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들에게
‘철학자들은 지금까지 세계를 다양하게 해석하기만 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세계를 변혁하는 게 중요하다.’
검열로 점철되었던 지난 시절을 뒤로하고 이제야 조금씩 기록한다. 경제적 여유가 여전히 없으나, 생계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시간과 뜻을 조금은 낼 수 있게 되었다. 이곳을 마련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그동안 거쳐온 서적과 기존의 생각들을 상당 부분 정리했다. 특히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모호한 사고를 폐기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공식적인 형태는 아닐지라도 그동안 치열하게 고민해온 흔적의 결과물이다.
많은 이들이 아직도 자본주의가 왜 문제인지, 어떤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지, 나아가 자본주의 본질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충분히 겪었거나 또는 그 수혜를 누리는 자들조차 법과 돈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맹신하곤 한다. 그러나 스스로를 시민이나 노동자라 칭하는 이들조차 혁명가들의 사상을 그저 '손 쉬운 고전'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곳은 국내에서 몇 안 되는, 공산당의 성격과 역할을 지닌 학습 공간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산당은 특정 지도자의 실권 장악을 위한 정당이라기보다 전위당의 성격이 강하며, 따라서 무산 계급을 대변하는 정당의 의미를 지닌다. 현재 국내 정치 지형에는 여러 정치적 파벌과 세력이 존재하며 그 중심에는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국민이 자리 잡고 있으나, 이곳은 단순한 민주주의나 진보주의를 설파하는 곳은 아니다. 오히려 앞선 혁명가들이 남긴 연구를 깊이 되새기고, 이를 국내 현실에 비판적으로 적용하는 데 무게를 둔다.
또한 기존의 사회 과학적 관점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치경제학적 비판으로 유산 계급적 세계관과 자본주의 경제학의 모순을 명백히 규명하고 증명한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물론 나름의 엄격한 기준을 바탕으로 심도 있고 전문적인 연구 성과들을 소개할 계획이다. 그동안 마르크스, 엥겔스를 오독하거나 레닌의 뜻을 저버린 이들을 수없이 목격했다. 비록 구 소련의 해체와 무관하게 그러한 거부감 역시 해소하고 학문적으로 증명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단지 문서를 정리하는 서기가 아니라, 작은 연구자라는 자세로 임하고자 한다.
다만 이러한 연구는 자의적일 수 있으므로, 뜻이 맞는 동지들과 함께 국내의 수많은 비판과 논쟁 속에서 이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대학원식 연구 방식으로는 뿌리 깊게 박힌 자본 주의 체제하의 학문적 한계를 파악하였다. 모든 사회 운동에서 실천 및 행동이 중요함은 분명하지만, 그 행동의 동향과 구체적인 지침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다면 갈피를 못잡기 쉽다. 강력한 지도력에 의존하려는 인간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모순적 현실 속에서 꾸준하게 현장을 기록하며 진정으로 무산자들과 함께하신 이들은 늘 존재했다. 따라서 수많은 시도 끝에 한 줄의 글이라도 올바르게 읽고, 온전한 글로 남기고자 검수했다. 이제는 나름 정점에 도달하겠다는 자세로 투쟁에 임한다.
이 과정을 가끔 '이성의 시험대'라 부른곤 한다. 감정과 의욕만 앞서는 시대 속에서도 무산 계급의 투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언젠가 뜻 깊은 동지들과 이곳만이 아니라, 공식적인 참된 무산 계급 전위당을 결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사람을 쉽게 저버리는 이들보다는, 비록 조금 부족할지라도 필요한 이들에게 가장 가까운 동지가 되고자 한다.
‘한국에는 공산당 결사도, 마땅한 인물도 존재하지 않는데 왜 막굳이 이러한 공간을 다시 운영하느냐’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냉소 섞인 태도로, 이것이 개인에게 무슨 이득이 되며 사람들에게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느냐는 막연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강령을 제시하고 조직체를 구성하기에 앞서, 명확하고 철저한 마르크스주의 이론 정립이 선행되어야 함은 분명히 밝힌다.
마르크스주의의 핵심 가치를 따른다면서 주관적인 인식을 담은 시사 평론이나 비평 수준의 글에 머무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이론적 투쟁에 결부된 전무후무한 역사적 기록이 이미 존재한다.
때로는 언론의 기능이 단순한 유흥으로 전락하여, 변혁에 대한 주위의 시선을 회의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활동 중단 및 탈퇴를 여러 번 결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본주의이 현실과 모순에 대한 문제의식은 엄연히 존재하며, 전위당 건설을 위한 노력을 의도적으로 희석하고 차단하려는 시도 역시 만연하다. 그렇기에 이에 대한 실질적인 선전과 운영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실감한다. 변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염려는 이해하나, 그렇다면 혁명적 주체를 모으는 데는 필연적으로 많이 시간이 소요된다.
이 일은 이제껏 단지 개인의 공상에 기반한 친목 도모가 아니라 명확한 목적의식을 지닌 투쟁이다. 따라서 혁명적 선전과 실천적 변혁, 특히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를 짚어내는 과정 속에서 당의 존재 의미와 혁명적 주체를 계급 앞에 분명히 증명해야 한다. 비록 현재 국내 정치 상황의 처참한 한계를 마주하고 있을지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무던 속에서 남기는 유언과도 같은 태도로 임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끄적이는 한 줄로 보일지라도, 다른 이에게는 필사적인 투쟁일 수 있다.
단순히 연민이나 동정심을 유도하거나 유산 계급에게 자비를 호소하는 나약한 필자로만 남고 싶지는 않다. 실질적인 혁명 조직과 인물을 직접 잇고, 유산 계급 국가 기구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제기하며, 같은 세대 비판자들과 문제의식을 나누고, 치열한 반론을 전개할 때 비로소 소시민 계급보다 더 큰 투쟁에 동참할 수 있다.
모두 노동 인민을 대변한다는 말로 가장하고, 제국주의 노선을 추종하는 자본주의자들로부터 생겨난 문제 덕분이다. 분명 무산 계급에게 있어서는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올바른 노선과 정당이 자국에서도 꼭 필요하다. 그것이 기존의 요구와 아무리 모순되고, 상충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더라도 충분한 지적으로 함께 가져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또 다른 헛된 시도에 대한 비판이라고 하더라도, 한 걸음이라도 옮길 수 있는 작은 걸음으로 다시 걷고자, 새로운 시각에서 여러분에게 필요한 강령을 제시하고 있다.
충분히 도움이 되는 글에서부터 자라서, 공식적인 한국 중앙 공산당으로 부상하도록, 더욱 무산 계급에게 있어 마르크스주의 학습과 조직을 위해서도, 마르크스주의에 있어 올바른 시각을 겸비하고, 무산 정당을 위한 실질적인 기반을 다지도록 노력하겠다. 따라서 우리는 공산당에 대해 적어도 공공연하다. 그리고 인민들에게 온갖 잉여 가치를 착취하는 ‘유료화된’ 세계 속에서도, 공산당에 대한 무산 계급 사업의 뜻을 더더욱 확실하게 표명하는 바이다.
더욱 깊이 있는 학습을 바라는 동지들에게는 『노동자의 책』을 추천한다.
익명의 동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