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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책에 대한 찬사가 참 많다고 진실에 가까운 것은 아니다.
진실은 무엇일까? 소설은 그런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궁구하게 하는 힘이 있을 것이다.
그럼 이 소설 '로드'는 어떤 질문을 할까?
왜 인류 멸망이라는 전제에 주목하는 것일까 , 뛰어난 작가라는 평을 듣는 소설가가 이런 전제에 주목하게 될 정도로 인류의 현재는 암담하다고 동의했을 듯하다, 그렇다면 인류의 현재는 왜 암담한지, 특히 미국이라는 문명국가의 현재가 인류에게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질문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질문없이 멸망된 세계에 던져진 존재,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상황은 너무나 극단적이어서 생생한 아픔을 전달하기는 하나 존재론적 성찰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아니 너무 폭력적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아들을 위해 생존해야만 하는 아버지의 존재, 그 설정 자체에서 인류의 희망을 떠벌리는 책날개의 찬사가 영 떨떠름하다. 살아남은 다른 존재를 적으로 여기면서 살아남아 희망을 말해야 하는 존재의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인류멸망이라는 상황에 닥치게 된다면 그 상황은 인류가 자초한 것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소설은 그런 질문을 던지고 왜 이런 상황을 불러들였는지 인간의 조건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 그 다음에 생명이 살아남는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상상.
아이가 아빠에게 묻는다 . "우리는 착한 사람이지요."
착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불특정한 사람을 적으로 간주하고 두려움을 키우는 것도 착한 사람일까. 그런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라는 문명국가의 모습이 이런 소설을 낳게 하고 열광하게 하는 건 아닌지. 타자에 대한 배제의 문화가 두려움이라는 일상을 만드는 건 아닌지.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