이론적 범주와도 논리적 정합성을 결여하고 있다. 이 구별은 오직 은행 경영상의 관점에서 파생된 특수한 구분에 지나지 않는다.

 

화폐가 수입의 화폐 형태로 기능하는지 또는 자본의 화폐 형태로 기능하는지의 여부는 유통 수단으로 화폐가 갖는 본질적 성격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화폐는 어느 국면에서나 유통 수단으로의 속성을 견지한다. 다만 수입의 화폐 형태로 기능할 때는 판매와 구매의 분리가 빈번하고, 수입 지출자의 대다수인 노동자가 신용 거래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는 특성상 진정한 의미의 유통 수단 (주화 및 구매 수단)으로 작용하는 비중이 높을 뿐이다.

 

반면, 자본의 화폐 형태가 주를 이루는 사업적 거래에서는 거래의 집중과 신용 제도의 발달로 인해 화폐는 주로 지불 수단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지불 수단과 구매 수단 (유통 수단) 사이의 차이는 화폐 자체의 기능적 분화일 뿐, 화폐와 자본 사이의 본질적 구별은 아니다. 이는 소매업에서 동전과 은화가, 도매업에서 금화가 주로 유통된다고 하여 금속 종류에 따른 구분을 통화와 자본의 구별로 치환할 수 없는 것과 같다.

 

(2) 화폐가 구매 수단 또는 지불 수단 중 어떠한 형태로 유통되든, 또한 그 기능이 수입을 실현하는지 자본을 실현하는지에 관계없이 유통 화폐량에 관한 법칙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는 단순 상품 유통의 분석에서 도출된 원리 (권 제3장 제2b)와 부합한다.

 

구체적으로 유통 화폐량 (통화량)을 결정하는 요인은 유통 속도 (일정 기간 동일한 화폐 개체가 수행하는 구매 및 지불 기능의 반복 횟수),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매매 및 지불의 규모, 유통 상품의 가격 총액, 그리고 동일 시점에 결제되어야 할 지불액 간의 차액 등이다. 이러한 객관적 요인들이 수입의 유통과 자본의 유통 전반에 걸쳐 통화량을 결정할 뿐이다.

 

따라서 기능하는 화폐가 지불자나 수취자에게 자본을 표상하는지 또는 수입을 표상하는지 여부는 유통 화폐량의 결정 원리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유통 화폐량은 오직 구매 수단과 지불 수단이라는 화폐 고유의 기능적 필요에 따라 규정된다.

 

(3) 두 기능을 수행하며 각 영역에서 유통되는 유통 수단량의 상대적 비율 문제에 관하여. 수입 지출과 자본 이전이라는 두 유통 영역은 내적으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지출되는 수입액은 사회적 소비 규모를 표현하며,

 

생산 및 상업 분야에서 유통되는 자본액은 재생산 과정의 규모와 속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일한 경제적 요인이 각 영역의 유통 화폐량 (통화량)에 미치는 영향은 상이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정반대의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투크가 통화 (유통 수단)와 자본을 부적절하게 구분한 배경에는 이러한 현상적 차이에 대한 오해가 자리 잡고 있다. 통화주의자들이 서로 다른 성격의 사물들을 혼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사물들을 본질적인 개념적 구별로 제시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영역별 유통량의 상대적 비율 차이는 화폐와 자본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하는 정당한 논거가 되지 못한다.

 

재생산 과정이 활성화되는 번영기 또는 대 팽창기에는 완전 고용이 실현된다. 대다수 국면에서 임금 인상이 동반되며, 이는 산업 순환의 타 시기에 발생한 평균 이하의 임금 하락을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자본가의 수입 또한 대폭 증대되어 전반적인 소비 수준이 상승한다. 특히 주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상품 가격의 상승이 수반되며, 유통 속도의 가속화가 화폐량의 무제한 팽창을 제한함에도 결과적으로 유통 화폐량은 일정 범위 내에서 증가하게 된다.

 

사회적 수입 중 임금 부분은 본래 산업 자본가로부터 가변 자본의 형태, 곧 화폐 형태로 투하되기에 번영기에는 그 유통을 위해 더 많은 화폐량을 요구한다. 다만 이를 가변 자본 유통을 위한 화폐와 노동자 수입 유통을 위한 화폐로 중복 계상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에게 지급된 화폐는 소매업에서 지출된 후 각종 중간 거래를 거쳐 매주 규칙적으로 소매상의 예금을 거쳐 은행으로 환류하기 떄문이다. 번영기에는 이러한 화폐 환류가 산업 자본가에게 매우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따라서 임금 지급액의 증가나 가변 자본 유통을 위한 화폐 수요의 증대가 산업 자본가들의 화폐 융통에 대한 추가적인 요구로 반드시 이어지지는 않는다.

