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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노운 걸
장 피에르 다르덴 외 감독, 아델 하에넬 외 출연 / 플레인아카이브(Plain Archive)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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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사회적 약자 보호 발언에 깜작 놀랐습니다. 그간 숱하게 많은 복지부 장관들이 한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후보자가 오랫동안 기획재정부에서 일한 이력이 있어 더 의문스러웠습니다. 아무튼 앞으로 OECD 사망 통계도 무척 신경써야 할 것 같습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21년 한국의 사망 원인 중 30대 이전은 자살이 1위에 올랐고 전 연령대에서 자살이 자주 보입니다. 자살의 주요 요인은 신체적인 질병이나 정신질환보다 경제생활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올해도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이 대표적으로 이를 방증합니다.

칸 영화제에서 수 차례 수상한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는 영화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니라 영화 산업의 한복판에 있는 영화감독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지점에서 다르덴 형제는 멋진 세계의 니시카와 미와나 미안해요, 리키의 켄 로치와 일치합니다.

전작 내일을 위한 시간(Deux jours, une nuit)에 이어 묻기의 구도(求道)는 계속됩니다. 제명인 이름 모를 소녀(La Fille Inconnue)가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영화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주인공인 의사 제니인가 그랬는데 아니었죠. 인턴 쥘리앙과의 언쟁이 있다가 살인사건으로 이어집니다. 그 사건은 클리닉 인근에서 일어나고 경찰이 찾아오면서 드러납니다. 제니는 자기 때문에 흑인 소녀가 죽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심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렇게 그 흑인 소녀가 누구인지 묻습니다. 클리닉에 찾아온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묻거나 왕진을 다니면서 계속 묻습니다. 이란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Khane-ye doust kodjast)에서처럼 돌아다니며 흑인 소녀의 이름을 간절히 물어 봅니다. 왜냐하면 이름이라도 알아야 흑인 소녀의 가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지 않으면 행려자로 분류되어 이름 없이 묻히고 나중에 묘도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여기는 벨기에 리에쥬(Liège) 또는 유럽 어딘가.

그런데 여기, 제니는 자기가 그때, 흑인 소녀가 클리닉의 문을 두드릴 때 열지 못한 것을 슬퍼합니다. 단지 그 사소한 행위로 (20년 조교 경력으로) 잘나가는 케네디 센터를 마다하고 작은 클리닉을 끝까지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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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넌트 (하숙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 로만 폴란스키 외 출연 / 예중미디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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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전작인 로즈마리의 아기에 비하면 덜 알려졌으나 현대사회의 집단주거와 그로 인한 사회문제를 미리보는 문제작입니다. 영화 제목인 tenant는 글자 그대로 세입자를 의미하며 공동주택의 일종인 맨션이 주무대가 됩니다. 감독인 로만 폴란스키가 직접 평범한 회사원에서 광기의 극한으로 치닫는 광대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입니다.

헌법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의 삶은 온통 사생활 침해로 얼룩져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과 모바일 통신, 온라인 쇼핑, SNS의 발달로 개인정보보호법이 만들어질 정도이고,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으로 금전적인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개인의 사생활과 개인정보는 법과 사회에 의해 보호되기보다 외부로 노출되고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용되기 일쑤입니다.

대도시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많은 인구를 수용할 아파트 같은 주거공간이 필요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파리가 그러했고 지구 반대편 현대의 서울이 그렇습니다. 1956년 서울에서 아파트가 등장한 이후 서울과 경기 일대를 중심으로 엄청난 양의 아파트가 세워졌습니다. 한편 아파트 가격의 폭등과 고가 형성으로 많은 다세대 주택이 대안으로 세워졌습니다. 이에 건축 및 공동주택 관련 법령이 제정되고 제도 개선을 거듭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건축 및 공동주택 법령이 헌법의 취지에 따라 개인의 사생활을 충분히 보장하는 지는 의문입니다. 이는 건축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시행사•시공사의 자본주의 논리와 강한 규제보다는 완화된 법제도에 기인합니다. 알다시피 우리 법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일수록 유난히 친절합니다. 사기업이 공익을 위해 충성할 리는 없으므로 법제도가 사회문제 이전에 시공 단계부터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영화 속의 트렐코프스키는 주거공간이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지 못함으로써 무너진 개인을 표상합니다. 실제 우리는 이와 비슷한 살인 사건들을 흔하게 접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몇 가지 생각이 언뜻 떠오릅니다.

