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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의 숨어 있는 방 ㅣ 창비아동문고 228
황선미 지음, 김윤주 그림 / 창비 / 2006년 9월
평점 :
<나온의 숨어 있는 방>은...
<나쁜 어린이표>, <일기 감추는 날>,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너무나 유명한 황선미 작가가 7년 만에 선보이는 ‘판타스틱 동화’이다!!
사실, 판타스틱 동화라고는 하지만, 나는 딱히...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뭐랄까...^^;;
사람에겐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기억이라고 해야 하나?
추억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리 아픈 기억도 그 애절함으로 추억이 되니까...(__)
삶은 그런 것들로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동화이긴 하지만, 어른이 읽기에도 많은 의미를 전해주는 것 같다.
이 책에는 재개발로 오래된 아파트를 비워야 하는 ‘나온이네’가 있다.
사사건건 자신의 일에, 아니 가족의 일에 간섭하는 엄마...
엄마는 나온이에 대해 하나에서 열까지 엄마 마음대로 하려고 하고, 나온이는 그런 엄마가 너무나 싫다. 아빠는 차청해서 시골 학교로 발령을 받아 내려가고... 하나뿐인 남동생 정온이는 말썽만 부려서 밉다.
이 책의 주인공 나온이는 천식을 앓고 있으며, ‘나의 왼손’으로 불리는 일기장을 가지고 있다. 나온은 요즘... 이상한 꿈에 시달린다.
꿈속인 듯... 수풀에 싸인 어느 정원에서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한 아이를 본다. 그 아이가 말을 건다. 그리고 어떤 구덩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이... 그러다 꿈이 깬다.
거기다가 작년 여름 나온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며 잘 지내던 ‘강우’와 멀어지게 만든 사람이 엄마라는 사실에 엄마가 더욱 미워진다. 그 뒤로 강우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처럼 지내게 되어 더욱 속이 상한다. 엄마는 엄마가 어릴 때부터 살던, 그리고 나온이가 태어나기도 했던 ‘넝쿨 집’을 팔려고 한다. 그 넝쿨 집은 아빠가 발령 받아 간 학교에서 가까이에 있다. 우연히, 아빠의 전화를 받고, 엄마 몰래 어떤 열쇠를 가지고 아빠에게 간 나온은 아빠와 함께 넝쿨 집에 가보게 된다. 아빠는 그 넝쿨 집을 팔기 싫어하고, 엄마 몰래 수리를 하고 있었다. 나온이는 거기서 일기장을 잃어버리고... 다시 혼자 찾아 온 그 넝쿨 집에서 자신을 닮은... 꿈에서 본 듯한 아이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일기장도 찾게 된다. 분명히 현실인 것 같은데... 언제나 나온이에게만 보이는 정원과, 그 아이와, ‘오른눈이’라는 ‘토끼’와, ‘왼눈이’라는 ‘방울이’... 그 아이를 만난 날은 언제나... 아프다.
엄마는 나온이가 넝쿨 집에 간 것을 알고, 아빠와 크게 다툰다. 집을 팔지 않으려는 아빠와, 기어이 팔아야 한다는 엄마...
비가 오는 날... 나온이는 넝쿨 집의 다락방을 보게 되고, 거기서 그 아이를 본다. 그 아이는 자신은 ‘라온’이며, 항상 나온이의 등에 기대고 선 아이 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같이 있다는... 천식을 앓는 나온이를 위해서 향초롱을 채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엄마가 그 넝쿨 집을 팔려고 하는 데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숨어 있다.
사실은, 나온이는 쌍둥이였으며, 또 다른 쌍둥이 남동생이 이 넝쿨 집에서 죽었다는 것...
그리고 엄마의 꿈속에 라온이와 나온이가 함께 보인다는 것... 그 꿈은 항상 엄마를 울게 하고, 어떤 알 수 없는 불안감을 가져온다는 것... 그리고 나온이가 넝쿨 집에만 가면 아프다는 것...(__) 그렇게 엄마는 나온이 마저... 잃게 될까봐 불안했던 것이다.
아빠와 엄마는 넝쿨 집에서 라온의 흔적을 날려 보내고... 라온은 점점 나온의 눈에서 멀어져 간다. 이제는 혼자의 힘으로 아픔을 이겨내야 한다는 말을 하는 듯이... 이제 나온이는 웃으며 라온이를 보내고 싶다.
음... 사람의 아픈 기억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우리를 힘들게 할지 모른다. 라온을 잃고 남은 나온에게 지나칠 정도로 극성스럽게 구는 엄마도, 그런 엄마를 보면서 힘들어 하는 아빠도, 그리고 자신의 반쪽이었던 라온을 통해 미움과 방황에서 벗어나... 이제는 혼자의 힘으로 일어서려는 나온이도... 모두 아픔을 이겨내고... 다시 한 번 넝쿨 집에서 꿋꿋히 아픈 추억을 기쁨으로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게 아픔을 준 집...
그 집은 아프지만, 추억의 이름으로 다가오고...
자신이 살아가는 날들에 자신을 위해 늘 함께 해주는 그 무엇이... 아픔을 서로 달래주는 ‘가족의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 이라는 나름의 해석!!
‘나온의 숨어있는 방'에는 이제 따스하고 밝은 불이 켜지겠지...^^
이 책의 그림 또한 신비로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김윤주 그림 작가가 그린 나온이와 라온이, 넝쿨 집의 비밀의 정원, 그리고 가슴에 잔잔히 물결치게 하는 묘한 터치의 그림을 보는 재미가 한층 더 책 읽는 행복을 만들어 주고 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황선미 작가님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