 

총괄적인 결과로, 번영기에는 수입의 지출에 충당되는 유통 수단의 양이 결정적으로 증대한다.

 

자본가 상호 간의 거래 및 자본 이전에 필요한 유통 수단의 측면에서 볼 때, 호황기는 신용의 탄력성이 극대화되어 자금 확보가 가장 용이한 시기이다. 자본 간 유통 속도는 신용에 직접적으로 규정되므로, 지불 결제와 현금 구매에 요구되는 유통 수단량은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그 절대량은 증가할 수 있으나, 재생산 과정의 확장 규모와 비교하면 비중은 언제나 축소된다. 이는 한편으로 대규모 지불들이 화폐의 직접적 개입 없이 결제되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재생산 과정의 활성화로 인해 동일한 화폐량이 구매 및 지불 수단으로 더욱 신속하게 회전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동일한 화폐량이 더 많은 개별 자본의 환류를 매개하게 된다.

 

종합적으로 볼 때, 번영기에는 자본 이전 영역 (분야)의 화폐 유통이 상대적으로 수축하고 수입 지출 영역 (분야)의 유통이 절대적으로 팽창함에도, 전체적인 화폐 유통은 매우 원활하고 풍부한양상을 띤다.

 

환류는 상품 자본이 화폐 자본으로 재전환되는 과정 (M-C-M´)을 의미하며, 이는 제권 제1편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재생산 과정의 본질적 국면이다. 그러나 신용 제도의 개입으로 인해 산업 자본가와 상인이 체감하는 화폐적 환류 시점은 실질적 환류 시점과 분리된다. 자본가는 신용으로 상품을 판매하면서 실질적인 화폐 유입 이전에 상품을 인도하며, 동시에 신용 구매를 거쳐 상품 대금의 만기 지불 이전에 이미 그 가치를 생산 자본이나 상품 자본으로 재전환시킨다.

 

이러한 번영기에는 소매상에서 도매상으로, 다시 제조업자와 원료 수입상으로 이어지는 지불 연쇄가 확실하게 유지되므로, 환류는 표면상 매우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전개된다. 급속하고 확실한 환류라는 이러한 외관은 실제 환류가 종료된 이후에도 기존에 제공된 신용을 매개로 일정 기간 지속되는데, 이는 신용의 환류가 실질적 환류를 대체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고객의 예금 구성에서 현금 비중이 낮아지고 환어음 비중이 높아지는 시점부터 잠재적 위기를 감지하기 시작한다 (25장에서 인용한 유니언 뱅크 오브 리버풀 이사 리스터의 증언 참조).

 

이전에 지적한 바와 같이, ‘신용 팽창기에는 통화의 유통 속도가 상품 가격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신용 수축기에는 유통 속도가 가격보다 급격히 감소한다.’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CW 29: 340]

 

공황기에는 이러한 양상이 정반대로 나타난다. 수입의 지출이 이루어지는 제분야에서는 화폐 유통이 축소되고 가격과 임금이 하락하며, 취업 노동자 수와 거래량 또한 감소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본의 이전이 발생하는 제분야에서는 신용 수축에 따른 화폐 융통 수요가 증대한다.

 

재생산 과정의 정체와 신용 감퇴가 동시에 진행됨에 따라 제분야의 필요 통화량은 감소하나, 분야의 필요 통화량은 증가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다만 이러한 사실이 대부 자본에 대한 수요와 추가 유통 수단에 대한 수요는 완전히 별개이며 결합되는 경우도 드물다.’ (풀라턴, 통화 운용론: 82, 5장의 제목)는 풀라턴 등의 주장과 어떻게 부합하는지는 면밀한 검토를 요한다.

 

우선 번영기의 경우, 유통 수단의 절대량이 증대함에 따라 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러나 제조업자가 가변 자본 지출을 위해 은행에서 금이나 은행권을 인출할 때, 이는 자본 자체에 대한 수요 증대가 아니라 자본을 지출하기 위한 이 특수한 화폐적 형태에 대한 수요 증대일 뿐이다.

