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슬하 창비시선 330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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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쬐다 

  사람이란 그렇다

  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산다

  독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 사람이 사람을 쬘 수 없기 때문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을 쬐지 않으면 그 사람의 손등에 검버섯이 핀다

 얼굴에 저승꽃이 핀다

  인기척 없는 독거

  노인의 집

  군데군데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피었다

  시멘트 마당 갈라진 틈새에 핀 이끼를 노인은 지팡이 끝으로 아무렇게

나 긁어보다가 만다

  냄새가 난다, 삭아

  허름한 대문간에

  다 늙은 할머니 한 사람 지팡이 내려놓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바라

보고 있다 깊고 먼 눈빛으로 사람을 쬐고 있다  

 사람을 쬐고 있는 그윽한 눈길이 아프다. 그렇게 사람을 쬐고 싶으나 사람이 없다고 엄살 부리고 싶을 때 나는 가짜 같다. 깊이 사람을 쬐 보자. 내 엄살이 사라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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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무의 세계 2 - 문화와 역사로 만나는
박상진 지음 / 김영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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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나무는 곤장으로 쓰였다고 한다. 오규원의 시 중 '물푸레나무같은 여자'의 그  물푸레나무가 곤장이라니   

비자림에 가고 싶다, 그 비자나무들  

조영석의 그림 '목재깍기'에 나오는 나무가 서어나무임을 알아보는 눈은 놀랍다.,  

김득신의 그림 '출문간월도'에 나오는 오동나무 사이로 보이는 달.  

법정스님이 머물던 송광사 불일암 뜰에 있는 후박나무가 일본목련이었다니. 그 나무 보고 싶다,  

먼나무에 연보랏빛 작은 꽃이   피는 초여름에 보러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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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우족의 구전 기도문

바람 속에 당신의 목소리가 있고
당신의 숨결이 세상 만물에게 생명을 줍니다.
나는 당신의 많은 자식들 가운데
작고 힘없는 아이입니다.
내게 당신의 힘과 지혜를 주소서.

나로 하여금 아름다움 안에서 걷게 하시고
내 두 눈이 오래도록 석양을 바라볼 수 있게 하소서.
당신이 만든 물건들을 내 손이 존중하게 하시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내 귀를 예민하게 하소서.

당신이 내 부족 사람들에게 가르쳐 준 것들을
나 또한 알게 하시고
당신이 모든 나뭇잎, 모든 돌 틈에 감춰 둔 교훈들을
나 또한 배우게 하소서.

내 형제들보다 더 위대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적인 내 자신과 싸울 수 있도록
내게 힘을 주소서.
나로 하여금 깨끗한 손, 똑바른 눈으로
언제라도 당신에게 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소서.

그래서 저 노을이 지듯이 내 목숨이 사라질 때
내 혼이 부끄럼 없이
당신에게 갈 수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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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카운터펀치 창비시선 324
김명철 지음 / 창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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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ven Tree 

 

별똥별이 날리는 날 밤이었습니다

내 울타리 안으로 나무 한 그루가 들어왔습니다

 

나를 낳은 들판의 염소였습니다

나를 낳은 갈색 눈동자였습니다

나를 낳은 할머니의 굽은등이었습니다

나를 낳은 4분쉼표였습니다

나를 낳은 'a lover'였습니다

 

나무와 밤마다 눈을 맞추기로 하였습니다

 

하늘이 아니라

내속으로 나무를 낳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염소와 갈색 눈동자와 할머니의 굽은 등과 4분쉼표가 내 사랑이었을까, 다 보고 싶어지는 드문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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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빨강 창비청소년문학 27
박성우 지음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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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 기계  

알람 시계가 울린다  

고등학교 이 학년인   

공부 기계가 깜빡깜빡 켜진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졸린 공부 기계는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간다.  

 

공부 기계는 기계답게  

기계처럼 이어지는 수업을  

기계처럼 듣는다 

 

쉬는 시간엔 충전을 위해 

책상에 엎드려 잠시 꺼진다. 

 

보충수업을 기계처럼 듣고 

학원수업을 기계처럼 듣고 

공부기계는 기계처럼 집으로 간다., 

 

늦은 밤 돌아온 공부 기계는  

종일 가동한 기계를 점검하다,  

고장 난 기계처럼 껌뻑껌뻑  꺼진다 

 

 그럴까? 나도 그랬을까. 그 사이 슬픔, 탄식, 기쁨들은 모두 사라지고 기계가 되어 살았을까. 지금 아이들도 기계가 되어 살고 있다는 전언은 슬프도록 아프다. 그러나 

아이들이 이 시를 읽고 그렇지 않다는 마음을 낼 수 있다면 좋겠다.  

청소년들의 마음을 잘 드러냈다는 시들이 하나같이 아프고 서럽다. 서럽지 않은 열정과 기쁨도 한켠엔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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