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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현자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15-16세기 이탈리아의 도시국가 피렌체. 황제 중심의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실현시키지 못한 이탈리아는 각기 특성을 가진 도시국가로 성장하여 자체적으로 군인을 육성하거나 용병을 사와 방위를 담당케 하여 도시간 갈등에 대응하는 등 분열의 시대였다. 특히 피렌체의 경우 주위의 훨씬 강력한 나폴리, 베네치아의 등쌀에 위협받으며 자신의 영향권 아래 있던 도시 피사의 반란으로 이 도시국가는 늘 정정이 불안했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기는 결국 교황과 힘을 합세한 나폴리의 침공, 곧이어 프랑스의 샤를8세의 침공과 신성로마제국에 굴복하는 등 숱한 전쟁 속에서 비참함을 겪게 된다.
이 혼란의 시기를 살아간 이가 있었으니 바로 <군주론>으로 유명한 마키아벨리. 세금체납자는 두 번 다시 시민으로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던 당시 도시국가의 룰 속에서 세금체납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태생적으로 가난했고 약자였으며 자신이 속한 국가 피렌체의 굴욕을 생생하게 지켜보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현자 마키아벨리>는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이러한 시대적 특수성에 주목하고 그에 대한 대중의 선입견을 바로잡기 위한 출발점으로 삼는다. ‘악의 교사’로 불리우며 권력의 쟁취와 유지, 통치술에 대해 정치와 도덕은 별개의 것임을 주장했던 그가 마치 권력자에 붙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철저하게 목적한 바를 달성토록 충고하는 권모술수의 화신으로 각인되었지만 실은 늘 약자의 위치에 있었던 그가 살아남기 위한 유세의 수단으로서 <군주론>을 저술하였고 당시 자신의 위치처럼 약자를 위한 생존방식을 연구했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로마인 이야기>시리즈로 유명한 일본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에서 그에 대한 평가를 경계하는데서 마키아벨리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가능해 진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는 바로 마키아벨리와 그 시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결여된 채 단지 수필적인 소재로서 그를 인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마키아벨리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 출세 지향적 성향으로 인해 일국의 지도자나 파워리더가 일반 대중을 효과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방법을 도덕성과 별개로 철저하게 기득권을 위해 봉사했다는 오해는 그가 외교사절로서 프랑스와 신성로마제국등 강대국의 침략을 막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용병제도의 문제점을 절감하고 줄기차게 국민군 제도의 도입을 견지하고 끝내 이를 관철시켰다는 점과 군주론에서 체사레 보르자의 과단성 있는 통치스타일을 칭찬하면서도 맹목적으로 추종하기 보다 자신의 지지 세력이 없는 이들이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해야 할 경우에 한해 체사레 보르자가 하나의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는 점 등에서 잘 나타난다.
저자는 마키아벨리를 통해 현재의 대한민국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의 리더부재를 걱정한다. 당시 피렌체 국민의 변덕과 이기적인 행태는 지금의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속물근성과 다르지 않다. 광기의 시대, 사보나롤라의 집권과 몰락을 통해 권력의 실체에 접근한 그는 아무리 리더를 신봉하더라도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시도에 대해서는 일말의 죄책감 없이 돌아서고 마는 대중의 변덕을 어떻게 컨트롤할지 조언한다.
저자는 마키아밸리에 대한 복권(?)을 의도하면서 당시 이탈리아의 상황과 현재의 대한민국이 가지는 특수상황의 유사성을 비교하면서 지금 이 시대의 필요한 인물이 마키아벨리라는 점, 그리고 감정이입속에 자신의 역할이 그의 역할에 조금이라도 부합되기를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메디치 가문, 사보나롤라, 체사레 보르자, 율리우스 2세 등 다양한 권력자들의 모습에서 권력의 속성과 통치자가 가져야 할 방법에 대해 골몰했던 마키아벨리는 자신을 채용해 주길 바라며 <군주론>을 메디치 가문에 바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권력지향적인 속성의 인물이었다면 예전에 이미 포기한 채 삶을 허비했을지 모르지만 그는 군주에 대한 이야기에서 좀 더 넓게 세상을 보기 시작한다. 통일된 이탈리아의 출현을 말이다. 결국 더 이상의 관직으로의 진출을 포기한 그는 인기 통속 연극의 작가이자 이탈리아의 진정한 지도자의 출현을 위한 교육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미 저자가 가지고 있었던 그에 대한 일반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관련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해준다.
저 높은 하늘에 있는 마키아벨리는 우리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자신에 대한 오해가 풀리게 될 출발점이 되는 시점에 대해 무척 행복해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