 

이러한 수요는 자본을 유통에 투입하는 기술적 방식과 연관될 뿐이며, 이는 신용 제도의 발달 수준에 따라 동일한 가변 자본이라도 국가마다 필요로 하는 유통 수단량이 상이한 것과 같은 이치다. 농업 분야에서도 재생산 과정에 투입된 동일 규모의 자본이 계절적 요인에 따라 서로 다른 화폐량을 요구하는 것 역시 이와 동일한 원리에 기초한다.

 

그러나 풀라턴이 제시한 대비는 타당하지 않다. 번영기와 경기 후퇴기를 구분 짓는 본질적 요소는 그가 주장하는 대부 수요의 강도 자체가 아니라, 오히려 그 수요의 충족이 번영기에는 용이하고 후퇴기에는 극히 어렵다는 사실에 있다. 사실상 번영기에는 신용 제도가 비약적으로 팽창함에 따라 대부 자본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며, 이러한 수요가 공급을 매개로 원활히 충족되는 과정이 오히려 후행하는 경기 후퇴기의 신용 핍박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따라 두 경제적 국면을 구분하는 결정적 기준은 대부 수요의 양적 크기가 아니라, 신용 체계 내에서의 수급 구조와 그 충족 여부에 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번영기와 경기 후퇴기를 구분하는 핵심은 유통 수단에 대한 수요의 주체와 성격이 변화한다는 사실에 있다. 번영기에는 소비자와 상인 간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유통 수단 수요가 우세한 반면, 경기 후퇴기에는 소비자 측의 수요는 감소하고 자본가들 사이의 유통 수단 수요가 압도적으로 증가한다.

 

풀라턴을 비롯한 이론가들이 결정적으로 주목한 현상은 잉글랜드 은행의 유가 증권 보유액과 은행권 유통액이 역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이었다. 유가 증권 보유액은 화폐 융통의 규모, 곧 할인된 환어음이나 담보 대부의 크기를 나타낸다.

 

풀라턴은 이를 근거로 (앞의 주 90 참조) 잉글랜드 은행의 유가 증권 보유액이 은행권 유통액과 반대로 변동하는 현상이 개별 은행의 내재적 원칙을 입증한다고 주장한다. , 어떠한 은행도 고객의 수요에 부응하여 결정되는 일정 수준을 초과하여 은행권을 발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은행이 이 한도를 초과해 대부를 확대하고자 한다면, 유가 증권을 매각하거나 기존 예금을 활용하는 등 자신의 실질 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여기서 풀라턴이 규정하는 자본의 실질적 의미가 드러난다. 그에 따르면 잉글랜드 은행이 비용 발생이 없는 자기 앞 지불 약속인 은행권으로 더 이상 대부할 수 없게 되는 지점부터 자본이 개입한다. 이 경우 은행은 국채, 주식 등 보유 중인 이자 낳는 증서 (유가 증권)’의 매각 대금을 확보하여 대부를 실행한다. 은행은 유가 증권을 판매하면서 금이나 법화인 은행권을 획득하며, 결과적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은행이 대부하는 실체는 화폐가 된다.

 

이 시점의 화폐는 잉글랜드 은행 자본의 일부를 구성한다. 금을 대부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은행권을 대부하는 경우에도 해당 은행권은 자본을 표상한다. 은행이 그 은행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자 낳는 유가 증권이라는 현실적 가치를 양도했기 때문이다. 개인 은행의 경우 유가 증권 매각으로 회수하는 화폐는 대개 잉글랜드 은행권이거나 자기 자신의 은행권이다. 특히 잉글랜드 은행의 경우, 회수된 자기 앞 은행권은 결과적으로 이자 낳는 증권이라는 비용을 대가로 치른 셈이 된다.

 

따라서 잉글랜드 은행이 회수된 은행권을 재발행하거나 동일 금액의 새로운 은행권으로 발행한다면, 그 은행권은 자본을 대표하게 된다. 이는 자본가에 대한 대부 방식이든, 화폐 융통 수요 감퇴에 따른 유가 증권 재투자 방식이든 동일하게 적용된다. 결국 이러한 이론적 범주에서의 자본은 은행업자적 관점의 용어일 뿐이며, 이는 은행이 자신의 신용 (은행권 발행)을 초과하여 대부해야만 하는 강제적 상황을 의미한다.

