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문예중앙시선 13
장석주 지음 / 문예중앙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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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 주역시편·805


야구 방망이로 사람을 패고

돈다발을 뿌린 자에게 모자란 건 선의가 아니다.

제 안에 너무 많은

짐승들이 있었던 거다.

지나치게 성공하는 것,

많은 돈을 갖고 사는 것,

거북에게 빠르지 않다고 비난하는 것,

강물에게 소금이 없다고 타박하는 것,

연민을 도덕이라고 우기는 것,

웃지 않는 것,

울지 않는 것,

그것은 얼마나 악덕인가!


세상의 악덕들에 대해 

벌을 내릴 수 있다면

하루에 한 편씩 좋은 시를 외우게 할 테다.

나쁜 놈들은 몸서리칠 게다.

아무리 나쁜 놈도

다시는 악덕을 생각조차

못하게 될 게다.

 

 

세상의 악덕들에게 한 방 먹이는 통쾌한 시다,

악덕들이 시를 외운다면 몸서리 쳐서 다시는 악덕을 생각하지 않게 될거라는 상상

허나 악덕들에게 시는 멀고 욕망만 보이겠지.

 

비자금을 몰래 모으는 재벌들에게, 골목 시장들이 죽건 말건 제 밥 그릇만 채우는 대형마트들에게, 애들이 죽건 말건 시험 점수만 챙기는 선생님들에게. 자기 생각과 다른 이들을 빨갱이라고 하는 이들에게 이 시를 보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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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반점 왕선생
김지윤 지음 / 문학사상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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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말은 안 했지요
그저 당신 수저 위에
제일 큰 생선 살 한 점 발라
고이 올려놓았어요

괜찮다, 말은 없었지만
당신,
참 맛있게도 먹어주었지요.

오래 익어가는 포도주 빛깔로
우리 두 사람 함께 노을 져 물드는
어느 저녁.

<사과>

 

말은 없었지만 포도주 빛깔로 물드는 아름다운 저녁의 시다.

말이 없이 TV앞에 앉아 채널을 돌리는 남편이 서운해 싫은 소리 하다 그만 두었다.

그리고 말이 없이 내 할 일 하는 저녁 시간이 흘러간다.

 

 

 

불을 발명했다는 중국 황제 수인씨의 이름을 딴 수인반점에서 점심을 먹는다.
한국에 온 후 칠 년 동안 이 식당에서 내내 주방장을 했다는 왕선생,
그의 손끝에서 불꽃이 떨어진다. 냄비마다 타오르는 불꽃은 봉화(烽火).
워짜이쩌얼 wo zai zher 我在??(나 여기 있다) 하고 알리는 봉화를
날마다 저 흐릿한 주방 유리창 너머로 피워올리는 왕선생.
무심히 밥을 먹는 손님들은 그릇 속의 탕수육 깐풍기 칠리새우를 튀겨낸 불꽃이
왕선생이 보낸 신호인지도 모르고 바삐 식사만 하는데,
옛 고향 앞뜰에서 설날에 놀던 폭죽의 그 불꽃, 지금 왕선생 냄비에 와 붙는다
늙은 아비 두고 떠나기 전 마지막 밥상 차려 올리던 날, 그 냄비 밑의 불, 다시 타오른다
놓고 온 여자의 눈 속에 위태롭게 일렁이던 그 작은 불꽃, 바람을 등지고 되살아난다
그러나 왕선생의 고향도 아버지도 여자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한 그릇의 요리 위로
머리를 숙여 미처 보지 못하는 사이, 왕선생의 봉화는 칠 년째 꺼지지 않는 불씨를 피워
오늘도 혀를 날름대며 왕선생의 고향도 아버지도 여자도 불꽃 속에 다 삼켜버리고
사라진 자리, 까맣게 타들어가 흔적도 없는 재 속에서 나는 보았다,
그 안에서 걸어나오는, 불 속에서 새로 태어나는 봉황새 한 마리.
我在??, 이라고 깃털마다 새겨놓은 봉황새 날개를 펴고
― 〈수인반점 왕선생〉

수인반점에 가면 그를 잘 보리라 눈여겨 보리라

아니 우리가 먹는 짜장면이라도 잘 먹으리라

우리 삶의 봉화는 어디에 있을까

알아보지 못하고 우리는 봉황새도 지키지 못하고 사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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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 소리 창비시선 340
문인수 지음 / 창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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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맨발

 

 

달이 한참 뭉그적거리다가 저도

철교를 따라 어설프게 강 건너본다.


여기, 웬 운동화?


구름에 잠깐 어두운 달, 다시 맨발이다.

어떤 여자의 발 고린내가 차다.

달이 맨발로 강을 건너고 있다. 맨발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운동화를 본다.

운동화를 벗고 사라진 여자, 그녀가 남긴 차가운 발 냄새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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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무겁다 창비시선 339
고광헌 지음 / 창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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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달리기>

 

 

 어느 봄날

 앞집 굴뚝 밥 짓는 연기 오를 때

 방장산 장군봉 봄나물 따러 간

 어머니 기다리다

 붉은 해 지는 것 보았네

 

 달팽이처럼 

 무릎 턱밑까지 말아올리고

 마룻바닥에 쓰러져 

 잎 트기 시작한 탱자나무 사이로

 배고픈 해 지는 걸 보았네 

 

 노랗게 봄 독 오른 가시에 

 마알간 얼굴 긁히며 쓰러지는

 검은 한낮을 보았네 

 

 쌀 없는 저녁 밥상 차리러

 봄나물처럼 달려오던 어머니

 지금도 어머니의 싱싱한 달리기 이길 수가 없네

 

 

무거운 시간이 지나가서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으로 살아나는 때. 시는 나를 부른다.

배고프고 아프고 캄캄한 날이었어도 어머니의 싱싱한 달리기가 있어 우리는 살아왔다

그 싱싱한 달리기는 지금 누가 하고  있을까

우리는 잊지 말아야한다.

지금 캄캄하다고 해도 누군가 싱싱하게 살고 있어 우리는 숨을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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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쉐이크 - 영혼을 흔드는 스토리텔링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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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KE’는 작고 부족해 보이지만 결국 한 인간의 영혼을 새롭게 태어나도록 만드는 예술적 공포입니다. (작가의 말 )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영혼을 흔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의 바람대로 그의 작품은 드라마로,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그는 행복한 작가일까.

 

이야기에 빠진 작가들에게 자신의 실패를 들려줌으로써 멘토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 힘을 배운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무엇일까.

 

자신의 말을 이야기로 만들 수 있는 작가는 행복하지만 이 혼탁한 세상에 대한 작가의 의무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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