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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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아, 새비에는 지금 진달래가 한창이야. 개성도 그렇니, 너랑 같이 꽃을 뽑아다가 꿀을 먹던게 생각 나 그걸 따다가 전을 부쳐 먹던 것두. 같이 쑥을 캐다가 떡을 만들어 먹던 것도. 인제 나는 꽃을 봐도 풀을 봐도 네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됐어. 별을 봐도 달을 봐도 그걸 올려다보던 삼천이 네 얼굴만 떠올라 새비야. 참 희한하지 않아? 밤하늘을 보면서 그리 말하던 네거ㅈ떠올라. 이것도 희한하구 저것도 희한한 우리 삼천이가 생각나누나.
삼천아. 건강히 잘 있어 .
1950 년 3월 20 일
세비가
ㅡ121p
해방전 굶주리던 시절에 만난 삼천이와 새비. 해방이 되고 전쟁 때 피난가서 만나 함께 어려운 시절을 넘기며 할머니가 된 그녀들도 밤하늘을 보며 감탄하던 시절이 있었구나. 그리고 친구를 그리워하고 사랑한 힘으로 살아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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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 있으면, 나도 잘 있습니다 - 단단한 생각의 말들이 이루는 공감과 울림
정은령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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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한 열차에서 운 좋게 자리에 앉아 한동일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의 책 `라틴어수업`을 펼쳐 읽다가 한 문장에 눈길이 머문다.
"당신이 잘 있으면, 나도 잘 있습니다."
라틴어로도 쓰인 이 글귀는 로마인들이 편지를 쓸 때 첫인사로 사용하던 말이라고 한다. `그대가 평안해야 비로소 나도 평안하다`는 로마인들의 인사법에 마치 그런 인사를 건네받은 것처럼 마음이 먹먹해진다. 오늘 스쳐 지나간 당신이 잘 지내는 것은 나의 안녕의 조건이다.
37도의 열덩어리가 아닌 사람들의 평안을 기원한다.
ㅡ194p

타인의 평안을 기원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나직하다.
끓어오르지 않아도 충분히 기도가 전달 되어서 고마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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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숨은 어린나무 - 김용택 시집 문학과지성 시인선 555
김용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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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혼자

 

강가 느티나무 아래 앉아

땅에 떨어진 죽은 나뭇가지를

툭툭 분질러 던지며 놀았다

소낙비가 쏟아졌다

커다란 가지 아래 서서

비를 피했다

양쪽 어깨가 젖어

몸의 자세를 이리저리 자꾸 바꾸었다

먼 산에도.

비가 그칠 때까지

비와 혼자였다

 

 

방랑

 

방에 가만히 누워 있다가

마루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나무 밑에 가만히 서 있다가

강물을 가만히 바라본 후에

거리를 두고 산을 한 번

넌지시 건너다보고는

방으로 가만히 들어와

조심스럽게 지구 위에 누웠다

 

 

기적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이 아무런 것이 될 때

그때 기쁘다 그리고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돌아갈 때 편안하다 가까스로 산을 굴려 내려온 돌들이

강물에 몸을 담굴 때 그것은 내 몸에서

물결이 시작되는 기적이었다

 

 

지금이 그때다

 

모든 것은

제때다

해가 그렇고, 달이 그렇고

방금 지나간 바람이,

지금 온 사랑이 그렇다

그럼으로 다 그렇게 되었다

생각해보라 살아오면서

피할 수 있었던 것이 있었던가

진리는 나중의 일이다

운명은 거기 서 있다

지금이다.

 

 

 

시인은 나뭇가지를 던지며 놀기도 하고. 앉아 있다가 서 있다가 지구위에 눕기도 하면서 넌지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이 시가 되어 기쁘게 하기도 하고 몸에서 물결이 시작되는 기적을 느끼기도 한다.

시인은 지금 제때를 살고 있는 하다. 그래서 그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인 시들이 편안하다

시끄러운 내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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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 - 병원 밖의 환자들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양창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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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괴리사회다. 결정하는 사람을 경험하는 사람의 고통으로부터 안전하게 괴리되어 있다. 결정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전문가나 관료들이다. 검사를 받는 동안 고령의 환자가 받을 삶의 충격에 대해 의사는 무지하다, 검사결정을 내리는 의사가 자신의 결정을 간접적으로라도 체험한다면 아마도 검사의 절반 이상이 줄어들 것이다. 할아버지가 겪는 고통의 일부는 그런 괴리사회로부터 온 인재였던 셈이다. -41p

 

저자는 이런 아픔들을 보며  사람의 고통을 더 많이 찾아가고 접촉하려고 한다. 환자의 증상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이 놓인 삶과 사회를 보려고 한다. 그 만남에서 소중한 온기를 얻고, 그 온기를 통해 사회에 대해 올바른 공공의료의 길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그 용기가 소중하다.

 

왕진을 간다는 것은 누군가의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그곳에 앉아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다. 감춰진 헹복보다는 숨겨진 불행을 마주하는 일이 더 흔했다. 나도 저렇게 늙어가면 좋겠다 싶을 만큼 행복해 보이는 분도 많았지만 내가 저런 상황에 놓이지 않아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불행한 분도 많다, 노년의 대책없음과 외로움과 비참을 마주하기도 하는 것이다- 207p

 

저자는 그 현실을 보고 의사들의 왕진을 제도화해야 하고, 노인들의 정치세력화헤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주장에 공감하며 우리 사회가 이런 방향으로 가는데 관심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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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역사 - 침묵과 고립에 맞서 빼앗긴 몸을 되찾는 투쟁의 연대기
킴 닐슨 지음, 김승섭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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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은 공기와 같아 기득권에게는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보이지 않지만,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은 삶의 모든 순간을 차별과 함께 살아간다. 번역하며 책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경험을 했다. 우리 모두는 상처받고 다칠 수 있는 취약한 존재인 동시에 그 약함을 응시하고 나눌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을, 인간의 존엄은 독립보다도 상호의존을 통해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을, 실은 그것이 우리의 가장 큰 힘이라는 사실을 그 대화에서 배웠다.
ㅡ옮긴이의 말 중

옮긴이는 수 많은 이들과 대화를 나누었다고 했는데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불편했다.
토착민들은 이유도 모른 채 전염병에 걸려 죽어갔고,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흑인노예들은 물건이 되어 처리되는 존재였다. 끔찍한 역사를 장애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더 좋은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제안하지만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겠다.
그 힘든 여정을 단단하게 하고 있는 분들이 있어
희망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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