 

잉글랜드 은행이 자기 앞 은행권으로 대부를 실행함에도, 할인 어음과 담보 등의 대부액 증가에 반해 은행권 유통액이 감소한다면, 투입된 은행권의 환류 경로는 다음과 같다.

 

국제 수지 적자로 인한 금 유출이 화폐 융통 수요를 촉발하는 경우 사태는 명확해진다. 어음 할인으로 발행된 은행권이 은행의 발권부에서 금과 교환되어 국외로 수출되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은행이 은행권의 매개 없이 금을 직접 지불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수요 증대는 국내 유통에 단 한 장의 은행권도 추가하지 않는다. 이 국면에서 잉글랜드 은행이 통화가 아닌 자본을 대부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첫째, 은행이 단순한 신용이 아닌 현실적 가치, 곧 자기 자본이나 예금 자본의 일부를 대부한다는 점이다.

 

둘째, 대부되는 화폐가 국내 유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세계 유통 수단인 세계 화폐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이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화폐는 반드시 퇴장 화폐의 형태인 금속 상태로 존재해야 하며, 이 형태에서 화폐의 가치는 금속 자체의 가치와 일치한다. 이때 금은 은행이나 수출상에게 자본을 표상할지라도, 그 수요의 본질은 자본 일반이 아닌 화폐 자본의 절대적 형태로의 금에 집중된다. 해외 시장이 실현될 수 없는 상품 자본으로 정체된 시점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수요는, 자본 그 자체가 아니라 세계 시장의 일반적 상품이자 화폐의 시초 형태인 화폐로의 자본을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금 유출은 풀라턴이나 투크의 주장처럼 단순히 자본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으며, 특수 기능을 수행하는 화폐의 문제로 파악되어야 한다. 금 유출이 통화주의자들의 견해처럼 국내 유통 수단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곧바로 그것이 단순히 자본의 문제임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화폐가 세계적 지불 수단의 형태를 취하면서 발생하는 엄연한 화폐적 현상이다. 흉작 시 곡물 수입 대금을 상품으로 지불하든 금으로 지불하든 거래의 성격에 영향이 없다는 풀라턴의 주장은 이러한 화폐의 특수 기능을 간과한 오류이다. (풀라턴, 1845: 131)

 

금 유출 여부는 경제 전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곡물 구매 대금과 같은 자본을 귀금속 형태로 지출하는 이유는, 상품 형태로는 수출이 여의치 않거나 막대한 손실 없이는 송금이 어렵기 때문이다. 근대 은행 제도가 금 유출에 대해 갖는 공포는 중금주의자들이 가졌던 착각을 능가한다. 1847-1848년 공황 당시 잉글랜드 은행 총재 모리스의 의회 증언은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상업 불황, 1847-1848)

 

질문자: 본인이 주식과 고정 자본의 가치 하락에 언급했을 때, 주식과 생산물에 투하된 모든 자본이 동일하게 감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원면, 생사, 원모가 헐값에 대륙으로 수출되고 설탕, 커피, 차가 투매로 처분되지 않았나. 식량의 대량 수입으로 인한 금 유출에 대처하기 위해 인민이 이와 같은 막대한 희생을 치르는 것이 과연 불가피했는가.

 

모리스: 그렇다. (그와 같은 희생은 불가피했다.) (3846).’

 

질문자: 그렇다면 그러한 막대한 희생을 강요하며 금을 회수하려 노력하기보다, 잉글랜드 은행 금고에 잠자고 있는 800만 파운드의 금 준비금에 손을 대는 (사용하는) 것이 차라리 더 낫지 않았겠는가.

 

모리스: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3848).’

 

모리스는 식량 수입으로 인한 금 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인민적 희생이 불가피했음을 시인한다. 당시 주식과 고정 자본은 물론 원면, 생사, 원모 등 원자재가 헐값에 유럽으로 유출되었고 설탕, 커피, 차와 같은 식료품조차 투매로 처분되며 자산 가치가 급락했다. 이러한 가혹한 희생을 치르기보다 은행 금고의 예비금에 손을 대는 것이 낫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결코 그렇지 않다며 단호히 거부한다. 이는 현대 금융 제도 하에서도 금이 여전히 유일한 진정한 부이자 최후의 결제 수단으로 물신화되고 있음을 전형적으로 드러낸다.

