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무 1

                                     -지리산에서

                                         신경림 詩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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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7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뽀송이 2007-01-17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런...^^;;;;
어쩌다 이런 큰... 멍청한 실수를...^^;;;
제가 지금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지... 아마도 모르실꺼예요!!!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