1. 법제도의 개선: 현재의 공동주택에서는 사생활의 자유가 대립할 수밖에 없으므로 자유를 억제하기보다 시공과 시공 이후 단계에 걸쳐 기술적인 개선은 물론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법령을 보완하고 엄격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한번 형성된 주거공간은 평생은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같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주거공간의 설계: 주거공간이 주거복지입니다. 법제도는 주거복지를 고려한 설계를 뒷받침해야 합니다. 아파트, 다세대주택의 저품질의 주거공간은 물론 한국 특유의 쪽방, 고시원, 반지하 등 협소하고 열악한 공간 형태에서 인간을 생각하는 주거공간으로 설계돼고 관리돼야 합니다. 아파트도 그렇지만 다세대주택은 훨씬 더 심각합니다. 주거공간이 인간다운 삶을 지향한다면 그에 걸맞는 주거환경 조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3. 공공임대주택의 장려: 공공주택을 점차적으로 늘려 전세 사기 등 범죄를 차단하고 대출, 전세보증보험 등 불필요한 사회비용을 줄여야 합니다. 특정 계층으로 한정된 대상에서 서민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하여 혐오 대상이 되지 않도록 공공주택의 위상에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이는 결국 현재의 낙후된 자가율에서 드러날 것이며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인한 사회 양극화를 완화할 것입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이 영화는 1970년대의 옛 영화라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심리 스릴러로써, 특히 폴란스키 덕후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로만 폴란스키의 전성기는 1960-70년대에 두드러지는데, 혐오, 로즈마리의 아기, 차이나타운, 테스 등에서 잘 나타납니다. 한편 혐오의 카트린 드뇌브, 로즈마리의 아기의 미아 패로, 테넌트의 이자벨 아자니, 차이나타운의 페이 더너웨이, 테스의 나스타샤 킨스키 등 여배우들의 경이로운 미모도 재미를 더합니다. 최근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을 다룬 장교와 스파이에서도 폴란스키의 역량이 훌륭히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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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소나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카가와 테루유키 외 출연 / 미디어포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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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장르에서 한껏 빛을 발한 후 드라마인 도쿄소나타에서 현대 일본사회의 모습을 잘 표현합니다. 실직한 중년 가장이 겪는 낯선 일상은 공포영화보다 더 공포스러운 것입니다. 한자와 나오키와 기업 영화에서 비즈니스맨을 연기한 카가와 테루야키여서 더 설득력 있게 보입니다. 가장 사사키의 에피소드에서 오히려 현실이 더 공포스럽다는 걸 소름돋치게 표현합니다. 이를 한국사회가 처한 현실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2022년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은 형식적인 복지제도로는 어쩔 수 없는 절망적인 현실 앞에 당사자의 일상은 그 자체가 공포입니다. 국가가 스스로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입니다. 심지어 가습제 살균제 사건에서 많은 피해자들이 아직도 국가와 가해자인 옥시, 애경 등 기업들, 어느 쪽으로부터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실정입니다. 현 정부가 외치는 법과 원칙은 그들의 공포 앞에서 바람만도 못한 것입니다.