 

풀라턴이 인용한 투크의 견해는 지난 반세기 동안 금 유출을 동바한 현저한 환율 하락이 오히려 유통 수단이 상대적으로 희소한 상태와 일치했음을 보여준다. (풀라턴, 1845: 121) 이는 금 유출이 대개 호황과 투기 국면 이후에 발생하며, 시장의 공급 과잉, 해외 수요의 중단, 환류의 지연, 그리고 그 필연적 결과인 상업적 불신과 산업 침체를 알리는 붕괴의 지표임을 입증한다. (129)

 

이러한 사실은 유통 수단의 과잉이 금을 밀어내고, 부족이 금을 끌어들인다.’는 통화주의자들의 기계적인 도식에 대한 강력한 반증이 된다. 통화주의자들의 가설과 정반대로, 잉글랜드 은행은 번영기에 거대한 금준비를 보유하며, 이러한 준비금은 항상 격동기 이후의 불황기에 형성되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금 유출에 관한 논의의 핵심은 세계적 유통·지불 수단에 대한 수요가 국내적 수요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풀라턴이 지적하듯 금유출의 존재가 반드시 국내 유통 수단 수요의 감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귀금속의 국외 수출은 은행권이나 주화를 국내에 유통하는 행위와 동일시될 수 없다. 세계 지불을 위한 준비금으로의 퇴장 화폐 운동은 유통 수단으로의 화폐 운동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장 화폐의 여러 기능, 곧 국내 지불 준비금, 유통 수단 준비금, 그리고 세계 화폐로의 준비금 기능이 단일한 예비금에 집중되면서 문제는 심화된다.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CW 29: 382-384) 상황에 따라 국내로의 금 유출이 해외 유출과 결부될 수 있으며,

 

특히 신용 제도 하에서 이 퇴장 화폐에 은행권 태환 보증이라는 추가적 기능이 부여되면서 모순은 가중된다. 여기에 (1) 전국의 준비금이 중앙은행으로 집중되고 (2) 이를 최저 한도로 축소 운용하는 방식이 더해진다. 이 때문에 풀라턴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한다.

 

영국에서는 금준비 고갈 시마다 극심한 불안과 경악이 수반된다. 이는 환율 변동이 평온하게 유지되는 대륙의 금속 통화 체제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143)

 

이제 금 유출 요인을 배제한다면, 잉글랜드 은행과 같은 발권 은행이 은행권 발행액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대부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인지 검토해야 한다.

 

잉글랜드 은행의 관점에서 자사 보유고를 벗어난 모든 은행권은 실쩨 유통 여부와 관계없이 유통 상태에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은행이 할인 업무나 유가 증권 담보 대부를 확대함에도 은행권 유통액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발행된 은행권은 반드시 은행으로 환류해야 하며 그 경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식으로 요약된다.

 

첫째, 잉글랜드 은행이 유가 증권을 대가로 A에게 은행권을 지급하고, AB에 대한 만기 어음을 이 은행권으로 결제하면, B가 이를 다시 잉글랜드 은행에 예금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해당 은행권의 유통은 종결되나 대부 관계는 소멸하지 않고 유지된다. , ‘대부 총액은 변함없으나 불필요해진 통화만이 발행자인 은행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풀라턴: 97)

 

이때 은행은 A에 대해서는 채권자 지위를 유지하는 한편, B에 대해서는 예입된 은행권 가치만큼의 채무자 지위를 갖게 되며, 결과적으로 B는 은행 자본 중 해당 가치분에 대한 처분권을 획득한다.

 

둘째, AB에게 지불하고, B 또는 그다음 수취인인 C가 만기 어음을 결제하기 위해 해당 은행권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은행에 납입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자신의 채권을 자기 앞 은행권으로 회수하게 되며, A의 최종 상환 절차를 제외한 개별 거래는 완결된다.

 

이러한 환류 원리를 바탕으로, 은행이 A에게 실행한 대부를 어느 지점까지 자본의 대부로 규정하고 어느 지점까지 지불 수단의 대부로 파악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검토가 요구된다.

 

(엥겔스: 대부의 성격에 따라 다음의 세 가지 사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A가 담보 없이 개인 신용에 의거해 대부를 받는 경우이다. 이때 A는 지불 수단을 획득함과 동시에 명백히 새로운 자본을 대부받는 셈이 된다. 그는 상환 시점까지 이 자본을 자신의 사업 내에서 추가 자본으로 운용하며 가치를 증식시킬 수 있다.

