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
남인숙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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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창밖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봄비가 무색할정도로 억수로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봄 이젠 안녕'
봄이 언제 찾아오기는 했던걸까? 정말 '찰나'였다. <노란 누드>를 읽으면서도 느낀거지만, 정말 보고싶다. 그 그림을 느껴보고 싶다. 전문가적인 견해가 들어가 있는 설명이 아닌 내가 그냥 느낄수 있도록 말이다.
 

장베로 / 기다림/ 캔버스에 유채 (22쪽)

 

 

모호한 설렘 속에서 홀로 바라보는 삶의 풍경들은 누군가와 함께일 때는 결코 볼 수 없을 무언가를 보여주거든, 때로 사람에게는 만나게 될 대상보다 기다림 자체가 필요한 건가 봐. (23쪽)

기다림이 좋을수도 있다는걸, 기다림이란것이 사람에 따라 기쁨이 될수도 있고 슬픔이 될수도 있다는걸. 내가 보는것이 전부가 아니라는걸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것 같다. 고정관념이라는 틀이 무섭도록 내 머리속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그림이 사치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일부 특권층만이 즐기는것이라는 생각도. 잠깐씩 스쳐지나가는 그림에 대해서 워낙 유명해서 당연히 알아야 한다는 생각. 이런것이 싫었다. 유명한 화가가 그리지 않았더라도 내 맘에 그림이 들어오면 좋은거 아닌가. <그림애호가로 가는 길>을 통해서 그림에 대한 열정을 조금 배운듯한 느낌이였다. 이 책을 통해서는 그림을 현실속으로 끌어당길수 있었다. 

 

자연스레 삶속의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는 그 느낌이 좋다. 그림속의 인물과 배경은 내가 그림을 바라보는 거리보다 더 멀게 느껴질때가 많았다. 그림속에서 또 다른 나를 바라보는 느낌, 말을 걸어주는게 반가웠다. 어쩌면 그 그림속에 내가 들어갈 공간이 있고, 힘들때 내게 위안을 줄 수 있을꺼란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듯이 말이다.

 

차라리 소원 따위는 품지 않는 게 마음 편하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너도 벽옥처럼 푸르던 바람을 그만 잊어버리고 사는 건 아닌지 (65쪽)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나는 버리지 않았다. '희망'이라는 좋은 두 단어처럼 좋은건 없어지지 않기에, 내게 좋은건 다 건져 올릴꺼다. 이세상에 '기적'이라는 깜짝 놀랄만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림과 그림의 사연과 우리의 사연이 어울러져 여러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림을 통해서 짧게 여러 상상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것이 좀 짧다면 짧은것이 아쉬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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