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하늘이다 푸른도서관 23
이윤희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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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에 ‘현암사’ 라는 출판사에서 상, 하권 두 권으로 출판된 적이 있는 <네가 하늘이다>가 이번에 ‘푸른책들’에서 한권으로 묶어 개정판으로 내놓았다.

청소년을 겨냥한 역사장편소설로 1894년 일어나 1년 동안 계속된 동학농민전쟁이라는 역사적인 사실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인지 정말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역사를 보는 새롭고 건강한 눈을 가지길 바라며 조상의 피와 땀을 바로 이해해서 건강하고 가슴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주기를 작가는 소망한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 때문에 고학년, 청소년들이 읽기가 만만치 않지만, 백정, 서자, 농민 그리고 몰락한 양반마저 들고일어나 ‘인간’임을 처절하게 외쳤던 그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 시절 그들의 외침이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촛불집회’를 떠올리게 된다.
힘없는 그들의 간절한 외침은 비인간적인 힘에 의해 쓰러져갔지만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조금 더 나아진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은 또 다른 국민의 간절함이 촛불과 함께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저 가진 것 없고, 힘없는 보통사람들은 언제까지 묵살되고, 무시당해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1894년, 몰락한 양반집 아들 은강이네와 머슴인 솔부엉이, 너무나 가난해 가족 전체가 몰래 밤도망을 간 끝돌이네, 머슴 살던 집을 나와 농민군에 들어간 갑수, 백정이라는 한을 품고 농민군에 가담한 막동이 그리고 은강이 훈장님이었던 전봉준 그리고 농민군임을 자처한 수많은 사람들이 봉기를 일으키고 관군과 대치하게 된다.
여기에 조선을 차지하려는 일본과 청나라의 야욕과 그에 빌붙은 양심을 팔아버린 양반과 신식 무기로 무장한 관군 그리고 일본군과 싸우며 사람답게 살기 위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농민군의 1년에 걸친 투쟁이 생생한 사투리를 통해서 더욱 간절하고 다가온다.

‘술동이의 향기로운 술은 만백성의 피요.
옥소반의 맛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일세.
촛농이 덜어질 대 만백성의 눈물이 떨어지고
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았네.’-55쪽

‘......물론 이 나라가 처음부터 이 지경이었던 것은 아니다. 이렇게까지 된 데는 복잡하리만큼 많은 이유가 있겠지. 어찌 됐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다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런 세상은 바뀌어야만 해. 정치는 썩을 대로 썩었고, 낡은 생각만 앞세우며 세력 다툼에 시간을 다 보내고....... 게다가 우리가 원치 않는 외국 세력은 기회만 생기면 우리를 넘보고, 등쳐먹고.’-228쪽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상것들이 자기들도 사람임을 주장하다니. 감히 양반을 욕보이고, 나라의 살림에 참견을 해? 불학무식한 상것들이 언제부터 감히 이런 방자한 생각을....... 쯧쯧쯧쯧....... 이 나라의 장래가 어찌 되려고 이러는지.’-440쪽 

‘병기를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자는 살려 준다.
관가에 신고하고 동학에서 나오는 자는 살려준다.
집에 있으면서 생업에 충실했던 자는 살려 준다.
농민군 두목을 베는 자는 상금 일 만 냥을 내리고 수령에 임한다.
비록 농민군의 두목이라 하더라도 자진하여 다른 두목을 베어 오는 자는 죄를 용서하고
상을 내린다.
감히 관군을 거역하는 자는 죽인다.
감히 연락을 취해 무리를 모으는 자가 있으면 죽인다.
감히 병기를 가지고 길에 다니는 자는 죽인다.
감히 사사로이 무기를 숨겨 두고 반납하지 않는 자는 죽인다.
감히 관청의 어른을 협박하고 관의 명령을 다르지 않는 자는 죽인다.
감히 적의 두목을 숨겨 주면서 신고하지 않는 자는 죽인다.’-570쪽

감히... 이렇게 백성의 가슴에 비수를 찌르는 그 입을 닥치시오!!

촛불시위로... 독도문제로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는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이 바른 시선으로 우리의 역사를 풀어낸 책을 많이 접하기를 바란다.

<네가 하늘이다>가 결국은 세상을 바꾸지 못하고 어린 은강이 마저 희생당하는 것을 막아주지 못했으니 얼마나 가슴 아프고 부끄러운 일인가......우리 역사 사이마다 탐관오리와 당파사움과 외세의 침략으로 얼룩진 시간들...... 동학농민전쟁이 일어났던 1894년 을 다시 살고 있는 듯 한 오늘날의 이 모습이 슬프고 안타깝다.

오랜만에 읽게 된 역사소설 <네가 하늘이다>에서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작가의 욕심에 다소 산만한 흐름이 보이긴 했지만, 캐릭터들의 개성과 사투리의 생생하고 정겨움이 이야기를 한층 실감나게 해줘서 좋았다. 올 여름방학에 고학년 이상 누구라도 한번쯤 읽으면 좋을 값진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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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7-16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년이 다되어 가는 역사 속의 말들이, 지금 우리 시대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는 것 ... 정말 슬픈 일이에요.

뽀송이 2008-07-16 21:5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ㅠ.ㅠ
저도 이 책 읽으면서 어쩜 지금이랑 똑같냐~ 했답니다.
더군다나 이 책은 10년 전에 출간된 책의 개정판이라는 것도 기가 막힙니다.
그러니까... 10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못된 넘들의 행패는 여전하다는 거 아닙니까?ㅡㅜ
용슬님~~ 여름 무더위에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가요? 반가워요.^^

순오기 2008-07-18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00쪽이 넘어도 역사소설이라 잘 읽었어요~ 가슴 아픈 현실이지만...그래도 조금씩은 나아지겠거니 믿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아니 시간을 내서 동학전적지를 한번 돌아봐야겠어요.

뽀송이 2008-07-19 09:29   좋아요 0 | URL
책은 두꺼웠지만 읽는데는 그리 힘들지 않았죠?
그저 마음이 불편했어요.ㅡㅜ 정말 나아질까요?

하양물감 2008-07-19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옛날이나 지금이나 위에 앉으면 하는 짓이 똑같아요.


<꼬랑쥐> 저는 이 책의 아이들이 좀더 생동감있게 그려졌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밋밋하다는 표현을 썼는데, 다른 분들은 그렇지 않나봐요.

뽀송이 2008-07-19 09:32   좋아요 0 | URL
또 자리 탓인가요?ㅡㅜ
책 읽는 내내 화가 났어요. 백성의 말에 귀기울이지않고 힘으로 짓누르는 그 잔임함에 말입니다.

ㅎ ㅎ 아이들이 생동감있게 그려졌다면 정말 어땠을까요?
아직 어리고 힘없는 아이들에게 미래가 없어보여서 짠한 마음만 들더군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