 

둘째, A가 국채나 주식 등 유가 증권을 담보로 제공하고 시가의 일정 비율 (: 2/3)을 현금으로 대부받는 경우이다. 이 과정에서 A는 필요한 지불 수단을 확보하지만, 추가 자본을 얻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은행에 제공한 담보 가치가 수령한 현금보다 크기 때문이다. 다만 A는 이자를 낳는 유가 증권 형태의 자본을 지불 수단으로 즉각 전환하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해당 유가 증권을 준비 자본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닌다. 결과적으로 A와 은행 사이에는 자본의 일시적 상호 이전이 발생한다. A는 추가 자본 없이 지불 수단을 확보하고, (실상 A가 수령한 현금보다 더 큰 자본 가치를 은행에 제공한다!) 은행은 화폐 자본을 대부의 형태로 묶어두며 그 형태를 전환시키는데, 이는 은행업의 본질적 기능에 해당한다.

 

셋째, A가 어음을 할인하여 현금을 수취하는 경우이다. 이는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비유동적 화폐 자본인 어음을 은행에 매각하고, 유동적 형태인 현금을 확보하는 행위이다. 어음의 소유권은 은행으로 이전되나, 부도 시 최종 이서인인 A가 상환 책임을 진다는 점은 변함없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 거래는 대부가 아닌 통상의 매매에 가깝다.

 

A는 은행에 상환 의무가 없으며, 은행은 만기일에 어음 발행인으로부터 대금을 회수한다. 이 역시 다른 상품의 매매와 마찬가지로 자본의 상호 이전일 뿐, A에게 추가 자본이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A는 지불 수단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은행은 화폐 자본의 형태를 어음에서 화폐로 전환해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진정한 의미의 자본 대부가 성립하는 것은 오직 첫째 경우뿐이다. 둘째와 셋째 사례의 경우, 모든 자본 투하가 넓은 의미에서 대부성격을 내포한다는 수준에서만 자본 대부라 칭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은행이 A에게 화폐 자본을 대부한다고 볼 수도 있으나, A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자신의 자본 일반 중 일부인 화폐 형태일 뿐이다.

 

더욱이 A는 이를 자본으로 투하하기 위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지불 수단으로 요구하고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자본 대부로 간주한다면, 지불 수단 마련을 목적으로 행해지는 모든 일반 상품의 판매 행위 또한 자본 대부를 받는 것으로 규정해야 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은행권을 발행하는 개인 은행의 경우 다음과 같은 기능적 차이가 발생한다. 발행된 은행권이 지방 유통 영역에 머물지 않고 예금이나 만기 어음 결제의 형태로 해당 은행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그 은행권은 결과적으로 발행 은행이 금이나 잉글랜드 은행권을 지불해야만 하는 채권자들의 수중에 놓이게 된다. 이 국면에서 은행권의 대부는 실질적으로 잉글랜드 은행권이나 금의 대부, 곧 은행 자본의 직접적인 이전을 의미한다.

 

이는 은행권 발행에 법정 최고 한도가 설정된 잉글랜드 은행이나 기타 발권 은행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은행이 유가 증권을 매각하면서 이미 유통 중인 자기 앞 은행권을 회수하고 이를 다시 대부로 발행해야만 한다면, 이때의 은행권은 은행이 동원할 수 있는 실질 자본의 일부를 대표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조건 하에서 은행권은 단순한 신용의 팽창이 아니라, 구체적인 가치를 지닌 은행 자본의 화폐적 표상으로 기능한다.

 

통화 제도가 순수한 금속 통화 제도라 전제하더라도, 다음의 두 현상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첫째, 잉글랜드 은행의 금고를 고갈시키는 수준의 금 유출이 일어나는 경우이다 (엥겔스: 이는 국내에 비축된 금의 상당 부분이 해외로 유출됨을 의미한다).

 

둘째, 은행의 주된 금 수요가 이전 거래의 결제를 위한 지불 용도에 집중됨에 따라, 은행의 담보 대부는 대폭 증가하는 반면, 발행된 은행권은 예금이나 만기 어음 상환의 형태로 다시 은행에 복귀하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잉글랜드 은행의 유가 증권 보유액은 대부 확대로 인해 증가하지만, 발행 준비금은 금 유출로 인해 감소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은행은 종전 자사 소유로 보유했던 동일한 금액을 이제는 예금자에 대한 채무 형태로 보유하게 되며, 사회 전체의 통화 총량은 수축 국면에 진입한다.

