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넌 도일 - 셜록 홈스를 창조한 추리소설의 선구자 클래식 클라우드 20
이다혜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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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출판사의 클래식 클라우드 20번째 책은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작가 코넌 도일에 대한 책이다. 영화, 여성, 여행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에세이스트이며 씨네21기자인 이 다혜가 쓴 책. 클클에서 시도한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만났었는데(보고 듣고 채팅으로 질문하고, 후기 올려서 커피 쿠폰도 받았다..ㅎㅎ), 추리소설 몇 권을 추천해주었다. 바스커빌가문의 개 등 셜록 홈즈 시리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우부메의 여름..망량의 상자(교고쿠 나쓰히코)/ 박연선—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마르틴 베크 시리즈/ 찬호께이..13.67
읽은 것도 있고 아직 읽지 않은 것도 있고. 그래서 메모해 놓음.

코넌 도일은, 어려운 형편에도 어머니의 헌신으로 교육을 많이 받았고, 어릴 때부터 다독가였고(코넌 도일 때문에 도서관위원회에서 하루에 3권으로 대출을 제한하는 규칙을 만들었다고!), 잘나가지 못한 의사였기 때문에 쉬는 시간에 창작에 매달렸고, 매사에 열정적이고 모험가였고( 그래서 나중에는 심령학에 심취한..불가능한 것을 배제하고 남는 것이 진실이라는 좌우명때문에!), 어찌보면 창작물이 작가보다 더 유명해진 행복한(또는 불행한?) 작가였다. 홈즈때문에 다른 활동이 불가능해져서 죽여버리기로 마음 먹게 된. 코넌 도일의 추리소설로 인해, 증거에 입각한 사건 해결등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추리소설 뿐 아니라, (괜찮은) 역사 소설도 썼다.

이 책은 코넌 도일과 관련된 장소뿐 아니라, 셜록 홈즈가 활동한 장소도 안내하고 있다. 홈즈 박물관(가상의 주소 베이커스트리트 221B번지)부터 런던의 거리, 바스커빌 가문의 개 배경이 되는 다트무어 등. 책을 읽다보니 영상물에서 접한 장면들이 자꾸 떠오른다. 배네딕트 컴버배치의 셜록 홈즈가 가장 최근, 인상깊었기때문에 더 많이 연상되고. 그러고보니 영상물을 잘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저절로 깨닫게 된다. 또한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 필요성도.

작년 유럽 방문때, 런던에서 1주일간 체류할까하고 일정을 짰었는데, 결국은 파리 이곳 저곳을 자세히 둘러보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다음 유럽 방문때는 기필코 영국을 가겠노라고 다짐했었는데, 언제나 가능하게 될지 모르겠다. 무료 입장이라는 여러 미술관은 기본이고, 셜록 홈즈 시리즈와 해리포터 시리즈 중 어느 여정을 따르게 될 지..물론, 양쪽 다 보고 오고싶긴 하지만.

책으로 하는 여행. 역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컨셉을 제대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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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회랑 : 국가, 사회 그리고 자유의 운명
대런 애쓰모글루 외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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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 공저 “좁은 회랑”을 읽다. ‘좁은 회랑’이란 무엇일까? 
국가의 힘이 너무 강하면 독재로 고통받고, 반대로 사회가 너무 강하면 무질서로 혼란을 겪는다. 저자들은 국가와 사회가 힘의 균형을 이루는 공간을 ‘좁은 회랑’으로 지칭하는데, 시민이 자유를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국가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좁은 회랑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국가와 사회가 서로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다양한 국가들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면서, 국가가 회랑 안으로 들어가거나 튕겨져 나오는 원인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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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홉스는 ‘사회계약론’에서 개인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권력을 위임한 ‘리바이어던’이라고 하는 개념을 차용해 국가 형태를 소개했다. 이 책은 ‘리바이어던’ 개념을 가져오면서 홉스가 주장한 개념의 한계를 설명한다. 홉스의 주장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고, 힘은 곧 정의가 아니었고, 권력은 자유를 향해 나아가지 않았다.
여러 국가 형태를 분석해보면 대략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독일 제 3제국, 공산당 치하의 중국등은 일방적인 강압 통치로 시민들이 고통을 받았고(독재적 리바이어던), 무국가 사회는 ‘규범의 우리’로 국가 권력 대신 관습등으로 구성원을 억제한다 ( 부재의 리바이어던-티브족). 그리고 영국과 미국등은 시민의식이 발달하여 독재정권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국가를 견제하는 사회이다(족쇄 찬 리바이어던).

