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걸작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김호영 옮김 / 녹색광선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지의걸작 #오노레드발자크 #김호영 옮김  #녹색광선 #서평 #북리뷰 #독서기록 

‘오노레 드 발자크‘는 워낙 유명한 작가인데, 작가 이름만 익숙하지 정작 무슨 작품을 읽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고리오 영감‘도 줄거리를 보면 오래 전에 본 것 같기도 하고..읽었다해도 아마도 40년은 족히 넘었을터.ㅎ

초록색 표지로 개성있게 꾸며진 ‘미지의 걸작‘에는 발자크의 소설 ‘영생의 묘약‘ 과 ‘미지의 걸작‘이 실려있다. ‘영생의 묘약‘은 카사노바 돈 후안의 일대기를 비틀어서 묘사했고 (흔히 알려진 석상과의 저녁 식사 후 지옥으로 끌려내려가는 결말이 아닌, 그보다 더 그로테스크한 ), ‘미지의 걸작‘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에 근거한, 생명을 가진 여인의 그림을 그리고자했던 프렌호프의 이야기를 그렸다. 와우. 읽는 내내 그저 감탄에 감탄을. 프렌호프의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발자크가 가진 심미안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책 앞 뒤에 발자크 및 작품 해설이 담겨있는데, 아주 유용하다. 미지의 걸작을 출간한 당시 서른두 살이었던 소설가가 문학이 아닌 회화에서 이렇듯 깊은 소회를 가지고 있었던 것에 그저 입이 딱 벌어진다. ‘문자로 묘사된 최초의 추상화‘, ‘추상회화의 문학적 기원‘이란 평가에 물론 공감하고, ‘절대 회화‘, ‘살아있는 그림‘이라는 인류의 오래된 꿈을 다룬 독특한 상상이 정말 즐거웠다. 이 소설을 각색하여 만들어진 자크 리베트 감독의 영화 ‘누드 모델‘의 소개도 넘 좋았다.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을 사놓기만 했는데, 얼른 읽어봐야겠다. 발자크에 대해 진짜 몰랐다는 생각이 들어서.

깔맞춤하느라 사 놓은 녹색광선 출판사의 책. 이로써 현재까지 출간된 책은 다 읽었네.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보라 - 눈보라 휘몰아치는 밤, 뒤바뀐 사랑의 운명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심지은 옮김 / 녹색광선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보라 #알렉산드르푸시킨 #심지은 옮김 #녹색광선


깔맞춤하느라 사 놓은 녹색광선 책 중 안읽은 푸시킨의 ‘눈보라‘를 꺼내 읽다.
예전에 어디선가 읽었던 느낌의 책. 니콜라이 고골의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와 비슷한 분위기다. 푸시킨이 유모로부터 들은 러시아 설화가 바탕이 되어서 그런 듯.
전반적으로 코믹하면서 해피엔딩이라 편하게 읽을 수 있다.
푸시킨이 벨킨이라는 별칭으로 쓴 다섯 편의 소설과 고 벨킨 이야기(푸시킨이 쓴 편집자의 이야기.ㅎㅎ) 가 실려있는데, 그 중 표제 소설인 ‘눈보라‘ 가 가장 재미있었다. 눈보라때문에 어긋난 사랑이라니. 그 발상이 넘 재밌다. 나름 교훈도 있고.
그런데.
사실 그가 쓴 소설보다, 그의 일생이 더 소설같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드라이프 마인드 - 나이듦의 문학과 예술
벤 허친슨 지음, 김희상 옮김 / 청미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드라이프마인드 #벤허친슨 #김희상 옮김 #청미 #서평 #북리뷰 #독서기록

슬슬,, 책 읽고 후기 남기는 게 귀찮아진다. 하지만, 애초에 후기 쓰기 시작한 것이 읽고난 후의 망각으로 뭘 읽었는지, 내용이 무엇인지 기억이 안나서, 읽고 또 읽고, 사고 또 사는 행태를 조금이라도 줄이기위한 것이었으니.

이렇게 보니 이 책은 내 나이 또래를 위한 - 나는 이제 노년으로 들어가는 중이지만- 책이다. ‘나이듦의 문학과 예술‘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문학(사)을 토대로, ‘중년‘이 우리 인생에 가지는 의미를 찾는 책이다. 즉, 중년의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중년‘이란 표현은 1895년 사전에 등장하고, ‘중년위기‘는 1960년대에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처음 사전에 등장할 때, 중년은 ‘젊음과 노년 사이의 인생 부분‘이라고 정의되었다. 인생은 39세 전후를 최고의 정점으로, 이후 사그러지는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육체적으로 그 의미는 맞다고 저자는 말한다. 창의력을 보았을 때, 대부분의 걸작이 39세 이전에 창작되었고(문학 뿐 아니라 학술, 예술 전반에 걸쳐) 그 이후는 판단력이 깊어졌다. 그러나.

