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라이프 마인드 - 나이듦의 문학과 예술
벤 허친슨 지음, 김희상 옮김 / 청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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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책 읽고 후기 남기는 게 귀찮아진다. 하지만, 애초에 후기 쓰기 시작한 것이 읽고난 후의 망각으로 뭘 읽었는지, 내용이 무엇인지 기억이 안나서, 읽고 또 읽고, 사고 또 사는 행태를 조금이라도 줄이기위한 것이었으니.

이렇게 보니 이 책은 내 나이 또래를 위한 - 나는 이제 노년으로 들어가는 중이지만- 책이다. ‘나이듦의 문학과 예술‘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문학(사)을 토대로, ‘중년‘이 우리 인생에 가지는 의미를 찾는 책이다. 즉, 중년의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중년‘이란 표현은 1895년 사전에 등장하고, ‘중년위기‘는 1960년대에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처음 사전에 등장할 때, 중년은 ‘젊음과 노년 사이의 인생 부분‘이라고 정의되었다. 인생은 39세 전후를 최고의 정점으로, 이후 사그러지는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육체적으로 그 의미는 맞다고 저자는 말한다. 창의력을 보았을 때, 대부분의 걸작이 39세 이전에 창작되었고(문학 뿐 아니라 학술, 예술 전반에 걸쳐) 그 이후는 판단력이 깊어졌다. 그러나.

‘중년은 단테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몽테뉴처럼 새롭게 발견한 겸손을 키울 수 있음을, 세익스피어처럼 우리의 실존이 가지는 희비극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음을 느낀다. 중년은 괴테처럼 1년 정도 휴식을 가져볼 수 있음을, 빅토리아 시대의 작가들처럼 나이먹음을 좀 더 사실적으로 보는 관점을 얻을 수 있음을, 엘리엇처럼 오나전히 새롭게 정비한 믿음으로 전향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시몬 드 보부아르처럼 갱년기가 사실은 해방일 수 있음을, 그리고 중년이 사실은 새천년을 맞아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요컨대 이 책을 쓰면서 얻은 깨달음은, 중년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점이다.˝(p452 에필로그에서)

산의 정상에 오르면 내려가야하는 일만 남았듯, 중년은 인생의 정점에서 죽음을 향해 살아가는 시기이다. 이렇게 보면 정말 슬픈데, 수명이 길어지면서 중년을 어떻게 보내야하는지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나로 말하자면, 보부아르가 느낀 바로 그 점, 갱년기가 나에게는 해방이었다. 이 갱년기는 생리적 현상에 국한되지 않는다.사회가 요구하던 여자로서 삶의 일정부분에서 감내해야했던 족쇄가 이 시기를 통해 느슨해졌고, 나는 보다 용감해졌고 강해졌고 자유로워졌다. 여전히 내가 해야할 의무는 있지만 이젠 나 스스로 내가 주인이 되어 결정한다. 같은 일이라도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지금껏 책을 읽으며 작가들의 중년 위기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에서 희곡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이 가진 성찰을 통해 같은 인간으로 살아가는 동류의식을 느낀다. 중년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으며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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