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이름으로
보편적인 상식이란 실은 존재하지 않으며, 삶의 처지에 따라 계급에 따라 상식은 다르다. 심지어 이명박 씨의 몰상식 역시 적어도 그 자신에겐 엄연한 상식이다. 세상은 상식과 몰상식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여러 개의 상식으로 나뉘며, 어떤 세상인가는 결국 어떤 상식이 세상을 지배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날 유행하는 ‘상식의 회복’이라는 말은 정확하게 말해서 이명박 씨가 물러나는 것만으로 충분한 사람들, 생존보다는 정신적 고통과 미감이 문제인 사람들의 상식의 회복인 셈이다.
자신에게나 해당하는 상식을 보편적인 상식인 양 주장하는 건 매우 염치없는 일임에 틀림없지만, 사실 그런 주장은 근대 이후 역사 속에서 단지 정신적 고통이나 미감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차악의 세력이 최악의 세력을 물리치고 세상을 장악하는 데 늘 사용되어왔다. 그 주장은 프랑스 혁명에서 부르주아들이 왕과 귀족으로부터 세상을 빼앗기 위해 인민을 동원할 때 사용되었으며, 김대중 씨가 군사 파시즘 세력으로부터 정권을 빼앗기 위해 수십 년 동안의 민중/노동 운동의 성과를 독식할 때 사용되었으며, 그와 노무현 씨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줄기차게 밀어붙이면서 인민의 시선을 수구 기득권 세력에게 돌리기 위해 사용되었다. _242쪽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