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 - 암을 치유하며 써내려간 용기와 희망의 선언
이브 엔슬러 지음, 정소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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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통스러운 이야기와 마주할 자신이 없다. 그것이 타인의 삶이라고 그저 흘려보내기에는 감정적으로 힘든 상태이다. 저자의 책을 읽는 순간 '휴우'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거칠것 없어 보이는 그녀의 표현에 순간 무서움을 느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죽음과 직면하게 되면 그동안 소소하게 살아왔던 일상들이 물거품처럼 되어 버릴 것이다. 그래서 두려움을 느꼈다. 상처가 아무는 시간이 뎌디어 가면서 스스로의 감정을 잘 다독이기가 어려워진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잘 버티어 왔구나 싶었다. 사람이 상처받고 그것으로 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각자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진다. 그런 그녀에게 어쩌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왔는지도 모른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진다. 더 나쁘게 생각해봤자 좋을 것이 없다.

 

그녀는 삶의 방랑자처럼 스스로를 바닷물에 깍여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산 것 같았다. 언젠가는 저 바닷물로 모든것이 다 쓸려가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세상에는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 못지 않게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스스로 선택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체 끔찍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 그녀는 모든 고통을 힘든 사람들과 함께 하기로 한다. 그녀 자신도 이미 힘겨울만큼 충분히 겪었다. 고통이라는 것은 충분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더이상은 없을 고통이 불현듯 찾아온다. 이제 끝은 죽는 순간에나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그녀의 책은 그녀가 평생을 바친 여성의 몸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특히 엔슬러가 암 판정을 받고 7개월 동안 겪은 고통스러운 치료의 과정을 적은 것이다. (250쪽)

 

그녀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힘겨운 사투중에서 그녀는 스스로를 더욱 강하게 잡아 끌수 있었던 것 같다. 강한 사람이다. 너무 아프면 한탄스럽고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런 벌을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세상이 무지무지 원망스러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야기는 전 세계의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그녀들을 위한 책이기도 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스스로의 몸을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만 치부해왔던 것 같다. 형태는 있지만 실체는 없었다. 그동안 그녀는 스스로를 내버려두었다. 아프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를 내버려두었을지 모르겠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가 아닌 그냥 사는대로 내버려두는 삶.

 

오늘도 누군가는 숨쉬는 것조차 힘겨울 것이고 누군가는 웃겨서 죽을지도 모르고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있는 것조차도 모를수도 있다.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어르신들말처럼 잠드는 것처럼 죽는게 제일 좋겠지. 그런 행운이 찾아올지 모르겠다. 두렵겠지만 고통을 그냥 묻어 두어서는 안된다. 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서든지, 풀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무엇이 좋은 것일지는 모르겠다.

 

 

<자음과 모음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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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5-01-14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좋네요. 마치 한숨 같은 글.
복사해두고 가끔 읽고 싶은 글이에요.
누군가는 숨쉬는 것조차 힘겨울 것이고 누군가는 웃겨서 죽을지도 모르고
또 누군가는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있겠죠.
저마다 다른 삶...

댄스는 맨홀 2015-01-15 16:42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의 말씀이 큰 위로가 되네요~~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