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엘리자베스 하드윅 지음, 임슬애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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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못드는밤 #엘리자베스하드윅 #임슬애 옮김 #코호북스 #소설

어쩌다보니 1인출판사 코호북스의 출판물 모두를 가지고 있다. 코호북스는 구원 님이 혼자 책을 선택하고, 번역해서 출판해 낸다. 첫번째 책의 서평단이 된 인연으로, 더러는 선물 받고, 더러는 구매해서 읽는데, 나로서는 생소한 작가들을 소개해 주어 새로운 안내를 받는 즐거움이 크다. 최근 출간한  책 ‘잠 못 드는 밤‘의 저자 엘리자베스 하드윅도 처음 듣는 이름. 그런데, 소갯말을 보니 미국에서는 유명한, 수전 손택 등이 선망한 작가들의 작가라고.  그런데 책을 읽으려보니 역자가 다르다. 출판사의 새로운 시도인가. 암튼.

이 책은 에세이인 듯 싶었는데, 에세이, 산문시 형식을 띈 소설이라고 한다.
문장이 이어지다가 단어가 나열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작가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진행된다. 주인공 나는, 저자 엘리자베스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자전적인 부분도 있다고.

˝지금은 6월이다. 당분간 무엇을 하며 살지 정했다. 바뀌어버린, 심지어 뒤틀려버린 기억을 과제로 삼아 이 삶을, 지금 살고 있는 삶을 계속 살아갈 생각이다. (p7)˝라고 시작하는 소설. 이 문장처럼, 이 소설은 주인공의 삶의 편린을, 그의 기억과 주변 사람들, 살았던 장소를 언급하며 잔잔히 펼쳐나간다.
˝무엇이 떠오르는지, 떠오르는 척해야 할 지 알 수만 있다면, 결정할 것, 그러면 상실의 심연에서 원하는 것이 떠오를 터이다. 선반에서 캔을 꺼내듯 꺼내면 된다.(p7)˝

사람의 일생은 어떻게 묘사될까? 어떻게 인지될까? 그 사람이 어울린 사람들? 살아왔던 장소? 태어나서 한번도 다른 곳으로 이주하지 않았던 사람은, 그 장소만으로도 독특한 인상으로 그 사람을 설명한다. 부나비처럼 계속 장소를 바꾼 사람은 단지 이사가 잦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다른 사람들과 구별된다.

엘리자베스 하드윅은 23년 간의 결혼 생활을 남편의 불륜으로 마감하고, (그때 나는 ‘우리‘였다.이 표현 왜 이리 아픈지.)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처럼 주인공에 기대어 자신의 생을 비춰보며 이야기한다. 그의 생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가족, 친구, 도우미, 그리고 거리에서 마주쳤던 사람들. 인연이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손끝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던가. 마주한 시간이 찰나라도 그 기억이 깊으면 그 인연은 그냥 단지 스쳐간 것만은 아닐터이다.

소설을 읽는 시간이 나의 지난 삶을 반추하는 시간이 되었다. 두서없이 튀어 나오는 기억들, 추억들, 사람들. 나의 생은 어떻게 설명될까?
˝때때로 나는 수많은 사람이 쥐고 있는 내 삶의 어휘집이, 사실관계의 색인이 끔찍하다. 다들 여벌의 쌍안경처럼 꼭 쥐고 있다. 그러니까, 사실이 내 기억을 방해한다는 뜻이다. (p186)˝
기억은 항상 왜곡된다. 기억하는 사람이 원하는대로.
하지만..

˝다 잊어버리고, 나는 아끼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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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하이딩 인 파리 - 당신이 모르고 지나친 파리의 예술 작품들
로리 짐머.마리아 크라신스키 지음, 문준영 옮김 / 혜윰터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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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하이딩인파리 #로리짐머 글 #마리아크라신스키 그림 #혜윰터 

같은 저자들의 책 ‘아트 하이딩 인 뉴욕 Art hiding in NewYork ‘ 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또 다른 책을 출간할 거라는 정보에 기다리고 있다가 혜윰터 출판사에서 텀블벅 펀딩을 하길래 참여했다. 역시 전작과 같이 유쾌한(??) 책.

파리는 시선을 어디로 돌려도 아름다운 건축물, 작품들이 즐비하다. 아니 눈 돌아갈 만큼 볼게 너무 많아서, 처음엔 자세히 들여다보다 ‘아유, 모르겠다. 그냥 눈에만 담고 오자..‘로 바뀐다. 나는 파리에 두번 방문했는데,  익숙해질만 하면 돌아와야해서 아쉬웠다. 그런데 두번이나 갔는데도, 게다가 패키지도 아니고 자유롭게 다니며, 홀로 씨티맵을 켜고 지하철도 타고 걸어 다니며 파리 시내를 누비고 다녔는데도, 이 책을 보니 몰랐던 곳, 안가본 곳이 너무너무  많다. 도대체..그 곳에 얼마나 머물러야 하는 것인지?? (하기야, 서울에 살고 있는 나는 서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박물관, 미술관이 아닌, 거리에서 찾아야할 예술품은 왜 이렇게나 많은지.
다행이 책의 뒷부분에 저자가 추천한 산책길 (탐방노선)이 있어서, 다음에 가게 되면 꼭 어느 하나는 따라 가고 싶다.

