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이름으로
보편적인 상식이란 실은 존재하지 않으며, 삶의 처지에 따라 계급에 따라 상식은 다르다. 심지어 이명박 씨의 몰상식 역시 적어도 그 자신에겐 엄연한 상식이다. 세상은 상식과 몰상식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여러 개의 상식으로 나뉘며, 어떤 세상인가는 결국 어떤 상식이 세상을 지배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날 유행하는 ‘상식의 회복’이라는 말은 정확하게 말해서 이명박 씨가 물러나는 것만으로 충분한 사람들, 생존보다는 정신적 고통과 미감이 문제인 사람들의 상식의 회복인 셈이다.
자신에게나 해당하는 상식을 보편적인 상식인 양 주장하는 건 매우 염치없는 일임에 틀림없지만, 사실 그런 주장은 근대 이후 역사 속에서 단지 정신적 고통이나 미감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차악의 세력이 최악의 세력을 물리치고 세상을 장악하는 데 늘 사용되어왔다. 그 주장은 프랑스 혁명에서 부르주아들이 왕과 귀족으로부터 세상을 빼앗기 위해 인민을 동원할 때 사용되었으며, 김대중 씨가 군사 파시즘 세력으로부터 정권을 빼앗기 위해 수십 년 동안의 민중/노동 운동의 성과를 독식할 때 사용되었으며, 그와 노무현 씨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줄기차게 밀어붙이면서 인민의 시선을 수구 기득권 세력에게 돌리기 위해 사용되었다. _24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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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정진불 1 - 혜암 큰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유동영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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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벗은 이에게는  

옷 한 벌이 관세음보살 

 

배고픈 이에게는  

밥 한 그릇이 관세음보살 

 

잠 잘 때 없는 이에게는  

방 한 칸이 관세음보살  

   - 남영이 해인사 가는 길에 농부들의 새참을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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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의 고비>   

고비에서는 고비를 넘어야 한다  

 뼈를 넘고 돌을 넘고 모래를 넘고 

  고개 드는 두려움을 넘어야한다 

 



고비에서는 고요를 넘어야 한다 

 땅의 고요 하늘의 고요 지평선의 고요를 넘고 

텅 빈 말대가리가 내뿜는 고요를 넘어야 한다 

 



고비에는 해골이 많다 

그것은 방황하던 업덩어리들의 잔해 



고비에서는 없는 길을 넘어야 하고 

 있는 길을 의심해야 한다 

 사막에서 펼치는 지도란 

 때로 모래가 흐르는 텅 빈 종이에 불과하다 

 

 

길을 잃었다는 것 

 그것은 지금 고비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최승호, 시집<고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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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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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우리 말로 된 아름다운 성장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정윤과 단이 미루와 명서  

그들은 아픔을 겪고 시대의 강을 건너며 성장했을까.  

단이는 병영에서 죽었고, 미루는 음식을 거부한 채 죽음을 향해 걸어갔다. 

죽은 이들과 살아남은 이들, 모두 우리는 성장했을까  

성장이 삶을 온당하게 바라보고, 치우치지 않는 정신적 힘을 지닌 거라면 나는 성장했을까 

성장한 이들이 우리 사회의 어른이 되어서 우리는 좀 더 행복해졌을까 

많은 물음 앞에서 그냥 서 있다. . 

보고 싶은 얼굴들이 생각난다, 그들은 잘 있는지, 영혼은 무사한지 묻고 싶다.   

 

윤교수가 제자들의 손바닥에 마지막으로 남긴 글을 모아 놓았을 때 한 편의 시가 되어 울린다. 그 울림을 함께 하고 싶은 이들이 있다.

  

나의 크리스토프들,  

함께 해주어 고마웠네.  

슬퍼하지 말게.  

모든 것엔 끝이 찾아오지.  

젊음도 고통도 열정도 공허도 전쟁도 폭력도.  

꽃이 피면 지지 않나.  

나도 발생했으니 소멸하는 것이네.  

하늘을 올려다보게 . 

거기엔 별이 있어 .

별은 우리가 바라볼 때도 잊고 있을 때도  죽은 뒤에도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을걸세. 

한 사람 한 사람 이 세상의 단 하나의 별빛들이 되게.  

  

그대들 별빛들이 그립다고.  

 

사랑은 이 세상의 모든 것 

우리가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거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밖에는 담지 못하지  --   디킨슨   

 That Love is All There is
- Emily Dickinson -

That Love is all there is,
Is all we know of love;
It is enough, the freight should be
Proportioned to the groove.


 내 그릇의 크기를 아는 것이 어른이다. 나는 어른이 못되어 이러고 있나 하는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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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내 부하 해 -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 시 쓰기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 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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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부하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나는 오늘도 내 아이에게 윽박지르고, 머리를 쾅 쥐어박았다.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고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마음이 뭉클해지는데 엄마인 나는 왜 이렇게 엉터리인지.  

만화책만 읽는 아이에게 만화책 한 권에 동화책 한 권읽기를 약속한다. 이것도 일방적인 약속이다. 그래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혼내게 된다. 그냥 두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맞는 것인데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 모르겠다.  

모르면서 부모가 되고, 가르치게 된다. 가끔 무섭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이. 

내가 좋다고 해서 아이가 그걸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같이 좋아하기를 바라다가 강제가 되어버릴 때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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