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함수민 헌법 기본서 - 전2권
함수민 지음 / 더채움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4월부터 꽤 오래 기다렸는데 드디어 받았어요. 함수민 헌법은 완전히 새 브랜드죠. 기존의 대중적인 기본서들과 비교해 자못 혁신적인 요소도 있고 수험서로서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래 기다린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해 봅니다.

이 헌법 기본서는 3권 구성보다는 2권을 택했습니다. 1권에 헌법총론과 기본권이 묶여 있는데 눈대중으로 봐도 기본권 부분이 3/4은 되어 보입니다. 들고 다니기에는 좀 무거운 편이네요. 통치구조는 다른 기본서들과 큰 차이 없는 분량입니다. 전체 목차를 보면 역시 다른 책들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이구요. 다만 각 파트와 각 장 첫 쪽에 하위 목차가 있다면 찾아보기 더 쉬울 것 같아요. 그리고 판례 색인이 붙어 있는데 아주 잘 활용하겠네요(1권에는 색인 빠져 있음. 분량 때문인 듯).

헌법총론 편의 헌정사 부분을 보죠. 주요 내용이 제개정 순서대로 정리가 잘 되어 있는데, 두문자 암기 표시와 표 아래 기출 표시가 있는 점이 타수험서와 다르구요. 간단정리로 다시 한번 핵심 내용이 요약되어 있어요.

기본권 편에서 포괄적 기본권으로 가서 인격권 판례들을 보고 있어요. 함수민 행정법처럼 각 판례 제목이 볼드로 표시되어 있고 주요 내용이 나오고 중요 부분이 밑줄로 표시되어 있어요. 그 밑으로 기출 표시가 뒤따릅니다. 판례 제목 옆에는 결정의 결론이 합헌인지 위헌인지 기각인지 각하인지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이 상당히 유용한데 시험 문제에서 판례 지문의 위헌 여부를 (본문을 읽지 않고 판례 제목을 보면서)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역시 간단정리로 판례 내용이 다시 요약되어 있는데 이 부분 역시 상당히 유용합니다. 시험 지문의 대부분이 판례이기에 중요 판례들(필수 암기 판례의 경우 중요 표시 필요)과 최신 판례들(반영된 2019년 상반기 판례의 범위는 함수민공법연구소 공지 참고)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없죠.

간단정리에 대해서 말해 보죠. 함수민 이전에는 수험생이 간단정리 같은 작업을 스스로 해야 했죠. 소위 키워드 암기법인데 보통 머리 속에 한 문장 또는 몇 문장으로 된 지문을 보며 핵심어를 가려내고 진위를 따지는 일이죠. 그런데 변시나 국회 8급 시험의(실제 문제라 보고) 지문을 보면 대부분 길고 처음 보는 듯한 문장들이 나옵니다. 이런 문제에 봉착하면, 거기다가 최신 판례까지 나오면 당황하게 됩니다. 법 문장을 보면 일제강점기 시절의 어투도 그렇거니와, 판례문이 특히 그러한데 한국어지만 비문이거나 비문에 가까운 문장들을 흔히 보게 됩니다. (이는 우리의 잘못이 아니고 법 문장 특유의 어법을 탓할 수밖에요) 우리는 짧은 시간 안에 진위형 문제들을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는 시간도 많지 않고 능력도 부족하죠. 그래서 우리는 간단정리를 직접 하기보다는 함수민의 간단정리를 이용하는 겁니다.

권한대행 판례 정리 예시(2권 p.1352):
1. 형 미확정시 부단체장 권한대행(헌재 2010.9.2. 2010헌마418)
• 불구속시 직무수행지장無->공무담임권 침해(○)
• 형확정전 직무정지->무죄추정•과잉금지원칙 위배(○)
• 입법형성권존중->헌법불합치
2. 공소제기후 구금상태시 권한대행(헌재 2011.4.28. 2010헌마474)
• 일시적•잠정적 정지->과잉금지원칙 위배(×)
• 행정의 원활한 운영->무죄추정원칙 위배(×)

통치구조 편의 대표적인 암기 부분인 정족수을 보죠. 타수험서와 크게 다르지 않고 평이하네요. 필수 암기 부분이라 함수민공법연구소에서 암기하기 좋게 좀더 보강되었으면 좋겠어요. 통치구조에서는 국회법을 위시한 각종 조문이 많이 나오는데 조문 본문을 보면서 암기할 부분은 간단정리를 잘 활용하면 더 효과적이겠어요. 조문에도 중요 부분이 밑줄로 표시되어 있고 조문 밑으로 기출이 표시되어 있네요. 그리고 간단정리에서 다시 조문 내용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반영된 개정 법령에 대해서는 함수민공법연구소의 공지 참고)

책의 재질, 서체와 그 크기, 블루 계열의 배색 등 북 디자인은 함수민 행정법 판형처럼 보기 편합니다. 수험서이지만 시각적인 요소도 책 내용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다시 한번 편집의 힘을 확인하게 되었어요. 이어서 출간될 기출문제집과 요약서에서 더욱 힘을 발휘하길 바랍니다.