‘중년은 단테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몽테뉴처럼 새롭게 발견한 겸손을 키울 수 있음을, 세익스피어처럼 우리의 실존이 가지는 희비극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음을 느낀다. 중년은 괴테처럼 1년 정도 휴식을 가져볼 수 있음을, 빅토리아 시대의 작가들처럼 나이먹음을 좀 더 사실적으로 보는 관점을 얻을 수 있음을, 엘리엇처럼 오나전히 새롭게 정비한 믿음으로 전향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시몬 드 보부아르처럼 갱년기가 사실은 해방일 수 있음을, 그리고 중년이 사실은 새천년을 맞아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요컨대 이 책을 쓰면서 얻은 깨달음은, 중년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점이다.˝(p452 에필로그에서)

산의 정상에 오르면 내려가야하는 일만 남았듯, 중년은 인생의 정점에서 죽음을 향해 살아가는 시기이다. 이렇게 보면 정말 슬픈데, 수명이 길어지면서 중년을 어떻게 보내야하는지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나로 말하자면, 보부아르가 느낀 바로 그 점, 갱년기가 나에게는 해방이었다. 이 갱년기는 생리적 현상에 국한되지 않는다.사회가 요구하던 여자로서 삶의 일정부분에서 감내해야했던 족쇄가 이 시기를 통해 느슨해졌고, 나는 보다 용감해졌고 강해졌고 자유로워졌다. 여전히 내가 해야할 의무는 있지만 이젠 나 스스로 내가 주인이 되어 결정한다. 같은 일이라도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지금껏 책을 읽으며 작가들의 중년 위기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에서 희곡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이 가진 성찰을 통해 같은 인간으로 살아가는 동류의식을 느낀다. 중년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으며 공감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지음, 윤진 옮김 / 엘리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들의가장은밀한기억 #모하메드음부가르사르 #윤진 옮김 #엘리 #소설

2021년 공쿠르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그리고 평도 좋아서) 읽어봄.
이런 책을 읽고 나면, ‘나도 뭔가 써볼까‘ 했던 마음이 싹 사라진다. 넘, 사. 벽.
요즘 프랑스 문학계는 프랑스령 작가들에게 점령당한(??) 느낌이다. 유럽 중심의 사고에서 아프리카 등 세계로 확대되고 다양해져서, 소설을 읽으며 계속 충격을 받는다.

이 책은 모든(?) 작가들의 ‘절대적인 책‘ 한 권을 쓰고자 하는 꿈이 반영된 소설이다. 작가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는 실존 인물 얌보 우올로구엠을 모델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이러한 방대한 책을 써냈다. ˝만들어진 모든 것을 파괴하게 될 절대의 책은 이 땅에 만들어진 모든 것을 담아내는 책이었다. ˝

작가 스스로 칠레작가 로베르토 볼라뇨의 ‘야만스러운 탐정들‘이 자신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고백했다고. (읽었는데..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동안 제법 책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나 편협한 독서였는지, 제3세계를 다룬 작가들을 만나면 항상 오그라든다.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풍수전쟁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풍수전쟁 #김진명 #이타 #소설 #도서제공

김진명 작가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알게 된, 역사에 기반한 소설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이 책 또한 제목에서  청와대에 관련된 풍수 논란이 연상되어 매우 궁금했었다.  소감을 미리 말하자면,  ‘철령위‘에 대한 역사적 호기심을 불러왔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좀 실망이다. 풍수를 이용한 한일 대립, 인구소멸이라는 굵직한 소재로 쓴 작품치고, 너무 가볍게 건드렸다는 느낌이 있다. 호르록 쉽게 읽어낼 수 있는 단행본 소설인데(글자 사이즈도 크다), 분량을 늘려 보다 깊숙히 다루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제 치하 때 일본이 조선의 기를 꺾으려고, 한반도 여기 저기에 대못을 박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이 소설도 그 소문의 연장으로, 실제로 땅에 못을 박는 설정이 아니라, 역사를 왜곡해서, 한국인에게  부정적이고 위축된 마음을 갖게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부흥을 방해한다는 스토리로 진행된다.  물론 그 과정에, 한국에 적대적인 인물도 등장하지만, 반면 과거사를 반성하고 한일이 함께 나아가자는 소신을 가진 인물도 등장한다. 또한 인구소멸에 대한 대책도 생각해 볼 만하다.

다만, 소설을 읽다보니, 작가의 정치적 견해가 (물론 반영될 수 밖에 없겠지만) 드러나는 것 같아 좀 우려된다. 다들 주지하다시피, 현재 우리나라는 독자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모든 것이 좌우되는 현실이라.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는데, 물론 각자의 견해에 따라 그 해결책도 조금씩을 다르겠지만,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싸우고 비판해가며 방향을 잡고 결론을 도출해 낼 수는 없는 것인지 참 안타깝다. 이 소설에 대한 평가도 그에 따라 달라지겠지.

교보 보라의 도서증정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 받아 읽었습니다.

--
순리가 흐르면 화해를 하고 어깨동무를 하여 함께 누리고, 흐름이 막히면 도와 역경을 함께 넘고, 그리 기를 다스려야 만민이 함께 복을 누림을 어째서 모르느냐. p2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