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밭 아이들 카르페디엠 34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모래밭 아이들>의 저자 ‘하이타니 겐지로’는 17년간 교사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아이들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책들을 많이 발표한 작가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책에는 어린이의 세계가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들로 담겨져 있으며, 그러면서도 아픔을 간직한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하나의 희망을 제시해 주는 작가이기도 하다.

지난 해 11월에 암으로 작고한 이 작가의 책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1974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가 아주 인상 깊었고,
<태양의 아이>, <바다의 노래>, <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지 몰라요>도 좋았다.


이 책<모래밭 아이들>은 학교와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제아 반’으로 낙인찍힌 반의 임시 교사로 온 ‘구즈하라 준’을 통해 교사와 학생의 관계, 교사와 교사의 관계,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 등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과 많은 말들을 끊임없이 쏟아내지만, 그 해답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가 처해있는 교육이라는 복잡하고, 어려운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등장인물들이 중학교 3학년이고 소위 문제아들인데 하나같이 말도 잘하고, 거침없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다.

“수업 시간에 만화를 그리지 말라는 건 선생님들 입장이죠.
그럼, 수업이 시시할 때는 만화를 그릴 권리가 있다는 학생들 입장도 성립될 수 있는 것 아닌가요?”(15쪽)

“너희들이 선생님에게 반항적이고 또 설사 선생님들이 너희들을 문제아로 낙인찍었다 해도,

어떤 형태로든 너희들 스스로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데?”(26쪽)

“저는 사람은 그렇게 단순한 이유로 죽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뭐?”
“예를 들어, 설사 자살 원인이 꾸중이나 따돌림이었다 해도 그것은 원인의 극히 일부분일 뿐,

겉으로 드러나는 고통이나 슬픔보다 훨씬 깊은 고통이 있었는데도 그것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면요?”
“......”(78쪽)

“아무리 선생님이라도, 저질 같은 행동을 하면 저질이라고 비난받는 것이 민주주의 아닌가요?

설마 학생은 선생님을 절대 비난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려는 건 아니겠죠?”(175쪽)

“선생님은 말끝마다 지도, 지도 하시는데, 정말로 지도를 하실 생각이라면 저희들이 배워서 변화할 수 있도록, 생각하거나 행동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 주세요. 일방적인 말이나 감정을 앞세워 학생을 때리는 것이 무슨 지도란 말이죠?”(183쪽)

이 책을 읽다보면 ‘하이타니 겐지로’가 학교와 학생과 선생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우리의 현실에서 학생들이 이렇게 선생님들에게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들을 털어놓을 수 있을까? 만약 이럴 수만 있어도 벌써 한걸음 나아가는 교육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는 선생님과 아이들 그리고 학부모라면 한번 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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