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스토리콜렉터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범인을 단박에 알아내지 못했다. 추리 매니아인 언니는 범인을 넘 빨리 알아버려서 다소 실망했다고 했지만 나는 눈치가 느려서인지, 범인은 바로 이사람이다 할때까지 알아채지 못했다. 그 사람을 범인이 아니라고 아예 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어찌보면 '말장난'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런일도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점에서 저자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식에 약간은 주춤하기도 하였으나 금방 읽어 내려갔다. 다 읽고 난 후 씁쓸한 기분이 되버렸다.

가족은 서로를 구속하고 잔소리하기 위해서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은 아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서로를 돌보듯이 하더라도 마음만은 그렇지 않다고 단정짓기는 어려우나 그럴꺼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가족이 있으니까. 보기만 해도 으르릉 거리고 서로 못잡아 먹어 안달하기도 하고 유령처럼 같이 있어도 혼자 있는 것 같은 경우도 있다. 인터넷상으로는 아무 상관도 없기 때문인지 몰라도 있는 말 없는 말도 다 하면서 가족과 함께 할때는 침묵하게 될까. 누군가에는 친절하고 다정한 아버지가 집에서는 무뚝뚝하기 그지 없고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한없이 다정한 녀석도 집에 와서는 지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고 만다. 아줌마들과는 끝없이 수다를 떨곤 하지만 집에서는 잔소리만 늘어놓게 되는 이런 극적인 상황. 우리에게는 저마다의 상황이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상황에 맞추어서 나의 또 다른 모습, 모습들을 나열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현실에 가족이 있음에도 인터넷상으로 가족 역할극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가장인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그전에 여고생이 살해당하고 그 두 사건이 이어져 있었다. 인터넷상에서는 아버지, 어머니, 아들 미노루, 딸 가즈미 네 사람은 가족처럼 서로에게 안부를 묻고 위로해주었다. 인터넷에서 이런 역할극을 한다는 것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살해당한 아버지 딸의 진짜 이름도 가즈미였다. 가즈미의 아버지는 바람 피는 것을 밥먹듯이 하는 그런 사람이였다. 바람끼를 그의 부인도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암묵적으로 못본체하며 그렇게 부부의 사이를 이어가고 있었다. 부모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도 불행하다. 이혼이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되겠지만 불행을 안고 사는 것 역시 상처가 될 것이다. 경찰이 세운 전대미문의 계획은 별것 없었던 것 같지만 그 표제 자체가 심하게 거창하지 않은가 싶었다. 이런 일을 겪을때마다 경찰이라는 것이 자신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것만 같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참아내야 한다는 것 역시 힘든일이다.

그것이 요즘 유행인 걸까? 자아, 자아, 자아. 모두가 남의 시선이야 어떻든 진정한 자아를 찾는 세상이다. 찾을 필요도 없이 이미 확고한 자아가 있다고 자부하는 이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수단을 고르지 않고 주위 사람들의 심정을 돌아보지도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272쪽) 그래서 난 자아를 찾아 길을 떠난적이 없었다.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길 떠난다고 '자아가 나야 나'하고 내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므로.

"아직 일은 끝나지 않았어."(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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