 

지금까지는 대부가 은행권 발행을 매개로 이루어지며, 그에 따라 일시적인 통화량 증가가 수반된다고 전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 잉글랜드 은행은 실물 은행권을 발행하는 대신 A에게 신용 계좌를 개설해 줄 수 있으며, 따라서 채무자인 A는 장부상 예금자로의 지위를 얻는다.

 

A는 자신의 채권자에게 잉글랜드 은행 앞 수표로 대금을 지불하면, 수취인은 해당 수표를 자신의 거래 은행에 입금하고, 각 은행은 어음 교환소를 경유하여 수표를 상호 결제한다. 이 과정에서 현실적인 은행권의 개입은 배제된다.

 

거래의 실체는 은행이 A에 대한 채권을 확보하면서 자산을 구성하는 동시에, 자기 앞으로 발행된 수표를 매개로 자신의 채무를 결제하는 방식으로 국한된다. 결과적으로 은행은 자기 채권의 일부라는 형태로 은행 자본의 일부분을 A에게 대부한 셈이 된다.

 

화폐 융통에 대한 수요가 자본에 대한 수요로 기능하는 한, 이는 오직 은행업자의 관점에서의 자본, 곧 화폐 자본에 대한 수요에 국한된다. 이는 국외 유출을 위한 금이나, 개인 은행이 등가물을 지불하고 확보해야 하는 중앙 은행권에 대한 수요를 의미한다. 또한 금이나 은행권을 획득하기 위해 매각하는 국채·주식 등 이자 낳는 유가 증권 역시 은행업자의 입장에서는 자본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이러한 유가 증권은 그것을 구매하여 자본을 투하한 소유자에게만 자본을 대표할 뿐, 그 자체로는 자본이 아닌 단순한 채권에 불과하다. 지대 청구권인 토지 저당 증서나 잉여 가치 분배권인 주식은 실물 자본의 구성 부분도, 그 자체로 독립적인 가치도 아니다. 이와 비슷한 신용 거래를 매개로 하여 은행 내 화폐가 예금으로 전환되어 은행의 지위가 소유자에서 채무자로 변동될 수 있으나, 이러한 회계적 변화가 국내에 현존하는 실물 자본이나 화폐 자본의 총량을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여기서 자본은 오직 화폐 자본으로만 나타나며, 현실적인 화폐 형태를 취하지 않을 때는 단순한 자본 소유권으로 기능할 뿐이다. 이러한 구별은 매우 중요하다. 은행 자본의 결핍이나 이에 대한 절박한 수요가 실물 자본의 감소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와 정반대로, 실물 자본은 생산 수단과 생산물의 형태로 과잉 상태가 되어 시장을 범람시키는 국면에서 이러한 화폐 자본의 핍박이 발생한다.

 

유통 수단 총량이 불변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상황에서 잉글랜드 은행이 담보 유가 증권 보유액을 늘리며 화폐 융통 수요를 충족시키는 원리는 명확하다. 화폐 핍박의 시기에 유통 수단 총량은 (1) 금유출과 (2) 단순 지불 수단으로의 화폐 수요로 인해 제약된다. (2)의 경우 이때 발행된 은행권은 즉각 환류하거나, 실물 화폐의 매개 없이 장부상 신용 계정으로 처리된다. 이 경우 모든 결제는 신용 거래만으로 수행되며, 화폐는 단순히 이전 거래를 청산하기 위한 지불의 완결자로 기능할 뿐이다.

 

공황기에 대부를 받는 목적은 새로운 구매가 아니라 이전 거래의 청산에 있다. 화폐가 지불의 결제를 위해 기능할 때, 비록 신용 상쇄만으로 완결되지 않아 화폐가 개입하더라도 그 현실적 유통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화폐 융통에 대한 수요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유통 수단 총량의 팽창 없이 거액의 결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은 화폐 고유의 특성이다.

 

잉글랜드 은행이 대규모 화폐 융통을 실시함에도 은행권 유통액이 안정되거나 감소한다는 사실이, 지불 수단으로 기능하는 화폐의 유통액 자체가 미미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풀라턴이나 투크 등은 화폐 융통을 대부 자본의 차입이나 추가 자본의 확보와 동일시하면서 이러한 본질을 오독하였다.

 

사업 침체기에는 구매 수단으로의 은행권 유통액이 급감하기 때문에, 지불 수단으로의 유통액이 증가하더라도 그 합계인 유통 수단 총액은 변하지 않거나 줄어들 수 있다. 지불 수단으로 투입된 은행권은 발행 은행으로 신속히 환류하므로, 이를 포착하지 못한 경제학자들의 안목에는 그것이 유통액으로 간주되지 않았을 뿐이다.

