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년은 열네 살이었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7
로이스 로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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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는 순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사진과 책 제목.

전혀 알지 못하는 이 소년의 이야기가 간절하도록 궁금해졌다.
로이스 로리... 그녀의 책은 늘 구니버드 에서는 개성 넘치는 재미를 주기도 했고,
<그 여름의 끝>에서는 잔잔하면서도 내 마음을 마구 흔들어 놓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이 궁금했고 그래서 그냥 무조건 읽기 전부터 이 책이 좋았다.
단숨에 읽어버린 그 소년을 다시 차근차근 마음에 그려본다.

‘이 책에 있는 사진 속 인물들은 실제 인물들이다. 몇몇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한 사람은 우리 어머니다.’
책은 오래된 흑백 사진과 함께 시작된다.
결코 사진이 그렇게 많이 이야기에 관여하지 않는데도 책을 읽다보면 자꾸 그 사진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오래된 사진 속에서 이렇게 멋지고 마음 깊은 곳을 흔드는 이야기를 선물해준 로이스 로리 그녀를 사랑한다.

난 조금... 아니 작은 감상에도 깊이 빨려든다. 내 마음 깊은 곳을 파고드는 이야기를 사랑한다. 아주 주관적이지만... 이렇게 내 마음을 주게 되는 책은 나에게는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는 그리움이 되는 것이다.

커서 아빠처럼 의사가 되고 싶은 소녀 ‘캐티’가 들려주는 흑백 사진 속 그 소년 ‘제이콥’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지어낸 이야기다. 하지만 책을 몇 장만 읽다보면 정말이지 거짓말처럼 우리는 이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고 믿게 된다.

말이 없는 자폐증 성향이 두드러지는 정신지체아 제이콥.
사람들은 제이콥을 정상이 아닌 이상한 아이로 생각하지만, 캐티는 제이콥을 처음 보는 순간 그 소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한다. 말은 하지 않으면서 동물들과 자연의 소리로 말하는 제이콥을 보면서 캐티는 자신도 제이콥과 같은 소리로 대화하고 싶다.

캐티가 제이콥을 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데는 의사인 아빠의 긍정적인 말씀에 공감해서이다. “나는 제이콥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정신지체란 말은 지능이 없다는 뜻이니까. 그래, 제이콥이 좀 다르긴 하지. 하지만 제이콥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다가가는 방법도, 그 옆에서 안전하게 있는 방법도 다 알아. 그러려면 지능이 필요하거든. 그런 거야, 케이티. 저기 있구나.”-(49쪽) 캐티도 아빠 생각과 같다. 그리고 캐티는 많은 것의 소리를 흉내 내는 제이콥이 좋다. 말의 울음소리, 맷돌 소리... 슈우다~ 슈우다~ 슈우다~
그리고 제이콥이 원치 않은 아기를 낳은 넬 누나의 막 태어난 쌍둥이 조카들을 캐티 집에 데려다 놓아 죽게 만든 충격적이면서도 가슴 아픈 이야기는 다 쓰고 싶지 않다. 꼭! 읽어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캐티의 집에 가정부로 오게 되는 스톨츠 씨네 딸 페기를 대하는 친절하고도 따스한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우리 시회의 가증스럽고 비인간적인 그리고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업신여기는 인간차별적인 모습이 자꾸 비교 돼서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고,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페기와 옆집 비숍 씨네 자정부로 와 있는 페기와는 무척 다른 야망이 크고 예쁜 그녀의 언니 넬, 캐티가 좋아하는 그래서 후에 남편이 되는 남자친구 오스틴, 그리고 캐티의 새로 태어난 여동생, 캐티의 마구간을 찾아오는 제이콥과 제이콥이 캐티에게 준 새끼고양이 이야기가 서로서로 맞물려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고양이를 유달리 좋아하는 제이콥은 넘쳐나는 새끼고양이들을 시냇가로 데려가 익사 시킨다. 그것은 농장에서는 새끼고양이들이 너무 많을 땐, 그게 가장 친절한 방법이고 고양이들은 전혀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페기가 말해준다. 캐티는 그 일을 하는 제이콥을 이해하기로 한다.

캐티는 아홉 번째 생일 파티에 제이콥을 초대 한다. 하지만 제이콥은 파티에 오지 않는다. 그날 밤 제이콥의 가족에게 비극적인 일이 생기고 만다.
사람들은 그 정신병자 같은 제이콥이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을 했다고 하지만 캐티와 페기는 알 수 있다. 제이콥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하지만 그 진실은 아무도 알지 못한 채 제이콥은 어딘가로 영영 사라지고 만다.
그 소년 제이콥이 열네 살 때 말이다.

<그 소년은 열네 살이었다> 우리는 거의 모두 살면서 어쩌면 절대 잊혀 지지 않을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캐티에게 제이콥이 그러하듯이...... 대부분 사람들이 지체장애라고 말하면서 멀리했지만 마음으로 다가가 제이콥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자했던  캐티를 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삐뚤어진 생각 속에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제이콥이 사라진 후 캐티가 열일곱 살이 될 때까지 제이콥이 남기고 간 개와 함께 사는 동안 개는 문이 열릴 때마다 마치 잃어버린 누군가가 돌아올 것처럼, 머리를 들고 기다렸다고 한다. 캐티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잘 다독이는 작가 로이스 로리의 또 한 권의 소중한 책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사실 같은 그리고 마치 마술 같은 이 신비로운 감동이 꽤 오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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