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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마인드
리처드 왓슨 지음, 이진원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인류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꿨다는 격찬을 받은 풍운아..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다. 그가 만든 수많은 제품들에 열광했던 안했던 간에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 국내 일부 잡스 팬들은 심지어 분향소 설치까지 언급할 정도로 야단법석을 떤다.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보자. 다수가 동의하거나 어느 정도 인정한다고 치면 잡스가 라이프 스타일을 바꾼 것은 팩트(Fact)가 된다. 하지만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우리 인간의 삶을 정말 질적으로 풍요롭게 했을까? ‘손안에 정보의 바다를 쥐게 했다’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그리고 태블릿 PC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스스로 창안했던 개인용 컴퓨터(데스크탑, 노트북)의 수요급감을 야기시키는 등 IT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인류 문화의 발전을 이뤘다는 사실은 어디서 확인할 수 있을까?
그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방식이 우리 생활 곳곳에 파고들어 이제는 IT기기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의존적으로 변한 세상에서 깜짝 놀랄만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수요를 창출하는 등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잡스의 능력은 인정한다.
하지만 한 미래학자의 눈에 지금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디지털 방식의 생활방식은 인간을 과거보다 더 낙후된 지적수준으로 후퇴시킬 우려만 낫게 할 뿐이다.
자, 그럼 한 권의 책을 가지고 컴퓨터와 인터넷이 가져다 준 라이프 스타일이 진정 우리를 진일보 시켰는지 생각해 보자. 인터넷 접속 속도에 신경을 곤두서는 현대인들에게 사고와 판단의 시간마저 아깝다면 담론의 장은 설 수 없지만 말이다.
<퓨처 마인드>는 디지털 문화가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있다면 인간의 사고능력은 그에 비례해서 낙관적인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책이다.
엄밀히 말해 지금과 같은 상황 하에선 미래의 디지털 문화가 음울한 디스토피아일 수밖에 없다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책이다.
이 책은 추천사에도 나와 있듯이 같은 출판사(청림출판사)에서 먼저 발행했던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과 유사한 미래를 그리고 있다. 모니터와 스크린에 빠져 시각적 신호에만 익숙해진 나머지 인간의 뇌가 이에 친화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앞으로 점차 생각하는 능력을 퇴보시키는 현상이 가속화 된다는 섬찟한 경고 말이다.
모든 지식이 정보의 바다 인터넷과 자신의 개인용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다는 생각은 저자가 언급했듯이 마치 자신의 뇌마저도 하나의 저장장치로 인식하게 되어 인간의 뇌가 가진 창조적이고 한계를 가늠하기 어려운 능력을 퇴화시켜 버린다.
저자는 '컴퓨터와 인터넷에 매달린 사람'을 스크린에이저(Screenager)로 지칭하는데 일상에서 주위에 흔히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 역시 다를 바가 없다. 출퇴근길 거리에서, 집에서, 그 어떤 시공간하에서도 스크린에이저는 문자메시지와 SNS부터 확인하고 손안의 인터넷을 헤엄치기 위해 스마트폰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러한 시간이 많아 질수록 인간 스스로 사고하는 시간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두 책 모두 IT기기의 편리함에 종속되어가는 현대인들의 지적 장애를 우려하고 있다.
단 차이라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러한 폐해에 포커스를 맞춰 독자들에게 경고하고 있다면 토마스 왓슨의 <퓨처 마인드>는 이를 타개하게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 해법이란 바로 ‘돌아서 가기’..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사고마저 할 시간이 없는 현대인들이 점점 늘어날수록 더 많은 생각할 시간과 IT기기로부터 해방된 공간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모든 디지털 기기를 당장 자신의 앞에서 치워버리고 지루함(? 과거에는 지루함이 아니었다)이 주는 혜택인 '축복받은 단절'(Blessdly disconnected) 상태를 즐겨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 한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고 미래 예측에 수긍한다면 잡스에 열광하고 그가 기여한 라이프 스타일에 마냥 환호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확증편향을 보인 나머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이들이라면 이러한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