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창비아동문고 219
유은실 지음, 권사우 그림 / 창비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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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정말 멋진 동화를 발견 했다.

이 책은 2005년 1월에 출판된 것이라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 것 같아요.
정말이지 독특한 소재와 구성 그리고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이야기에
‘우와!! 그러게... 맞아!...’ 하면서 오랜만에 맞장구를 치면서 읽은 동화다.
유은실의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은 스웨덴의 아동문학 작가로서 유일하게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었을 만큼 아동문학계의 별과 같은 작가라고 볼 수 있다.
린드그렌은 지금의 부모들 세대라면 거의 다 알고 있을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다.
나도 초등학생 때 TV 영화로 한창 즐겨 보았던 기억이 난다.
삐삐 이외에도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사자왕 형제의 모험>, <미오, 나의 미오>, <라스무스와 방랑자>, <칼레의 모험>, <산적의 딸 로냐>등 많은 작품이 있다.
안타깝게도 2002년 1월 28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런 린드그렌의 동화를 너무나 사랑한 유은실 작가는 그를 위해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이라는 멋진 책을 그녀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은 다섯 살 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단 둘이 사는 11살 소녀 ‘비읍이’가 치과 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 책 읽기를 싫어하고, 날마다 ‘피로에 시달리는 여성’인 엄마가 노래방에서 부른 ‘말괄량이 삐삐’ 노래를 계기로 <삐삐 롱스타킹>이라는 책의 저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책을 좋아하게 되고, 린드그렌의 책을 하나씩 찾아 읽으면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린드그렌 책들의 주인공과 연결시켜 이끌어가는 이야기가 아주 신선하고 멋지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용돈으로 책을 사기가 힘이 든 비읍이는 어느 날 헌책방을 찾아갔다가 거기서 일하는 ‘그러게 언니’(상대방의 이야기를 “그러게~, 그랬구나.”하면서 맞장구를 쳐주면서 상대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잘 들어주기 때문에)를 만나게 된다. 언니는 우리나라에 있는 린드그렌의 책은 모조리 다 사 모으는 사람이다. 비읍이는 린드그렌의 작품에 대한 얘기를 그러게 언니와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뿐 아니라 린드그렌의 책에 빠져 살고, 헌 책까지 사들고 오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하는 것도 ‘말대꾸’라고 몰아붙이는 엄마에게 야단맞고 마음이 아픈 비읍을 달래주고, 학교 친구들과의 사소한 다툼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좋은 친구이자 인생선배가 되어준다.
그리고 또, 선생님이 너무 한 작가에게만 빠져 린드그렌 이야기만 일기에 쓰지 말라는 말을 듣고 슬퍼하는 비읍이에게 린드그렌 말고도 훌륭한 우리나라 동화 작가들이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비읍이는 린드그렌 선생님에게 부치지는 않지만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고, 스웨덴으로 린드그렌 선생님을 만나러가기 위해 돈을 모으기도 한다. 하지만 비읍이는 자신의 슬픔과 외로움을 린드그렌 선생님의 작품을 통해 위로받고 소통하면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갈등을 깨고 엄마와 친구 그리고 자신의 일상으로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온다,

비읍이가 린드그렌의 작품 속 주인공들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모습을 일상생활의 일들과 연관 지어 설득력 있게 들려줌으로서 비읍이와 같은 또래 아이들의 고민과 갈등을 잘 그려내고 있어서 큰 공감을 불러 온다. 유은실 작가의 깊이 있는 말들과 예리하면서도 섬세한 문장들이 군더더기 없고, 자연스럽게 가슴에 와 닿는다.

삐삐처럼 하늘에서 돌아가신 아빠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모습에서 아빠의 부재가 주는 슬픔과 아빠는 없지만 잘 해나가리라는 자신에 대한 격려를 보여주는 것 같아 긍정적이었다.
삐삐처럼 ‘금화가 가득 들어 있는 가방’이 생긴다면 하고 싶은 일들도 무척 아이다운 유쾌한 재미를 준다.
그리고 삐삐의 이름이 ‘삐삐로타 델리카테사 윈도세이드 맥크렐민트 에프레임즈 도우터 롱스타킹’이라고 비읍이가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어찌나 재미있던지 한참을 웃었다.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엄마가 싫어서 가출을 하고 싶은 비읍이와 ‘펠레의 가출’ 주인공인 ‘펠레’가 자신의 집 마당에 있는 ‘하트의 집’으로 가출하는 이야기와 함께 들려주어 설득력을 보여준다.
“린드그렌이 왜 가출 얘기를 썼을까?
가출하라고 썼을까, 아니면 가출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려고 썼을까?”
“글쎄요.”
비읍이는 가출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와 생각한다.
‘린드그렌 선생님은, 가출하는 애들 얘기를 재미있게 읽고,
가출하고 싶으면 머릿속으로 가출하는 상상을 실컷 해서,
‘왼쪽 가슴 아래쪽이 무엇에 세게 부딪힌 것처럼 아픈 것’을 낫게 한 다음에,
진짜 가출은 하지 말고,
자기 잠옷 입고 자기 침대에서 양말 벗고 자라고 쓰신 것이었다.’(106~107쪽)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을 읽으면서 ‘이렇게 강한 흡인력을 가진 동화가 과연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린드그렌의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책읽기를 싫어한다면 권해주고 싶다.
이 책에서 비읍이 엄마가 책읽기를 아주 싫어하는데 그런 엄마를 늘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비읍이는 다음번에 다시 태어난다면 엄마가 자신의 동생으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들여 책읽기를 좋아하는 어른으로 만들어주고 싶다고 하는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다.


이 책은  어느 곳 하나 그냥 보아 넘길 수 없을 정도로 책 한 장 한 장이 다 공감가고, 신선하고, 특별하다. 초등 3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동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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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2007-08-08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찜만 해놓고 아직 못 읽은 책. 뽀송이님도 이렇게 칭찬하시는 걸 보니 어서 읽고싶어졌어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추천도 ^^

뽀송이 2007-08-08 11:40   좋아요 0 | URL
개구리님^^ 반가워요.^^
저도 이 책 읽고 린드그렌 팬이 되었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셔서 좋을 책입니다.
추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