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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끝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3
로이스 로리 지음, 고수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6월
평점 :
‘로이스 로리’의 <그 여름의 끝>은 나에게는 아주 뜻 깊은 책이었다.
언니를 잃은 가족들의 모습을 동생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가족의 한 사람을 잃는 다는 것은 어떤 표현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일이다.
아직 인생을 제대로 꽃 피워 보지 못한 나이에 느닷없이 맞이하는 죽음이란 더욱 그러하다.
언니가 떠나버린 그 해 여름의 이야기가 슬프지만, 아름답게 담겨있다.
일전에 이 작가가 쓴 <최고의 이야기꾼 구니버드>를 읽으면서 밝고, 유쾌한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은 후엔 슬픔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살면서 언제든 영원한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게 빠르던, 때가 됐던 간에...
이 책의 주인공 ‘메그’는 열세 살 여름에 언니 ‘몰리’의 죽음을 겪게 된다.
자신과는 다르게 예쁘고, 밝고,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는 언니는 많이 아프긴 했지만
단지 코피를 많이 흘릴 뿐이었기 때문에 메그는 언니가 곧 건강해지리라 기대한다.
아빠의 책 집필을 위해 내려오게 된 시골에서 언니는 피를 쏟으며 쓰러진다.
그렇게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는 언니는 차츰 회복한 듯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언니는 예전처럼 예쁘고, 활기차지 않다.
듬성듬성 빠진 머리카락과 예민해진 성격으로 신경질을 부린다.
메그는 고작 코피정도 흘리는 병으로 못되게 구는 언니가 얄밉다.
하지만, 그런 언니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언니는 한창 건강하고, 예쁠 때 치어리더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제는 자연 속에 피어나는
꽃들에 관심과 애정을 쏟는다. 마치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처럼...
가족들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여름이 한 창인 그곳에서 언니는 죽는다.
“죽음은 아주 외로운 거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몰리가 바랄 때 옆에 있어 주는 것뿐이야.”
메그는 언니의 아름다움을 시기하고, 언니와 자주 다투었던 일을 생각하면서 언니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한다.
언니가 아플 때 엄마와 아빠는 오로지 언니에게만 온 정성을 쏟았다.
그런 엄마 아빠에게 제발 나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외쳤던 자신을 생각하며 메그는 밀려오는 슬픔이 벅차기만 하다.
그런 메그에게 항상 따스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윌’(이웃집 할아버지이면서 자신에게 사진을 배우고 있고, 메그의 가족들이 세 들어 사는 집의 주인이기도 하다.)과 이웃의 젊은 부부의 위로가 따뜻하게 그려진다.
사진을 찍고, 현상하는 일을 즐기는 메그와 윌의 일상이 주는 재미와,
도시에 살다가 시골로 내려와 아기의 탄생을 맞이하는 젊은 부부의 활기차고, 행복한 모습은 이 책에 생기를 더해 준다.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이별인 것이다.
예쁜 언니가 백혈병으로 죽는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식상한 소재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여름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언니와 동생 그리고 가족, 이웃의 모습을 통해 죽음이란, 꽃이 피고 지는 일처럼 자연스럽고, 죽었지만 그 죽음이 끝이 아니라 꽃이 지고 다시 피는 것처럼 남은 가족의 마음속에 영원히 함께 살아있는 것임을 잔잔하고,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
‘시간이 좀 지나면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을 더 자주 기억하게 된다.
텅 빈 침묵은
이야깃소리와 웃음소리로 채워지고
뾰족하기만 하던 슬픔의 모서리도 점점 닳아 무뎌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매사에 밝고, 긍정적이며 잘 웃는 엄마와 언니의 모습과,
늘 심각하고, 무뚝뚝하고, 사근사근하지 못한 아빠와 나의 모습이 적절한 대비를 이루면서 자연스러운 재미와 웃음을 준다.
잔잔한 이야기로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한번 쯤 되새겨 볼 수 있는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족과 이웃이 있다면 우리의 인생 또한 살아볼 만하지 않을까?
이 여름... 몰리는 가고 없지만 어쩌면 몰리와 함께 한 여름이 영원히 계속되는 곳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들 마음속에... 영원히!!
초등 고학년 이상 누구라도 읽기를 권해 주고 싶은 책입니다.^^
이 책과 더불어 동생의 죽음을 바라보는 누나의 시선이 돋보이는 ‘바바라 파크’의
<믹에게 웃으면서 안녕>도 함께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