사회가 국가에 채우는 족쇄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저자들은 선거가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보았다. 선거는 사실상, 시민 저항의 결과로 쟁취한 것으로 사회 결집과 정치 참여 행위이다. 모든 나라가 일률적이지는 않지만, 선거민주주의제가 실시중인 나라는 선거를 통해 국가 권력을 견제하고 좁은 회랑이 들어갈 확률이 높았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독재적 리바이어던이 국가 주도로 급속한 산업 발달을 유도할 수 있었으나, 개개인의 창의성, 생산성을 도출해내는데는 실패했다. 또한 불평등이 심했다(예를 들면 중국). 한국은 과거 국가 주도로 급속한 경제 발달을 이루었고(중국처럼), 지금은 민주화의 결과 국가 권력에 대한 사회의 견제도 강하나, 아직도 불평등은 심하다고 볼 수 있다. 유럽은 끊임없는 시민 저항으로 사회의 견제가 강하고 그 결과 스웨덴에서는 사회민주주의가 출현한다. 미국은 연방국가라는 한계로 좁은 회랑속에 속한 나라이긴 하나, 인종 차별, 공공서비스까지 민관 협력, 친기업적인 성향 등으로 불평등이 매우 심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촛불 혁명, 이른바 광장 민주주의로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이루었다. 또한 청와대 청원, 인터넷 뉴스 게시판 등을 이용한 개개인의 의견 개진이 자유로운 편이다. 즉 사회의 견제력이 강한 편인데, 사실 이러한 과정은 사실 국회가 나서서 해야할 일이다. 그러나 과연 국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현재의 양당제(소수정당도 있지만)는 당 대 당의 다툼으로 속해있는 의원들을 단순 거수기로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매번 선거때마다 지역구가 과연 필요한가 의문을 갖게 한다. 또한 또다른 이익집단이 되어버린 사회단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코로나 19감염증 사태로 전세계가 팬데믹 상황이고, 각 나라마다 대응하는 방식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강력한 국가 개입으로 미국, 유럽등에 비해 상황은 안정된 편이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잠시 접어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국가 권력이 이 상황을 이용하는 경우가 우려된다. 그 제한선을 잡기가 참 어렵다. 전쟁중에 장수를 바꾸는 것은 아니라는 속담처럼, 일단,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나서,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이 그 기능을 충실히 해야할 것이다.
즉, 국회부터 언론, 사회 단체등 각 사회 기관이 각 영역에서 제 기능을 할 때 국가권력에 족쇄를 채울 수 있는것이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완전하지 않고, 레드퀸처럼 끊임없이 견제하며 달려가야한다.

