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여름 #알베르카뮈 #장소미 옮김 #녹색광선 #에세이

올해 초, 민음사에서 나온 ‘알베르 카뮈 디 에센셜‘을 읽고, 에세이로는 처음 접한 카뮈의 글에 반했었다. ‘디 에센셜‘에는 카뮈의 대표 소설 이방인과 첫 발표작 ‘안과 겉‘, ‘결혼‘, ‘여름‘ 이 실려있다. 소설로만 접했던 카뮈에 대해 보다 심도있는 접근이 될 수 있었다.

최근 녹색광선 출판사에서 ‘결혼‘, ‘여름‘을 하늘색 단행본으로 편찬해서, ‘읽었는데..‘ 하면서도 녹색광선 출판사의 책을 다 구비하고 있던 참이라, 깔맞춤의 본능으로 주문했는데, 햐, 이렇게 따로 떼어놓고 읽는 재미도 참 좋다.

사실, 주문하고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친정엄마의 보호자로 1주일간 병원에 있게 되어서, 남편이 책을 챙겨와주기는 했지만 왠지 읽혀지지가 않았다. 왜 그런가 한참 생각했는데, 그럴 수 밖에.

첫 글로 실린 ‘티파사에서의 결혼‘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청춘을, 작열하는 태양과 그 빛 아래에서 묵묵히 생명을 생산해내는 대지의 힘을 노래하는 글이었다. 그러니, 병원에서 그런 글이 마음 깊이 들어오기는 너무 힘든. 노년에 투병 생활을 시작하는 어머니를 곁에 두고, 나 또한 이제 더이상 중년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나이가 되고보니 , 카뮈의 그 생동감있는 그 글은 너무나 뜨거워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고 그야말로 한 걸음, 아니 열 걸음 뒤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집에 돌아와, ‘티파사에 돌아오다‘를 읽으니, 어쩜 그렇게 마음에 들어오던지. 몇년 간의 황폐한 삶(전쟁을 겪은~)을 뒤로 하고 티파사에 돌아온 카뮈는 더이상 손이 닿기만 해도 앗 뜨거라 하고 손을 떼어야 했던 그 시절의 카뮈가 아니다. 그렇지만, 티파사에서 과거의 추억을 떠올린 그는 그 곳에서 다시금 힘을 얻고 유럽과 유럽의 투쟁을 마주한다.

사실 에세이는 즐겨 읽지 않는다.  사람이 무미건조해서인지, 그냥 스토리가 좌르르 꿰이는 소설이 좋고, 따박따박 사실이 직시된 역사책이 더 좋다. 그런데,  카뮈의 에세이를 읽으며, 그 표현의 힘, 그 느낌의 힘을 새삼 알게 되었다.  물론 아름다운 번역도 한 몫 하고. 게다가..이 책, 넘 이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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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나는 최대한 객관적인 작가가 되고 싶다. 내게 객관적인 작가란 절대 자신을 글감으로 삼지 않고서 주제들을 정하는 작가다. 하지만 작가를 그의 작품의 주제와 혼동하는 이 시대의 집착은 작가에게 상대적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부조리의 예언자가 된다.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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