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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가족 ㅣ 책읽는 가족 46
배봉기 지음, 박지영 그림 / 푸른책들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출간 된 지 조금 지난 책이긴 하지만... 작년에 처음 <실험가족>이라는 책을 보고는 읽어 볼까? 말까? 망설여졌다. 왠지 딱딱한 이야기가 들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하지만, 책표지의 두 아이들의 모습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책장을 펼쳐 몇 줄을 채 읽지 않았는데도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다. 실험을 시작하면 끝을 맺어야하니까...^^ 옛날 나의 어린 시절도 함께 떠오르며 정신없이 책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6살 때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고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6학년 2반의 ‘싸움짱’인 영수와 3학년 때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는 6학년 5반의 ‘꼬마철학자’인 민호가 주인공이다. 어느 날 영수의 엄마와 민호의 아빠는 조심스럽게 두 분이 재혼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먼저 서로의 집을 오가면서 차도 마시고, 서로 이야기도 주고받는다. 하지만, 영수와 민호는 이런 낯선 상황이 영 이상하기만 하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는 서로 친해지기 위해 서해안으로 여행을 간다. 거기서 영수엄마와 민호아빠는 재혼을 확실히 결정하기 전에 석 달 간 만 실험적으로 살아보자고 제안한다. 영수와 민호는 달리 거절할 수 없어 마지못해 찬성하게 된다. 영수네로 들어 온 민호네... 하지만, 영수는 자기에게만 웃어주고 관심 가져 주던 엄마를 빼앗겼다는 배신감과 낯선 아이와 낯선 생활이 싫다. 민호도 아빠와 단 둘이 살 때는 집이 편하고 좋았는데... 지금은 낯설고 불편하다. 그러다가 일이 터졌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새엄마에, 형까지 생겨서 좋겠다.”라며 빈정거리는 아이들과 싸움을 하는 민호... 그걸 보고도 구경만 하던 영수... 학교도 싫고, 집도 싫은 민호... 더욱이 가위를 찾는다며 자신의 허락도 없이 책상서랍을 뒤지는 영수를 보면서 민호는 이 상황이 많이 슬프기만 하다. 죽은 엄마가 그립기도 하다. 영수는 영수대로 민호는 민호대로 힘들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일이 터지고 말았다. 영수가 아이들을 시켜서 민호를 패 준 것이다. 민호의 얼굴을 보고 놀라 물어보는 아빠와 엄마에게 민호가 고자질하기를 바라던 영測?끝까지 말하지 않는 민호를 보면서 놀란다. 그리고는 스스로 자신의 짓이라고 고백한다. 엄마와 아빠는 자신들 때문에 아이들이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재혼’을 포기한다. 그리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얼마간의 힘든 시간들이 흘렀다. 이상하게도 민호와 영수는 서로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수가 민호를 불러내어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고, 서로를 향해 웃는다. 영수는 엄마의 생신파티를 민호와 함께 준비하게 되고, 엄마의 생신파티에 민호아빠도 초대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우리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시도해 볼까?”라며 아빠가 말한다. 아빠와 엄마, 민호와 영수는 이제는 잘 할 수 있을 꺼라 마음속으로 생각해 본다. 다시 시작된 차 마시는 날... 여름방학 여행을 짜는 즐거운 시간... 그리고 드디어 “새로운 가족탄생”을 위한 긴 여행의 출발이 시작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실험가족>은 본격적인 “가족”이 되기 전에 미리 겪어보는 가족이라기보다 서로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여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채울 준비를 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점을 자신에 맞게 고치려는 생각보다 서로의 처지와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결과를 예상하고 차근차근 결론에 접근하는 실험을 하는 것이다. 다소 실수가 있더라도 다시 하면 된다. 다시 해서 실수 없이 훌륭히 실험을 완성하면 되는 것이다.
한 가정과 한 가정이 만나 또 다른 하나의 가족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하지만, 영수네와 민호네는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다가간다. 한번에 다 이룬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어려움을 겪고, 시간은 더 많이 걸렸지만, 기어이 한가족을 이뤄 나갔으리라 생각된다. 갑작스런 부모들의 재혼이 아이들에게 당황스럽고, 힘든일임을 잘 표현해 주고 있고, 그런 아이들과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을 한 부모들 모두... 자신들만을 위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 주려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가지 더~ 재혼을 위하여 '차 마시는 날' 아라든가... '시험적으로 3개월만 함께 살아보자'는 이런 좋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배봉기 작가님의 기발한 생각이 동화를 읽는 동안... 다소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즐거움을 더해 주지 않았나 생각된다.
지금쯤은 영수네와 민호네가 행복한 한 가족이 되어 웃음소리 가득하리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