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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소나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카가와 테루유키 외 출연 / 미디어포유 / 2022년 1월
평점 :
공포 장르에서 한껏 빛을 발한 후 드라마인 도쿄소나타에서 현대 일본사회의 모습을 잘 표현합니다. 실직한 중년 가장이 겪는 낯선 일상은 공포영화보다 더 공포스러운 것입니다. 한자와 나오키와 기업 영화에서 비즈니스맨을 연기한 카가와 테루야키여서 더 설득력 있게 보입니다. 가장 사사키의 에피소드에서 오히려 현실이 더 공포스럽다는 걸 소름돋치게 표현합니다. 이를 한국사회가 처한 현실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2022년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은 형식적인 복지제도로는 어쩔 수 없는 절망적인 현실 앞에 당사자의 일상은 그 자체가 공포입니다. 국가가 스스로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입니다. 심지어 가습제 살균제 사건에서 많은 피해자들이 아직도 국가와 가해자인 옥시, 애경 등 기업들, 어느 쪽으로부터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실정입니다. 현 정부가 외치는 법과 원칙은 그들의 공포 앞에서 바람만도 못한 것입니다.
이 영화는 엄마 메구미, 큰아들 타카시, 작은아들 켄지의 에피소드가 각각 있으나, 가장 사사키 류헤이의 이야기가 중심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40대 이후 가장의 퇴직은 결혼과 육아로 형성된 가족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직이 아니라 불명예스러운 퇴직과 재취업의 고난은 사회보장제도라는 현재의 생존 키트로는 벼랑 끝까지 갈 수 있습니다. 그것은 고용보험의 몇 달짜리 처방이나 낯선 자영업의 길로는 해결해 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혜택을 받기 어려운 사회보험보다, 기본소득과, 의료, 복지, 임대주택 등 실질적인 사회서비스의 강화가 미래의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가령 비교적 간단한 수술인 복강경 담낭 절제술조차 보험이 안 되는 항목이 적지 않아 저소득층은 물론 극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속수무책이 될 수 있습니다. 얼마전 조유나양 가족 사망 사건 같은 가족동반자살 사건은 누구나 복기해 볼 만합니다. 아울러 국가는 국민의 죽음을 뒤처리 하는 정도의 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에서 멈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의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OST가 돋보이는데, 드뷔시의 피아노곡 달빛은 영화의 완성도에 크게 기여합니다. 이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 화니와 알렉산더의 아기 탄생을 축하하는 파티처럼 조용히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피아노를 치는 켄지를 따듯하게 지켜봅니다. 이는 해체된 가족관계가 다시 치유되고 복원됨을 의미합니다. 앞서 인간합격, 거대한 환영, 밝은 미래 같은 드라마를 선보인 바 있으나 이 작품에서 비로소 성공합니다.
* 현대일본사회에 관한 데이터베이스
현대일본사회론(일본사회 개론), 정현숙
포스트전후사회(사회경제사), 요시미 순야
격차사회(사회비평), 다치바나 도시아키
헤이세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사회경제사), 요시미 순야
쥬바쿠(영화), 하라다 마사토: 1990년대 일본 금융산업의 부정부패를 다룸.
한자와 나오키(소설, TV드라마), 이케이도 준: 버블경제 이후를 배경으로 은행업계 내부에서 벌어지는 개인과 조직사회의 대결을 다룸.
하늘을 나는 타이어(소설, 영화), 이케이도 준: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악전고투하는 중소기업의 실상을 다룸.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사회비평), 강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