 

지불 수단으로의 유통액 증가분이 구매 수단으로의 유통액 감소분보다 크다면, 구매 수단으로 기능하는 화폐량이 뚜렷하게 수축하더라도 총 유통액은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공황의 특정 국면, 곧 신용 체계가 완전히 붕괴되어 상품과 유가 증권의 매각이 중단되고 어음 할인마저 정지되면서 오직 현금 지불만이 유일한 결제 수단으로 통용되는 시점에서 실제로 발생한다.

 

풀라턴 등은 이처럼 화폐 부족 시기에 나타나는 지불 수단으로의 은행권 유통이 지닌 구조적 특징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이러한 필연적 현상을 단지 우연한 사태로 치부하는 오류를 범하였다.

 

공황기의 특징인 은행권 확보를 위한 격렬한 경쟁은, 1825년 말의 사례처럼 금 유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은행권 발행액의 일시적이고 급격한 증대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낮은 환율에 수반되는 필연적 결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이 시기의 수요는 유통 수단 (정확히는 구매 수단으로의 유통 수단)에 대한 수요가 아니라, 화폐 퇴장을 위한 수요이기 때문이다. , 이는 금 유출이 장기화된 공황의 종결부에서 신용적 타격을 입은 은행업자와 자본가들이 지불 수단의 예비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발생하는 수요이며, 동시에 금 유출이 멈추리라는 전조이기도 하다.’ (풀라턴: 130)

 

지불 연쇄가 급격히 중단될 때, 화폐가 순전히 관념적인 계산 화폐의 형태를 벗어나 상품들에 대립하는 가치의 물질적이고 절대적인 형태로 전환되는 과정은 이미 지불 수단으로의 화폐를 고찰하며 (권 제33b; 실례는 주 5152 참조) 논의한 바 있다. 이러한 지불 연쇄의 중단 및 파괴는 신용의 동요와 그에 수반되는 시장의 포화, 상품의 감가, 생산 중단 등의 결과인 동시에, 다시 그 현상들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풀라턴은 구매 수단으로의 화폐와 지불 수단으로의 화폐 사이의 기능적 구별을 통화와 자본 사이의 본질적 구별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의 기저에는 유통 현상에 매몰된 은행업자 특유의 편협한 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

 

결국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제기된다. 화폐 핍박 시기에 공급이 부족하여 위기를 초래하는 실체는 자본 그 자체인가, 아니면 지불 수단으로 기능하는 화폐인가. 이는 정치경제학의 역사에서 지속되어 온 핵심적인 논쟁점이다.

 

경제적 핍박이 금 유출의 형태로 표면화되는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실체는 세계적 지불 수단임이 명백하다. 세계적 지불 수단으로 기능하는 화폐는 금속 상태의 금이며, 이는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 실체이자 체현된 가치물이다. 이 화폐는 곧 자본을 의미하나, 상품 자본이 아닌 화폐 자본으로의 자본이며, 일반적인 세계 시장 상품인 화폐의 형태를 취한 자본이다.

 

따라서 이 국면에서는 지불 수단으로의 화폐 수요와 자본 수요 사이의 대립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립의 본질은 오히려 상품 형태의 자본과 화폐 형태의 자본 사이에 놓여 있다. 자본이 요구되는 유일한 형태이자 실제 기능할 수 있는 유일한 양식이 오직 자본의 화폐 형태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은에 대한 수요를 제외한다면, 공황기에 일반적인 의미의 자본이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흉작으로 인한 곡물 가격의 등귀나 면화 기근 등과 특수한 생산 조건의 악화가 발생할 경우 자본의 실질적 부족이 나타날 수 있으나, 이는 공황기에 필연적 또는 규칙적으로 수반되는 고유한 현상은 아니다. 따라서 화폐 융통에 대한 수요가 격증한다는 사실로부터 자본 자체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직접 도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사태의 실상은 그 반대에 가깝다. 시장은 이미 공급 과잉 상태에 놓여 있으며, 처분되지 못한 상품 자본으로 범람하고 있다. , 위기를 심화시키는 결정적 원인은 결코 상품 자본의 물리적 결핍에 있지 않다. 이 논점에 대해서는 차후에 보다 상세히 상술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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