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무겁다 창비시선 339
고광헌 지음 / 창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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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달리기>

 

 

 어느 봄날

 앞집 굴뚝 밥 짓는 연기 오를 때

 방장산 장군봉 봄나물 따러 간

 어머니 기다리다

 붉은 해 지는 것 보았네

 

 달팽이처럼 

 무릎 턱밑까지 말아올리고

 마룻바닥에 쓰러져 

 잎 트기 시작한 탱자나무 사이로

 배고픈 해 지는 걸 보았네 

 

 노랗게 봄 독 오른 가시에 

 마알간 얼굴 긁히며 쓰러지는

 검은 한낮을 보았네 

 

 쌀 없는 저녁 밥상 차리러

 봄나물처럼 달려오던 어머니

 지금도 어머니의 싱싱한 달리기 이길 수가 없네

 

 

무거운 시간이 지나가서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으로 살아나는 때. 시는 나를 부른다.

배고프고 아프고 캄캄한 날이었어도 어머니의 싱싱한 달리기가 있어 우리는 살아왔다

그 싱싱한 달리기는 지금 누가 하고  있을까

우리는 잊지 말아야한다.

지금 캄캄하다고 해도 누군가 싱싱하게 살고 있어 우리는 숨을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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