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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도둑들 - 그 많던 돈은 어디로 갔을까
로저 로웬스타인 지음, 제현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로 촉발된 미국의 금융위기는 돈맥경화(?)를 일으키며 붕괴직전까지 월가를 몰아 붙였으며 실물경제로 전이되어 기업의 자금조달이 막히면서 GM등 유수의 기업들이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경제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유럽으로 퍼져서 Pigs국가(남유럽의 포르투칼,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및 아일랜드를 지칭)들의 경제는 파탄 직전에 이르렀으며 최근 들어서는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한 일본의 아베정부의 통화공급 정책으로 인해 국가간 화폐전쟁에 빠지는 등 점진적으로 확산추세에 있다.
이러한 시점에 <탐욕의 도둑들- 그많던 돈은 어디로 갔을까?>은 어떻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를 위기에 빠뜨리고 세계 경제를 나락으로 몰아가게 되었는지 그 시초를 되돌아보는 책이며 반면교사로 삼기를 바라는 책이기도 하다. 시장에 대한 맹신, 경제적 인간은 언제나 이성적이기 때문에 자기 이익을 추구함에 있어 합리적 선택과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결코 비효율성은 나타날 수 없다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이론은 이번 경제위기를 통해 여지없이 그 허점과 치부를 드러냈다.
이미 과거에도 경험했고 비근한 예로 90년대 들어 장기불황에 허덕이며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 부동산 투자과잉에 따른 경제침체에서 배울 수 있건만 소수 엘리트들이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월가의 투자 천재들은 그러한 과거의 사례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음이 드러났다. 아니 외면하려 애썼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시장이 자유로워질수록 월가는 더 자주 정부에 구원의 손을 뻗쳐 주기를 애원했다.
<탐욕의 도둑들- 그많던 돈은 어디로 갔을까?>은 모기지론의 부실이 심화되는 과정과 이를 증권화하여 리스크를 전가했던 모기지론 업체들과 이를 투자의 기회로 보고 불나방처럼 달려든 월가의 투자은행들의 눈먼 모래성을 상세하고 긴박하며 냉정하게 바라본다. 신용등급을 매기기 조차 힘들 정도로 상환능력은커녕 경제활동조차 영위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대출을 마구잡이로 내주는 대부업체와 이를 쪼개 증권화(CDS)한 채권을 구입한 투자은행들은 물론이지만 이러한 파생상품의 문제점이 부실화로 이어지는 문제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한 정부기관의 무능이 더해졌으며 월가에 밀착하여 이익을 탐했던 신용평가기관의 객관적이지 못한 평가로 부실을 키웠다는 것을 저자는 지적한다.
총체적 모럴헤저드 그 자체였었다. 대마불사라는 진리(?)는 재벌이 경제를 주름잡는 대한민국에서만은 아니라는 것을 리먼브라더스와 베어스턴스라는 대형 투자은행의 파산이 말해 준다.
이 책에서는 미국 정부의 원칙없는 구제정책과 이로 인해 미래세대가 부담할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한다.
선진금융기법은 어디에도 없다. IMF이후 씨티은행 등 외국계 금융자본이 국내에 진출할 때 언론등에서는 선진금융기법을 전수받을 좋은 기회라고 애써 긍정적인 논조를 보인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이들 은행이 국내에서 한 것이라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업무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런 그들이 탁월한 혜안을 가졌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촉발된 월가의 긴박한 위기상황을 이 책보다 더 간결하면서 명확하게 예측한 책은 없을 것이라고 감히 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