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가타카
앤드류 니콜 감독, 우마 서먼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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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카의 신분 질서는 어쩌면 지금 한국 사회의 또다른 비유일지 모른다. 차별은 가타카에서 금지되어 있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주인공 빈센트는 선천적으로 열성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되어 있다. 그는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우성 유전자를 가진 타인의 신분을 자기 것으로 조작한다. 여기서 우주비행사는 오직 제도에 의해서 필요적으로 만들어지고 개인의 능력은 제도 속에서만 의미있다.

한국 사회에서 과거에는 출생에 의해 신분이 형성되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출신학교가 신분 구성의 핵심이다. 한국에서 신분과 교육 제도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왜 부유층이나 정치인, 대학교수 등 상류층은 한사코 스카이나 미국 명문대에 자녀를 보내려는 걸까!) 조선 시대의 양반, 특히 문반은 입신양명을 위해 경학에 능해야 했고 대부분 학자/저술가인 동시에 공무원이었다. 지식을 가진 자가 권력자이었으며 이들이 이룩한 신분 제도가 한국 사회를 유지하는 대들보였다. 갑오개혁으로 신분 제도가 사라지고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지금 출신학교 차별금지를 법제화하려 하고 블라인드 채용 같은 제도가 나타난다. 이것은 교육 개혁을 에둘러 가는 힘든 노력들이다. 왜 이렇게 돌아서 돌아가야만 할까?

이 영화나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제도가 그 본래의 목적을 넘어서 인간의 능력을 제한하고 고유의 개성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안도 타다오가 위대한 것은 뛰어난 건축가라는 면보다는 제도의 영역 밖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는 데 있다. 동경대나 미국 명문대의 건축과를 나왔다고 해서 안도 타다오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역으로 안도 타다오가 동경대를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동경대 출신의 건축가보다 덜 뛰어난 건 아니다. 제도는 인간 사회를 발전시키고 유지시키는 수단인 것이지 인간을 그 속에 가두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서 동경대는 한 인간의 평균적인 탁월함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것이 (봉건적 신분 사회의) 절대적 탁월함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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