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나이 든 쿠빌라이 칸과 젋은 마르코 폴로가 앉아 있다. 퇴락해 가는 제국 타타르의 황제와 베네치아의 여행자. (책표지 뒷면에서) 제 1부에서 제 9부까지 마르코 폴로가 칸에게 여러 도시들을 설명하고 있다. 그 도시는 폴로의 꿈속에서나 거닐었을것처럼 몽환적이다. 이 책은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힌다는 설명을 듣고 좀 의아했다. 그의 소설을 달랑 두권 접한 나로써는 잘 알지 못하지만, 아름답다고까지 표현하는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다. 쿠빌라이 칸이 제국이 퇴락하고 있지 않았다면 어쩌면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마르코 폴로를 당장 처형하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도시는 신화속에나 등장할 법하게 거대하거나 어처구니 없는 여러 도시들도 등장한다. 도시의 모습을 설명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 도시가 담고 있는, 거기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여러 형상들과 언어들로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부분은 극대화 되고 지나친 과장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의 도시를 설명한다면 참으로 재미없고 삭막하기만 할 것 같다. 어찌보면 여기에 나와 있는 도시들의 일부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나 빈곤하거나 모든것이 풍요롭게만 보이는 상반되는 도시속에서 현재 살아가고 있다. 모든것이 너무 극과 극을 치닫고 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지옥은 미래의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지옥에서 살고 있고 함께 지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08쪽) 여기에서 마르코 폴로가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두가지 방법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첫번째는 그 지옥을 받아들이는 것과 두번째는 지옥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계속 배워나가는 일이다. 지옥에 살고 안살고는 어찌보면 더 단순한 방법이 있을지 모른다. 자신의 마음에서 지옥이라는 단어를 지워버리면 될것이다. 상상속의 도시든 현재의 도시든 삶의 대한 자세는 자신이 만들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르코 폴로가 쿠빌라이 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여러 도시들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하고 싶었던 말 말이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도시들이 표현되어 있다. 각각의 도시들처럼 여겨지면서도 한데 어울러지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