매년 새 책이 나오고 새 책처럼 쏟아지지만 좋은 수험서를 찾기 쉽지 않죠. 수험생을 진정 생각하는 수험서가 좋은 책이고, 좋은 책이 좋은 강사라고 생각해요. 좋은 책은 수험생을 현혹하거나 기만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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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리비언 알마 인코그니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지음, 신지영 옮김 / 알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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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리스의 첫번째 한국어판 소설을 환영합니다. 언젠가 무한한 재미 도 출간되겠지만 그전에 애피타이저로 잘 읽어 볼게요. 노벨상이니 부커상이니 콩쿠르상이니 온통 상 천지의 세상에 노벨상이니 전미도서상이니 수상하지 않았다고 해서 결코 가벼이 볼 것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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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gio
European Jazz Trio 연주 / 유니버설(Universal)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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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클래식과 좀더 자유로운 재즈, 듣는 취향도 클래식에서 좀더 자유로운 재즈로 나갑니다. 사실 재즈도 그냥 듣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크래식한 재즈도 있죠. 서로 다른 장르끼리의 컨버전스는 새로운 것은 아니죠. 하지만 지금 내 귀는 온전히 새로운 네트워크처럼 느껴집니다.

아다지오를 연주하는 재즈의 정신이 아름답습니다. 비록 이 지구의 어느 세상도 쉽게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재즈 연주자들이 오랜동안 다듬은 이 자유의 맛은 사르트르의 자유만큼 향이 진합니다. 떠나보지 않았기에 두려운 자유로부터 모든 제도에서 나라는 의식이 자유로이 떠나는 겁니다. 오늘 이 재즈의 맛이 카페모카처럼 달달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 자유 때문입니다. 저 파란 지구를 내려다보면서 이렇게 우두커니 아다지오를 듣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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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가타카
앤드류 니콜 감독, 우마 서먼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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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카의 신분 질서는 어쩌면 지금 한국 사회의 또다른 비유일지 모른다. 차별은 가타카에서 금지되어 있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주인공 빈센트는 선천적으로 열성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되어 있다. 그는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우성 유전자를 가진 타인의 신분을 자기 것으로 조작한다. 여기서 우주비행사는 오직 제도에 의해서 필요적으로 만들어지고 개인의 능력은 제도 속에서만 의미있다.

한국 사회에서 과거에는 출생에 의해 신분이 형성되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출신학교가 신분 구성의 핵심이다. 한국에서 신분과 교육 제도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왜 부유층이나 정치인, 대학교수 등 상류층은 한사코 스카이나 미국 명문대에 자녀를 보내려는 걸까!) 조선 시대의 양반, 특히 문반은 입신양명을 위해 경학에 능해야 했고 대부분 학자/저술가인 동시에 공무원이었다. 지식을 가진 자가 권력자이었으며 이들이 이룩한 신분 제도가 한국 사회를 유지하는 대들보였다. 갑오개혁으로 신분 제도가 사라지고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지금 출신학교 차별금지를 법제화하려 하고 블라인드 채용 같은 제도가 나타난다. 이것은 교육 개혁을 에둘러 가는 힘든 노력들이다. 왜 이렇게 돌아서 돌아가야만 할까?

이 영화나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제도가 그 본래의 목적을 넘어서 인간의 능력을 제한하고 고유의 개성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안도 타다오가 위대한 것은 뛰어난 건축가라는 면보다는 제도의 영역 밖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는 데 있다. 동경대나 미국 명문대의 건축과를 나왔다고 해서 안도 타다오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역으로 안도 타다오가 동경대를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동경대 출신의 건축가보다 덜 뛰어난 건 아니다. 제도는 인간 사회를 발전시키고 유지시키는 수단인 것이지 인간을 그 속에 가두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서 동경대는 한 인간의 평균적인 탁월함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것이 (봉건적 신분 사회의) 절대적 탁월함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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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기술 - 젊은 작가들을 위한 창작 노트
존 가드너 지음, 황유원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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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인생이 너무 비루하고 초라하여 소설처럼 구성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같이 보인다. 그것은 일기나 논픽션, 탁월함의 영역인 자서전에서 더 잘 표현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역사 비평처럼 자신의 인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잘 이해할 수 없었던 조이스나 박상륭이나 리처드 파워스 같은 이들의 소설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리라?

많지 않은 진지한 소설들에 대한 소설이론이자 소설창작론이다. 수험서처럼 구성되어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들이 소설 속에서 말해 주지 않는 부분들에 대한 해설로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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