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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다는 것 ㅣ 미래의 고전 4
최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2월
평점 :
사실 이런 책을 대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한건 숨길 수 가 없다.
시대를 탓하기도, 가치관을 탓하기도, 그것도 아니라면,,,
그 이유가 무엇이던 간에 미혼모가 되었다는 건 정말이지 이만저만 마음이 혼란하고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임신을 하게 되는 중, 고등학교 여학생의 임신이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에 그리 찬성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생명의 소중함이라던가, 책임감을 들어 그들에게 출산을 권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걸까?
이 책에는 고등학생 때 미혼모가 된 엄마와 딸 미진이를 주인공으로 미혼모 문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동화로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나이 어린 엄마에 대한 편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여전히 미혼모는 무거운 사회적 문제인데다가,,,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없어서 아빠 있는 아이들이 마냥 부럽기만 한 미진이와 아빠가 있으나, 술주정꾼 아빠의 폭력에 시달리는 같은 반 친구 나경이의 처지를 함께 다루면서 미혼모 엄마를 둔 미진과 폭력적인 아빠를 둔 나경은 사회적 편견과 고통에 굴하지 않고 함께 위로하면서 긍정적으로 자신들의 현실을 이겨낸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아내고는 있다.
그러면 이 책이 동화로서 얼마나 아이들에게 다가가 줄 것인가가 무척 궁금하다.
동화? 청소년소설? 주인공 미진은 초등 5학년인데,,,
미혼모, 임신, 출산, 가출, 가정폭력 그리고 미혼모 쉼터 등등 동화로 우리 어린독자들이 읽기에는 다소 힘에 부치면서 청소년들이 읽기에는 책 속 주인공 미진이와 공감대 형성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이 미혼모 문제와 더불어 자신의 힘겨운 현실을 꿋꿋하게 이겨내는 긍정적인 성장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마음에 와 닿는다.
이 책이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나는 공감하기 어렵다.
철없던 사랑이든, 호기심이든, 성폭행에 의한 것이든 간에 임신은 했고, 생명의 소중함을 들어 무조건 출산을 우위에 두는 것에는 반대한다. 과연 출산을 하는 것만이 도리이고 태어날 아이에게 더 좋은 것일까? 라는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소영이, 이제 곧 낳겠네.”
“걱정 돼?”
“조금요.”
“걱정 마. 입양시킨댔지?”
“아줌만 왜 입양 안 보냈어요?”
“원래는 보내려고 했어.”
“그런데 애가 너무 힘을 들이면서 나오는 거야.
하루를 꼬박 고생하고 낳으니까 남 주기 싫더라.”
“괜찮아. 네가 키우든 남이 키우든 세상에 나오겠다고 만들어진 생명을 버리지 않았으니까, 그걸로 충분해. 원장 선생님도 그러셨잖아.”-43~44쪽
하지만, 정말이지 낳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세상을 살아낼 용기를 줘야한다.
“죽고 싶은 마음까지도 살아야 하는 힘으로 바꿔 주는 게 아이더라. 어차피 아이는 낳아야 하고, 너는 엄마가 되어야 하잖아. 물론 아이를 다른 집에 보낸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지겠지만 엄마가 된다는 것은 소꿉장난을 하듯 장난스러운 게 아니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품어 줄 수 있을 만큼 깊어지고 커지는 거야.”-98쪽- 미진이 엄마가 어린 미혼모에게.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되는 것에 마음이 불편한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생각에도 불구하고,,,
이미 세상에 나와서 12년을 살아낸 미진이를 생각하면 조금은 특별하게 태어나서 남들과 다른 불편한 환경에서 살아가지만,,,,,,
“아빠가 없으면 낳지 말았어야 했어. 다른 애들은 다 아빠가 있거든. 다른 애들은 다 있는데 나한테는 없으니까 애들이 나를 무시해. 게다가 엄마도 어리잖아. 그러니까 나한테는 힘이 없어. 무시를 당해도 무조건 꾹꾹 참아야 한다고.”-51~52쪽
자신을 버리지 않고 지켜주고 있는 미진이 엄마의 깊은 사랑과 세상의 편견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적인 결말에 적잖이 마음이 놓인다.
미혼모 그리고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세상 살아가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원하긴 했지만, 동화라는 장르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문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무엇보다 이미 주어진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살아낼 것이기에 거기에 힘찬 응원을 실어주고 싶다. 초등고학년 이상의 아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읽기를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