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정미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는...

정미경 작가의 소설집으로...

[무화과 나무]

[무언가(無言歌)]

[달걀 삼키는 남자]

[모래 폭풍]

[소년은 울지 않는다]

[검은 숲]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등

이렇게 7편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배수아 보다는 고전적이며, 전경린 보다 차분하고, 공지영 보다 다양하면서, 신경숙 보다 세련된, 그리고 은희경 보다는 절실한 어떤 세계가 그에게 있다.

거기에 무슨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그 ‘어떤’을 다 모은 세계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한 가지만은 명백해 보인다. 적어도 세계 혹은 일상의 양면성에 대한 인식의 냉철함, ‘생의 이면’을 보는 그의 집요한 시선이 분명한 출발이 될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라고 문학평론가 박철화 해설[무서운 일상, 허위와 진실 사이]을... (이 책에는 334쪽)

읽고 잔뜩 기대를 안고 읽었다.

묘사나, 설명, 서술형식을 띄고 있어서 읽는데 시간이 걸렸다.~(^^;;)

대화보다는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가 많기 때문에... 잘 들여다보면서 읽어야 하는 게 여간 번거롭지 않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문장들이라고 평론가들은 말하는데... 사실 나는...

[무언가]나, [달걀 삼키는 남자]나, [검은 숲에서]는 읽기가 힘들었다.

조금만 더 알기 쉽게 쓰여 졌으면 하고 생각해 본다.^^;;

[무화과나무 아래]는...

장기 밀매로 어떤 사형수의 신장을 얻어 목숨을 건진 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터로 자신을 내던지는 ‘분쟁지역전문’ 다큐멘터리 PD가 되는 주인공의 끝내 방황하는... 이야기

[모래 폭풍]은...

거짓말쟁이에 바람둥이인 애인(현수)의 기만적 삶을 지켜보면서도...

“......저 벚꽃이 피기 전만 해도 당신을 몰랐는데 이제 오랫동안 알아온 것처럼 느껴지다니 얼마나 신기한 일인지...... 당신의 생각을 한순간도 지울 수 없는 이 강박증마저 내겐 달콤한 고통입니다.”(164쪽) 라고 생각하는 수연은 어쩌면 세상에 대한 외로움을 그렇게 참아내고 있는 건 아닐까?

현수의 아이를 임신하고 낙태하고... 그러면서도 끝내 어쩌지 못하는 젊은 백화점 여직원(수연)이 12살의 자신의 환영과 현실을 오가며 그려지는 심리묘사와 절망... 자신이 두려워하는 건 사랑받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아무에게도 필요하지 않은 존재라는, 내장을 온통 들어내 버린 듯 한 텅 빈 느낌이라고... 말하는 수연에게서 나는 가슴이 답답해 옴을 느낀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

친구의 자살을 눈앞에서 보고 난 뒤부터... 방 안에 틀어박혀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 정재와...

가족의 무관심 속에서 방황하는 정화와...

정재를 바라보며... 정재의 대학입시에 애를 태우는 엄마 미애와...

하루에도 몇 번씩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성형외과 의사인 아빠 동호가...

번갈아가면서 자신들의 심리와 상황을 그려내고 있는... 조금은 독특한 방식의 이야기가 나를 잠시 멈추게 한다.

어쩌면 이들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으로 들어와 편히 쉬고 싶은데... 서로가 자신의 상처만을 끌어안고... 서로 소통되지 못하고... 방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리고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는...

가족(애정이 식어버린 부인과 아이들)을 미국에 보내놓고 외로운 나날 속에서 한 여자를 만나지만, 결국 그녀와 진심을 나누지 못하고 쓸쓸한 죽음을 맞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는 부부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하게 한다.

무언가 절실하게 파고드는... 왜? 어째서? 라는 그 남자에 대한...

일상의 가면 뒤에 숨은 삶의 실체를 냉소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__)

남자가 죽고...

"오래전에 읽은 책을 펼쳐보면 붉은 색연필이나 심이 두터운 연필로 밑줄을 그은 문장들을 만날 때가 있다. 어떤 건 다시 읽어보아도 왜 밑줄을 그었을까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문장도 있다. 사람도 그러하다. 이전에 좋아했던 사람을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되었을 때 내가 이 사람의 어떤 면을 좋아했던 걸까,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런 일도 있다. 아내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아내는 묻고 있었다... 무얼 위해서 이 상태를 견뎌야만 하는가..." (308쪽~309쪽)

에서 보듯이 남자는 지독한 삶의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었던 게 아닐까?

여자는 위층에 사는 “그 남자를 아느냐?”는 경찰의 물음에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남자가 준 말라버린 발칸의 장미(?)를 쓰레기통 속으로 버린다.

사람은 자신의 남루한 그리고 나약한 모습을 숨기기 위해 얼마만큼의 힘겨운 위선을 가져야 하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진지함을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었지만... 역시 그리 쉽지만은 않다.~(__)


이 책을 덮고... 한참동안 힘이 빠졌다.

갑자기 내가 살아가는 이 모든 생활의 모습들도... 어쩌면 모두 연극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나는 맡은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이 가을에 깊이 있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부디... 문장 하나하나를 느끼면서... 천천히 읽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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