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깐뎐 푸른도서관 25
이용포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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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는 아프다>의 이용포 작가의 신간이라 무척 기대한 <뚜깐뎐>
미래 2044년 한글의 운명을 깊은 통찰력과 이용포 작가 특유의 감칠맛 나는 입담 그리고 민초들의 삶이 담긴 사투리와 풍부한 우리말 표현이 이 책의 취지를 한층 살려내고 있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뚜간’이 무슨 뜻 인가 했다.
똥뚜깐에서 태어났다고 ‘뚜깐’이란 천한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열여섯 살의 한 여자아이를 친구 캐빈을 통해 ‘한글 창제 600주년’을 기념하는 바이러스를 접한 날, 미래 세상의 주인공 열여섯 살의 제니가 살던 시대로부터 540년 전 연산군 시절의 이야기 속의 ‘뚜깐’을 만난다.

연산군 시절에는 한글 괘서 사건으로 한글이 불온문자로 낙인찍혀 사용이 금지되기도 했던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한글이야기 속에서 만나는 민초들과 그들을 통해 엿볼 수 있는 한글 천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이 꿋꿋하게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을 뚜깐과 뚜깐에게 한글을 가르쳐준 뜰에봄과 ‘해를 물고 있는 이슬’이라는 뜻의 한글 이름 ‘해문이슬’을 사부에게 선사 받고, 사부의 당부대로 한글로 된 시를 짓게 된다.

그 시의 한 편과 뚜깐 이야기를 미래의 제니가 자신을 두고 떠난 엄마로부터 전해 받고
2044년 보통의 아이들처럼 한글에 대해 관심 없고 영어가 익숙한 제니의 마음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그 옛날 한글을 그렇게 소중하게 이어가려했던 뚜깐의 이야기를 지켜낸 엄마를 뚜깐이 남긴 시를 해석하면서 이해하게 되고, 그 시절 뚜깐과 같은 수많은 뚜간들의 간절한 한글 지킴의 모습을 느끼게 된다.





들킬 것을 은근히 기대하며 쓴
일기며 시(時)들 따위
모두 태워 버리고......

별아, 난 누구지?
별아! - 241쪽

과거와 미래를 통한 한글과의 만남 그리고 민초들도 글을 깨우치고 서로 소통할 수 있을 기회조차도 마음껏 누리지 못했던 그 아픈 시절을 작가의 섬세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시절 뚜깐이 한글을 접하게 되는 계기가 너무 사랑의 아픔과 좌절에 치우쳐 다루어지고 있는 점과 조금은 주제를 흐트러뜨리는 수위 높은 애정신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칫, 이 책을 아이들에게 간절히 권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망설여지게 하지나 않을까 하는 소심한 생각이 드니 말이다. 

책의 구성이 마음에 든다.
‘해문이슬’ 그러니까 뚜깐이 지은 애잔하고 아름다운 시들이 중간 중간에 있어서 책을 읽는 서정적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이 책이 올해 한글날을 즈음하여 나오게 되어 나름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의미 있고 반가운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리고 이 책 206쪽에 보면 ‘아놔~’ 라는 표현이 있는데 처음 이 단어를 봤을 때 신조어인줄 알았다. 사전을 검색해 보니
‘상대방의 황당한 말이나 행동을 보았을 때, 혹은 황당한 사건을 접했을 때 사용하는 표현.
“[아]이고 [나]참~” 이나 “[아], [나] 이거 참~”의 줄임말인데
[나]를 좀 더 억센 표현인 [놔]로 바꾼 것이다.’ 라고 설명되어 있어서 조금은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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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10-28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는 사전에 없어서 인터넷 사전 검색으로 찾아 봤는데...
여기 <뚜깐뎐> 206쪽에서는 '아이고 나참 이나 나 이거 참' 정도의 의미로 쓰인건지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 건지 정확히 모르겠다. 신조어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잎싹 2008-10-28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쓰셨네요. ^^
특히 리뷰제목이 마음에 들어요.

뽀송이 2008-10-28 22:32   좋아요 0 | URL
저 칭찬해 주시고 감솨해요.^^ ㅎ ㅎ
리뷰 제목이 마음에 드신다니 저도 좋아요.^^
날씨도 좋은데 가을 즐거이 보내시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