파리의 거리 예술품 중에는 지하철에 대한 것도 물론 있다. 저자는 파리 지하철이 깨끗하다고...썼는데..그저...말줄임.  (물론 뉴욕 지하철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다.) 내 경우는 파리에 처음 갔을 때, 지하철의 불편함과 거리에 방치된 개똥, 쓰레기 (보여지는 것 뿐아니라 냄새도..) 때문에 파리에 대해 가졌던 환상이 무참히 깨졌었는데....ㅋ

‘아트하이딩인뉴욕‘에서도 나는 마리아 크라신스키의 일러스트가 정감이 있긴 하지만, 안 가본 곳이라 원본 사진이 함께 올라와있으면 좋겠다고 후기를 남겼는데, 이 책에 대해서도 동일하다. 간혹 내가 기억하는 곳이 나오면 바로 떠올리지만, 모르는 곳이 너무 많아 찾느라 힘들었다.
어쨋든..언젠가의 다음 파리 방문에 필히 가지고 갈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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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스트 되는 법 - 실용지침서
미켈라 무르자 지음, 한재호 옮김 / 사월의책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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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스트되는법 #미켈라무르자 #한채호 옮김 #사월의책

언제 사 놓았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이렇게 재미난 제목의 책 ˝파시스트 되는 법˝을 쓴 저자 미켈라 무르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갑자기 머리가 띄용..하는 느낌. 선반에서 책을 찾아 읽는다. 제목이 특이해서 사놓고, 다른 책들 먼저 읽다가 잊었다. (이런 책이 많다..ㅠ)

히야..이 책. 그야말로 순시간에, 킬킬 대며 읽는다. (저자의 명복을 빕니다. 책에 담긴 유모어에 반응하는 것은 저자가 원하던 것이지요?) 파시스트의 대표국가로 언급되는 이탈리아의 작가. 그래서 더욱 저자의 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책을 읽고 나서 결론은...˝ 나..파시스트였어. ˝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너무 많고, 세비로 주는 월급이 너무 많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우리나라에 풀뿌리 민주주의가 어울려? 도의원, 시의원들 봐.  하는 것도 없으면서 으시대고 얼마나 자신들의 이권에 집착하는데. 저봐 저봐.
여나 야나 모두 말 뿐이야. 그넘이 그넘이야. 결국은 자신들의 이익에 충실할 뿐이야.
그렇다. 수없이 이런 말을, 이런 생각을 하곤 했었다.
결론은 안나고 시끄럽게 다투기만 하는 것이 꼴보기 싫어한 나는, 저자가 말하는 ‘수령‘이 나와서 알아서 조용히 우리를 다스려주기를 원했었나 보다.
나의 이런 생각은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제대로 민주적으로 행동하지 못해서 일까? 제발 그렇다고 해 주길.

민주주의는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 백인 백색이란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의견을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의 강점은,  그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실행 가능하게 만들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뒷부분에 파시스트 자가 진단법이 들어있다. 항목을 읽어나가는데 절로 진땀이 흐른다. 파시스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말이지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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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검프의 말처럼, 파시스트는 파시스트로 행동해서 파시스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파시즘의 방법론을 설명하기 위한 지침서다. ...특히 이 책은 언어에 대한 지침이다....말이 행동을 낳고 말을 통제하는 자가 행동을 통제한다. 이것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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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여름 #알베르카뮈 #장소미 옮김 #녹색광선 #에세이

올해 초, 민음사에서 나온 ‘알베르 카뮈 디 에센셜‘을 읽고, 에세이로는 처음 접한 카뮈의 글에 반했었다. ‘디 에센셜‘에는 카뮈의 대표 소설 이방인과 첫 발표작 ‘안과 겉‘, ‘결혼‘, ‘여름‘ 이 실려있다. 소설로만 접했던 카뮈에 대해 보다 심도있는 접근이 될 수 있었다.

최근 녹색광선 출판사에서 ‘결혼‘, ‘여름‘을 하늘색 단행본으로 편찬해서, ‘읽었는데..‘ 하면서도 녹색광선 출판사의 책을 다 구비하고 있던 참이라, 깔맞춤의 본능으로 주문했는데, 햐, 이렇게 따로 떼어놓고 읽는 재미도 참 좋다.

