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기 소년 창비아동문고 232
유은실 지음, 정성화 그림 / 창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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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국기 소년>의 저자 ‘유은실’은 <창비어린이> 2004년 겨울호에 단편 <내 이름은 백석>을 발표하며 등단해서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우리 집에 온 마고 할미> 등을 펴내어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 책 <만국기 소년>에는 저자의 등단작이기도 한 [내 이름은 백석]을 포함하여 총 아홉 편의 단편동화가 실려 있다. 저자의 탄탄하고, 멋진 단편들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단편동화를 좋아하는 저자 자신뿐 아이라 책을 읽는 나도 무척 즐거웠다.
총 아홉 편중 어느 한편도 부족함이 없이 모두 다 신선하고, 매끄럽다.
[내 이름은 백석]
[만국기 소년]
[맘대로 천 원]
[선아의 쟁반]
[어떤 이모부]
[손님]
[보리 방구 조수택]

[상장]
[엄마 없는 날]
군더더기 없는 묘사와 섬세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문체에서 풍기는 힘이 강한 책이다.
세상과 어른에 대한 아이들의 시선이 생생하면서도 풍자적으로 잘 나나나고 있다.
거기다가 이야기의 분위기를 재미있게 그려낸 정성화의 개성 넘치는 그림이 책을 한층
유쾌하고, 값지게 만들어 준다.

[내 이름은 백석]의 주인공인 ‘백석’의 아빠는 무식하지만 시장에서 ‘대거리 닭집’을 양심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들이 이름 쓰기 쉬우라고 백석이라고 지었다는 것이다. 백석이 4학년이 됐을 때 담임선생님께서 백석이 유명한 시인이라면서 선생님도 백석시인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아빠와 백석은 시인 백석의 시집을 한 권 사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시를 외우다가 ‘나타샤’가 미국 여자인지? 소련 여자인지? 때문에 엄마 아빠가 다투게 되면서 아빠는 자신의 배우지 못함에 부끄러워하는데...
[만국기 소년]은 동네에 이사 온 같은 반 아이 진수네 여섯 식구가 조그만 컨테이너 박스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학교와 가정에서 지켜보게 된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진수는 전학 온 첫날 세계 온 나라 이름과 수도를 외운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책이 없어 국기 책만 들여다보아서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된 소년은 가난하지만 따스한 진수네 가족 모습에 소년의 궁금증과 답답함은 더욱 커져간다. 어느 날 집에서 고장 난 싱크대를 고치고 있는 진수 아버지를 만나면서 소년은 진수네 가족에 대해 알게 되는데...
[맘대로 천 원]에서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엄마한테서 얻은 천 원을 맘껏 쓰고 싶었지만 정말이지 뜻대로 되지 않은 안타까운 자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선아의 쟁반]은 어린 손녀를 사이에 두고 부침개로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친할머니와 외할머니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선아는 외할머니 집에서는 얌전하고, 예쁘게 꾸민 여자 아이로, 친할머니 집에서는 활달하고 털털한 여자 아이로 살아간다. 이런 선아는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점점 힘이 든다.
[어떤 이모부]에서는 매주 금요일 저녁 여덟시에 처형 집에 전화를 걸어 엄마에게 아내의 홈쇼핑 중독을 일일이 열거하고 인생 한탄을 늘어놓으며 온 식구를 괴롭히는 작은 이모부 때문에 엄마와 아빠, 나까지 금요일 저녁 여덟시가 무서워진다. 작은 이모부는 보석 세공 일을 하면서 우리에게는 과자 한 봉지도 사준 적 없고, 시간은 칼같이 지킨다고 우리 집 앞에서 약속시간이 딱 되도록 들어가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이다. 어찌나 표현들이 재미있던지 한참을 웃었다. 이중적인 눈으로 세상을 복잡하게 살아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고 풍자적으로 담아낸 멋진 작품이다.
그리고 [상장]에서는 늘 노력하지만 일등상은 못 타고 장려상 표창장만 받게 되는 6학년 ‘은지’의 감춰진 심리를 예리하게 파고든 이야기가 큰 공감을 불러온다.
엄마는 은지가 욕심이 너무 없어서 이렇게 작은 상들만 받아온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은지도 큰상이 받고 싶어서 아주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
이 외에도 [손님], [보리 방구 조수택], [엄마 없는 날]도 많은 공감을 주는 이야기다.
각각의 단편들마다의 개성 넘치고, 재미있으면서도 공감을 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은실 작가의 책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우리집에 온 마고 할미>, <만국기 소년> 이렇게 세권 읽었는데 세권 모두 톡톡 튀는 상상력과 군더더기 없는 멋진 문체로 읽는 이의 마음을 단박에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 작가임을 느꼈다. 앞으로 유은실 작가의 또 다른 동화들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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