이 영화는 엄마 메구미, 큰아들 타카시, 작은아들 켄지의 에피소드가 각각 있으나, 가장 사사키 류헤이의 이야기가 중심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40대 이후 가장의 퇴직은 결혼과 육아로 형성된 가족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직이 아니라 불명예스러운 퇴직과 재취업의 고난은 사회보장제도라는 현재의 생존 키트로는 벼랑 끝까지 갈 수 있습니다. 그것은 고용보험의 몇 달짜리 처방이나 낯선 자영업의 길로는 해결해 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혜택을 받기 어려운 사회보험보다, 기본소득과, 의료, 복지, 임대주택 등 실질적인 사회서비스의 강화가 미래의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가령 비교적 간단한 수술인 복강경 담낭 절제술조차 보험이 안 되는 항목이 적지 않아 저소득층은 물론 극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속수무책이 될 수 있습니다. 얼마전 조유나양 가족 사망 사건 같은 가족동반자살 사건은 누구나 복기해 볼 만합니다. 아울러 국가는 국민의 죽음을 뒤처리 하는 정도의 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에서 멈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의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OST가 돋보이는데, 드뷔시의 피아노곡 달빛은 영화의 완성도에 크게 기여합니다. 이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 화니와 알렉산더의 아기 탄생을 축하하는 파티처럼 조용히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피아노를 치는 켄지를 따듯하게 지켜봅니다. 이는 해체된 가족관계가 다시 치유되고 복원됨을 의미합니다. 앞서 인간합격, 거대한 환영, 밝은 미래 같은 드라마를 선보인 바 있으나 이 작품에서 비로소 성공합니다.

* 현대일본사회에 관한 데이터베이스
현대일본사회론(일본사회 개론), 정현숙
포스트전후사회(사회경제사), 요시미 순야
격차사회(사회비평), 다치바나 도시아키
헤이세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사회경제사), 요시미 순야
쥬바쿠(영화), 하라다 마사토: 1990년대 일본 금융산업의 부정부패를 다룸.
한자와 나오키(소설, TV드라마), 이케이도 준: 버블경제 이후를 배경으로 은행업계 내부에서 벌어지는 개인과 조직사회의 대결을 다룸.
하늘을 나는 타이어(소설, 영화), 이케이도 준: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악전고투하는 중소기업의 실상을 다룸.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사회비평), 강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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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가타카
앤드류 니콜 감독, 우마 서먼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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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카의 신분 질서는 어쩌면 지금 한국 사회의 또다른 비유일지 모른다. 차별은 가타카에서 금지되어 있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주인공 빈센트는 선천적으로 열성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되어 있다. 그는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우성 유전자를 가진 타인의 신분을 자기 것으로 조작한다. 여기서 우주비행사는 오직 제도에 의해서 필요적으로 만들어지고 개인의 능력은 제도 속에서만 의미있다.

한국 사회에서 과거에는 출생에 의해 신분이 형성되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출신학교가 신분 구성의 핵심이다. 한국에서 신분과 교육 제도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왜 부유층이나 정치인, 대학교수 등 상류층은 한사코 스카이나 미국 명문대에 자녀를 보내려는 걸까!) 조선 시대의 양반, 특히 문반은 입신양명을 위해 경학에 능해야 했고 대부분 학자/저술가인 동시에 공무원이었다. 지식을 가진 자가 권력자이었으며 이들이 이룩한 신분 제도가 한국 사회를 유지하는 대들보였다. 갑오개혁으로 신분 제도가 사라지고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지금 출신학교 차별금지를 법제화하려 하고 블라인드 채용 같은 제도가 나타난다. 이것은 교육 개혁을 에둘러 가는 힘든 노력들이다. 왜 이렇게 돌아서 돌아가야만 할까?

이 영화나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제도가 그 본래의 목적을 넘어서 인간의 능력을 제한하고 고유의 개성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안도 타다오가 위대한 것은 뛰어난 건축가라는 면보다는 제도의 영역 밖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는 데 있다. 동경대나 미국 명문대의 건축과를 나왔다고 해서 안도 타다오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역으로 안도 타다오가 동경대를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동경대 출신의 건축가보다 덜 뛰어난 건 아니다. 제도는 인간 사회를 발전시키고 유지시키는 수단인 것이지 인간을 그 속에 가두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서 동경대는 한 인간의 평균적인 탁월함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것이 (봉건적 신분 사회의) 절대적 탁월함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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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닝 스톤
켄 로치 감독, 브루스 존스 외 출연 / 영상공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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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나 영화는 현실을 대하는 태도로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가정법이라 할 수 있다. 1980년대 대처 정부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실업과 사회복지제도, 가족, 고리대금업과 도덕성 등 사회문제를 신랄하게,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지난 정부의 성과를 생각해 볼 때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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