축약본이지만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회가 국가에 채우는 족쇄는 어떤 방법으로 가능할까.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을까? 국가의 시장 경제 개입은 어느 정도까지가 좋을까? 오늘날 시민의 역할은 무엇일까?
최근 의사 파업사태까지 지켜보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대화가 부족한지 절감한다. 무엇이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설명하고 설득하고 최선의 결과물을 도출해내야 하는데 처음부터 네 편 , 내 편으로 나누어 일방으로 밀고 간다. 토론은 투쟁이 아니다. 작년엔가 난민문제로 며칠 간 밤샘 토론하고 최종안을 이끌어냈다는 유럽의 정치인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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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없는 여자들
조지 기싱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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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손 꼽은 조지 기싱의 걸작, “짝없는 여자들(The Odd Women)”을 국내 첫 번역 출간으로 만났다. 이 소설은 19세기 중후반 활발했던 여성해방운동과 신여성의 등장을 배경으로 한 사실주의 소설이며 역사를 통틀어 여성의 지적 발달을 억압해 온 가부장적 사회체제를 비판하며 남성이 이상화한 유약하고 순종적인 여성의 이미지가 아닌 강하고 독립적이며 지성적인 인격체를 지향한 용감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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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든 자매(앨리스, 버지니아, 모니카)는 의사인 아버지가 사고로 죽자, 각자 말벗,가정교사, 판매원 등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릴 때 알았던 로더와 다시 연락이 닿았는데, 로더는 미스 바풋과 함께 여성의 자립을 위한 교육에 몰두하고 있다. 당시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사무원, 약사 같은 직업들이 차츰 여성에게도 열리고 있는 상황. 매든 자매는 자립적인 여성 교육에 매료되면서도 막내의 결혼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다. 매든가의 막내인 모니카는 사무원 교육을 받다가 연상 위도우선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한편 미스 바풋은 여성의 독립을 바라면서도 기존의 사회 인습과 절충하는 태도를 가지고, 로더는 결혼을 타파해야할 인습으로 본다. 미스 바풋의 사촌 에버라드는 과거 스캔들로 바람둥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데, 자유로운 사상의 소유자다. 그는 로더에게 관심을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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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결혼을 택한 모니카와 자기 주장이 강한 로더, 두 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당시 영국 사회를 투영한다. 소설 중에 계속 등장하는 존 러스킨의 사상은 (여성의 영역은 가정이며, 상냥하고 현명한 안주인이 여성의 본분이다라고 주장) 지금도 보수적인 가정에서 계속 자손들에게 주입하는 내용이다. 아무리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해도, 저런 사상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많고, 아니라고 반기를 드는 경우는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같이 유교 사상이 절대적인 사회에서는 더 굳건하다.
로더는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혀 같은 여성조차 무시하나,단호하고 행동적인 로더 같은 여성들로 인해 이 사회가 변화해 왔다. 지금 21세기에도,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자기 목소리를 내는 많은 여성들은 그 독립성으로 인해,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나홀로 투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리천정이 아직도 여전히 두껍게 내려누르고 있다.
부모님과 사회에 순응해서 결혼 제도에 뛰어들어 평생을 살아온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찔렸다. 나의 딸은 부디, 윗세대가 만들어 놓은 인습에서 자유로워지길. 그 자유를 위해 진정 ‘단단해’지길. 여성을 자유로운 한 인격체로 보는 사람을 찾아내는 눈을 기르길. 물론 내 아들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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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92> 여자들더러 꼭 결혼을 해야겠으면 나중에 하라고 해요. 어쨌든 그들이 결혼을 현실적으로 직시하고 자기들의 구혼자를 똑바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선생님이 길러주신 다음에요. 결혼이란 지성의 결합이지, 경제적 지원이나 그보다 더 천박한 무언가를 위한 게 아니라고 가르치셨을 거예요.
p209>우리는 스스로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영역에 활발히 일하는 새로운 부류의 여성이 존재해야 합니다.바깥에서는 새로운 일꾼이자 안에서는 새로운 가장입니다. 우리가 유지해야 할 옛 미덕은 많으나 우리는 여태 남성에게만 적합하다고 간주되었던 여러 미덕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p252> 집안일을 끝내고 나면 나도 당신만큼 자유로워야 해요. 그리고 에드먼드, 사랑이 진실하게 남으려면 먼저 자유로워야한다고 난 굳게 믿어요.
p310>당신이 나를 노예가 아닌 자유로운 동반자로 여기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을거예요. 당신이 그렇게 하지 못하면 우리는 애초에 만나지 않았기를 바라게 될 것이고, 결국 우리는 함께 살 수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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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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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트릭의 모든 것
니타도리 케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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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에는 ‘트릭’이란 것이 존재한다. 알고보니 범인이 쌍둥이라던가, 얼음으로 칼을 만들던가. 등등. 이 소설은, 작가가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트릭을 몇 가지 설명해 주면서 자신의 소설에는 , ‘서술트릭을 사용하고 있다’고 먼저 밝히고 있다.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독자에게 던지는 도전장’에서, 여러가지 힌트를 던져놓는데 (더구나 중요한 힌트는 굵은 글씨로!), 총 여섯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앞선 힌트가 머리 속에 남아있긴 하나, 집중이 조금만 느슨해지면 놓친다.
책 띠지에 쓰여진 “주의! 모든 단편에 서술 트릭에 포함되어 있으니 찬찬히 곱씹으며 읽어보시길 바랍니다.”라는 문구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또, 띠지를 열거나, 위로 올려도 표지 그림이 달라진다.

