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의 고비>   

고비에서는 고비를 넘어야 한다  

 뼈를 넘고 돌을 넘고 모래를 넘고 

  고개 드는 두려움을 넘어야한다 

 



고비에서는 고요를 넘어야 한다 

 땅의 고요 하늘의 고요 지평선의 고요를 넘고 

텅 빈 말대가리가 내뿜는 고요를 넘어야 한다 

 



고비에는 해골이 많다 

그것은 방황하던 업덩어리들의 잔해 



고비에서는 없는 길을 넘어야 하고 

 있는 길을 의심해야 한다 

 사막에서 펼치는 지도란 

 때로 모래가 흐르는 텅 빈 종이에 불과하다 

 

 

길을 잃었다는 것 

 그것은 지금 고비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최승호, 시집<고비>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