사실, 주문하고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친정엄마의 보호자로 1주일간 병원에 있게 되어서, 남편이 책을 챙겨와주기는 했지만 왠지 읽혀지지가 않았다. 왜 그런가 한참 생각했는데, 그럴 수 밖에.

첫 글로 실린 ‘티파사에서의 결혼‘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청춘을, 작열하는 태양과 그 빛 아래에서 묵묵히 생명을 생산해내는 대지의 힘을 노래하는 글이었다. 그러니, 병원에서 그런 글이 마음 깊이 들어오기는 너무 힘든. 노년에 투병 생활을 시작하는 어머니를 곁에 두고, 나 또한 이제 더이상 중년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나이가 되고보니 , 카뮈의 그 생동감있는 그 글은 너무나 뜨거워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고 그야말로 한 걸음, 아니 열 걸음 뒤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집에 돌아와, ‘티파사에 돌아오다‘를 읽으니, 어쩜 그렇게 마음에 들어오던지. 몇년 간의 황폐한 삶(전쟁을 겪은~)을 뒤로 하고 티파사에 돌아온 카뮈는 더이상 손이 닿기만 해도 앗 뜨거라 하고 손을 떼어야 했던 그 시절의 카뮈가 아니다. 그렇지만, 티파사에서 과거의 추억을 떠올린 그는 그 곳에서 다시금 힘을 얻고 유럽과 유럽의 투쟁을 마주한다.

사실 에세이는 즐겨 읽지 않는다.  사람이 무미건조해서인지, 그냥 스토리가 좌르르 꿰이는 소설이 좋고, 따박따박 사실이 직시된 역사책이 더 좋다. 그런데,  카뮈의 에세이를 읽으며, 그 표현의 힘, 그 느낌의 힘을 새삼 알게 되었다.  물론 아름다운 번역도 한 몫 하고. 게다가..이 책, 넘 이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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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나는 최대한 객관적인 작가가 되고 싶다. 내게 객관적인 작가란 절대 자신을 글감으로 삼지 않고서 주제들을 정하는 작가다. 하지만 작가를 그의 작품의 주제와 혼동하는 이 시대의 집착은 작가에게 상대적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부조리의 예언자가 된다.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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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세기의 여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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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세기의여름 #플로리안일리스 #한경희 옮김 #문학동네

벨에포크에 관심이 있다하니 페친이 추천해 준 책.
세계 제 1차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1913년 한 해를, 정치, 문학, 미술, 음악, 건축, 사진, 연극, 영화, 패션, 과학 등 모든 문화 영역을 총망라하여 -사람들을 중심으로- 보여준다. 스탈린, 히틀러도 등장하고, 카프카, 릴케, 조이스, 무질, 토마스 만, 융, 프로이트, 피카소, 아인슈타인, 슈바이처, 쇤베르크 등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주요 인물들이 300명 넘게 등장한다. 저자 플로리안 일리스는 3년에 걸쳐 이 인물들의 전기, 자서전, 편지, 사진, 일기, 작품, 기사 등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재구성하여 1913년을 재현했다고.

이 책에서 저자는 당시 문화적 성과물 뿐 아니라, 그 주역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내밀하게 보여준다. 한 편의 소설 같고, 또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느낌도 있다. 1913년 한 해를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기술하여 아, 당시 이런 분위기였구나하고 바로 느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지식이 부족한 나는, 책에서 다룬 -잘 몰랐던  인물들을 검색해 보며 인물사, 문화사에 대한 공부도 겸했다. 무엇보다도 등장 인물들의 은밀한 사생활과 내면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프란츠 카프카의  연애, 그리고 청혼이라고 봐야하는지 아직도 의심스러운 그의 편지들이 재미있고 (쏘리), 더없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시를 쓴 (죽음마저도 장미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릴케의 여성 편력 (많은 사랑을 찾아서 그렇게 시가 아름다운지?)은 뜨악하고, 알마 말러와  오스카 코코슈카의 광기어린 사랑은 정말 흥미진진하고 (말러 전기에서도 느꼈지만, 알마는 정말 대단한 여자였다),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를 나락으로 몰고갔던 ‘모나리자‘  도난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도 드라마틱하고( 진범 빈첸초 페루자는 겨우 징역 7개월을 선고 받는다.).

이 책은 2013년에 출간했는데(한국에서), 지금 읽어도, 바로 지금의 이야기인 듯 하다. 당시 이미 세계화된 경제 시스템 때문에 세계 대전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고 경제학자 노먼 에인절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는데 (어이없게 1년 뒤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지금도 그렇지 아니한가?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평화는 또 다른 문제이다.

당시에 어쩜 그렇게나 많은 찬란한 작품들이 나왔는지 놀랍다. 아니, 지금도 수많은 훌륭한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있겠지. 미처 알지 못하고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보는 눈이 없어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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