사건 내용도 추리 소설이라하면 늘 나오는 무자비한 살인 사건이 아니고, 소소한 사건 일색이다. 이런 사건에도 추리가 필요하네 싶은. 살인 사건도 한 건 있긴 하다.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사건을, 작가의 유모어 넘치는 문장에 키득거리면서 따라가다보면, 우리의 일상도 이런 소소한 추리가 접목될 수 있겠구나 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추리소설 마니아답게 소설 속 사건을 어느정도 추리할 수는 있었다. 이건 뭔가 이상한데? 했는데 그거 였음. 그리고 작가가 알고 있던 단서를 알았다면 확실하게 풀 수 있었다고 주장함....(하!하!하!) 여섯 편의 단편 소설 중, 특히 ‘등을 맞댄 연인’이 재미있었다. 시작하는 연인의 스토리가 있어서, 옛 추억에 잠김.
코로나 블루 시대, 더구나 태풍이 연이어 올라오는 으스스한 시절, 가벼운 추리소설로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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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는 여자들 - 도시에서 거닐고 전복하고 창조한 여성 예술가들을 만나다
로런 엘킨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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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런 엘킨은 미국 뉴욕 출신으로, 현재는 프랑스 시민권을 얻어서 파리와 리버풀 (그리고 아마도 뉴욕도)을 오가며 살고 있다.
이 책은 문학 비평가인 그녀가 뉴욕에서 파리로 이주하고, 글을 쓰기 위해 베네치아에 머물고, 남자친구를 따라서 일본 도쿄로 가고, 그간의 여정을 따라서 느꼈던 도시 산보자의 느낌을, 앞서 도시를 걸으며 표현의 자유를 쟁취해 냈던 여성 예술가들의 횡보를 추적하면서 쓴 책이다. 선구자들의 횡보는 저자 로런 엘킨의 자아찾기와도 이어진다.
앞선 여성 예술가들이 도시를 걷기 시작할 무렵은, 여성이 혼자 거리를 걷는 자유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샤프롱과 함께야만 거리로 나올 수 있었다. 물론 그 당시에도 노동 계급에 있던 여자들은 거리에 나왔다. 판매원으로도 일하고, 심부름도 했고, 더러는 성매매자로도 일했다. 그들은 거리를 자유롭게 걸어다닌 것은 아니었다. 반면 남자들은 자유로웠다. 이 책의 원제는 ‘플라뇌즈’, 도시를 자유롭게 걸어다니며 관찰하는 산보자를 칭하는 플라뇌르의 여성형으로 작가가 만든 신조어라 한다. 사전에는 아직 등재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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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각 도시를 걸어다니며 발로 쓰는 지형도를 그리며, 골목 골목을 보고 냄새 맡으며, 도시에 대해 쓰고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진을 찍고 영화를 만들고 등등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도시와 어울렸던 여자들을 만난다. (p28)진 리스, 버지니아 울프, 소피 칼, 조르주 상드,아녜스 바르다, 마사 겔흔 등이 그 주인공이다. 로런 엘킨이 도시를 걸으며 그녀들을 만나면서 들려주고 보여주는 글, 영화 등을 독자인 우리도 함께 읽고 보며, 앞선 여성 예술가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자신이 발견하고 말하고 싶어한 것을 표현할 자유를 투쟁하며 얻었는지, 아니 가졌는지 알게된다.
이 책은 단순히 공간을 되찾으려 하는데 그치지 않고 억눌린 지성과 문화의 역사를 되찾는다. 걸어다니는 여성의 이미지를 재정의하고 남성의 시건을 전복할 방법을 찾는다. (파이넨셜 타임스) 공간뿐 아니라 시대를 가로지르며, 여성 산보자들은 정처없이 떠돌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색을 통해 자기가 관찰한 삶에 질문을 던지고 도전하며 새로이 만든다.(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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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되지 않지만, 자유 여행으로 여러 도시를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고 방문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가능한 많은 것을 눈에 담아오기 급급했다. 최근 유행했던 한달 살기 프로젝트라면 조금은 더 그 지역을 경험하고 체화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작가가 방문한 도시 중 내가 경험한 도시는 그 묘사 속에서 바로 추억속에 풍덩 뛰어들게 한다. 비록 문화 소비자에 불과한 나이지만,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다시 그 도시들을 방문할 기회가 온다면, 다시금 여유롭게 걸으면서 그 도시를 냄새 맡고 체험하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이전보다는 더 세밀하게 관찰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외국의 도시뿐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 서울도 곳곳을 다시 체험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인식하고 도전해야겠지. 그 경계는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도 된다. 인생의 후반부를 달려가는 지금 이 시점에도, 여전히 인적없는 어두운 밤길은 선뜻 내딛기가 어렵다. 여행중에서도 해가 지면 숙소로 가능한한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곤 했다. 걷는다는 것이 이렇게 여자들에게 용기를 가져야하는 것인지? 이 책은 걷기 예찬으로 시작하면서, 여성들의 걸을 자유, 생각의 자유, 행동의 자유를 이야기한다.
이 책은 읽다보면 나서고 싶게 한다. 나는 걷기를 좋아한다. 멀리 외출하기가 힘든 요즘, 동네에서라도 하루 1시간 걷기를 생활화 하고 있다. 그래서 개인 블로그의 타이틀도 미앤더링(meandering)이라고지었다.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정처없이 걷는다는 의미로. 블로그에서는 정신적인 걷기 의미가 더 크지만. 추천한다.

책 속으로//

p42> 걷기는 발로 지도를 그리는 일이다...걸어서 돌아다님으로써 도시를 잘 알게되었다는 데에서 오는 작은 기쁨이 있다..
나는 걷기가 어떤 면에서 읽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걷는다. 걷기를 통해 나와 무관한 삶을 엿보고 대화를 엿듣고 비법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거리에서는 혼자가 아니다. 도시에서는 산 자와 죽은 자가 나란히 걷는다.

p421> 공간은 중립적이지 않다. 공간은 페미니즘의 이슈 가운데 하나다.....테헤란이든 뉴욕이든, 멜번이든 뭄바이든, 여자는 여전히 남자와 같은 방식으로 걸을 수 없다...도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로 이루어져 있다. 누가 어디에 갈 수 있을 지 경계를 표시하는, 형태가 없는 관습의 문이 있다....보이지 않는 가치가 우리가 도시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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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으로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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