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휘 바이러스 힘찬문고 36
최나미 지음, 홍선주 그림 / 우리교육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진휘 바이러스>는 <걱정쟁이 열세 살>을 쓴 최나미 작가의 책이라 한번 읽어보았다.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을 보내는 열세 살의 내면을 생생하게 담아낸 동화집 [진휘 바이러스]

작가 최나미는 성장의 고통을 겪으며 자라고 있는 초등 고학년들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도 열세 살, 그 아이들의 세계, 그 속에서 기쁨과 아픔을 나누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진휘 바이러스]는 세 편의 동화로 이루어져 있다.

 

표제작 [진휘 바이러스]

나는(승아) 친한 친구(연주)가 전학간 뒤...

외로움을 연주와 나누는 메일로 달래려하지만...

연주는 새로 전학 간 학교의 ‘진휘’라는 아이의 이야기만 한다.

[진휘 바이러스]에서는 연주가 전하는 진휘라는 아이를 통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 속에서 어른들에 의해 바이러스와 같은 아이로 내몰린 우리의 아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를 좋아하는 아이, 진휘가 바이러스 같은 존재로 찍혀 강제로 전학을 가게 되는데... 끝내 가출을 해버린 진휘를 애타게 기다리는 연주를 보면서...

그 아이의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승아 자신도...

이상하게 연주보다 진휘라는 아이가 자꾸 마음에 남는다.

이렇게 어쩌면 우리의 아이들을 힘겹게 만드는 것은...

성적 위주의 학교 제도와 학부모...

세상의 편견 속에 힘없이 끌려가는 아이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런 것들이 모두 자식에 대한 비뚤어진 사랑이 아닐까?

자식을 위한다는 말로 어쩌면 부모 자신의 만족을 채우기에 급급한...(__);;

마음이 아프다.


[턱수염]은 아버지에 대한 미움으로 똘똘 뭉친 소년이...

자신의 아버지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주인공 ‘승권’의 아버지는 원래 택시 운전사였다.

그런데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내서 택시 운전사의 일자리를

잃게 되었고 엄마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승권이는 학교친구 효주를 좋아한다.

여름방학을  한 달쯤 앞둔 어느 날,

아버지가 마을버스 기사가 되고(임시직), 다음날부터 아버지는 기분이 좋은듯했다.

어느 날 친구 준호와 버스를 기다리는데...

승권이의 아버지가 운전하는 마을버스가 선다.

아버지는 승권이를 보고 웃으며, 차비는 내지 말라고 하지만,

승권이는 그런 아버지가 부끄러워서 400원을 낸다.

그날 밤 아버지는 승권이의 뺨을 때린다.

승권이는 그런 아버지가 밉다.

그리고 준호가 효주와 지영이의 비밀일기장을 가지고 놀리는 것을 보고,

효주를 좋아하는 승권이는 준호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코뼈가 부러진다.

이 일로 준호엄마가 승권이 엄마에게 따지고,

승권이 엄마는 불쌍하리만치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런 엄마를 보던 승권이는 엄마에게 왜 그러냐고 하지만, 오히려 더 욕을 먹는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보던 아빠가 준호엄마에게 무릎을 꿇으며 미안하다고 한다.

(104쪽의 무릎을 꿇고 있는 아버지의 그림이 마음 아프게 한다.)

그날 밤 아빠는 또 술을 먹고 집에 들어와서,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며 쓰러져 잠이 든다.

승권이는 돌아누워 자는 아빠의 까칠한 턱수염이 마음에 걸려서...

잘 들지도 않는 면도기로 턱수염 반만 깎고는,

엄마가 오는 소리에 자는 척 하다 그대로 잠이 든다.

다음날 아빠는 수염을 보고는 깜짝 놀라지만,

승권이의 마음을 기특하게 생각하고... 일을 나간다.

처음엔 무능력하고, 권위적인 아버지를 증오하던 승권이...

뒤에 아버지의 진심어린 모습을 보면서 애정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가슴 찡하다.


[청소함 옆자리]는 학급 아이들과 동떨어져 스스로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혼자이기를 바라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만큼...

교실 한구석에 말없이 앉아있는 한 6학년 여자 아이(인희)...

감춰진 일상을 꼼꼼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런 인희의 모습에서 상처를 삭이며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이렇게 세 편의 동화를 읽다보면...

훨씬 지나버린 나의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모습은 존재 했었고,

요즘은 더욱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고, 삭막해졌다하지만...

서로에게 진심어린 관심과 애정으로 다가가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우리 아이들이 <진휘 바이러스>를 읽고, 자신과 자신의 주위를 한번 쯤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고, 부모들도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자신의 행동을 따져봐야 하리라.

마음은 무겁지만... 희망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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