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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파는 남자
주제 에두아르두 아구아루사 지음, 이광윤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책 표지를 자세히 보면 도마뱀 모습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도마뱀의 반은 사람 손과 다리가 그려져 있다. 과거엔 그도 사람이였지만, 현재는 도마뱀붙이일 뿐이였다. 화자는 도마뱀이다. 처음에 허공에서 맴도는 그가 누구인지, 실은 처음부터 알고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엔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의 친구 펠릭스 벤투라는 다른이의 기억을 만들어 준다. 새로운 조상, 뿌리, 그의 모습까지도 만들어 낸다. 어떤식으로 그가 그런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일이 가능하다는것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원래의 자신을 버리고 다른이가 된다는것은 어떤 느낌일까?
펠릭스 벤투라에게 어느날 손님이 찾아왔다. 거액을 들고 자신의 과거를 만들어 달라던 그 사람. 위험해 보이기도 했지만, 펠릭스는 그일을 하기로 한다. 펠릭스가 '주제 부슈만'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탄생시켰다. 그럴듯해 보이고 멋져보이기까지 한 '주제 부슈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이 진짜는 아닐지라도.
안젤라 라는 묘령의 여인이 나오는데 펠릭스의 연인이라고 하기엔 뭔가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때론 펠릭스 꿈속에서 사람으로 나오는 도마뱀(에우랄리우)과 자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도마뱀은 천정에 붙어 있기도 하고 펠릭스의 일거수 일투족을 추적하는것 같아 보였다. 안젤라와 주제 부슈만 사이엔 묘한 전류가 흐른다. 이것이 무슨 느낌인지는 나중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갑자기 거지같은 몰골로 국가안전부의 전직 요원이었다는 에드문두 바라타 두스 헤이스가 등장한다. 아마도 이 부분이 이 책의 클라이막스가 아닌가 싶다. 주제 부슈만과 에드문두와 엔젤라 세사람의 관계는 이상했다.
이야기는 초반에 기억을 만들어 주는 펠릭스와 도마뱀붙이 그리고 주제 부슈만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어찌보면 도마뱀이 화자라는 것 말고는 그다지 특별한것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화자의 이야기가 사람이였을때인지 꿈속에서인지 지금의 모습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과거와 꿈속을 넘나드는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게 펠릭스라는 인물도 자신이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었다. 무엇이 진실이고 가짜인지 이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흐릿해진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인종의 갈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심각하진 않다. 책속에서는 앙골라의 정치적인 문제라든지 다른 이면의 내용들도 함께 하고있다. 책전체에서 느껴지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그것을 심각하게 표출하진 않는다.
이 책을 읽고 난 내 느낌보다는 옮긴이의 글을 통해서 이 글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의 표지에서 말한 것처럼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은 없다! 주제 부슈만 역시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새로운 과거를 만들었다. 그의 목적은 확실했다. 정말 자유로워진것인지는 주제 부슈만만이 대답해 줄것이다. 마지막에 주제 부슈만은 목적을 이루었고, 모든것이 정리된 것 같지만, 완전히 과거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던것 같다. 과거가 없다면 현재도 미래도 없을것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꿈속인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