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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레 망다랭 1~2 - 전2권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송이 옮김 / 현암사 / 2020년 8월
평점 :
레 망다랭을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까? 사전을 찾아보면
les mandarins..특권적 지식인들, 문화인들 (경멸적인), 고급관리들
우리말로는? 책 제목으로는? 지식인들? 먹물들?
시몬 드 보부아르에게 1954년 공쿠르 상을 수여한 “레 망다랭”. 발표된 지 70여년에 가까운 작품이다. 1944년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전쟁 당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며
신문 레스푸아 창간, 운영하는 소설가인 앙리와 영향력있는 좌파 단체의 지도자 뒤브뢰유의 정신과 의사인 아내 안.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당시 혼란스러운 사회, 정치 상황에서 고민하는 수많은 지식인들의 표상을 그린 작품이다. 개인의 행복과 신념 사이에서 고민하는 앙리와, 명망있는 남편의 후광뒤에서 본인도 적극적인 사회 활동을 하고 있지만 두번째 사랑에 목말라 하는 중년의 안을 통해, 섬세하게 사람은 무엇으로, 무엇때문에 사는가에 대한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세계 제 2차 대전은 끝났지만, 독일 연합군에 대항하기 위해 연합했던 공산당과 사회주의 등 각 이념 단체들은, 본격적으로 드러난 미,소의 갈등 구조에서 갈팡질팡한다. 미국 자본주의의 폐해를 비판하며, 이상적 사회를 꿈꾼 지식인들은 소련의 등장을 반가워한다. 그러나, 소련내 강제 수용소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그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강제 수용소의 존재를 비판하면, 자연스럽게 반공주의의 편에 서게된다는 딜레마.
한때는 소련을 이상적인 유토피아로 여겼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 적어도, 이상적인 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여기기도 했고. 이 소설은, 미국이 대표하는 천민 자본주의에 대한 반발, 프랑스의 어중간한 빛바랜 사상적 리더로서의 위치를 자각하는 지식인들의 무기력한 발버둥 등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 말미에 결국 미국에도 매카시즘으로 향하는 암울한 기운이 드리운다. 스탈린 주의냐 매카시즘이냐...
소설에서 말하는 이 시기가, 불과 100년도 안 된 과거라는 것이 참으로 이상하게 느껴진다. 최근 우리나라. 그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 그렇다면 저쪽이냐 라고 바로 나오는 대응들. 우리에겐 왜 두가지 선택밖에 없는가? 두 노선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으면, 침묵하라...인가?
소설을 읽으면서, 당시 내노라하던 유명인들이 언듯 떠올랐는데,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알베르 카뮈, 폴 사르트르, 미국 작가 넬스 올그런(보부아르의 연인), 영국작가 아서 쾨슬러 등의 흔적이 발견되어 이 작품을 모델 소설 또는 자전적 소설이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